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소리내어 울고 싶었다. 하지만 울 수 없었다.
눈물을 흘리기에는 너무나 나이를 먹었고,
너무나도 많은 경험을 해왔다.
이 세계에는 눈물조차도 흘릴 수 없는 슬픔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그것은 그 누구에게도 설명 할 수 없고,
혹시라도 설명이 가능하다고 해도
아무도 이해 할 수 없는 그런 종류의 것이다.
그런 슬픔은 다른 어떤 형태로도 바뀌어지지 않고,
다만 바람 없는 밤의 눈처럼 마음에 조용히 쌓여가는
그런 애달픈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어떠한 운명이 오든지
내가장 슬플 때 나는 느끼나니
사랑을 하고 사랑을 잃는 것은
사랑을 아니한 것보다는 낫습니다.
A.테니슨
릴리, 나 돌아갈까? 돌아가고 싶어. 어딘지는 모르지만
돌아가고 싶어. 분명히 난 미아가 되어버린 거야.
좀 더 시원한 곳으로 돌아가고 싶어.
나는 옛날에 그곳에 있었어.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어.
릴리도 알고 있지? 향기가 그윽하게 퍼지는 큰 나무 아래같은 곳.
여기가 도대체 어디지? 여기가 어디야?
무라카미 류,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Almost Transparent Blue)」
너는 어제 몇시에 일어났는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거야.
하지만 중요한 건 어제야. 다른 건 중요치 않아.
그런 하루하루가 모여서 너의 인생이 되지. 그밖엔 아무것도 없어.
너는 도망가서 이름만 바꾸면 된다고 생각할지 몰라. 다시 시작하겠다고.
하지만 그렇게 살다 보면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깨어 천장을 바라보며
여기 누워 있는 사람은 도대체 누구지, 하고 묻게 돼.
코맥 매카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상처와 함께 사는 것이 아니라 상처를 통해
앞으로 나아가는 것 임을 명심해야 한다.
피해자처럼 행동하거나 필요 이상의 기도와
생각을 하면서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
피해를 입었다는 감정은 병을 덧나게 할 뿐이다.
캐롤라인 미스, 「영혼의 해부」
삶에는 내가 들 수 있는 만큼의 무게가 있다.
지나친 의욕으로 자기가 들 수 없는 무게를
들 수 있다고 과장해서도 안되고,
자기가 들어야 하는 무게를
비겁하게 자꾸 줄여 가기만 해서도 안되고,
자신이 들어야 하는 무게를 남에게 모두 떠맡긴 채
무관심하게 돌아서 있어서도 안된다.
김명수, 「역기를 들면서」
살아보지 않은 앞날을 누가 예측할 수 있겠는가.
앞날은 밀려오고 우리는 기억을 품고 새로운 시간 속으로 나아갈 수 있을 뿐이다.
기억이란 제 스스로 기억하고 싶은 대로 기억하는 속성까지 있다.
기억들이 불러 일으킨 이미지가 우리 삶 속에 섞여 있는 것이지,
누군가의 기억이나 나의기억을 실제 있었던 일로 기필코 믿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 고 필요이상으로 강조하면
나는 그 사람의 희망이 뒤섞여 있는 발언으로 받아들인다.
그렇게생각하고 싶은 마음이 깃들어 있는 것으로.
그렇게 불완전한 게 기억이라 할지라도
어떤 기억 앞에서는 가만히 얼굴을 쓸어내리게 된다.
그 무엇에도 적응하지 못하고 겉돌던 의식들이 그대로 되살아나는 기억일수록.
아침마다 눈을 뜨는 일이 왜 그렇게 힘겨웠는지,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 일은 왜 그리 또 두려웠는지,
그런데도 어떻게 그 벽돌을 뚫고 우리가 만날 수 있었는지.
신경숙,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전에 나는 거짓말을 하는 남자들을 경멸했어. 거짓말이 비겁한 것으로 보였거든.
그래, 나것을 싫어했어. 나는 물론 다른 사람의 비겁함도 말이야.
그러나 지금은, 저지금은, 우리가 마치 밤을 필요로 하듯 비밀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예전에는 삶은 아주 투명하고 전부 공개되어야만 하며,
슈타인이 쓴 것처럼 통제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지.
그러면 우리는 밝은 햇빛 속에서 똑바로 거리를 걸어갈 수 있고,
우리가 알고 원하는 모든 것을 사람들의 얼굴을 향해 외칠 수 있을 거라고.
자, 혹은 안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나는 그래요, 그러니 그렇게 할거예요.
다르게 하진 않을 겁니다.
그러나 이런 하나뿐인 궤도의 삶으로는 발전할 수가 없어.
이제 나는 사람은 거짓말을 해야만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어린아이들도 가끔 그렇게 해야만 해. 그것을 허락해야만 해.
아이들의 거짓말은 아무나 호기심을 가지고 건드리고 파괴하지 못하도록
아이들이 그들의 삶 위에 펼쳐놓은 베일이야.
루이제 린저, 「삶의 한가운데서」
한 개 돌 속에
하루가 소리 없이 저물어 가듯이
그렇게 옮기어 가는
정정연한 움직임 속에서
소조한 시야에 들어오는
미루나무의 나상
모여드는 원경을 흔들어 줄
바바람도 없이
이루어 온 밝은 빛깔과 보람과
모두 다 가라앉은 줄기를 더듬어 올라가면
끝 가지 아슬히 사라져
하늘이 된다.
정한모, 「멸입(滅入)」
Everything is okay at the end.
If it is not okay, then that's not the end.
결국 끝에는 다 괜찮아.
만약 괜찮지 않다면, 아직 끝이 아닌것일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