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의 조화를 통해 삶의 의미를 일깨우는 동시집
동심이 가득한 세계로 어린이들을 초대해 온 청개구리 출판사의 동시집 시리즈 <시 읽는 어린이> 97번째 도서 『어느 쪽으로 갈래?』가 출간되었다. 이 책을 쓴 김미라 시인은 광주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아동문예문학상과 《무등일보》 신춘문예로 문단에 나왔다. 2009년에는 <광주·전남아동문학인상>을 수상하기도 한 그는 첫 동시집『엘리베이터 타고 우주 여행』과 두 번째 동시집 『마법사는 바로 나!』를 통해 생각할 거리가 풍부한 작품세계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았다. 늘 진지한 시 창작 태도를 지니고 있는 시인에게 당연한 결과물이 아닐 수 없다. 신작 동시집 『어느 쪽으로 갈래?』 역시 쉽게 읽히지만 아이들에게 성찰거리를 남기는 작품들이 주로 수록되어 있다. 우선 인간의 독선에 대한 비판의식을 지닌 작품들이 눈에 띈다. 지구상에는 다양한 종이 존재하고 있으며 그들의 가치는 모두 동일하다. 하지만 인간은 각각의 종에 상품가치를 매기고, 물질문명을 좇으며 살아간다.
잠자리야, 거미 조심해라.
개미야, 개미핥기 조심해.
다람쥐야, 넌 살쾡이 조심하고.
아이들아, 절대 따라가면 안 돼!
사람들만 같은 사람 조심시킨다. ―「사람들만」 전문
「사람들만」은 자연을 지배하고 있는 필연적 법칙인 먹이사슬, 먹이 피라미드에 대한 이야기이다. 하위 생물들은 늘 상위 포식자에게 잡아먹히지 않도록 경계하며 살아가는 데 익숙하다. 하지만 이 먹이사슬은 생태계를 유지하는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다. 그러나 아동문학에서는 언제나 약자를 염두에 두므로, 1~3연에서 곤충과 동물을 친근하게 부르며 천적으로부터의 안전을 걱정하던 화자의 모습이 어색하지 않다. 그러나 화자가 인간인 ‘아이’를 호명하면서 시적 분위기가 급격히 바뀐다. “사람들만/같은 사람 조심시킨다.”라는 마지막 연을 통해 지극히 이기적이고 잔혹한 최고 포식자로서의 인간의 한 면모를 부각시킨다. 이것이 생태계의 자연스러운 흐름에 위배됨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이 작품은 군더더기 없이 시인의 주제의식을 명확히 드러낸 작품이다. 때문에 다 읽고 나면 반성하고 개선해야 할 부분이 분명하게 다가온다. 이처럼 독선적이고 물질문명을 중시하는 인간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담긴 작품으로는 지구에 대한 사람의 끝없는 소유욕을 담고 있는 「단점」 외에도 「도시 허수아비」「아나 보다」「옛날에는」「어디서 왔니?」 등이 있다. 김미라 동시인의 작품이 독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는 것은 현실을 예리한 눈으로 바라보고 비판하는 데서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시인은 이기적인 인간과 더불어 남에 대한 따뜻한 배려심과,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하는 또 다른 인간을 함께 보여준다.
높은 곳에 올라가서 보았어. 건물 옥상이 오통 초록 물감으로 칠해진 걸.
아파트도 학교도 빌딩도
들어선 자리만큼 땅을 빼앗긴 초록 풀들을 생각했나 봐. ―「초록 옥상」 전문
「초록 옥상」을 읽는 독자들은 시인의 관찰력에 놀라고, 그것을 시적 메시지로 연결시키는 상상력에 또 한 번 깊은 인상을 받게 된다. 높은 건물에 올라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시인이 말하는 풍경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옥상은 대부분 초록색으로 칠해져 있다. 시인은 그 이유를 “아파트도/학교도/빌딩도//들어선 자리만큼/땅을 빼앗긴/초록 풀들을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우리는 그 건물을 짓거나 소유한 사람이 정말 이러한 이유로 초록색으로 칠하지는 않았을 것임을 안다. 때문에 이 작품은 인간의 이기심에 의해 피해를 입는 자연에게, 그들을 대신하여 시인이 바치는 사과문처럼 읽히게 된다. 미안한 감정은 읽는 독자에게도 고스란히 전이가 된다. 땅속 상황 생각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진행된 공사로 인해 여기저기 씽크홀이 생기는 요즘, “매미들의 땅속 세상/별일 없는 걸까?” 하고 묻는 「기다리는 마음」을 비롯하여 「단짝」「힘내라, 힘!」「언젠가는」「약속」「둘이 함께!」「따뜻해졌어요」「느리게 걷기」「참새」 연작시 등이 독자의 먹먹했던 가슴을 다시 따뜻하게 적셔 줄 것이다. 우리가 살면서 마주치게 되는 사람들이 어찌 악하기만 하거나 선하기만 할 것인가. 『어느 쪽으로 갈래?』는 김미라 시인이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일지도 모른다. 쉽고 편하게 이익을 남기며 독단적으로 살아갈지, 그게 아니면 수고와 노력이 좀더 필요하더라도 다른 존재들과 함께 공존하면서 살아갈지 말이다. 이 동시집을 읽고 난 독자들이라면 분명 후자의 삶을 택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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