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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46 |추천 0 | 2017.02.20. 09:32
百聯抄解(백년초해) 100.잠시 누웠다가
註) 纔攲復正은 잠시 누워 있다가 다시 제자리 돌아와 바르게 되어 있는 것이다. ******** 天空絶塞聞邊雁 천공절새문변안 하늘에는 멀리 북녘에서 돌아오는 기러기들의 울음소리 들리고 空:하늘 공, 絶:끊을 절, 塞:변방 새, 聞:들을 문, 邊:가 변, 雁:기러기 안 ********* 巷深人靜晝眠穩 항심인정주면온 골목길 깊은 곳에 인적이 고요하여 낮에 잠들기 그만인데 稻熟魚肥秋興饒 도축어비추흥요 벼는 익고 물고기는 살이 쪄서 가을의 흥취가 넉넉해라.
註) 巷深人靜은 골목길 양쪽으로 집이 즐비하고 길게 늘어선 곳에 사람들의 오고가지 않아 고요한 것이다. 晝眠穩은 낮에 잠이 들기가 좋다. 稻熟魚肥는 벼는 잘 익었고 물고기들은 살이 오른 것이다. 秋興饒는 가을의 흥취가 일어나기에 넉넉하다는 말이다. 《百聯抄解》필암서원본(筆巖書院本)은 여기까지 기재되어 있다. 巷:거리 항, 深:깊을 심, 靜:고요할 정, 晝:낮 주, 眠:잠잘 면, 穩:편안할 온 稻:벼 도, 熟:익을 숙, 肥:살찔 비, 饒:넉넉할 요 ********** 殘星數點雁橫塞 잔성수점안횡새 새벽별 드문드문 보이는데 북녘 기러기는 줄지어 날고 長笛一聲人倚樓 장적일성인의루 長笛의 한가락 곡조에 사람들은 누대에 기대어 조네.
註) 趙嘏(조하)가 지은〈長安晩秋〉시의 함련(頷聯)이다. 殘星數點은 새벽별이 드문드문 보이는 하늘을 말한다. 雁橫塞는 북녘 변방에서 온 기러기는 줄지어 날고 있는 모습이다. 長笛一聲은 긴 젓대를 갖고 불어대는 한가락 곡조이다. 人倚樓은 사람들이 누대에 기대어 눈을 감고 듣는 것이다. 장안의 늦가을 풍광을 노래한 시이다. 殘:남을 잔, 數:두어 수, 雁:기러기 안, 橫:가로 횡, 塞:변방 새, 笛:피리 적, 倚:기댈 의, 樓:다락(정자) 루 *********** 96. 대 그림자... 竹影掃階塵不動 죽영소계진불동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내는데 먼지는 일지 않고 月輪穿海浪無痕 월륜천해랑무흔 달빛은 바다를 뚫고 들어가는데 물결은 흔적이 없네. 註) 야부도천 선사(冶父道川禪師)가 읊은 화두송(話頭頌)이라고 《금강경오가해(金剛經吾家解》에는 실려 있는데, 月穿潭底水無痕으로 되어 있다. 竹影掃階는 대나무 그림자가 빗자루의 모습으로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섬돌을 쓸어내는 듯 하다고 한 것이다. 塵不動은 빗자루로 먼지를 쓸면 당연히 먼지가 일어나야 하는데, 먼지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 것이다. 月輪穿海은 둥근 달빛이 바다를 뚫고 들어감이다. 浪無痕은 달이 물을 뚫고 들어갔는데도 물결에는 흔적이 없다고 한 것이다. 또 이에 대한 유학자(儒學者)의 화답(和答)한 시, 水流任急境常靜 물이 급히 흘러가는데 주변은 항상 고요하고 花落雖頻意自閑 꽃이 자주 떨어진다 해도 마음은 언제나 한가롭네. 影:그림자 영, 掃:쓸 소, 階:섬돌 계, 塵:티끌 진, 輪:바퀴 륜, 穿:뚫을 천, 浪:물결 랑, 痕:흔적 흔 ************ 松間白雪尋巢鶴 송간백설심소학 소나무에 쌓인 하얀 눈은 둥지를 찾아드는 학인데 柳上黃金喚友鶯 류상황금환우앵 버들에 놓인 황금은 벗을 부르는 꾀꼬리들이런가. 註) 松間과 柳上의 間, 上은 명사에 붙는 조사로써 범위나 장소를 나타내는 조사이다. 松間白雪은 소나무에 눈처럼 쌓여있는 것을 가리킨다. 尋巢鶴은 둥지를 찾아온 학이니, 소나무위에 눈처럼 흰 것은 학이라고 말함이다. 柳上黃金은 버드나무에 걸린 황금이다. 喚友鶯은 벗을 부르는 꾀꼬리이니, 버드나무에 걸린 황금빛으로 빛나는 것은 바로 꾀꼬리라고 하는 것이다. 松:소나무 송, 尋:찾을 심, 巢:새집 소, 鶴:학 학, 喚:부를 환, 鶯:꾀꼬리 앵 ********** 綠楊有意簾前舞 록양유의렴전무 푸른 버들은 마음이 있어 주렴 앞에서 춤을 추고 明月多情海上來 명월다정해상래 밝은 달빛은 정이 많아 바다 위로 두둥실 떠오른다. 註) 綠楊有意는 봄이 되어 푸르게 물든 버들이 하늘거리면 흔드는 것을 마음이 있다고 하였다. 簾前舞는 주렴의 앞에서 춤을 추다. 明月多情은 밝은 달빛을 보려고 하는 자신의 마음을 아는 듯하여 정이 많다고 한 것이다. 海上來는 바다에서 떠오르는 달을 바라보는 것이다. 綠:푸를 록, 楊:버들 양, 簾:발 렴, 舞:춤출 무, 情:뜻 정 ********* 93. 꾀꼬리는... 鶯兒趂蝶斜穿竹 앵아진접사천죽 꾀꼬리는 나비를 따라 비스듬이 대숲을 헤치며 날고 蟻子拖蟲倒上階 의자타충도상계 개미는 벌레를 잡고 거꾸로 섬돌을 오르네. 註) 鶯兒와 蟻子의 兒, 子는 작은 것을 나타내는 조사이다. 꾀꼬리와 개미는 모두 몸짓이 작기 때문에 붙인 조사이다. 鶯兒趂蝶은 꾀꼬리가 나비를 뒤쫓아 날아다니는 것이다. 斜穿竹은 비스듬이 대숲을 가로질러 날아다니는 것을 대숲을 뚫고 날아다닌다고 하였다. 蟻子拖蟲은 개미가 벌레를 잡은 것이다. 倒上階는 개미가 물건을 얻으면 뒷걸음쳐서 옮겨가기 때문이다. 鶯:꾀꼬리 앵, 趂:뒤쫓을 진, 蝶:나비 접, 斜:비낄 사, 穿:뚫을 천, 蟻:개미 의, 拖:끌 타, 倒:넘어질 도, 階:섬돌 계 *********** 92. 뜰 가의... 庭畔竹枝經雪茂 정반죽지경설무 뜰 가의 대나무는 눈을 맞으면서도 무성하건마는 檻前桐葉望秋零 함전동엽망추령 난간 앞의 오동잎은 가을을 바라보며 떨어지는구나. 註) 庭畔은 뜰 가의 둔덕이 있는 곳이다. 竹枝經雪茂는 대나무의 가지가 눈을 맞았는데도 푸르름을 간직하여 무성하다는 것이니, 변치 않음을 나타낸 것이다. 檻前은 난간의 앞이다. 桐葉望秋零은 오동나무의 잎은 가을이 무르익지 않은 초가을이 접어들 때 이미 떨어짐을 말하여, 만물에 앞서서 가을을 나타냄을 표현한 말이다. 畔:두둑 반, 經:지날 경, 茂:무성할 무, 檻:난간 함, 桐:오동나무 동, 零:떨어질 령 螢飛草葉無煙火 형비초엽무연화 반딧불이 풀잎에서 날고 있으니 연기 없는 불이 났고 鶯囀花林有翼金 앵전화림유익금 꾀꼬리 꽃밭에서 지저귀니 날개달린 황금이 되었구나. 註) 螢飛草葉은 풀잎 사이로 날아다니는 반딧불이다. 無煙火는 연기가 없는 불이니, 반딧불은 불이라는 명칭은 있으나, 빛만 있고 연기는 없다는 말이다. 鶯囀花林은 꾀꼬리가 꽃밭에서 지저귀고 있는 것이다. 有翼金은 날개가 달린 금이니, 꾀꼬리가 노란빛을 갖고 있으면서 날아다니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螢:반딧불 형, 煙:연기 연, 鶯:꾀꼬리 앵, 囀:지저귈 전, 翼:날개 익 ******** 鳥去鳥來山色裏 조거조래산색리 새들은 푸른 산의 짙은 색을 누비며 날아가고 날아오는데 人歌人哭水聲中 인가인곡수성중 사람들은 강물소리 따라 노래를 부르며 또 울기도 한다네. 註) 唐 杜牧이 지은〈題宣州開元寺 水閣閣下 宛溪夾故人〉시의 함련(頷聯)이다. 鳥去鳥來는 새들이 날아가고 또 날아오는 것이다. 山色裏는 푸른 산 속을 누비고 날아다니는 것이다. 人歌人哭은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며 또 울기도 하는 것이다. 水聲中은 강물소리 따라 노래가 들려오는 것이다. 裏:속 리, 哭:울 곡 ********** 朝愛靑山褰箔早 조애청산건박조 아침에는 푸른 산을 사랑하여 주렴을 일찍 걷어 올리고 夜憐明月閉窓遲 야련명월폐창지 밤이면 밝은 달빛을 좋아하여 창문을 늦게 닫네. 註) 朝愛靑山은 아침이 되면 푸른 산의 경광을 사랑한다. 褰箔早는 주렴을 일찍 걷어 올리는 것이니, 이른 아침부터 발을 걷어 올리고 靑山의 경치를 감상하기를 좋아한다는 말이다. 夜憐明月은 밤이 되면 밝은 달을 완상하는 것을 좋아함이다. 閉窓遲는 창문을 천천히 닫는 것이다. 褰:걷을(접다) 건, 箔:발 박, 憐:불쌍할 련, 窓:창문 창, 遲:더딜 지 ************* 88. 달이 하늘에... 月掛靑空無柄扇 월괘청공무병선 달이 하늘에 걸려 있으니 자루가 없는 부채가 되었고 星排碧落絶珠纓 성배벽락절주영 별이 하늘에 널려 있으니 끈이 끊어진 진주와 같네 註) 月掛靑空은 달이 푸른 하늘 위에 두둥실 떠 있을 때이다. 無柄扇은 자루가 없는 부채이니, 만월(滿月)의 모양으로 된 부채가 하늘 위에 떠있다고 한 것이다. 星排碧落은 별들이 하늘이 펼쳐져있는 모습이니, 하늘을 가리켜 궁창(穹蒼) 벽공(碧空) 벽락(碧落) 벽천(碧天) 벽허(碧虛) 등이라고 한다. 絶珠纓은 絶纓珠와 같은 말이니, 끈이 끊어진 진주라는 뜻이다. 송광사본(松廣寺本), 박은용본(朴恩用本)은 絶纓珠로 되어 있는데, 無柄扇과 대구(對句)이므로 문법으로 보면 絶纓珠가 더 타당하다. 掛:걸 괘, 柄:자루 병, 扇:부채 선, 排:물리칠(늘어서다) 배, 碧:푸를 벽, 纓:갓끈 영 *********** 山靑山白雲來去 산청산백운래거 구름이 오고 가는대로 산은 푸르렀다 희어지고 人樂人愁酒有無 인락인수주유무 술이 있고 없는 데에 사람의 즐거움과 수심이 있네. 