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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인터뷰] 지향숙 수필가
"우리 딸들에게 아름다운 유산으로 남기고 싶습니다
[작가 인터뷰] 지향숙 수필가
50대 만학도, '화초' 등단
제3회 에세이 작품상 수상
2024년 1월 첫 수필집 출간
지.고지순 문학 사랑
향.기가득 수필 애정
숙.제마친 작가 유산
"봄은 무지개의 빛으로 피어나는 희망의 색깔이다. 움츠리고 있던 생명이 기지개를 켜고 새싹의 움틈이 시작된다...."로 포문을 여는 지향숙 작가 수필집 <심장에 봄을 달고>에서 1부 '봄바람 난 아줌마'의 첫 구절이다. 지향숙(62) 작가는 최근 개최한 한국본격문학가협회 전국대회에서 제3회 에세이문예 작품상을 수상했고 <심장에 봄을 달고>라는 첫 수필집을 발간했다. 이 책의 씨앗은 아버지였고 줄기는 딸이었으며 화려한 꽃으로 수필집이 탄생됐다. 입춘이 훌쩍 지나고 이미 와 버린 봄을 만끽하며 <심장에 봄을 달고>의 수필을 펼치며 지향숙 작가가 10대부터 꿈꿔온 희망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 수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수필이란 삶의 다양한 이야기를 언어로 풀어나가는 인식의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익숙함에 버려지는 일상의 어느 조각에 언어의 옷을 입혀 새로운 인식의 세계를 보여줍니다. 수필의 미학적 가치는 버려지고 잊히는 세계를 새로운 세계로 인식시키는 언어의 사유입니다. 수필은 관념의 세계가 아니라 경험을 통해서 체험하고 체험을 통해서 수채화로 그려 내기도 하고 철학적 사유로 그려 내는 체험의 최고 결정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각자가 추구하는 가치관이 있습니다. 개인이 추구하는 가치관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수필이 추구하는 세계가 가치관이 닻을 내리고 싶어 하는 항구일지도 모릅니다. 수필은 기억에 각색된 옷을 입혀 새롭게 탄생 되기도 합니다. 회상은 수필을 통해서 언어의 향연으로 펼쳐집니다. 우리가 인생의 항해에서 닻을 내리고 싶은 항구는 수필이 만들어가는 언어의 파노라마일지도 모릅니다. 따뜻한 정서를 향해 노를 저어가는 뱃사공이 되기도 합니다. 선한 영향력이 스며들기를 바라며 선의 세계를 향해 마음의 날개를 펼치기도 합니다. 먹이를 찾아 번뜩이는 하이에나의 눈빛처럼 수필의 눈빛도 주제와 소재를 찾아 번뜩입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자아의 심층을 향해 헤엄쳐 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다의 표면에서 중층을 지나서 심층의 깊은 곳에서 발견한 비밀의 세계라고 생각합니다. 해산물이 해녀의 물질을 통해서 발견되듯이 언어도 사고의 바다에서 끊임없는 물질을 통해서 재발견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설이 개연성이라면 수필은 사실을 토대로 문학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어려움이 늘 잠재되어 있습니다. 체험을 상상적 언어를 통해서 감각적인 회화로 그려 낸다는 것이 쉽지 않은 작업인 것 같습니다. 권대근 교수님은 수필은 경험을 쓰는 것이 아니라 경험 가운데서도 무엇인가를 발견한다는 것에서 네오필리아의 세계와 노마드 정신을 늘 강조하셨습니다.
수필은 단순한 체험의 나열이나 기록이 아니라 체험의 문학적 형상화로 승화된 글이어야 한다는 본격수필을 강조하셨습니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서 체험하게 되고 체험을 통해서 성찰의 단계로 도달하게 됩니다. 경험까지의 글은 수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험을 통해서 체험의 과정을 거치는데 체험의 글이 수필이라고 보통 정의를 내립니다. 저희 한국본격문학가협회 회장이신 권대근 교수님은 체험에서 머물지 않고 성찰의 단계가 본격수필이라고 정의를 내립니다. 수필을 본격수필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이중 층위의 구조와 문장의 변용이 있어야 문학성 있는 본격수필이 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이것을 저것으로 치환하는 문장의 변용입니다. 수필은 누구나의 글이 아니고 누군가의 글이라고 강조하셨습니다. 수필에 머물지 말고 본격수필로 나아가야 문학성이 있는 작품이 될 수 있습니다. 수필은 주제가 생명이며 재제를 통해서 주제를 구체화해서 형상화 하는데 수필창작의 비밀이 있습니다. 수필이 붓이 가는 대로 쓴다는 정의는 비유적 표현이지 붓은 사람의 마음이 쓰는 것입니다. 붓가는 대로 라고 해서 아무 뜻도 없이 마음 내키는 대로 써는 글이 수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수필은 '정(情)'의 문학입니다. 따뜻한 인정은 우리 민족의 아름다운 정서입니다. 정이 메말라가는 현대 사회에서 수필은 생명에 인정을 불어넣어서 따뜻한 피가 몸으로 흐르게 하고 사람의 냄새를 느끼게 하는 문학입니다. 수필은 진정성과 진실을 추구하는 문학의 한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 간단한 소개와 함께 최근 수상한 소감 부탁드립니다.
