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은 왜 흰옷을 입었을까, 돌하르방은 어디서 왔을까, 미륵의 손가락에 숨은 뜻은...
이런 의문들에 수십 년간 남다른 관심을 기울여온 민속학자 주강현은 질문을 풀기 위해 두 가지 잣대를 세웠다. "'씌어진 문화'보다 '씌어지지 않은 문화'를 찾는다." "거센 서풍에 맞설 우리 민족의 동풍을 준비한다." <조선왕조실록>보다는 민중의 삶 속에서, 그리고 민족의 자긍심을 가지고 이 질문들에 그 나름의 풀이를 달아 내놓은 책이 <우리 문화의 수수께끼>(한겨례신문사/1996)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우리 문화에 담긴 수수께끼 가운데 열다섯 가지를 골라 구수하고 해박한 해설을 붙였다. 그 질문과 해법이 바로 실제 우리 생활과 맞닿아 있어 더 실감 난다.
우리나라의 남아 출생 비율이 세계 으뜸이라는 통계청 자료가 보여주는 성비 파괴의 내력을 지은이는 동해바다 해랑당에서 푼다. 향나무를 남근 모양으로 굵고 시원스럽게 깎아 여서낭에게 바친 마을제는 남아선호 사상이 촉진한 남근숭배 신앙의 전형이라는 것이다. 아들 못 낳는 죄, 칠거지악에 몸부림친 조선 여성들의 한이 '남근과 여근의 풍속사'에 드러나 있다.
날이 더워지면 보신탕 한 그릇을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북쪽에서 '단고기'라 부르는 개고기로 만든 음식은 한국의 토종 음식이다. 동물보호 운동을 한다는 프랑스 배우 브리지트 바르도가 심심찮게 트집 잡는 이 개고기 논쟁에 대한 지은이의 주장은 이렇다. "민족마다 식생활의 현격한 차이가 존재한다. 음식문화의 민주주의를 탄압하지 말라."
배꼽티가 유행하는 걸 보고 지은이는 '배내웃음, 배내옷, 배냇니, 배냇머리..'를 생각한다. 탯줄의 매듭을 자른 출생의 증거, 배꼽을 중시한 우리 민족의 '배꼽 문화'를 떠올렸음이다. 초여름답지 않은 복날 날씨가 이어지니 더위와 가뭄을 물리치던 '도깨비 굿'이 그립고, 북한 망명객이 줄을 이으니 철조망 휴전선을 거두어내고 '금줄'을 빙 둘렀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이밖에 '숫자 3의 비밀' '서낭당이냐 성황당이냐' '동성동본, 혼인과 불혼의 수수께끼' '똥돼지의 내력을 묻는다' '매향의 비밀문서를 찾아라' 등 궁금하던 우리 문화의 속내가 200여 점의 사진·그림과 함께 시원스레 풀려나온다.
이 책이 지닌 또 한 가지 장점은 수수께끼 현장을 가볼 수 있는 친절한 안내도가 붙어 있다는 것이다. 글 중간중간에 그려져 있는 삼두매(머리가 셋인 전설의 매) 표시와 쪽수는 문화 현장을 찾아가는 길잡이다. 예를 들어 해랑당의 남근 얘기 옆에 그려진 '삼두매 2'를 보고 책 끝에 달린 부록 '우리 문화 수수께끼의 현장' 2번을 펼치면 강원도 삼척시 원덕읍 신남리 행신당으로 가는 교통편과 일정이 친절하게 설명돼 있다.
'금줄 없이 태어난 세대를 위한 우리 문화 길잡이'란 곁제목을 단 이 책의 머리말을 통해 지은이는 밥보다 피자를 더 즐기는 세대, 출생지가 대문에 금줄을 건 집이 아니라 병원 분만실이던 세대들에게 메시지를 전한다. "지난 1세기 동안 우리는 지나치게 '서풍'에 주눅들었다. 서구 우월주의의 관점에서 재단한 '문명과 야만'이란 얼마나 그릇된 편견인가. 남의 잣대로 우리 문화를 가늠할 수는 없다. 민족의 내면에 끈끈하게 이어져온 동풍으로 '문화의 신토불이론'을 세워야 할 때다."
첫댓글 우리 문화 , 수수께끼 ?
모태에서 갓 태어난 새끼가
제 아비를 처음 처다보며 -
그대는 뉘 시오니까 ? 하는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