註) 山靑山白은 산이 푸른색으로 있다가 흰색으로 변하는 모양이다. 雲來去는 구름이 산위로 와서 덮을 때는 희게 변하고 지나갔을 때는 푸르게 바뀌는 것이다. 人樂人愁는 사람이 즐거운 마음으로 있다가 수심이 생기는 것이다. 酒有無는 술이 있으면 즐겁고 술이 없으면 수심이 드는 것이다. 愁:근심 수 *********** 山影倒江魚躍岫 산영도강어약수 산의 모습이 강에 거꾸로 비추니 고기들이 산봉우리에서 뛰어놀고 樹陰斜路馬行枝 수음사로마행지 나무 그림자가 길에 엇비슷이 드리우니 말이 나뭇가지를 밟으며 가네. 註) 山影倒江은 산의 모습이 물에 어리비치는 것이다. 魚躍岫는 실제 물속에서 노니는 물고기들이 어리비치는 풍경으로 인하여 산봉우리에서 노닐고 있다고 한 것이다. 樹陰斜路는 나무의 그림자가 비스듬히 길에 드리운 것이다. 馬行枝는 말이 길을 가면서 드리운 나무 가지의 그림자를 밟고 지나는 것을 나타내었다. 躍:뛸 약, 岫:산굴 수, 樹:나무 수, 陰:그늘 음, 斜:비낄 사 ********** 山頭夜戴孤輪月 산두야대고륜월 산마루는 밤새도록 외로운 둥근달을 머리에 이었고 洞口朝噴一片雲 동구조분일편운 골짜기 어귀는 아침이면 한조각 구름이 피워 오르네. 註) 山頭의 頭는 꼭대기를 뜻하므로 산마루이다. 夜戴는 밤새도록 머리에 이고 있는 것이다. 孤輪月은 달이 하나이므로 孤를 수식한 것이다. 洞口는 골짜기나 마을 어귀를 가리키는데, 이 장은 골짜기가 더 타당하다. 朝噴一片雲은 아침이 되면 구름이 골짜기마다 드리운 것을 뿜어냈다고 한 것이다. 戴:일 대, 孤:외고울 고, 輪:바퀴 륜, 噴:뿜을 분 *********** 螢火不燒籬下草 형화불소리하초 반딧불은 울타리 밑에 난 풀을 태우지 못하고 月鉤難掛殿中簾 월구난괘전중렴 초승달은 집안에 걸린 주렴을 걸기 어렵다네. 註) 螢火는 반딧불이다. 不燒籬下草는 반딧불은 불이라는 명칭을 갖고 있으나 울타리 아래에 난 풀을 태우지 못한다. 月鉤는 달이 갈고리가 진 것이니, 그믐달이나 초승달이다. 難掛殿中簾집에 드리운 주렴은 갈고리에 걸어서 매달아 놓지만 달은 갈고리가 졌어도 걸지는 못한다는 말이다. 螢:반딧불 형, 燒:사를(태우다) 소, 籬:울타리 리, 鉤:갈고리 구, 掛:걸 괘, 簾:발 렴 ********** 獨鞭山影騎驢客 독편산영기려객 나귀를 타고 가는 나그네는 홀로 산 그림자를 채찍질하고 閑枕松聲伴鶴僧 한침송성반학승 학과 노니는 스님은 한가로이 솔바람 소리 들으며 누웠네. 註) 나그네는 저녁이 되면 잠을 잘 곳을 정해야 하므로 발걸음을 빨리한다. 그러므로 나귀를 타고 가는 길손도 산의 그리자가 질 때가 되면 바삐 나귀를 채찍질하게 된다. 학은 항상 소나무에 앉으므로 학과 노니는 신선은 소나무 아래에서 솔바람 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한다. 獨:홀로 독, 鞭:채찍 편, 騎:말탈 기, 驢:나귀 려, 閑:한가할 한, 枕:베개 침, 伴:짝 반, 鶴:학 학, 僧:중 승 ********** 身立風端細柳態 신립풍단세류태 미인의 몸이 바람을 맞으니 가는 버들처럼 하늘거리고 眉臨鏡面遠山容 미림경면원산용 고운 눈썹이 거울을 대하니 먼 산마루의 모습과 같아라. 註) 아름다운 여성을 그리며 지은 시이다. 身立은 아름다운 여성이 서있는 모습이다. 風端은 바람이 불며 피부에 닿으므로 바람의 끝이라고 하였다. 細柳態는 몸매가 가는 버드나무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眉臨鏡面은 아름다운 눈썹을 한 미인이 거울을 보고 있는 것이다. 遠山容은 미인의 눈썹 모양이 멀리 있는 산마루의 모습과 같은 것이다. 端:바를 단, 態:모양 태, 眉:눈썹 미, 臨:임할 림, 鏡:거울 경 ********* 春光不老靑松院 춘광불로청송원 봄빛은 푸른 솔 우거진 집에서 시들지 않고 秋氣長留翠竹亭 추기장류취죽정 가을 기운은 푸른 대숲 정자에 오래 머무네. 註) 春光不老는 봄빛이 시들지 않음이다. 靑松院은 푸른 소나무가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집이다. 푸른 소나무는 봄이나 여름이나 항상 푸르므로 봄이 저물어도 봄빛은 줄어들지 않는다. 秋氣長留는 가을의 기운이 오랫동안 머물러 있는 것이다. 翠竹亭은 푸른 대나무가 우거진 정자이니, 대나무는 사철 푸르므로 가을이 저물어도 가을의 기운이 머물러 있다고 표현하였다. 留:머무를 류, 翠:푸를 취 春日鶯啼脩竹裏 춘일앵제수죽리 봄날의 꾀꼬리는 긴 대숲에서 지저귀는데 仙家犬吠白雲間 선가견폐백운간 신선 댁의 개는 구름 속에서 짖어대고 있네. 註) 杜甫가 지은 〈滕王亭子〉시의 함련(頷聯)이다. 春日鶯啼는 봄날에 꾀꼬리들이 지저귀는 것이다. 脩竹裏는 크게 자라난 대숲이다. 울창하게 우거진 대나무 숲에서 꾀꼬리들이 지저귀는 모습이다. 仙家犬吠는 신선 댁의 개가 짖어대고 있는 것이다. 白雲間은 하얀 구름이 드리운 곳이다. 옛날 淮南王이 道를 배우고 仙藥을 먹고서 온가족이 升天할 때 畜產들도 모두 신선이 되어 개는 天上에서 울고 닭은 구름 속에서 울었으니, 남아있는 仙藥을 먹고 함께 신선이 되었다는 故事가 있다. 鶯:꾀꼬리 앵, 啼:울 제, 脩:길 수, 裏:속 리, 吠:짖을 폐 *********** 閉門野寺松陰轉 폐문야사송음전 문을 닫은 시골의 절은 소나무 그림자만 옮겨가고 欹枕風軒客夢長 기침풍헌객몽장 베개를 베고 자는 바람 부는 집에 나그네 꿈은 길어라. 註) 蘇軾이 지은 〈病中遊祖塔院〉시의 함련(頷聯)이다. 閉門野寺는 대문을 닫아버린 시골의 절이다. 松陰轉은 소나무 그림자만 옮겨간다는 것이니, 찾아오는 사람이 없는 한가로움을 표현하였다. 欹枕風軒은 바람이 들어오는 집에 나그네가 베개를 베고 자는 모습이다. 客夢長은 나그네 꿈은 길다고 한 것도 역시 한가한 모습을 나타내는 말이다. 轉:구를 전, 欹:기울 기, 軒:집 헌 ********** 前澗飛流噴白玉 전간비류분백옥 집 앞의 냇물이 나는 듯 흐르니 하얀 옥을 뿜어내고 西峰落日掛紅輪 서봉락일괘홍륜 서산 봉우리에 지는 해는 붉은 바퀴를 걸어놓은 듯하네. 註) 前澗飛流는 집 앞에 흘러가는 냇물의 바닥이 돌로 이루어져 물이 위로 튀어 오르며 흐르므로 나는 듯이 흐른다고 하였다. 噴白玉은 돌이 물이 부딪쳐서 솟구치는 물방울이 하얀 옥이 튀어 오른다고 하였다. 西峰落日은 서산으로 넘어가는 낙조(落照)를 말한다. 掛紅輪은 지는 해는 붉으므로 붉은 바퀴를 서산에 걸어놓은 것 같다고 한 것이다. 澗:산골물(산골짜기) 간, 噴:뿜을 분, 掛:걸 괘, 輪:바퀴 륜 *********** 軒竹帶風輕撼玉 헌죽대풍경감옥 처마 끝의 대숲이 바람을 두르니 가벼운 옥이 부딪치고 山泉遇石競噴珠 산천우석경분주 산속의 샘물이 돌을 만나면 다투어 구슬을 뿜어내누나. 註) 軒竹은 집 가에 심어놓은 대나무이다. 帶風은 대나무가 바람을 맞이하여 흔들리는 모습을 대나무가 바람을 두르고 있다고 표현하였다. 輕撼玉은 가벼운 옥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나는 것이니, 대나무들이 부딪치는 소리에서 연상한 것이다. 山泉遇石은 산에서 흘러내는 샘물이 돌 틈 사이로 흐르는 것이다. 競噴珠는 물이 돌 틈으로 솟구쳐 나올 때에 맑은 물방울이 솟는 것을 표현하였다. 軒:처마 헌, 撼:흔들 감, 遇:만날 우, 噴:뿜을 분 ************* 雪裏高松含素月 설리고송함소월 눈 속에 큰 소나무는 밝은 달을 머금었고 庭前脩竹帶淸風 정전수죽대청풍 뜰 앞에 긴 대숲은 맑은 바람을 둘렀구나. 註) 雪裏高松은 늙고 큰 소나무가 눈 속에 서있는 모습이다. 含素月은 밝은 달이 소나무에 걸려 있는 모습이니, 소나무에 쌓인 눈과 어울려서 그림과 같은 풍경이 된 것이다. 庭前脩竹은 뜰 앞에 길게 자란 대나무이다. 帶淸風은 대나무가 맑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바람을 휘감고 서있는 것 같다는 표현이다. 裏:속 리, 脩:포(마르다, 길다) 수, 帶:띠(두르다) 대 春色每留階下竹 춘색매류계하죽 봄빛은 마냥 섬돌 밑 대나무에 머물러 있고 雨聲長在檻前松 우성장재함전송 빗소리는 길게 난간 앞의 소나무에 남아있네. 註) 春色은 봄에 나타나는 광경이다. 每留階下竹은 섬돌 아래에 있는 대나무에 언제나 머문다는 말이니, 그늘이므로 늦은 봄까지 죽순이 돋기 때문이다. 雨聲은 비가 내리는 소리이다. 長在檻前松은 난간 앞에 있는 소나무에 오래도록 빗소리가 남아 있다는 말이니, 솔잎에 묻어있는 빗방울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留:머무를 류, 階:섬돌 계, 檻:난간 함 ********* 糝逕楊花鋪白氈 삼경양화포백전 오솔길에 버들꽃이 떨어지니 하얀 융단을 펼쳐놓은 듯 點溪荷葉疊靑錢 점계하엽루청전 연잎은 냇물에 점을 찍어 푸른 동전을 쌓아 놓은 듯. 註) 杜甫가 지은 〈漫興〉시의 제 1, 2구이다. 糝逕楊花는 오솔길에 수양버들의 꽃이 떨어진 것이니, 糝:쌀가루(나물죽) 삼, 逕:소로 경, 鋪:펼 포, 氈:모전 전, 疊:거듭(겹쳐지다) 첩 ************ 垂柳綠均鶯返囀 수류록균앵반전 늘어진 버들이 짙푸를 때 꾀꼬리는 돌아와 지저귀고 羣林紅盡鴈廻聲 군림홍진안회성 숲에 붉은 단풍 모두 떨어지면 기러기 돌아와 우네. 