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사 (井邑詞)
정읍사 (井邑詞) 원문 풀이
달이여 높이 좀 돋으시어
아! 멀리 좀 비치옵소서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시장에 가 계신가요
아! 진 곳을 디딜까 두려워라
어긔야 어강됴리
어느 곳에든 놓고 오십시오
아! 내 님 가는 그 길 저물까 두려워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배경
정읍에 살고 있는 사람이 행상을 떠나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으므로, 그의 아내가 산에 올라가 멀리 남편이 있을 곳을 바라보며, 남편이 밤에 다니다가 해를 입을까 염려되는 마음을 진흙에 빠짐에 비유하여 노래를 불렀다. 세상에 전하기를 고개 위에 망부석이 있다고 한다.
*망부석(望夫石)과 관련된 작품으로 부전 가요인 '치술령곡(신라), 선운산가(백제)'가 있고, 김소월의 시 '초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해설
작자 미상(어느 행상인(行商人)의 아내)
이 작품은 한글로 표기된 가장 오래된 노래이자, 유일한 백제 가요이다. 원문에서 후렴구를 제외하면 3장 6구의 형식을 지녀 시조의 원형을 발견할 수 있다.
행상 나간 남편의 무사한 귀가를 기원하는 아내의 따뜻한 애정은 한국의 전통적 여인상으로 '가시리, 황진이의 시조, 진달래꽃'으로 이어진다.
이 노래에서 '달'은 남편의 안전을 기원하는 아내의 따뜻한 사랑이 담겨 있는 달이다. 남편의 귀가길과 아내의 마중길, 나아가 그들의 인생 행로의 어둠을 물리치는 광명을 상징하기도 한다. 또한 '달'과 '즌 '는 '광명- 암흑'으로 대칭을 이루며, '내 가논 졈그 셰라'와도 연결된다.
또 존칭형 종결어미(비취오시라, 녀러신고요, 드 욜세라, 노코시라)에서는 남편의 안전을 기원하는 아내의 간절한 목소리를 느낄 수 있다.
<정읍사의 異說>
중종 때에 朝臣들에 의해 이 '정읍사'가 '동동'과 함께 남녀 간 음사라 하여 폐기되었다는 기록도 있고 보면 단순히 남편을 걱정하거나 정절을 노래한 것만이라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순결한 아내의 노래라면 음사로 규정될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