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온갖 수치심으로 도배된
얼굴을 식칼로 전부 도려내면
허옇게 드러나는 광대뼈는 누구였을까
지겹게 달라붙는 생명줄
잠들어 있을 때만이라도 떨어져
있으면 좋으련만 꿈속에서도 칭얼대는 얼굴
나는 내가 아니길
긴 긴 날 기도 올려도
언제나 내 속에 존재하는 너
한 번도 나일 수 없는 나
업보의 무게에 휘청대는 발밑에
내 발에 밟혀 보지 못한 그림자가
죄값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
일어서 보지도 못하고
다가가면 간 만큼 물러서고
도망가면 간 만큼 다가서는 너는
바닥에만 드러누워 나라고 우기고 있다
그림자
아침에는
서쪽 바라보는데
저물녘 미리
보라는 몸짓입니다
햇볕 따가운 한낮엔
활개 줄인 몸으로
제자리 지키고
내가 세상 영영
떠나는 날에도
어둠 속 나를
끝까지 안아줄 것인데
저녁에는 해
뜨는 곳 바라봅니다
온전히 어둠에
잠기지 말라는 눈짓입니다
그림자로 기억될까봐
시 김판출
바래다
달라 해도 싫다
바래다 준다
해도 싫다 하네
매일 매일
바래다주면
서로가 버릇돼
이별 후 다시
만남을 갖는다 해도
그 만남을
사랑하게 된다 해도
집 앞에서
안녕할 때
문득 떠오를 까봐
전에
바래다 주었던
그 행복한 눈빛이
슬픈 눈으로
기억될까봐
서글픈 밤
그림자로 기억될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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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판출 시(詩)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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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판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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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05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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