註) 봄과 가을의 풍광을 대비하였다. 垂柳綠均은 늘어진 수양버들의 잎이 고르게 푸르러졌을 때이니, 봄이 깊은 것이다. 鶯返囀은 꾀꼬리들이 다시 돌아와 지저귀는 것이다. 羣林紅盡은 숲마다 붉은 단풍이 모두 떨어졌을 때이니, 가을이 저문 것이다. 鴈廻聲은 기러기들이 돌아와서 울고 있는 것이다. 垂:드리울 수, 均:고를 균, 鶯:꾀꼬리 앵, 返:돌아올 전, 囀:지저귈 전, 鴈:기러기 안 ************* 鬟揷玉梳新月曲 환삽옥소신월곡 쪽진 머리에 옥비녀를 꽂으니 굽은 초승달 같고 眼含珠淚曉花濃 안함주루효화농 눈에 구슬같은 눈물 머금으니 이슬 맞은 새벽 꽃이네. 註) 鬟揷玉梳는 쪽을 진 머리에 옥비를 꽂고 있는 모습이다. 新月曲은 초승달이 굽어있는 모습이다. 쪽을 짓고 그 위에 옥비녀를 껒고 있는 모습이 초승달처럼 위로 굽어 있음을 표현한 것이다. 眼含珠淚는 눈에 구슬같은 눈물이 그렁그렁 고여 있는 모습이다. 曉花濃은 새벽에 꽃이 이슬에 젖어 있는 모습이다. 꽃에 이슬이 맺혀있는 모습이 아리따운 아가씨의 눈에 눈물이 고인 것과 같다는 말이다. 鬟:쪽진 머리 환, 揷:꽂을 삽, 梳:빗 소, 曉:새벽 효, 濃:짙을 농 ********* 輕揭畵簾容乳鷰 경게화렴용유연 살짝 아름다운 주렴을 들어 새끼치는 제비를 용인하고 暗垂珠淚送情人 암수주루송정인 남몰래 주옥같은 눈물을 흘리며 정든 님을 전송하네. 註) 輕揭畵簾은 아름답게 장식한 주련을 조금 들어 올려놓는 것이다. 容乳鷰은 새끼를 치고 있는 제비들을 용인하여 받아들이는 것이다. 주렴을 모두 걷어 올리면 제비가 집을 지을 공간이 없게 되므로 조금 들어 올리는 것이다. 暗垂珠淚는 아리따운 아가씨가 남들 모르게 흘리는 눈물이다. 送情人은 정든 님을 전송하는 모습이다. 揭:높이들 게, 簾:발 렴, 鷰:제비 연, 垂:드리울 수 *********** 庭畔脩篁篩月影 정반수황사월영 뜰 가에 긴 대나무는 달 그림자 체질하듯 흔들리고 門前細柳帶霜痕 문전세류대상흔 문 앞의 가는 버들에는 서리 맞은 자국만 둘렀네. 註) 庭畔脩篁은 뜰 가 언덕에 심은 긴 대나무이다. 篩月影은 뜰에 비치는 달빛을 받은 대나무가 체질하듯이 흔들리는 것이다. 月影은 달이 물속에 비치거나 들창 안으로 비치는 모습을 뜻한다. 門前細柳는 대문 앞의 길가에 심어놓은 수양버들이다. 帶霜痕은 서리를 맞은 흔적만이 있는 것이니, 활엽수 대부분은 서리를 맞으면 잎이 떨어지지만 버들은 잎이 메마른 채 서리를 맞고도 매달려 있다. 畔:두둑 반, 脩:길(가늘다) 수, 篁:대숲 황, 篩:체 사, 帶:띠 대, 痕:상처 흔 *********** 香入珠簾花滿院 향입주렴화만원 향기가 주렴에 스며드니 꽃이 정원에 가득 피었고 色當金壁月生雲 색당금벽월생운 빛이 금벽을 마주하여 비치니 달이 구름에 가리네. 註) 香入珠簾은 주렴 사이로 향기가 들어오는 것이다. 花滿院은 정원에 꽃이 만발한 것이다. 色當金壁은 달빛이 아름답게 장식한 벽에 비치는 것이다. 月生雲은 달에 구름이 생겨난다는 것이니, 구름에 달빛이 가린다는 말이다. 簾:발 렴, 花:꽃 화, 壁:벽 벽 ************ 粧閣美人雙鬢綠 장각미인쌍빈록 나이가 어린 미인은 양쪽 귀밑머리가 푸르고 詠花公子一唇香 영화공자일순향 꽃을 읊는 공자는 말하는 입술마다 향기롭네. 註) 粧閣은 집에 있는 부녀자로 나이가 어린 사람을 칭한다. 나이가 어린 여자는 귀밑머리가 짙은 흑발인데, 이를 파랗다고 표현하였다. 詠花는 꽃을 읊는 것이니, 여성에게 수작을 잘하는 사람을 칭하는 말이기도 하다. 수작을 잘하는 사람은 말하는 표현들이 모두 듣기 좋은 말만 하므로 향기롭다고 한 것이다. 粧:단장할 장, 閣:누각 각, 鬢:귀밑털 빈, 詠:읊을 영 ********* 靑山遶屋雲生榻 청산요옥운생탑 푸른 산이 집을 에둘러 있으니 구름이 평상에서 일고 碧樹低窓露滴簾 벽수저창로적렴 푸른 나무가 창문에 나직하니 이슬이 주렴에 맺히네 註) 靑山遶屋은 푸른 산이 집을 에둘러 있는 모습이니, 높은 곳에 집이 있는 것이다. 雲生榻은 깊고 높은 산 속이므로 평상아래에서 구름이 피어난다고 한 것이다. 碧樹低窓은 높은 곳에 있는 집이므로 창문이 나무들보다 높이 있는 것이다. 露滴簾은 문에 걸린 주렴에 이슬이 방울방울 맺혀있는 모습이다. 遶:두를 요, 榻:걸상 탑, 滴:물방울 적, 簾:발 렴 ********** 山月入松金破碎 산월입송금파쇄 산 위 달빛이 솔숲에 드니 금빛이 부서지는 듯하고 江風吹水雪崩騰 강풍취수설붕등 강에 바람이 수면으로 부니 흰 눈이 오르락내리락
破:깨뜨릴 파, 碎:부술 쇄, 吹:불 취, 崩:무너질 붕, 騰:오를 등 ******** 村逕遶山松葉滑 촌경요산송엽활 산을 휘도는 마을의 오솔길에는 솔잎이 매끄럽고 柴門臨水稻花香 시문임수도화향 논의 물을 굽어보는 사립문에는 벼꽃이 향기롭네
逕:소로(좁은길) 경, 遶:두를(에워싸다) 요, 滑:미끄러울 활, 柴:섶 시, 稻:벼 도 *************** 064 돌을... 拂石坐來衫袖冷 불석좌래삼유랭 돌을 닦아내고 앉아 있으니 소매에 냉기가 스며들고 踏花歸去馬蹄香 답화귀거마제향 꽃을 밟으며 돌아오니 말발굽에 향기가 배어있네
헌선도(獻仙桃)의 반주 음악으로 쓰던 당악의 하나이다. 돌을 닦아내고 앉아 있어도 그 돌의 냉기는 쓸어내지 못하므로 소매에 스며든다. 말을 타고 꽃을 밟으며 돌아오면, 꽃이 지금 없어도 그 향기가 말발굽에 스며들게 된다. 拂:떨칠 불, 衫:적삼 삼, 袖:소매 유, 踏:밟을 답, 蹄:굽 제 ************ 風引鍾聲來遠洞 풍인종성래원동 바람은 종소리를 이끌고 먼 마을에서 찾아오고 月驅詩興上高樓 월구시흥상고루 달빛은 詩興을 몰아서 높은 누대를 오르게 하네.
來遠洞은 먼 마을에서부터 들려온다고 하였고, 月驅詩興은 달빛이 환히 비출 때 시를 지으려는 마음이 생기는 것을 가지고 달이 시흥(詩興)을 몰아온다고 하였다. 上高樓는 시흥이 절로 생겨 누대에 올라오도록 만드니, 많은 곳을 보고 시를 짓는 마음을 표현하였다. 驅:몰 구, 樓:다락 루 *********** 花塢題詩香惹筆 화오제시향야필 꽃이 핀 언덕에서 시를 지으니 향기가 붓 끝에 머물었고 月庭彈瑟冷侵絃 월정탄슬랭침현 달밝은 뜰에서 비파를 뜯으니 냉기가 줄 속에 스며들었네
붓에서 머문다는 것은 꽃을 노래하는 것을 나타낸다. 月庭彈瑟은 달빛이 비치는 뜰에서 거문고를 연주하는 것이다. 冷侵絃은 차가운 달빛이 거문고의 줄 속에 스며들며 들듯이 차게 느껴진다는 표현이다. 塢:언덕 오, 題:적을 제, 惹:이끌 야(가벼울 약), 彈:퉁길 탄, 瑟:거문고 슬 *********** 露凝垂柳千絲玉 로응수류천사옥 늘어진 버들가지 이슬이 맺히니 가지마다 옥이 걸렸고 日映長江萬頃金 일영장강만경금 드넓은 강물에 햇빛 비치니 물결마다 금빛이 반짝이네
버들가지에 엉긴 이슬이 햇빛을 받으니 마치 옥들이 매달린 것 같다. 日映長江은 햇볕이 큰 강물에 비쳐서 반사되는 광경이다. 萬頃金은 물결마다 햇볕이 반사가 되는 모습이 금빛처럼 반짝인다. 凝:엉길 응, 映:비칠 영, 頃:이랑 경 ********** 石床潤極琴絃緩 석상윤극금현완 돌 평상이 몹시 눅눅할 때 거문고 줄이 느슨하고 水閣寒多酒力微 수각한다주려미 강가 누대가 매우 추울 때 술기운이 약해지네
평상이 흐린 날씨에 따라 매우 눅눅하게 된 것이다. 琴絃緩은 거문고의 줄이 습기에 젖어 눅눅하게 늘어져있는 것이다. 水閣寒多는 강물 곁에 있는 누각은 더욱 추위를 느끼는 곳인데 날씨마저 매우 추운 것이다. 酒力微는 날씨가 추워지면 술을 조금 먹어도 취하게 되므로 주력(酒力)이 약하게 된다. 潤:젖을 윤, 極:다할 극, 琴:거문고 금, 絃:시위 현, 緩:느슨할 완, 微:작을 미 松含雪裏靑春色 송함설리청춘색 소나무는 눈 속에서 푸른 봄빛을 머금었고 竹帶風前細雨聲 죽대풍전세우성 대나무는 바람을 맞으며 가랑비 소리를 내네.
눈 속에서 홀로 푸르른 빛을 지니고 있는 것에서 봄의 푸른빛을 연상하였다. 帶는 허리에 두르는 것이므로 바람이 대나무를 휘감고 지나는 것을 역설로 말하였다. 바람이 대나무를 휘감으면 가랑비가 오는 소리가 난다. 裏:속 리, 帶:띠 대, 聲:소리 성 ********* 松作洞門迎客盖 송작동문영객개 소나무는 마을 어귀에서 손님을 맞는 日傘이 되었고 月爲山室讀書燈 월위산실독서등 달빛은 산골 집에 책을 읽도록 밝히는 등불이 되었네
등불과 같다고 한 것이다. 일산은 사람을 햇빛으로부터 가려주고, 등불은 책을 비춰주는 용도로 쓰이는 점에 착안하였다. 盖:덮을 개
《推句》 松作迎客蓋 소나무 밑은 손님을 맞는 차일이 되었고 月爲讀書燈 달은 글을 읽도록 밝혀주는 등불이 되었네 *********** 春庭亂舞尋花蝶 춘정난무심화접 夏院狂歌選柳鶯 화원광가선류앵 봄날 뜰에 어지러이 춤을 추는 것은 꽃을 찾는 나비 일러라 여름 뜨락에서 크게 노래하는 것은 버들가지 가리는 꾀꼬리라네
춤을 추고 있는 것이다. 尋花蝶은 꽃을 찾아 날아다니는 나비이다. 夏院狂歌는 여름의 고요한 뜨락에서 크게 지저귀는 것을 가리킨다. 選柳鶯은 버들가지에 사는 벌레를 잡으려고 이리저리 누비고 날아다니는 꾀꼬리가 마치 나뭇가지를 골라 가리는 것 같다고 하였다. 舞:춤출 무, 尋:찾을 심, 選:가릴 선, 鶯:꾀꼬리 앵 ********* 春鳥弄春春不怒 춘조롱춘춘불노 봄새가 봄을 희롱해도 봄은 성내지 않고 曉鷄唱曉曉無言 효계창효효무언 새벽닭이 새벽을 노래해도 새벽은 말이 없네.
