우한용 작가의 장편소설 『그래도, 바람』(푸른사상 소설선 65).
삶의 성찰과 소설의 본질에 대하여 답을 찾는 과정이 소설 창작 강의의 기록이란 서사로 전개된다. 소설이란 무엇인가, 좋은 소설은 어떤 것인가를 숙고하며 읽다 보면, 이 소설에서 은은하게 퍼지는 서사적 욕망의 바람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2024년 12월 26일 간행.
■ 작가 소개
충남 아산 출생.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국어교육학과 교수, 국어국문학회 대표이사, 현대소설학회 회장, 한국작가교수회 회장, 한국학술단체총연합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이다.
장편소설 『생명의 노래 1, 2』 『시칠리아의 도마뱀』 『악어』 『심복사』 『소리 숲』 등, 소설집 『초연기-파초의 사랑』 『도도니의 참나무』 『사랑의 고고학』 『붉은 열매』 『아무도, 그가 살아 돌아오리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수상한 나무』 『시인의 강』 『왕의 손님』 등, 시집 『청명시집』, 『낙타의 길』, 『검은 소』, 『내 마음의 식민지』, 『만화시초』, 『나는, 나에게 시를 가르친다』 등, 픽션 에세이 『떠돌며 사랑하며』가 있다.
저서로 『한국근대작가연구』(공저) 『문학교육론』(공저) 『한국현대장편소설연구』 『한국현대소설구조연구』 『채만식소설 담론의 시학』 『문학교육과 문화론』 『창작교육론』 『한국 근대문학교육사 연구』 『소설장르의 역동학』 등을 간행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사람들은 왜 소설을 쓰고 싶어 하는가, 소설이란 무엇인가, 소설 쓰기 가르치는 게 과연 가능한가. 좋은 소설은 무엇인가, 남들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태도는 어떠해야 하는가. 소설 창작 강의를 나가는 사람이 실제로 소설을 써서 수강생들에게 보여주는 것은 어떤 교육 효과가 있는가. 그런 의문과 함께였다. 전에 절실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문제들이었다.
나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소설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쪽으로 강의 방향을 잡았다. 고정관념을 넘어서야 소설 제대로 쓸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작품 세계 중에서
우한용 작가의 『그래도, 바람』은 소설을 공부하고 창작하는 독자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는 ‘문학론 강의’처럼 읽힌다. 어떤 개인의 핍진한 이야기와 진지한 소설 창작론 사이에서 작가가 선택한 방법은 철저히 ‘대화’로 회귀하는 것이다. 일찍이 바흐친(M. Bakhtin)은 소설을 두고서 ‘형식 창조적 이데올로기’의 속성을 지닌 양식으로 무수한 대화의 양상이자, 그 자체로 비종결의 장(場)이라 규정한 적이 있다. 그가 제시한 ‘대화적 서사’ 개념은 소설을 소통론적으로 규정하고자 하는 연구자들에게 굉장한 유혹으로 다가오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듣는 이와 말하는 이 사이의 동시적 소통[對話] 행위로서 소설적 대화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규명하기란 매우 어려운 과업이다. 바흐친 자신 역시 도스토옙스키의 소설만을 대화적 서사로 제시하지만, 지금의 독자에게 산문적 담론인 소설의 모든 것을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번 작품 속 천강월의 강의와 남아진의 상상적 대답 역시 바흐친이 찾던 대화적 서사의 한 양상일지도 모른다. 다성적(多聲的) 소설을 찾고자 한 번이라도 고심을 해봤던 독자라면 이번 소설을 통하여 작가 ‘우공’이 시도하고자 한 근본 뜻을 어림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중략)
― 호창수(서울대 강사, 문학평론가) 평설 중에서
■ 작품 속으로
“소설가는 이중적인 의미에서 비평가입니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일차적으로 인생의 비평입니다. 그리고 소설가는 자신의 내면에 비평가를 세워두고 있어야 합니다. 소설을 통해 의미를 창출하는 한편, 자신의 작품을 비판적 시각에서 검토할 줄 아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구체성이 떨어지는 이야기였다.
나는 전에 읽은 어떤 글을 떠올렸다. ‘문학은 인생의 비평이다.’ 어떤 평론가가 자기 평론집에다가 인용한 F.R. 리비스의 말이었다. 1932년이던가… 거의 한 세기 전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는 셈이었다. 소설에서 새로운 추구가 가능할까. 소설이 새롭다는 걸 전제한다면서…
“비평가들 밥 빌어먹겠네,” 누군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55~5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