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9년 설박사님이 사는 서울은 조용하다.
사람이 줄어서가 아니다.
사람이 할 일을 로봇이 대신해서다.
물류창고, 야간 매장, 주방, 콜센터, 회계의 상당 부분이 자동화되었다. 화이트칼라일을 인공지능이 한다. 산업로봇이 사람들을 해고시켰다.
그나마 일하는 사람들은 일이 ‘쪼개져’ 플랫폼 과업으로 배분된다.
“직업”은 줄고 “과업”은 늘어난다. 일이 있는 사람은 그나마 다행이다.
국가의 화면은 매달 한 번, 알림을 보낸다.
기본소득(혹은 전환수당) 입금 통지서다.
사람들의 생존은 확보되지만, 그 돈으로는 자산을 만들기는 영원히 어렵다. 자산은 이미 다른 속도로 달린다.
소수 상층인간들은 AI 인프라·데이터·에너지·로봇 공급망을 소유하고, 하층민들은 “구독”한다. 설국열차는 양반이다.
소유가 아니라 접속이다.
정치는 점점 더 거칠어진다.
대부분의 사람은 “배급을 늘려 달라”와 “세금을 줄여 달라” 사이에서 갈라진다.
그러나 실제 힘은 규모의 경제를 가진 플랫폼과 자본으로 더 기운다. 초국적 자본과 소수 권력이 힘을 가지는 시대가 온다.
국가는 커졌지만, 국가는 스스로도 거대한 이해관계의 조정자일 뿐이다. 사람들은 점점 더 자주 말한다.
“우리가 과연 국민이고 시민인가?”
그럼에도 완전히 어둡지만은 않은 곳도 일부 있다.
어떤 지역에서는 협동조합이 에너지·돌봄·교육을 지역 인프라로 재구성해 “기본소득을 넘어 공동체소득”의 길을 만든다.
어떤 도시는 데이터권과 노동권을 새로 정하고, 자동화 이익을 시민에게 배당한다. 물론 특별히 그런 노력을 해 온 지역이다.
같은 기술, 다른 제도. 같은 AI가 횡횡하지만, 다른 문명이 존재하는 지역들이 공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