총칭한다. 弄春은 봄에 새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지저귀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春不怒은 봄이 새들의 울어대는 소리를 시끄럽다고 역정을 내지 않는다고 한 것이다. 曉鷄는 새벽에 울어대는 닭을 가리킨다. 唱曉은 새벽을 깨우쳐 우는 것이다. 曉無言은 닭들이 새벽을 시끄럽게 해도 새벽은 노하여 말하지 않음이다. 弄:회롱할 롱, 怒:성낼 노, 曉:새벽 효 ********** 雨晴海嶠歸雲嫩 우청해교귀운눈 비 개인 바닷가 절벽에 구름이 어우러져 곱기만 하고 風亂山溪落葉嬌 풍란산계락엽교 바람이 부는 산골짜기에 떨어진 낙엽이 아리따워라
비가 개이고 나면 구름이 오고가며 움직이므로 歸雲이라 하였고, 바닷가 절벽에 걸쳐있는 풍광이 아름다우므로 嫩이라고 하였다. 風亂山溪는 바람이 산골짜기에서 한 방향으로만 불지 않고 이리저리 불기 때문에 亂이라 하였다. 落葉嬌는 바람에 떨어진 단풍잎들이 아름답다고 한 것이다. 晴:갤 청, 嶠:산길 교, 嫩:예쁠(어리다) 눈, 嬌:아리따울 교 ********* 十里松陰濃滿地 십리송음농만지 십리에 걸쳐 솔 그림자 땅에 가득 짙은데 千重岳色翠浮天 천중악색취부천 겹겹이 산마루는 푸른빛이 하늘에 떠있네
소나무 그늘이다. 濃滿地는 소나무 그림자가 짙게 땅에 드리운 것이니, 울창함을 표현하는 말이다. 千重岳色은 바위로 이루어진 산마루가 겹겹이 솟은 것을 가리킨다. 翠浮天은 짙푸른 수목의 빛이 마치 하늘에 떠있듯이 맞닿았다는 말이다. 濃:짙을 농, 岳:큰 산 악, 翠:비취색 취 ********** 珠簾半捲迎山影 주렴반권영산영 아름다운 주렴을 반쯤 걷으니 산 그림자 맞이하고 玉牖初開納月光 옥유초개납월광 아름답게 꾸민 창문을 막 열었더니 달빛이 들어오네
주렴에 들어오는 것을 맞이하는 것이다. 山影은 산의 모습이라는 뜻도 있으나, 대구(對句)에서 달빛을 말함으로 미루어 산의 그림자라고 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 玉牖는 아름답게 장식을 한 창문이다. 初開는 창문을 열자마자를 뜻한다. 納月光은 달빛이 방안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簾:발 렴, 捲:말 권, 牖:들창 유, 納:들일 납 ************ 垂柳一村低酒旆 수류일촌저주패 버드나무 늘어진 마을에는 주막 깃발 나직하게 달고 平沙兩岸泊魚舟 평사양안박어주 평평한 모래사장 양쪽 강가에는 고깃배들이 매어있네
低酒旆는 주막의 깃발이 낮게 걸려 있는 것이니, 버드나무가 가리기 때문에 나직하게 다는 것이다. 平沙兩岸은 강물의 이쪽 저쪽에 평평한 백사장이 펼쳐져 있으므로 兩岸이라고 표현하여 一村과 대비하였다. 泊魚舟는 고깃배들을 백사장에 정박한 것이다. 柳:버들 류, 旆:깃발 패, 岸:언덕 안, 泊:머무를 박 修竹映波魚怯釣 수죽영파어겁조 긴 대나무 물결에 비치니 물고기는 낚싯대인가 두려워하고 垂楊俠道馬驚鞭 수양협도마경편 늘어진 수양버들 길가에 나풀대니 말들은 채찍인가 놀라네
魚怯釣은 물에 비친 긴 대나무를 보고 물고기들이 낚싯대인줄 알고 겁을 내는 것이다. 垂楊은 가지가 늘어진 버들이다. 俠道는 挾道와 같으니, 길 양옆에 줄지어 서있는 것이다. 馬驚鞭은 길가에 줄지어 늘어뜨린 가지를 보고 말이 채찍인줄 알고 놀란다는 뜻이다. 修:길(닦을) 수, 映:비칠 영, 怯:두려울 겁, 垂:드리울 수, 俠:낄 협, 鞭:채찍 편 ********* 池中荷葉魚兒傘 지중하엽어아산 못에 드리운 연잎은 물고기의 日傘이 되었고 梁上蛛絲鷰子簾 양상주사연자렴 들보에 쳐진 거미줄은 제비들의 주렴이 되었네
장소를 뜻할 때 쓰는 계사(繫辭)이다. 荷葉은 연잎이니, 못의 수면 위를 덮은 듯이 햇볕을 가린다. 魚兒와 鷰子의 兒, 子는 물고기의 새끼나 제비의 새끼를 뜻하지 않고 작은 것을 뜻하는 조사이다. 傘은 일산(日傘)이다. 梁上蛛絲는 들보에 둘러쳐져 있는 거미줄을 가리킨다. 簾은 주렴을 쳐 놓듯이 거미줄이 쳐져 있다고 표현한 것이다. 傘:우산 산, 梁:들보 량, 蛛:거미 주, 鷰:제비 연, 簾:발 렴 ********** 月鉤蘸水魚驚釣 월고잠수어경조 달이 갈고리 져서 물에 잠기니 물고기는 낚시인양 놀라고 烟帳橫山鳥畏羅 연장횡산조외라 물안개가 산허리를 가로 지르니 새는 그물인듯 두려워하네
말이니, 물속에 잠긴다는 뜻이며, 魚驚釣는 물고기들이 굽은 달을 보고서 낚시인줄 알고서 놀란다고 한 것이다. 烟帳은 물안개가 장막처럼 둘러쳐져 있는 것을 표현하였다. 橫山은 산허리를 가로지르다는 뜻이며, 鳥畏羅는 새들이 가로쳐진 물안개를 보고 그물을 친줄 알고 두려워한다고 한 것이다. 鉤:갈고리 구 蘸:물에 담글 잠, 釣:낚시 조, 帳:장막 장, 橫:가로 횡, 羅:펼칠 라 ********* 風驅江上羣飛鴈 풍구강상군비안 바람은 강물 위에 떼지어 나는 기러기를 몰아오고 月送天涯獨去舟 월송천애독거주 달님은 아득히 저멀리 홀로 가는 나룻배를 전송하네
가을에 강물 위로 떼를 지어 날으는 기러기들을 보고 가을바람이 몰고 왔다고 표현하였다. 天涯는 하늘 끝이나 아득히 멀리 떨어진 것을 나타내니, 아득히 멀리 떠나가는 배를 가리킨다. 홀로 멀리 떠나가는 배를 전송하는 사람이 없는데 달빛만 외로이 전송하고 있다고 한 것이다. 驅:몰 구, 羣:무리 군, 鴈:기러기 안, 涯:물가 애
《推句》 風驅群飛雁 바람은 무리로 날아가는 기러기를 몰아오고 月送獨去舟 달은 홀로 가는 배를 전송하도다. ********** 紅顔淚濕花含露 홍안루습화함로 고운 얼굴이 눈물에 젖으니 꽃이 이슬을 머금은 듯 素面愁生月帶雲 소면수생월대운 하얀 얼굴에 수심이 드니 달이 구름을 두른 듯하네
淚濕은 눈물이 얼굴을 적시고 있는 모습을 가리킨다. 花含露는 붉은 꽃이 이슬에 젖은 모습이니, 젊고 아리따운 여인이 눈물에 젖은 모습에서 연상한 것이다. 素面은 젊고 하얀 얼굴에 화장을 하지 않은 모습이다. 愁生은 얼굴에 수심이 나타남이다. 月帶雲은 구름이 달을 가리는 것을 달이 구름을 두르고 있다고 표현한 것이다. 濕젖을 습, 愁:근심 수, 帶:띠 대 *********** 白躑蠋交紅躑蠋 백척촉교홍척촉 하얀 철쭉은 붉은 철쭉과 뒤섞여 피어있고 黃薔薇對紫薔薇 황장미대자장미 노란 장미는 붉은 장미와 마주보고 피었네
躑躅은 철쭉꽃을 가리키는데, 붉은 철쭉과 흰 철쭉이 뒤섞여 피어있는 것을 가지고 색깔을 대비하였다. 交는 뒤섞여 있음을 나타낸다. 장미꽃도 노란 장미와 붉은 장미가 뒤섞여 피어 있으나 對를 사용하여 마주보고 있다고 표현을 달리하였다. 躑:철쭉꽃, 머뭇거릴 척, 蠋:나비애벌레 촉, 交;사이 교, 薔:장미 장, 薇:장미 미 ********** 白雲斷處見明月 백운단처견명월 하얀 구름이 개어 있는 곳에 밝은 달이 보이고 黃葉落時聞擣衣 황엽락시문도의 노란 단풍이 떨어질 때 다듬이 소리가 들려오네
대비시키면서 은연중에 가을임을 드러내었다. 斷處는 구름이 개인 부분을 가리키니, 그곳에서 밝은 달을 볼 수 있다. 낙엽이 떨어지는 시기가 되면 겨울이 다가오므로 집집마다 겨울에 입을 옷을 만들기 위해 옷을 다듬질 하는 소리가 들린다. 斷:끊을 단, 擣:찧을 도 ********** 白鷺下田千點雪 백로하전천점설 하얀 해오라기 전지에 내려앉으니 점점이 눈처럼 희고 黃鶯上樹一枝金 황앵상수일지금 노란 꾀꼬리 나무에 오르니 가지에 노란 금빛이 열렸네
올라앉은 모습을 대비시켰다. 千點은 해오라기들이 수없이 많이 앉아있는 모습이고 一枝는 나무에 앉은 한 마리 꾀꼬리를 나타내는 표현이다. 雪은 해오라기 흰 것을 보고 눈을 연상한 것이며 金은 꾀꼬리의 빛깔이 노란 것에서 연상한 것이다. 鷺:해오리기 로, 鶯:꾀꼬리 앵
《推句》 白鷺千點雪 하얀 해오라기 점점이 하얀 눈 같은데 黃鶯一片金 노란 꾀꼬리는 한조각의 황금과 같도다. ************ 千竿碧立依林竹 천간벽립의림죽 수없이 푸르게 서있는 것은 숲에 의지해 있는 대나무요 一點黃飛透樹鶯 일점황비투수앵 한 점 노랗게 날아다니는 것은 나무 사이의 꾀꼬리로다
註) 千竿은 천개의 대나무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많은 대나무들을 총칭하는 대수(大數)이다. 千의 상대로 一을 사용하였으니, 一點은 한 마리의 꾀꼬리만 지칭하지 않고 적은 수효를 나타낸다. 碧과 黃으로 색을 대칭하고 立은 움직이지 않음을 飛는 생동감 있게 날아다님을 표현하여 靜動을 나타내었다. 竿:장대 간, 碧:푸를 벽, 透:사무칠 투, 鶯:꾀꼬리 앵 ********* 柳爲翠幕鶯爲客 류위취막앵위객 버드나무 푸른 장막을 치니 꾀꼬리가 손님이 되고 花作紅房蝶作郞 화작홍방접작랑 꽃이 신방을 꾸미니 나비가 신랑되어 찾아 드는구나
마치 장막을 친 것과 비슷하므로 翠幕이라고 하였다. 장막을 쳐 놓은 것은 손님을 맞기 위한 것이므로 꾀꼬리가 손님이라고 한 것이다. 紅房은 신랑신부가 깃드는 신방(新房)을 이르니, 꽃이 피어있는 모습이 화사하므로 이곳에 들고나는 나비들이 신랑이 되었다고 하였다. 爲와 作은 같은 말이다. 翠:비취 취, 幕:장막 막, 鶯 :꾀꼬리 앵, 蝶:나비 접, 郞:사내 랑
