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203] 아이가 없는 세상
소설가
입력 2023.03.01 00:33
먼저 어린이 놀이터가 철거되었다. 그네는 단단히 줄로 묶여 고정되었고, 미끄럼틀과 정글짐은 새로 페인트칠을 하지 않은 채 방치되었다. 그러다 종내는 없어졌다. 학교도 문을 닫은 지 오래되었는데, 판자로 막아버리거나 성인 교육 센터로 쓰고 있다. 오디오 테이프와 레코드로만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영화나 TV 프로그램에서만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못 견디게 괴로워 못 보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마약을 하듯 아이들의 영상을 보면서 살아간다. - P. D. 제임스 ‘사람의 아이들’ 중에서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라고 하겠지만, 한 학급 학생 수가 70~80명일 때가 있었다. 한 학년은 15학급 내외, 전교생이 수천 명이었다. 현재 지인의 아이가 다니는 지방 학교는 한 학년에 두세 학급, 한 반에 15명, 또 다른 지역 학교의 전교생은 겨우 아홉 명이다. 서울도 사정이 다르지 않은 듯, 수십 년 역사를 가진 학교가 하나둘 문을 닫고 있다.
1992년에 출간된 소설은 번식 능력을 잃어버린 인류의 미래를 그린다. 지난 25년 동안 세계 어디에서도 아기는 단 한 명도 태어나지 않았다. 왜 인류 전체가 불임이 되었는지, 원인도 치료법도 모른다. 세상은 종말을 향해 천천히 늙어간다.
우리나라 여성 한 명이 낳는 아이는 0.78명, 이대로라면 30년 후 한국인 절반이 사라진다. 국가 소멸이 코앞이라며 출산 휴직, 육아 재택근무, 지하철 임신부 배려석 등 정부가 바뀔 때마다 대책을 마련한다고 법석이다. 그러나 출산율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다.
“아이? 지금 나도 힘든데?” 젊은 친구들은 말한다. 그른 걸 옳다고 가르치는 교육, 매번 바뀌는 입시 정책, 나날이 높아지는 취업과 내 집 마련의 벽, 치솟는 물가와 세금, 밑 빠진 독이 된 국민연금. 무엇보다 정직하고 성실하게 노력하면 바보가 되는 나라.
저출산은 젊은 세대의 이기심 탓이 아니다. 자기 핏줄을 향한 인간의 본능적 애착 때문이다. 태어나지도 않은 ‘내 자식’에게 그 무거운 짐을 떠넘기기 싫은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한 믿음, ‘내 아이’가 살아갈 미래에 대한 희망을 찾지 못한다면, 이 땅은 한국인 없는 한국이 될지도 모른다.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읽어주는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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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좀도
2023.03.01 05:09:52
사는 게 힘들고 미래가 불안한 사회에서 아이 낳기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출산 감소 해결책은 없다. 현실을 담담히 받아들이며 사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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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쉭한 스키
2023.03.01 06:45:39
낮은 출산율도 문제지만 요즘 젊은이들 결혼을 하지 않으려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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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척
2023.03.01 09:38:12
나도 국민학교 다닐 때 한 반에 80여 명이 뽁짝거렸지. 우리 부모 세대에서는 본인 허리가 휘어지도록 열심히 일해서 내 자식 공부 시키면 성공할 것이란 희망이 있었지만 지금 세상엔 그럴 희망이 없고 절망뿐인 장래에 내가 아이 낳고 고생해 가면서 키워봐야 나보다 더 못한 세상에 고생이 뻔할 것 같은데 자식 낳고 싶은 생각이 나겠나? 가진 자들이야 비싼 학원 보내고 해외 유학 보내고 명문대 보내서 의사 만들고 박사 만들고 자식 장래 보장할 수 있겠지만 붕어 가재들이야 내 몸 하나 추스리기도 벅찬 세월에 자식 낳긴 焉敢生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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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toverse
2023.03.01 15:43:43
이 나라에서 평균임금을 받는 근로자가 단 한 푼도 안쓰고 20년 동안 저축해도 국민주택 규모 아파트 한 채도 마련할 수 없는 나라에 무슨 희망이 있는가? 초등학교 때부터 의대반을 준비한다는 나라에 무슨 미래가 보이는 것일까? 적어도 위 두 가지 문제에 해법이 보이지 않는 한 이 나라 인구는 늘어날수록 고통받는 국민이 많아진다. 보아하니 이 나라의 위정자들로는 주택문제, 교육문제 해결이 불가능한 것 같다. 인구의 자연 감소가 해결책이 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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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주아부지
2023.03.01 15:01:58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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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영아리
2023.03.01 11:29:42
금수저들 비위나 맞추며 살아갈 가붕개의 아이들인데 어느 가붕개가 새끼를 낳고 싶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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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est
2023.03.01 21:02:57
돈을 줘서라도 아기낳게 만들고 국가가 키워주자. 쓸데없는 민노총,시민단체등의 각종 지원금 줄여서 출산에 총투입하자. 아기없으면 노동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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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고선나
2023.03.01 19:48:10
위정자라면 정말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사항이다! 인구절벽! 우리 모두를 파멸로 이끌어 갈 재앙 중 재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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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북
2023.03.01 10:20:47
625 피난 중에도 아이는 낳았다. 조상이 있고 내가 있고 자손이 있어 우리는 사람인 것이다. 산업화 민주화 통일, 크고 위대한 일에만 정신을 쏟았다. 조상과 자손 사이에 내가 있음을 잊고 있었다. 사회가 이렇게 혼란스러운 것은 아이들이 없기 때문이다. 뭐가 더 귀한 것인지를 모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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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영
2023.03.01 16:33:06
저출한 문제 해결 방안은 백약이 무효입니다. 근본적으로 신혼부부의 주거 문제 일자리 문제가 해결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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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wtw
2023.03.01 16:02:32
섹스만 즐기면 되는 세상. 이것이 만족되니 결혼해 아이 낳고 키우는 불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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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텃밭
2023.03.01 13:17:45
현 아기 출산율 0.78명, 30년 후 한국의 인구는 반토막이 난단다. 그간 320조를 쏟아부었다는 데 점점 악화만 돼가고 있다. 별 뾰족한 수가 없을까? 결혼도 기피하고 결혼해도 아이를 갖지 않으려 한다. 우리 기성세대가 볼 때 아이를 낳는 것이 이 세상에 존재 이유라고 생각하는데... 아이를 안 낳아 본 사람은 전혀 인간미가 없다. 애를 기르는 동안의 애환이 없어 너무 냉정하다. 우선 사람을 기피한다. 사람 '인'자가 사람과 사람을 의지하며 살라는 천명을 의미한다. 그저 '나혼자 적당히 살다가 가겠다'라는 못토라면 인생이 너무 삭막하지 않은가! 앞으로는 애들 양육은 나라에서 전적으로 맡아 기르든지 획기적인 조치가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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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비로봉
2023.03.01 09:46:38
내 초임교사 시절, 내가 맡은 4학년 ㅇ반의 학생 수는 63명이었다. 분교장 2개 합하여 학급수가 24학급 에 학생수 2,500여 명이었다. 그 때가 1969년이었으니, 까마득한 옛날이고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로 여길 만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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