저는 양산에 온 지 30여년이 됐습니다. 제2의 인생을 양산에서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1982년도에 부산 이사벨여자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2014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하여 2018년에 졸업한 만학도였습니다.
2015년 계간지 <에세이문예> 봄호에 수필 '화초'로 등단했습니다. 한국본격문학가협회 회원이며 부산수필문학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첫 수필집 <심장에 봄을 달고>로 에세이문예 작품상을 수상했습니다. 현재 부산교육대학교대학원 '인문학과' 석사과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배움에 목말라 열심히 배우고 있는 중입니다.
<심장에 봄을 달고> 첫 수필집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창작지원금 300만원을 받아 출판됐습니다.
언젠가 지인에게서 아름다운 유산이라는 메시지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엄마가 돌아가시면서 성경책을 필사로 남긴 노트를 아들에게 남겼다고 합니다. 아들이 아름다운 유산을 받았다고 감동했습니다. 책을 출판하고 싶었던 최초의 마음은 딸들에게 유산을 남기고 싶다는 마음에서 출발했습니다. 24년 전 사별 후 내 아픔에 치이고 산다는 것에 치어서 딸들과 함께 나누지 못한 시간이 삶을 아프게 할 때가 있습니다.
한 권의 수필집이 나오기까지 세 분이 계셨기에 가능했습니다. 등단의 길로 이끌어 주신 <에세이 문예> 남부지부장이며 의령 지정중학교 국어 선생님이신 강마을 작가 이선애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수필의 새로운 세계를 펼쳐 주시고 아름다운 서평으로 마무리를 해 주신 권대근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글에 대한 자신감이 없을 때마다 칭찬의 전화로 자신감을 가지게 해 주었던 <에세이 문예> 주간인 송명화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세 분이 계셨기에 한 권의 수필집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의 글이지만 용기를 내어서 한 권의 수필집을 세상을 향해 내어 봅니다.
■ 첫 수필집에 대한 애정이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내용으로 구성돼 있는지요.
수필작가들이 첫 수필집을 낼 때는 수필의 특성상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담게 됩니다. 저도 개인적인 삶의 이야기를 마음의 결을 따라서 내면의 풍경을 담아내려 노력했습니다.
수필을 읽는 독자들은 작가가 그려 낸 내면의 풍경을 통해서 정서에 영향을 받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1부에서는 내면의 풍경이 주로 담겨 있고 제 삶에서 가장 힘들었던 사별의 아픔과 시련을 희망의 메시지로 담아내려 노력했습니다. '처용의 춤'은 사별의 아픔을 담아낸 글입니다. 힘든 고갯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에게 작으나마 희망의 빛줄기가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2부에서는 걸으면서 바라보았던 세상의 빛깔을 담아냈습니다. 향일암이라는 작품에는 제 삶의 반성을 통해서 성찰의 길로 나아가고 싶은 소망을 담았습니다. 사실에 대한 나열보다는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빛깔을 주로 담았습니다. 박재삼 시인, 한센인의 애환 등을 담았습니다. 남해와의 만남이라는 글에는 남해를 걸으면서 느꼈던 환희의 빛을 선악과를 먹기 전의 아담과 이브가 살던 에덴의 동산을 남해에서 만났다고 했습니다. 그만큼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3부에서는 드라마나 영화, 책, 그리고 사회적인 부분을 담았습니다. 4부에서는 일을 통해서 느꼈던 마음의 결과 상실의 시간을 주로 담았습니다. 상실감은 글을 쓰고 싶었던 최초의 동기부여가 되어 주었습니다.
5부에서는 소중한 인연의 아픔과 슬픔, 행복 등을 담았습니다. 인간으로 태어나서 인연이라는 선물은 우리 삶의 전부입니다. 자식이나 부모 친구 친지 사회적인 만남은 인생이 우리에게 주는 아름다운 선물입니다.
한 권의 수필집을 쓰기 위해서 자연에 동화되기를 노력했습니다. 생명이 없는 사물에는 생명을 불어넣어서 피를 돌게 하고 싶었습니다. 삶의 희로애락을 아름다운 정서로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고통의 시간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고 싶은 마음을 담았습니다. 글을 쓰는 동안 반성과 성찰이라는 세계를 향해 걸어갔던 시간이었습니다. 책의 많은 부분이 정화의 과정을 거쳐서 승화되어 성찰이라는 지점에 도착하고 싶은 소망을 담았습니다.
■ 글쓰기의 소재는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는지요.
저에게 글쓰기는 글을 쓰고 싶다고 해서 써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제 주변의 선배 작가들이 글은 쓸 때마다 힘들다고 합니다. 저 또한 글은 쓸 때마다 점점 더 힘들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글쓰기의 영감은 어느 날 문득 일상으로 찾아왔습니다.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면 버스가 장소이동의 수단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버스가 제가 원하는 공간으로 데려다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글쓰기의 출발이었습니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자유로운 여행이었습니다.