《推句》 柳幕鶯爲客 버드나무 우거져 장막이 된 곳에 꾀꼬리가 손님이 되고 花房蝶作郞 꽃이 피어 신방(新房)이 되니 나비가 신랑이 되었도다. ********* 野色靑黃禾半熟 야색청황화반숙 들녘이 푸르면서 누런 것은 벼가 반쯤 익었기 때문이요 雲容黑白雨初晴 운용흑백우초청 구름이 검으면서 흰 것은 비가 막 개었기 때문이라네
색이나 모습을 나타낼 때 사용된다. 野色은 들에 나타난 풍경과 아울러 벼의 색깔을 가리키며 雲容은 구름의 빛깔을 나타낸다. 靑黃은 靑而黃이니, 푸르면서도 누렇게 된 것이다. 벼가 반쯤 익었을 때는 푸르면서 누른 빛을 띠고 비가 막 개었을 때 구 름은 검으면서도 하얀 빛을 띠고 있다. 熟:익을 숙, 晴:갤 청 *********** 春前有雨花開早 춘전유우화개조 봄이 오기에 앞서 비가 내리니 일찍 꽃들이 피어나고 秋後無霜葉落遲 추후무상엽락지 가을이 지나도 서리 오지 않으니 늦게 잎이 떨어지네
부고가 묻고 다음은 아이가 답하였다고 하는데, 아이의 성명은 전하지 않는다. 봄이 오지 않았어도 비가 내리면 날씨가 포근해지므로 꽃들이 일찍 피게 된다. 가을이 되어 서리가 오면 그 때부터 겨울에 접어드는 것이지만 서리가 내리지 않으면 겨울에 접어들었어도 단풍잎이 더디 떨어지게 된다. 早:일찍 조, 遲:더질 지
春前有雨花開早 봄이 오기에 앞서 비가 내리니 일찍 꽃들이 피어나고(副考大人) 秋後無霜葉落遲 가을이 지나도 서리 오지 않으니 늦게 잎이 떨어지네.(採童) 東山雲起西山碧 동산에 구름이 피어오르니 서산이 푸르게 우거지고(副考大人) 墻內花開墻外香 담장에 꽃이 피니 담장 밖에까지 향기가 풍겨오네.(採童) 有意栽花花不放 마음을 잡고 꽃을 심었는데 꽃은 흩어지지 않고(副考大人) 無心插柳柳多垂 무심히 버들을 꽂았는데 버들은 대부분 늘어지네.(採童) 年年月月花相似 해마다 달마다 피는 꽃은 비슷한데(副考大人) 處處天天事不同 곳곳마다 날마다 일어나는 일은 다르다네.(採童) 山含落照屛間畵 산함락조병간화 산이 지는 노을 머금으니 병풍 속의 그림 같은데 水泛殘花鏡裏春 수범잔화경리춘 강에 꽃잎들이 두둥실 떠가니 거울 속의 봄일러라
그려진 그림과 같다는 말이다. 間은 시간과 공간, 장소에 두루 쓰이는 조사(助辭)이다. 水는 강물을 가리킨다. 殘花는 지고 남아있는 꽃이나 이미 떨어진 꽃을 가리키니, 여기서는 강물에 떨어진 꽃잎들이 두둥실 떠가는 모습이 물이 거울이 되어 꽃을 반사시켜 주는 것을 묘사하였다. 含:머금을 함, 屛:병풍 병, 泛:뜰 범, 물소리 핍, 엎을 봉, 殘:남을 잔 ************ 龍歸曉洞雲猶濕 룡귀효동운유습 용이 새벽에 동천으로 돌아오니 구름이 아직도 젖어있고 麝過春山草自香 사과춘산초자향 사향이 봄에 산을 지나가니 풀들이 절로 향기가 나네
돌아갔으나, 타고 온 구름은 아직까지 젖어있다고 한 것이다. 사향노루는 사향의 향기가 나는 노루인데, 봄에 사향노루가 지나간 곳은 풀들이 저절로 향기를 지니게 된다. 曉:새벽 효, 猶:오히려 유, 濕:젖을 습, 麝:사향노루 사
*栗谷先生在世 如龍之歸洞 沒世 如麝之過山 所留者 名耳《大東奇聞》 율곡 선생이 어려서 꿈에 상제(上帝)를 뵙고 금으로 된 족자 하나를 받았다. 열어보니, 아래와 같은 시구가 있었다. 龍歸曉洞雲猶濕 용은 새벽에 동천으로 돌아갔으나 구름은 아직도 젖었고 麝過春山草自香 사향노루는 봄에 산을 지나갔으나 풀들은 절로 향기롭다 이것을 들은 여러 사람들이 기이한 조짐이라 하였다. 선생이 작고한 다음에야 식자들은 비로소 그것이 상서롭지 못한 것임을 알았다. 용이 돌아간다, 사향노루가 지나간다 한 것은 빨리 죽을 조짐이요, 구름이 젖고 풀이 향기롭다 한 것은 그가 남긴 혜택과 이름만이 홀로 남게 될 것을 가리킨 말이다. 대현(大賢)의 일평생은 하늘이 이미 정한 바가 있으니, 한탄스러울 따름이다. ********* 風飜白浪花千片 풍번백랑화천편 바람이 흰 물결을 뒤척이니 조각조각 꽃잎이요 雁點靑天字一行 안점청천자일행 기러기는 푸른 하늘에 점점이 날며 一字로 가네
註) 白居易의 〈江樓晩眺 景物鮮奇 吟翫成篇 寄水部張籍員外〉시에서 대련을 초출한 것이다. 석양을 맞고 있는 江樓에서 일어나는 경치를 읊은 시임을 전제(前提)하여야 해석이 된다. 바람이 맑은 물결을 뒤집어 놓으면 물결마다 석양의 붉은 햇빛을 반사시키므로 조각조각이 꽃잎처럼 붉게 된다. 靑天은 白浪과 對句로 靑天이라고 했는데 맑은 하늘을 뜻한다. 기러기가 석양 무렵 一字로 날아가는 것을 표현하였다. 飜:뒤집을 번, 浪:물결 랑, 雁:기러기 안 ********** 池邊洗硯魚呑墨 지변세연어탄묵 못 가에서 벼루를 씻으니 물고기가 먹을 삼키고 松下烹茶鶴避烟 송하팽다학피연 솔 아래서 차를 끓이니 학들이 연기를 피하는구나
씻게 되면 먹물이 못물을 흐리게 만들므로 그곳에 살고 있는 물고기들이 먹물을 삼키게 된다. 문인화에 대부분 차를 끓이는 곳은 소나무 아래인데, 이 소나무는 학이 깃드는 곳이므로 올라오는 연기를 위에 있는 학들이 피한다는 뜻이다. 邊:가 변, 硯:벼루 연, 呑:삼킬 탄, 烹:삶을 팽
《推句》 洗硯魚呑墨 벼루를 씻으니 물고기는 먹물을 삼키고 烹茶鶴避煙 차를 끓이니 학은 연기 피하여 날아가네 ********** 水鳥有情啼向我 수조유정제향아 물새들은 마음이 있는지 나를 보고 울어대고 野花無語笑征人 야화무어소정인 들꽃들은 말도 없이 나그네를 웃으며 보내주네
물새들이 나를 보고 울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들에 핀 꽃은 심은 사람이 없으므로 사람들과 오고가는 대화가 없지만 길을 가는 나그네를 보고 웃으며 전송한다고 느끼는 것이다. 啼:울 제, 征:갈 정 *********** 江樓鷰舞知春暮 강루연무지춘모 강변 누각에 제비들이 춤을 추니 봄이 저문 줄 알겠고 壟樹鶯歌想夏天 롱수앵가상하천 밭두둑 나무에 꾀꼬리 울어대니 여름인줄 알겠어라
음력 삼짇날을 가리키니, 이때는 봄이 저물어가는 시절이다. 壟樹는 언덕 위에 있는 나무를 말하는데 꾀꼬리와 어울리는 나무는 버드나무이니, 버드나무가 울창하게 우거졌을 때는 여름이 된 것이다. 鷰:제비 연, 舞:춤출 무, 暮:저물 모, 壟:밭두둑 롱, 鶯:꾀꼬리 앵 ********** 033 밤이 깊은... 更深嶺外靑猿嘯 경심령외청원소 밤이 깊은 고개 너머에 푸른 원숭이 울어대고 煙淡沙頭白鷺眠 연담사두백로면 안개 옅은 백사장에는 흰 해오라기 졸고 있네
嶺外는 해석할 때는 ‘고개 밖’이라든지 ‘고개 너머’라고 하지만 ‘고개에는’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 靑猿은 白鷺와 같이 색으로 수식한 것이다. 嘯는 울부짖다는 뜻이며, 煙淡은 옅은 물안개가 강가에 드리운 것이다. 沙頭는 백사장을 가리키니, 頭는 명사를 수식하여 장소나 범위를 가리키니, 街頭 ․ 念頭와 같은 용례(用例)이다. 更:밤 경, 猿:원숭이 원, 嘯:울 소, 鷺:해오라기 로, 眠:잠잘 면 ********** 山影入門推不出 산영입문퇴불출 산 그림자 문에 들어오기에 밀어내도 나가지 않고 月光鋪地掃還生 월광포지소환생 달빛이 땅에 펼쳐져 있어 쓸어내도 또 생기는구나
이를 대문 안으로 들어온다고 표현한 것이다. 推를 밀어내는 뜻으로 쓸 때는 음이 ‘퇴’이니, 산의 그림자를 대문 밖으로 밀어내는 것이다. 不出은 대문 밖으로 나가지 않는 것이다. 月光은 달에서 비추는 빛을 말한다. 鋪地는 땅에 달빛이 펼쳐져 있는 것이다. 還은 又의 뜻이니, 쓸어내도 다시 생겨나는 것이다. 推:밀 퇴(추), 鋪:펼 포, 還:돌아올 환
《推句》 山影推不出 산 그림자는 밀어내도 나가지 않고 月光掃還生 달빛은 쓸어내도 다시 생기는구나 ********** 竹芽似筆難成字 죽아사필난성자 대 싹은 붓처럼 생겼어도 글자를 쓰지 못하고 松葉如針未貫絲 송엽여침미관사 솔 잎은 바늘처럼 뾰족해도 실을 꿰지 못하네
竹芽는 죽순(竹筍)이니 그 모습이 붓과 비슷하지만 글자를 쓰지는 못한다. 成字는 書字와 같은 뜻이니, 글자를 쓴다는 뜻이다. 難은 어렵다는 뜻이나 실제로는 없다[無]는 뜻이다. 松葉은 바느질하는데 쓰는 바늘과 모습은 같지만 바늘의 용도인 실을 꿰지는 못하는 것이다. 難:어려울 난, 貫:꿸 관, 絲:실 사 *********** 竹筍初生黃犢角 죽순초생황독각 죽순이 돋아날 때는 누런 송아지 뿔처럼 보이고 蕨芽已作小兒拳 궐아이작소아권 고사리 싹이 나오면 어린아이 주먹을 쥔 듯 하구나
같은 글자이다. 죽순이 땅에서 돋아나는 모습은 송아지의 뿔이 돋은 것과 그 모습이 흡사하고, 고사리가 땅에서 솟아 아직 잎이 펴기 전에는 마치 어린아이가 주먹을 쥔 것 같은 형상을 갖고 있다. 식물이 돋아서 나올 때의 모습을 갖고 동물의 모습을 형상하는 비유법으로 이루어진 대련이다. 筍:죽순 순, 犢:송아지 독, 蕨:고사리 궐, 芽:싹 아
〈春陽 〉 봄볕 黄庭坚 (1045-1105) 宋詩人. 字鲁直 自号山谷道人,晚号涪翁,江西人 英宗治平 進士。蘇軾門人.
