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5일 火鍋와 川劇
아미산에서 성도로 향하는 고속도로 양편으로 산비탈에 광활한 차밭이 펴쳐져 있다. 차밭을 조성하기 위해 비탈진 경사지를 등고선을 따라 개간하는 곳도 눈에 뜨인다. 망고농장을 만들어 어린 묘목을 심어 놓은 곳도 있고, 망고도 익어 간다.
중국도 서구나 우리나라처럼 커피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차의 수요는 젊은 층의 외면으로 감소하고 있다고도 했다. 작년 텔레비젼에서 운남성 차밭의 1/3이 커피 농장으로 바뀌었다던데 그 보도가 거짓이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여간 인구 대국 중국인들이 참치맛을 알게 되면 참치 가격이, 쇠고기 맛을 알게 되면 쇠고기 가격이, 커피 맛을 들이면 세계의 커피 원두 가격이 폭등할 것이다.
성도 시내로 돌아 온다. 주말인데도 길이 많이 막힌다. 비는 오락가락하고.
저녁식사는 중국식 셔부샤부 훠궈(火鍋)이다. 데쳐 먹을 국물로 매운 홍탕과 덜 매운 백탕이 담겨져 있다. 재료로는 버섯과 해초류, 채소와 함께 닭고기, 돼지고기, 쇠고기, 양고기 등이 나온다. 매운 맛이 강한 홍탕에 고기를 익혀 먹었다가 그 매움에 질겁한다. 우리 테이블에 앉은 6명 모두가 백탕에만 샤부샤부를 해서 먹는다. 옆 자리의 중국인 젊은 커플은 맥주에 홍탕만으로 샤부샤부를 잘도 먹는다. 가이드가 사 온 모우타이주를 곁들이니 맛이 좋다. 특히 삼겹살을 샤부샤부로 먹으니 쫀득쫀득한 식감이 일품이다.
식후 천극 공연장으로 향한다. 川劇이란 북경에서 공연되는 京劇의 모태가 된 지방극으로 사천, 운남, 귀주성 등지에서 공연된다. 세련된 경극에 비해 서민적이고 해학적이다. 신화나 전설 등이 소재가 된 대본만 수천 편이 된다고 한다. 배우가 불을 뿜고, 얼굴을 바꾸는 것은 19세기 말부터 시작되었으며, 민중기예로 사랑 받고 있다. 천극은 가면을 순식간에 바꾸는 변검, 인형극, 그림자 공연, 악기연주 등으로 구성된다. 변검과 극을 동일시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변검은 경극이나 천극의 기예 중 한 가지일 뿐이다.
극의 내용은 젊은 연인 둘의 슬픈 이별과 재회를 다룬 이야기였다. 자막에 한글 번역도 뜨는데 엉터리의 진수를 보는 것 같다. 시간이 있으면 좀 바로 잡아 주련만.
성도의 쌍류공항으로 향한다. 밤 12시 10분 출발하는 영종도행 아시아나 비행기이다. 여행기간 내내 함께 했던 가이드 갈춘걸씨와 아쉬운 작별을 나눈다.
비행기 탑승 후 잠에 빠져 들었다. 착륙 안내 방송에 깨어 보니 5월 6일 이른 아침의 인천공항이다.
짐을 찾은 후 부산으로 내려가는 9명과 작별한다. 이른 시간 공항버스가 오지 않아 철광 군과 우리 부부 셋이서 전복죽으로 아침을 먹고 해어져 집으로 온다.
언제나 그렇지만 여행은 조금은 아쉬움을 남긴다. 그 것이 여행의 묘미이기도 할 것이다.
이번 여행은 고산증으로 상당히 힘들었다. 3,500미터급 이상의 고산 여행은 필히 적어도 하루 이상의 2,500미터 이상에서의 고도 적응 단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성도에서 샹그릴라 공항(해발 2,800미터 정도)를 거쳐 갔으면 고산증으로고생하지 않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2년 전 운남성 교자설산에서 4,137미터 오골림까지 올랐었다. 고산증 증세를 느끼지 않았다. 이틀 간의 차마고도와 옥룡설산 3,000미터 정도의 고도에서 머물면서 적응했기 때문에 고산증을 피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삼국지 촉한의 땅을 여행하면서 그 무대를 한 곳도 둘러보지 못하였음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적어도 제갈공명과 도원결의 3형제를 모신 무후사라도 꼭 보아야 했는데 안타깝다. 무후사는 공명에게 내려진 충무후라는 시호에서 유래하며, 군신이 함께 모셔진 유래 없는 사당이다.
이 번 여행을 하면서 참으로 중국은 역동적이고, 변화의 속도가 참 빠르다고 느꼈다. 공항시설, 도로와 같은 인프라 등도 많이 발전했다. '만만디'로 대표되던 중국인들은 '콰이콰이(빨리빨리)'로 바뀌었다.
중국의 악습이었던 새치기, 노상방뇨, 무단횡단과 쓰레기 버리기도 예전에 비하면 참 많이 개선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더러운 길거리와 윗옷을 하나도 걸치지 않은 남자들, 꾀죄죄한 차림새의 사람들, 이 모든 것이 확연히 개선되었다.
같이 여행한 아내도 중국의 발전상에 가장 놀랐다고 한다. 90년대 초 홍콩 살면서 여행했던 중국과 10년 전 여행했던 중국, 이번 여행에서의 중국은 너무나도 달랐다고 했다.
특히 화장실 문화의 개선은 놀라울 정도였다.
1993년 처음으로 중국을 여행했을 때 공중화장실은 지독한 냄새는 물론 발을 디딜 데가 없을 정도였다. 고속도로 휴게소나 심지어 공항 화장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아직도 다소 미흡하기는 하나 놀라울 정도로 개선되었다.
화장실에서 이채로운 것은 거의 모든 소변기마다 '조금만 앞으로 당겨 서서 일 보세요. 문명이 크게 진보합니다' 하는 식의 푯말이 붙어 있는 것이었다. 중국어로 '上前一小步, 文明一大步'라던가 하는 식으로 표현은 달라도 내용은 거의 같다. 아래 사진 3곳의 남자 화장실 소변기 표어는 각기 다른 곳에서 찍은 것이다.
미•소가 대립하던 냉전시대에 미국은 소련의 군사력만 상대하면 되었다. 이제 중국의 군사력과 경제력을 상대해야만 한다. 중국은 군사력과 경제력에서 누구나 인정하는 G2의 반열에 올랐다. 미•중 무역 전쟁은 미국으로서는 처음 상대하는 군사, 경제 양면의 대중국 전쟁이다.
우리에게 중국은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만 할까?
여행기는 여기에서 끝냅니다.
심야 라이딩을 즐기는(?) 태장군이 자정에 자전거 바퀴 굴리기를 멈춘다. 보령성 돌장군은 오늘로 부임 만 5년이란다. 벌써 그렇게 새월이 흘렀나?
철각 은장군이 국토종주 2구간 연습이라며 정릉성을 나선다. 몸풀기로 47킬로미터를 달리고는 종주 참가 준비 끝났음을 선언한다. 태장군과 당귀 하장군, 도장군도 한강변과 양재 등을 누빈다.
맨 아래 3장의 사진은 남자화장실 소변기 앞의 각기 다른 표어입니다.
첫댓글 여행기 잘 읽었소이다.
더 늦(늙)기 전에 나도 함 가보고 잡네...
여행기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