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 비트 주스, 분말, 젤리에는 흔히 이런 문구들이 따라붙는다: ‘자연스런 에너지 증가’, ‘혈액순환 개선’, ‘정신적 명료성 향상’, ‘해독 작용’, ‘지구력 향상’, ‘염증 감소’ 등.
이런 문구 일부는 사실이지만, 영양 밀도 측면에서 보면 비트는 케일, 시금치, 워터크레스, 브로콜리보다 못하다. 그렇다고 비트가 영양적으로 형편없다는 뜻은 아니다. 비트에는 질산염(NO₃⁻)이 많이 들어 있다. 그런데 질산염이 첨가된 가공육은 피해야 한다고 한다. 질산염이 발암 물질인 니트로사민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에 국제암연구소가 가공육을 인간에게 발암성이 확인된 물질(1군)로 분류한 것이다. 그렇다면 햄이나 베이컨 같은 가공육 속 질산염은 위험하고, 비트 속 질산염은 괜찮은 걸까? 질산염이 존재하는 환경이 중요하다.
채소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질산염이 암을 유발한다는 증거는 없다. 오히려 채소 섭취는 암 위험 감소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들이 많다. 반면, 가공육에 첨가되는 질산염은 상황이 다르다. 보툴리눔 독소를 생성하는 박테리아로 인해 발생하는 치명적인 질병인 '보툴리즘'을 막기 위해 질산염을 첨가한다.
질산염 자체는 이 박테리아를 억제하는 데 큰 효과가 없다. 대신 아질산염(NO₂⁻)이 효과를 낸다. 고기 속의 자연 미생물이 질산염을 아질산염으로 바꾸고 실제 방부 역할은 이 아질산염이 한다. 그래서 아질산염을 직접 첨가하기도 하는 데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아질산염은 고기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아민과 반응하여 발암성 ‘니트로사민’을 형성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평생 ~50g의 가공육을 매일 섭취하면 대장암 위험이 ~18% 증가한다고 한다. 대장암 발생률이 ~5%이고 여기에 18% 증가가 더해지면 ~6%가 된다. 즉, 100명이 매일 50g의 가공육을 먹으면 그중 1명이 니트로사민 때문에 암에 걸릴 수 있다는 얘기다. 개인에게는 작은 위험처럼 보이겠지만, 인구 전체로 보면 의미 있는 수치이다.
그렇다면 왜 비트 같은 채소에서는 이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비트는 토양에서 많은 질산염을 흡수하지만 이를 아질산염으로 바꿀 미생물이 없다. 일부 변환이 일어나더라도 비트에는 니트로사민을 만들 수 있는 종류의 아민이 부족하다. 게다가 비트에는 비타민 C와 다양한 폴리페놀이 들어 있어 니트로사민 형성을 억제한다. 이런 이유로 가공육에도 비타민 C나 에리소르빈산 나트륨이 첨가한다.
우리가 비트를 섭취하면 침 속 효소가 질산염을 아질산염으로 바꾼다. 이 아질산염은 반응할 아민이 없기 때문에 위에서 산화질소(NO)로 전환된다. 산화질소는 혈관을 확장시켜 혈압을 낮추고 혈류를 개선한다. 그 결과 운동 지구력이 약간 향상되고 근육 회복이 조금 빨라질 수 있다. 그러나 그 효과는 크지 않다.
비트나 비트 주스, 분말, 젤리가 해독∙인지능력향상∙에너지증진을 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결론적으로, 하루 한두 잔의 비트 주스는, 기적을 일으키지는 않지만 혈압과 지구력을 약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큰 기대를 할 정도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