竹筍初生黃犢角 죽순이 막 돋아날 때는 누런 송아지 뿔처럼 보이고 蕨芽已作小兒拳 고사리 싹이 나오면 어린아이 주먹을 쥔 듯하다네. 試尋野菜炊香飯 들에 나는 야채를 뜯어와 향기나는 밥을 지으니 便是江南二月天 바로 강남의 2월의 날씨와 같네.
《推句》 竹筍黃犢角 대나무 순은 누렁송아지 뿔과 같고 蕨芽小兒拳 고사리 싹은 어린아이 주먹과 같도다. ************ 靑菰葉上凉風起 청고엽상량풍기 푸른 줄 잎 위로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데 紅蓼花邊白鷺閑 홍료화변백로한 붉은 여뀌 꽃 주변에 하얀 해오라기 한가롭네
조사(助辭)이다. 바람이 반드시 부들 잎 위로만 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上자를 놓은 것이며, (버들)여뀌 꽃이 핀 주변에 있는 백로만이 한가로운 것이 아니지만 편의로 邊자를 놓은 것이다. 凉風은 대체로 西風을 가리키니, 가을 바람을 뜻하므로 白鷺와 짝을 이룬다. 또 여뀌의 꽃은 늦가을에 피는 것이니, 가을의 강 주변의 풍경을 읊은 것이다. 菰:줄 고, 凉:서늘할 량, 蓼:여뀌 료, 閑:한가할 한 ************** 紅袖遮容雲裡月 홍수차용운리월 구름 속에 달빛은 붉은 소매로 얼굴을 가린 듯하고 玉顔開笑水中蓮 옥안개소수중련 물에 핀 연꽃은 하얀 얼굴에 미소가 피어난 듯하네
여인을 뜻한다. 아름다운 여인이 옷소매로 얼굴을 가리듯이 구름이 달을 가리고 있는 것을 형용하였다. 玉顔은 龍顔을 달리 표현하는 말이지만 아름다운 여인을 지칭하는 말이다. 아름다운 여인이 웃는 모습이 물에서 핀 연꽃과 같다고 연상하였다. 袖:소매 수, 遮:가릴 차, 裡:속 리 ************ 遲醉客欺先醉客 지취객기선취객 더디 취하는 손은 먼저 취한 손을 업신여기고 半開花笑未開花 반개화소미개화 반쯤 핀 꽃이 아직 피지 않은 꽃을 비웃네
먼저 취하는 사람을 업신여기는데, 그도 역시 취하기는 마찬가지이다. 滿開한 꽃은 자신이 만개했다고 하여 아직 피지 않은 꽃을 비웃지 않지만 半開한 꽃은 아직 꽃을 피우지 못했다고 비웃는다. 遲:더질 지, 醉:술취할 취, 欺:속일 기 *********** 聲痛杜鵑啼落月 성통두견제락월 소리가 서러운 두견새는 지는 달을 보고 울고 態娟籬菊慰殘秋 태연리국위잔추 몸짓 고운 울밑의 국화는 저무는 가을을 위로하네
전설은 두 가지가 있으므로, 그 전설을 모태로 한 김소월의 시〈접동새〉와 미당 서정주의 시〈귀촉도(歸蜀道)〉를 아울러 싣는다. 聲痛은 두견새가 밤에 피를 토하듯이 울어대는 것을 형용한 말이니, 그 지저귀는 소리가 서럽다고 한 것이다. 울타리 아래에 피어난 국화는 모든 꽃들이 졌을 때 홀로 피어있으므로 자태가 더욱 곱다는 것이다. 殘秋는 얼마 남지 않은 늦가을을 이르는 말이다. 杜:막을 두, 鵑:두견이 견, 啼:울 제, 娟:예쁠 연, 籬:울타리 리, 慰 :위로할 위, 殘:남을 잔
<접동새> 김소월 접동 접동 아우래비 접동
진두강(津頭江)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진두강 앞마을에 와서 웁니다.
먼 뒤쪽의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의붓어미 시샘에 죽었습니다.
오오 불서러워 시샘에 몸이 죽은 우리 누나는 죽어서 접동새가 되었습니다.
죽어서도 못 잊어 차마 못 잊어 야삼경(夜三更) 남 다 자는 밤이 깊으면 이 산 저 산 옮아가며 슬피 웁니다.
* 옛날 진두강 가에 10남매가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어머니가 죽고 아버지가 계모를 들였다. 계모는 포악하여 전실 자식들을 학대했다. 소녀는 나이가 들어 박천의 어느 도령과 혼약을 맺었다. 부자인 약혼자 집에서 소녀에게 많은 예물을 보내 왔는데 이를 시기한 계모가 소녀를 농속에 가두고 불을 질렀는데, 불탄 재 속에서 한 마리 접동새가 날아 올랐다. 접동새가 된 소녀는 계모가 무서워 남들이 다 자는 야삼경에만 아홉 동생이 자는 창가에 와 슬피 울었다.
<귀촉도> 서정주 눈물 아롱아롱 피리 불고 가신 님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 삼만 리. 흰 옷깃 염여 염여 가옵신 님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巴蜀) 삼만리.
올올이 아로색인 육날 메투리. 은장도(銀粧刀) 푸른 날로 이냥 베혀서 부즐없은 이 머리털 엮어 드릴걸
구비구비 은하ㅅ물 목이 젖은 새, 참아 아니 솟는 가락 눈이 감겨서 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운다.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님아.
*'귀촉도'란 흔히 소쩍새 또는 접동새라고 불리는 새로, 이 작품에서는 촉제(蜀帝) 두우(杜宇)가 죽어 그 혼이 화하여 되었다는 (杜宇死 其魂化爲鳥 名曰 杜鵑 亦曰子規: 成都記) 전설을 소재로 하여 죽은 임을 그리워하는 비통함을 표상하고 있다. 이와 함께 '귀촉도'는 말 그대로 '촉으로 돌아가는 길'을 뜻하여, 멀고 험난한 길[촉도지난(蜀道之難)]의 의미로도 사용되는 중의적인 어법이다 耕田野叟埋春色 경전야수매춘색 밭을 가는 村老(늙은 농부)는 봄빛을 묻어버리는데 汲水山僧斗月光 급수산승두월광 물을 긷는 山僧은 달빛마저 떠서 오네.
만든 것 같다. 봄이 되면 밭에 파릇파릇 풀들이 돋아서 푸른 봄빛을 띠고 있으나 밭을 갈게 되면 땅을 갈아엎으면서 푸른 봄빛마저 묻게 된다. 산에 사는 스님이 물을 길러 오는데 물동이에 달빛이 비쳐지는 것이 마치 달빛을 길어오는 것 같다고 표현하였다. 斗는 명사(名詞)로 해석하면 안 되고 서술어로 ‘말질하다’이니, ‘떠서 오다’로 표현하면 무난하다. 耕:농사 경, 叟:늙은이 수, 埋:묻을 매, 汲:길을 급, 斗:말질할 두 《推句》 耕田埋春色 밭을 갈아엎으니 봄빛을 묻게 되고 汲水斗月光 물을 길어오니 달빛을 떠 오는구나! *********** 竹根迸地龍腰曲 죽근병지룡요곡 대나무 뿌리는 땅에서 솟아 용의 허리인양 구불구불 蕉葉當窓鳳尾長 초엽당창봉미장 파초 잎이 창문에 비치니 봉황의 꼬리인듯 너풀너풀
대나무 뿌리가 구불구불 땅에서 솟아 나온 것을 용의 허리와 같다고 상상하고, 파초 잎이 너풀너풀 창문에 비추이는 것을 봉황의 꼬리와 같다고 표현하였다. 迸:흩어져 달아날(솟아날) 병, 腰:허리 요, 蕉:파초 초, 鳳:봉황 봉
〈寓居天龍寺〉 천룡사에 있으면서 - 李奎報 이규보 全家來寄碧山傍 온 가족을 이끌고 푸른 산 기슭으로 이사를 와서 矮帽輕衫臥一床 작은 모자에 가벼운 홑옷으로 평상에 누어있네 肺渴更知村酒好 목이 마르니 시골의 막걸리가 좋은 줄 다시금 알겠고 睡昏聊喜野茶香 잠이 드는 저녁에는 들꽃 차가 향기로워 좋아한다네. 竹根迸地龍腰曲 대나무 뿌리는 땅에서 솟아 용의 허리인 양 구불구불 蕉葉當窓鳳尾長 파초 잎이 창문에 비치니 봉황의 꼬리인 듯 너풀너풀 三伏早休民訟少 삼복이라 백성의 송사도 적어 일찍 퇴근하였으니 不妨時復事空王 이때에 다시 부처님을 섬긴다 해도 무방하리라.