과거, 현재를 지나서 미래를 포함한 장소이동 속에서 아픔도 만나고 고통, 슬픔, 기쁨, 행복 등을 만났습니다. 삶의 희로애락을 버스 속에서 만났습니다. 버스가 목적지에 도착하니 한 권의 수필집이 완성되어 있었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글쓰기의 영감은 책을 통해서 많이 얻게 됩니다. 책 속에 우리의 삶이 모두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책 속에서 타자에 대한 감정이입이 시작되면 나의 삶이 글이 되어 꿈틀거렸습니다.
영화를 통해서도 삶에 대한 진지한 영감을 얻게 되고 나의 글이 되어 다가왔습니다. 일상에서 스쳐가는 다양한 장면을 포착해 내는 카메라의 렌즈가 가슴에서 작동했다고 생각합니다. 글쓰기의 영감은 시시때때로 우리의 가슴에서 글이 되어 꿈틀거립니다. 그래서 작가들은 글을 쓰는 것인지 모릅니다.
■ 작가로서 개인적인 롤 모델이나 좋아하는 작가가 있다면. 그리고 그 이유는.
중학교 때 데미안을 읽었습니다. 데미안의 작가인 헤르만 헤세는 제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었습니다. 타자에 대한 감정이입이 처음으로 시작된 책이 데미안이었습니다.
중학교 때 헤르만 헤세가 쓴 작품을 탐독하면서 문학이 제 삶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때가 사춘기였으니 싱클레어의 방황은 저의 방황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데미안을 4번 읽었습니다.
60세가 넘어가니 데미안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이다'. 이 문장이 인생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롤모델인 작가로는 한국본격문학가협회 회장이신 권대근 교수님과 『에세이 문예』 주간이신 송명화 교수님입니다.
권대근 교수님은 본격수필의 새로운 이론으로 35년을 수생수사의 정신으로 문단을 이끌어오셨고 작가들을 배출하셨습니다. 풋풋한 봄 내음이 가득한 교수님의 강의는 신선한 울림이면서 늘 새로운 세계를 펼쳐 주십니다. 송명화 교수님은 5권의 수필집과 본격문학이론을 집필하신 분입니다.
부산교육대학교 평생교육원 문예 창작반에서 수필 수업을 지도하고 계십니다. 송명화 교수님은 신춘문예 당선 작가입니다. 제1회 김만중 문학상을 받으셨고 많은 상을 수상한 경력을 가지고 계십니다. 현재 부산 펜문학 회장으로 역임하고 계십니다. 두 분의 교수님은 제가 닮고 싶은 롤모델이십니다.
■ 어린시절 꿈이 있다면. 수필가가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하려면 고등학교 생활기록부를 제출해야 합니다. 그때 고등학교 생활기록부에 희망하는 진로가 기록되어 있었는데 1학년 때부터 3학년까지 국어국문학과로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국어국문학과가 무엇을 배우는 학문인지는 알지 못했습니다.
문학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국어국문학과를 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단지 문학의 세계가 내 인생을 지배했기 때문에 국문과에 대한 꿈을 꾸었고 52세에 국문학과를 만나서 56세에 졸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수필가가 된 배경은 우연이 필연이 되었습니다. 논문을 제출해야 졸업을 할 수 있었는데 논문을 쓰지 않고 졸업할 수 있는 길이 있었습니다. 작가로 등단해서 교수님이 작품으로 인정하시면 논문을 쓰지 않고 졸업할 수 있는 제도가 있었습니다.
전 논문보다 작가로 등단해서 등단 작품을 제출했고 논문을 쓰지 않고 졸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등단 후 글쓰기는 중단되었고 수필이론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등단 8년 만에 한 권의 수필집을 세상에 내어놓게 되었습니다.
■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가 있다면.
큰 포부보다는 앞으로의 계획도 공부입니다. 공부는 신세계를 경험하게 되는 신선한 전율입니다. 네오필리아입니다. 인생은 알면 알수록 물이 마르지 않는 신비로운 우물입니다. 두레박으로 우물의 물을 퍼 올릴 때마다 행복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2024년 부산교육대학교대학원 인문학과에 석사과정을 신청했습니다.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정기모집을 놓치고 추가모집에 지원했습니다.
3년이라는 석사과정을 통해서 배우게 될 시간이 설렘으로 다가옵니다. 석사과정을 통해서 다음 수필집은 인문학적 글쓰기를 통해서 세상과 만나고 싶습니다. 신화와 현대 사회를 접목시킨 글과 문학 속에 등장하는 여성이나 루 살로메, 버어지니아 울프 등 우리 세대를 먼저 살았던 여성을 현대의 시점에서 재조명해서 글을 써야겠다는 계획을 세워 봅니다.
모든 작가들의 소망은 책을 덮어도 여운이 오래도록 남는 글을 쓰는 것입니다. 아직은 역량 부족이라 여운이 남는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역량을 키워나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신영복 교수님은 <담론>에서 "공부는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는 애정과 공감입니다" 라고 했습니다. 이 말을 가장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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