※ 蕉葉 기둥이나 벽에 단여(短欐)ㆍ현반(懸盤) 등을 받치려고 하는, 길쭉한 삼각형으로 된 널조각 *************** 山僧計活茶三椀 산승계활다삼완 山僧의 생활은 녹차 석 잔이면 충분하고 漁父生涯竹一竿 어부생애죽일간 漁夫의 생애는 대나무 낚싯대 하나면 그만이네
三椀이라고 표현하였으니, 스님의 생활은 차 석 잔을 마시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한 것이다. 生涯도 역시 살아가는 형편을 뜻하니 計活과 같은 말이다. 竹竿은 어부가 살아가는 방편이니, 어부는 고기를 낚는 낚싯대 하나만 있으면 역시 충분하다고 知足하는 것이다. 椀:주발 완, 涯:물가 애, 竿:낚싯대 간 *********** 山疊未遮千里夢 산첩미차천리몽 산은 첩첩 막혔어도 천리를 달려가는 꿈을 막지 못하고 月孤相照兩鄕心 월고상조양향심 달빛은 홀로 밝아 두 고을 그리는 마음까지 비쳐 주네 註) 님과 이별한 사람의 마음을 표현한 시이다. 山疊은 겹겹으로 막혀있는 산이다. 험준한 산들이 가로막고 있어도 아득히 먼 곳에 있는 님을 그리워하는 꿈을 막지 못한다. 오직 하늘에서 외로이 달빛만이 님이 있는 고을과 자신이 있는 고을을 아울러 비추고 있다는 말이다. 兩鄕心은 두 고을에서 서로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뜻한다. 疊:겹쳐질 첩, 遮:막을 차, 孤:외로울 고, 照:비칠 조, 兩:두 량 *********** 山上白雲山上盖 산상백운산상개 산 위에 하얀 구름은 산위 덮개이고 水中明月水中珠 수중명월수중주 물 속에 밝은 달빛은 물속에서 빛나는 구슬일세. 註) 《推句의 白雲山上蓋의 시구에 山上을 덧붙이고 明月水中珠의 시구에 水中을 덧붙여 7언 對聯을 만들었다. 上, 中은 모두 명사(名詞)를 수식하는 계사(繫辭)이므로 축자역(逐字譯)을 할 때는 편의로 ‘산 위’, ‘물 속’이라고 해석하지만, 실제는 산과 물이 있는 곳을 가리키는 말이다. 山上白雲이 주어요 山上盖는 서술어가 되는데, 盖는 덮개 또는 일산(日傘)을 지칭한다. 水中明月도 주어이며 水中珠가 서술어인데 珠는 야광주(夜光珠)를 칭한다. 白雲은 낮에 하늘을 덮어주는 일산이 되고 明月은 밤에 물속을 비쳐주는 야광주가 되었다는 말이다. 盖:덮을 개 《推句》 白雲山上蓋 흰 구름은 산 위를 덮고 있는 일산이요 明月水中珠 밝은 달은 물 속에 있는 야광주일세 ************ 山外有山山不盡 산외유산산부진 산 밖에 또 산이 있어 산은 끝이 없고 路中多路路無窮 로중다로로무궁 길 가운데 많은 길이 있어 길이 무궁하네. 註) 詩에서 표현 되는 外, 中이 명사(名詞)의 계사(繫辭)가 되면 장소나 범위를 가리키는데, 이 장은 서술어로 쓰였다. 山外有山의 有는 又의 뜻으로 쓴 부사이니, 산을 벗어나도 또 산이 있다는 말로 疊疊山中과 같은 표현이다. 不盡은 無窮과 같은 말이다. 路中은 길가는 도중에 일어나는 일들이나 상황과 상태를 모두 지칭하는 표현이다. 길은 길과 연결이 되어 있으므로 길들이 끊임없이 많다는 표현이다. 盡:다할 진, 窮:다할 궁 《推句》 山外山不盡 산을 벗어났으나 산은 다하지 아니하였고 路中路無窮 길 가는 도중에 많은 길이 있어 끝이 없네. *********** 月作利刀裁樹影 월작리도재수영 초승달은 예리한 칼이 되어 나무그림자를 베어내고 春爲神筆畵山形 춘위신필화산형 봄날은 신묘한 붓이 되어 산의 모습을 그리는구나. 註) 利刀는 날카롭게 날이 선 칼이니, 초생달이나 그믐달을 형상하는 말이다. 달이 솟아오르는 높이에 따라 나무의 그림자도 바뀌어가는 것이 마치 재단을 하여 잘라내는 것과 같다고 형상하였다. 봄이 되면 점점 따뜻해지면 산천의 모습이 나날이 바뀌어 간다. 그림을 그릴 때 신묘하게 표현하는 화가의 붓처럼 산의 모습을 그린다고 표현하였다. 裁:마를 재 ************* 霜着幽林紅葉落 상착유림홍엽락 서리 내리니 울창한 숲에 붉은 단풍은 떨어지고 雨餘深院綠苔生 유여심원록태생 비가 내리니 깊은 뜨락에 푸른 이끼가 돋아나네 註) 幽林은 나무가 울창하게 우거진 숲을 뜻한다. 우거진 숲에 서리가 내리면 마치 나무에 서리가 옷을 입은 듯이 붙어 있으므로 着이라고 표현하였다. 서리가 내리면 가을이 끝나고 겨울이 시작되므로 붉은 단풍잎이 떨어진다. 深院은 깊은 뜨락을 말하니, 오고가는 사람들이 드물어 고요한 집을 가리킨다. 인적이 드문 집에 비가 내리고 나면 이끼들이 섬돌을 타고 자라게 된다. 着:붙을 착, 苔:이끼 태 張維가 지은 〈示金晦而〉詩의 함련(頷聯)에, 風轉空階搖草帶 빈 뜨락에 맴도는 바람은 풀을 감돌듯이 뒤흔들고 雨過深院長苔衣 고요한 집에 비가 내리니 이끼 옷 입은 듯 자라네.《谿谷集》 郊外雨餘生草綠 교외우여생초록 성 밖 들녘에 비가 온 후에 돋아나는 풀들은 더욱 푸르고 檻前風起落花紅 함전풍기락화홍 난간 앞에 바람이 이니 떨어지는 꽃들이 붉은 수를 놓았네 註) 郊는 도성 십리 밖을 뜻하니, 아울러 들녘을 가리키는 말이다. 雨餘는 雨後와 같은 말이니, 비가 내린 후를 말한다. 봄날에 비가 들녘에 내리고 나면 돋아나는 풀들이 비가 오기 전보다 더욱 푸르게 보인다. 郊外와 檻前의 外, 前은 바깥과 앞만을 지칭하지 않고 장소나 범위를 나타내는 계사(繫辭)이다. 바람이 불고 난 후에는 꽃들이 떨어지게 되는데, 이 꽃들이 땅에 붉은 수(繡)를 놓듯이 떨어져 있다고 한 것이다. 郊:들 교, 餘:남을 여, 檻:난간 함, **************** 花迎暖日粧春色 화영난일장춘색 꽃이 따뜻한 날을 맞이하니 봄빛으로 단장하고 竹帶淸風掃月光 죽대청풍소월광 대나무가 바람에 휘감기며 달빛을 쓸어내네 註) 春色은 봄날의 경치를 가리킨다. 꽃은 따뜻한 봄날에 피는 것인데, 이렇게 피어난 꽃이 봄날의 경치를 더욱 아름답게 꾸며준다는 발상에서 나왔다. 月光은 하늘에 있는 달을 가리킨다. 대나무가 달이 비치는 밤에 바람에 흔들려 일렁이면 달을 보고 있는 시인의 시선 앞에서 마치 빗질하듯이 흔들리므로 달빛을 쓸어낸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迎:맞이할 영, 暖:따뜻할 난, 粧:단장할 장, 帶:띠 대, 掃:쓸 소 *********** 花紅小院黃蜂鬧 화홍소원황봉뇨 꽃이 작은 뜨락에 붉게 피니 노란 벌들이 시끄럽고 草綠長堤白馬嘶 초록장제백마시 풀이 긴 언덕에 푸르니 하얀 말들이 울어대네 註) 花紅과 草綠, 黃蜂과 白馬는 빛깔을 대구로 놓아서 대련을 만든 것이다. 장소를 나타내는 작은 뜨락[小院]과 크고 긴 둑방[長堤]을 목적어로 놓았다. 주어+서술어+목적어 그리고 주어+서술어의 순서로 구성되었다. 鬧:시끄러울 뇨, 嘶:울 시 《推句》 花紅黃蜂鬧 꽃이 붉게 피어나니 황봉(黃蜂)이 시끄럽고 草綠白馬嘶 풀이 푸르게 무성하니 백마(白馬)가 우네. ************** 花前酌酒呑紅色 화전작주탄홍색 꽃밭에서 술을 부어 붉은 꽃빛마저 들이키고 月下烹茶飮白光 월하팽다음백광 달빛 아래 차를 끓여 하얀 달빛을 함께 마시네. 註) 前과 下도 역시 같은 용법으로 범위나 장소를 가리키는 계사(繫辭)이다. 꽃밭에서 술잔에 술을 따라 놓으면 술잔에 꽃빛이 어리비치므로 그 꽃빛도 함께 마시고 달밤에 차를 끓여서 잔에 부으면 달빛이 잔에 담겨있으므로 그 달빛도 함께 마시는 것이다. 酌:따를 작, 呑:삼킬 탄, 烹:삶을 팽 ************ 花落庭前憐不掃 화락정전련불소 뜰 앞에 떨어진 꽃잎은 가련하여 쓸지 못하고 月明窓外愛無眠 월명창외애무면 창밖에 비치는 밝은 달빛은 사랑스러워 잠들지 못하네 註) 어제까지 활짝 피어 감상하던 꽃이 오늘 아침에 일어나 보니 뜨락에 떨어진 것을 보니, 가련한 마음이 들어 차마 쓸어내지 못하고, 창문으로 들어오는 밝은 달빛이 너무도 사랑스러워서 잠들지 못하는 것이다. 憐:가련할 련(이웃 린), 掃:쓸 소, 眠:잠잘 면 《推句》 花落憐不掃 꽃이 떨어지니 가련하여 차마 쓸지 못하고 月明愛無眠 달이 밝으니 사랑스러워 잠들 수가 없네. *********** 花裏着碁紅照局 화리착기홍조국 꽃밭에서 바둑을 두노라니 붉은 빛이 바둑판에 비추고 竹間開酒碧迷樽 죽간개주벽미준 대숲에 술자리를 벌이니 푸른빛이 술동이에 일렁거리네 註) 裏와 間은 모두 장소나 범위를 가리키는 계사(繫辭)이다. 花裏는 꽃밭을 가리키니 높은 꽃나무로 둘러싸인 곳을 나타낸다. 碁는 바둑을 가리키는데 돌로 되어있는 바둑판을 가리킨다. 붉은 꽃이 만발한 꽃나무 밑에서 바둑을 두면 붉은 꽃들이 바둑판에 어리비치게 된다. 竹間은 대나무 숲을 이른다. 대나무 숲에 술판을 벌이면 대나무의 푸른빛이 술잔과 술동이에 일렁이며 비치는 것이다. 裏:속 리, 着:둘 착 碁:바둑 기, 迷:미혹할 미, 樽:술통 준 *********** 花間蝶舞紛紛雪 화간접무분분설 꽃밭에 나비가 춤을 추니 눈발이 어지러이 날고 柳上鶯飛片片金 류상앵비편편금 버드나무가지에 꾀꼬리 나니 금빛이 언뜻언뜻 비치네 註) 間이 명사를 수식하면 시간을 나타내거나 공간을 가리키는 계사(繫辭)가 되므로 花間은 꽃의 사이사이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꽃밭을 표현한 말이다. 봄꽃이 만발한 무렵에는 하얀 나비들이 날아다닐 때이므로 겨울에 함박분이 어지러이 나는 것과 같다고 말하였다. 紛紛은 어지럽게 흩날리는 모양을 표현하는 형용사이다. 柳上은 버드나무가 우거진 숲이니, 꾀꼬리가 날 때에는 들락날락하므로 언뜻언뜻 보이는 것을 마치 금이 보이는 것 같다고 표현하였다. 片片은 들락날락하는 꾀꼬리의 모습을 나타내는 형용사이다. 紛:어지러울 분, 鶯:꾀꼬리 앵, 片:조각 편, 《推句》 花蝶紛紛雪 꽃밭의 나비는 어지러이 흰 눈처럼 날아다니고 柳鶯片片金 버들의 꾀꼬리는 황금처럼 들락날락 비치네
〈遊山歌〉- 民謠 유상앵비(柳上鶯飛)는 편편금(片片金)이요, 화간접무(花間蝶舞)는 분분설(紛紛雪)이라. *********** 花不語言能引蝶 화불어언능인접 꽃은 말을 하지 않고도 나비를 끌어들일 수 있고 雨無門戶解關人 우무문호해관인 비는 문이 없어도 사람을 가두어 놓을 줄 아네. 註) 語言는 言語와 같은 말이다. 能은 잘하다. 꽃은 나비에게 말을 걸지 않아도 나비를 끌어들이기를 잘하는 것이다. 門은 큰 문 戶는 작은 문이니, 큰 문이든 작은 문이든 사람을 가두어 두는데 사용되는 것이다. 解는 ‘알다’이니 理解와 같은 말이다. 關人은 사람을 가두어 놓다. 비는 사람을 가두어 두는데 사용하는 문이 없어도 사람을 가두어 놓을 줄 안다고 에둘러 표현하였다. 引:끌 인, 蝶:나비 접, 解:알 해, 關:빗장 관, *********** 花色淺深先後發 화색천심선후발 꽃 빛이 짙고 옅음은 피는 날이 다르기 때문이요 柳行高下古今栽 류행고하고금재 버들 높이가 높고 낮음은 심은 날이 달라서 일세 註) 花色은 꽃의 색깔이다. 深淺은 색깔의 짙고 옅음을 가리킨다. 先後는 開花日의 선후를 가리키니, 늦게 핀 것은 짙고 먼저 핀 것은 빛이 바래게 된다. 柳行은 버들의 높이를 말한다. 고하는 버들의 키가 크고 작은 것이니, 먼저 심은 것을 크고 나중에 심은 것은 작은 것이다. 栽:심을 재 ************ 花衰必有重開日 화쇠필유중개일 꽃은 시들어도 반드시 거듭 필 날이 있으나 人老曾無更少年 인로증무갱소년 사람은 늙어지면 거듭 다시 젊을 날은 없네. 註) 衰와 老는 같은 말을 달리 표현하였으니, 花衰는 꽃이 시들어 떨어지는 것을 나타낸다. 重開는 거듭 피는 것이니, 再開와 같은 말이다. 日과 年은 모두 때를 가리키는 말이다. 曾은 과거를 나타내는 시제(時題)인데, 必을 상대로 썼으나 큰 의미가 없다. 衰:쇠약할 쇠, 曾:거듭 증,
《西厢記》- 왕실보(王實甫) 花有重開日 꽃은 거듭 필 날이 있으나 人無再少年 사람은 다시 소년이 될 수 없구나! 不須長富貴 오래도록 부귀할 필요가 있는가! 安樂是神仙 편하고 즐거우면 신선이라네
《推句》 花有重開日 꽃은 거듭 필 날이 있으나 人無更少年 사람은 다시 소년이 될 수 없구나!
《名賢集》 花有重開日 꽃은 거듭 필 날이 있으나 人無長少年 사람은 오래도록 소년이 없네. ※ 名賢集(명현집)은 남송(南宋) 이후(以後)에 전해오는 민간의 속담(俗談)이나 선행(善行)을 기록한 책인데 작자(作者)는 알 수 없다. *********** 風射破窓燈易滅 풍사파창등이멸 바람은 찢어진 창으로 쏟아지니 등불은 꺼지기 쉽고 月穿疎屋夢難成 월천소옥몽난성 달빛이 창문 사이로 들어오니 잠을 이루기 어렵네 註) 射는 바람이 좁은 틈으로 들어올 때는 활을 쏘듯이 세차게 들어오므로 이러한 표현을 하였다. 破窓은 찢어진 창문이나 떨어진 창문을 가리킨다. 창문 틈으로 바람이 세차게 쏟아지면 켜놓은 등불이 쉽사리 꺼지게 된다. 穿은 뚫고 들어오듯 달빛이 들이비치는 것을 뜻한다. 疏屋은 창문을 가리킨다. 꿈은 깊은 잠이 드는 것을 뜻하므로 창문으로 달빛이 어리 비쳐들면 너무 환하여 깊은 잠을 들지 못한다고 한 것이다. 射:쏠 사, 易:쉬울 이, 滅:꺼질 멸, 疎:성길 소, 《推句》 風窓燈易滅 풍창등이멸 바람이 들어오는 창에 등불은 꺼지기 쉽고 月屋夢難成 월옥몽난성 달이 밝게 집을 비추는 잠을 이루기 어렵네. ************ 風吹枯木晴天雨 풍취고목청전우 바람이 고목에 부니 맑은 날에 비가 오는 듯하고 月照平沙夏夜霜 월조평사하야상 달빛이 백사장에 비추니 여름밤에 서리 내린 듯. 註)높고 큰 고목에 바람이 불면 나뭇잎과 가지들에 비가 떨어져서 마치 갠 날인데도 비가 내리는 것 같다. 晴天은 맑은 하늘보다는 맑은 날을 가리키는 말이다. 여름날 백사장에 달빛이 비추이면 모래들이 달빛을 반사하여 여름밤이지만 하얀 서리가 내린 듯이 하얗게 빛나게 된다. 吹:불 취: 枯:마를 고, 晴:갤 청, 照:비칠 조, ********** 花不送春春自去 화불송춘춘자거 꽃은 봄을 전송하지 않았건만 봄이 스스로 가버렸고 人非迎老老相侵 인비영로로상침 사람이 늙음을 맞이하지 않았는데 늙음이 침범하게 되었구나. 註) 꽃은 봄에 피는 것이니, 꽃이 지면 봄도 역시 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꽃의 마음은 봄을 보내고 싶지 않으나 봄은 스스로 떠나버려 꽃이 지도록 만든다. 사람들은 누구나 늙고 싶은 마음이 없건마는 늙음이 사람을 침노하여 늙게 만든다고 한탄하는 것이다. 相은 상대를 나타내는 조사이므로 해석하지 않는다. 相面, 相逢, 相對와 같은 용법과 같다.
《明心寶鑑》 酒不醉人人自醉 주불취인인자취 술은 사람을 취하게 않았는데 사람이 절로 취하고 色不迷人人自迷 색불미인인자미 미색이 사람을 미혹하지 않았건만 사람이 스스로 미혹당하였네 花不送春春自去 화불송춘춘자거 꽃은 봄을 전송하지 않았어도 봄이 스스로 떠나버렸고 人非迎老老相侵 인비영로로상침 사람이 늙음을 맞이하지 않았으나 늙음이 스스로 쳐들어 왔네. ********** 花下露垂紅玉軟 화하로수홍옥연 꽃잎에 이슬이 드리우니 붉은 옥처럼 부드럽고 柳中煙鎖碧羅輕 류중연쇄벽라경 버들이 물안개에 잠기니 푸른 비단이 널려 있네 註) 下가 명사의 계사(繫辭)가 되면 범위나 장소를 나타내는 조사가 되므로 花下는 꽃잎이나 꽃밭을 나타내는 말이다. 꽃잎에 이슬이 맺혀있으면 붉은 꽃빛이 이슬에 투영된다. 게다가 이슬은 아침 해가 떠오를 때에 있는 것이므로 붉은 태양의 빛이 아울러 비치면 이슬들이 붉은 옥이 달린 것처럼 부드럽게 보인다. 中이 명사의 계사(繫辭)가 되면 下와 같이 범위나 장소를 나타내는 조사가 되므로 柳中은 버들을 나타낸다. 烟은 물안개이다. 鎖는 자물쇠이니, 대문을 걸을 때는 빗장을 가로지르듯이 물안개가 강가 버들 숲을 가로질러 잠기는 것을 표현한 말이다. 물안개 위로 남아있는 버들이 마치 푸른 비단이 바람에 가볍게 날리듯 펼쳐져 있는 것이다. 垂:드리울 수, 軟:부드러울 연, 鎖:자물 쇄, 碧:푸를 벽 羅:비단 라 ************ 花因雨過紅將老 화인우과홍장로 꽃은 비를 맞고 붉은 빛이 시들려 하고 柳被風欺綠漸除 류피풍기록점제 버들은 바람에 업신여김을 받아 녹색 빛이 지려하네. 註) 꽃이 비를 맞기 전까지는 그토록 붉은빛을 발하였으나, 비를 맞게 되면 그 붉은 빛이 점점 바래기 시작한다. 因은 연유나 까닭을 뜻하고 過는 ‘지나가다’는 의미이니, 雨過는 비를 맞는 것을 표현한 말이다. 將은 ‘하려하다’이니 將老는 시들려 하다. 被는 피동격이 되면 ‘받는다’이다. 欺는 ‘업신여기다’이니, 風欺는 바람에게 업신여김을 당하다. 綠色이 점점 없어진다고 하는 것은 靑色으로 빛이 변하기 때문이다. * 除는 東京帝大本에는 低로 되어 있다. 因:인할 인, 將:하려할 장, 被: 받을 피, 欺: 업신여길 기, 漸: 점점 점, 除:덜 제 ********** 花含春意無分別 화함춘의무분별 꽃은 봄뜻을 분별없이 머금었으나 物感人情有淺深 물감인정유천심 만물은 사람의 느낌에 따라 얕거나 깊구나. 註) 春意는 만물을 소생시키려는 마음을 지니고 있어서 모든 생물의 싹을 틔어주게 하는데, 꽃들도 이러한 봄뜻을 머금어서 여기저기 만발하게 만들므로 마치 분별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만물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것을 보는 사람의 마음은 각각 다르기 때문에 그 느끼는 깊이도 각각 다르게 된다. 含:머금을 함, 淺:얕을 천, 深:깊을 심 《推句》 春意無分別 춘의무분별 봄뜻은 분별이 없어 웃고 있는데 人情有淺深 인정유천심 사람의 느낌에 따라 깊이가 다르구나 花笑檻前聲未聽 화소함전성미청 꽃은 난간 앞에서 웃는데 소리는 들리지 않고 鳥啼林下淚難看 조제림하루난간 새는 수풀 속에서 우는데 눈물을 볼 수 없다. 註) 꽃이 난간 앞 화단에서 봄을 맞이하여 활짝 피어 웃고 있다고 사람들이 말을 합니다. 웃고 있으면 소리가 나는 것인데, 꽃에서 웃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한 것이다. 새들이 봄이 되면 여기저기 숲속에서 지저귀는 것을 운다고 말하는 데, 눈물을 보지 못한다고 말한 것이다. 難은 어렵다고 하였으나 실제로는 없다는 말이다. 檻:난간 함, 啼:울 제, 難:어려울 난, 看:볼 간 《推句》 花笑聲未聽 화소성미청 꽃이 웃고 있어도 그 소리는 들을 수 없고 鳥啼淚難看 조제루난간 새가 울어도 눈물은 보기 어렵다. ***************************
이 책은 연구(聯句)를 선별하고 여기에 언해를 붙였다는 점에서《두시언해(杜詩諺解)》와 비슷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한시의 각 한자마다 음과 훈, 측성의 표기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천자문(千字文)》,《유합(類合)》,《훈몽자회(訓蒙字會)》와 같은 한자 학습서의 성격도 지니고 있다. 이 책의 번역대본은 필암서원본의 차례를 따랐고 마지막 편은 동경제대본에 의거하였다. 2008년 12월 하완(下浣) 文吐山房에서
百聯抄解를 정리하면서
이 百聯抄解는‘살아가면서(http://blog.daum.net/dakorea50/7111891)’님의 블로그에서 발췌하여 거의 대부분 그대로 옮겼으나 그 편집 및 배열은 제 나름대로 정리하였고 일부 쉬운 음과 훈은 삭제하였다. 그리고 고어체를 현대적 문어체로 바꾸려고 했으나 실력이 부족하고 한편으로는 옛 抄解本의 의미를 살려서 한시의 멋과 맛을 느끼는 것도 좋을 것이란 생각에 문어체로 바꾸는 것을 최소화하였다. 이에 대한 강호제현들의 내공을 전해주시면 고맙기 그지없겠습니다. 백련초해를 옮기면서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백련(百聯)으로 한정한 것이다. 후학(後學)들이 더 이어 붙일 수 있는 터를 잡았으면 좋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적 옆집 아저씨(친척)가 내게 한자를 가르치면서 천자문을 외우게 하셨다. 글자 한자 한자를 외우게 하시면서 4자성구의 뜻을 가르쳐주시지 않았다. 더욱이 자음뿐만 아니라 뜻도 모른 소학(小學)과 동몽선습(童蒙先習)을 음으로 외우게 하였습니다. 눈을 마주치면서 귀로 듣고 입으로 말하는 방법이었다. 물론 그 뜻을 가르쳐 주셨어도 이해할 수 없었겠지만... 그러면서 그 아저씨는 좀 더 고급스러운 推句集, 百聯抄解 등을 읽으면서 漢學을 뽐내 던 모습이 선하다. 그 분은 이미 작고하셨고 십수년이 지나서 그 후손들에게 이러한 책들의 행방을 물어보았더니 어떻게 되었는지 아는 이가 없었다. 저 간의 사정이 있었겠지만 안타까운 일이었다. 저희 집 사정도 마찬가지다. 선조의 숨결과 손때가 묻은 수많은 책들이 불쏘시개나 뒷간에서 휴지로 사라졌다. 다만 선친께서 보시던 해지고 찢겨진 토정비결(土亭秘訣), 가례집람(家禮輯覽), 사서(四書) 등 몇 권만이 있을 뿐이다. 중고등학교 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이런 것과 전혀 다른 생활을 하면서 잊고 살았다. 취미삼아 고전을 다시 읽게 되었고 시간이 흘러 옛 시절을 돌아보면서 틈틈이 쉬운 한자음을 다시 익히면서 그 내용을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을 뿐이다. 많이 부족한 것을 알고 있으므로 틈나는 대로 보충하고 첨삭하려고 한다. 수정할 내용이나 가감할 부분이 있다면 지적하여 주시면 나를 비롯하여 여기서 조금이라도 얻어가려는 분들께 수고를 덜어줄 수 있을 것이다.
※ 1) 함련(頷聯) : 율시(律詩)의 앞의 연구(聯句ㆍ連句)로서, 제3ㆍ제4의 두 구(句) 2) 경련(頸聯) : 한시(漢詩)의 율(律)ㆍ배율(排律)에서 제 5ㆍ6의 두 구(句)를 이르는 말 3) 수련(首聯) : 율시(律詩)의 제1, 제2의 두 구(句)를 이르는 말. 또는 기련(起聯) 4) 미련(尾聯) : 율시(律詩)의 제7, 제8의 두 구(句)를 이르는 말. 또는 결련(結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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