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의 연구소에서 연구개발장비의 예방·점검 업무를 수행하는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은 법
률관계의 실질에 있어 근로자파견관계에 해당하지 않음(중앙지법 2019. 9. 27. 선고, 2018나
2062639 판결).
1. 사실관계.
○ 원청은 자동차 및 그 부품을 제조·판매하는 회사로, 각종 시험용 차량을
제작하고 새로 고안·설계된 차량의 품질 및 성능을 시험·평가하는 A연구
소를 운영하고 있음.
○ 이 사건 근로자들은(21명) 협력업체 소속으로 A연구소에 있는 자동차 연구
개발 장비를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예방·점검 업무를 수행함.
- 원청은 예방·점검이 필요한 연구개발장비를 선정해 협력업체와 계약을
체결하고, 협렵업체 근로자들은 이에 따라 장비별 표준작업시간표나
월 점검계획을 작성해 원청 담당팀에 송부함.
- 이 과정에서 대상장비를 원청 사내 관리시스템(이하 ‘NEMS’)에 등록
하면 담당팀이 등록을 승인하는 형식으로 일을 수행함.
○ 이에 이 사건 근로자들은 자신들이 파견근로자이고 원청이 사용사업주에
해당한다며 소를 제기함.
- 1심에서는 원청과 이 사건 근로자들이 근로자파견 관계에 해당한다고
판단함.
2. 판결요지.
○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원청과 근로자들은 근로자파견 관계에 해당
하지 않음.
① 업무 내용 부분
· ‘도급업무세부목록’에 협력업체가 담당하는 업무를 시험장비 분야별
로 장비의 수, 분기별 작업건수를 규정하면서 점검 분야별로 세부
작업 내용을 명시하여 구체적으로 업무 범위를 한정하고 있음.
· 이 사건 근로자들은 계약에서 정한 작업건수 외에도 원청 소속 근로
자들로부터 요청을 받고 신규 장비 점검, 이상 감지 및 필요에 따른
긴급 점검, 이미 점검한 장비의 재점검, 장비 수리 전후의 진동 측정
등의 업무를 하기도 했지만. 이는 계약과 무관한 업무로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계약에서 신규 장비의 도입 등에 대비해 ‘협력업체와 원
청이 협의한 작업’도 도급 작업의 범위에 포함하였으므로 이를 계약
외의 업무로 보기도 어려우며, 긴급 점검 등은 개별적으로 부탁을 하
는 정도로 보여 원청 측의 일방적인 지시나 이 사건 근로자들의 일
상적인 업무로 보긴 어려움.
· A연구소에는 원청 소속 근로자들이 대부분 연구직 근로자이고, 이
사건 예방·점검 업무가 연구직 근로자들이 사용하는 장비를 대상으
로 하더라도, 작업량, 작업 내용 면에서 명확히 구별되어 연동될 여
지가 없고 대체 가능성 또한 전혀 없음.
· 이 사건 근로자들은 원청 소속 근로자와 함께 작업하거나 업무를 대
신 했다고 주장하나, 시험장비 점검에 따라 이상이 확인된 경우 업무
협조 차원에서 원청 소속 근로자들의 정비업무를 일시적으로 돕거나
개인적인 친분 관계에 따라 지원한 정도임.
▴업무 수행 부분
· 이 사건 예방·점검 업무는 대상 시험장비를 사용하는 각 시험팀의 업
무 일정에 따라 수행되는 면이 있지만, 이는 시험장비가 있는 곳에서
만 업무를 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시험장비를 운용하는 측에서 입
회해야만 예방·점검을 할 수 있거나 가동 중인 시험장비를 대상으로
해서는 예방·점검을 할 수 없는 업무의 특성에서 비롯된 업무상 협
력 관례로 볼 수 있음.
· 이 사건 예방·점검 업무와 원청 소속 근로자들의 업무가 구분되어 있
맡은 업무의 이행 여부와 그 결과를 정리한 것에 불과함.
시험장비가 있는 곳에서 업무를 한 사정만으로 그들과 같은 공간에
서 혼재하여 분업적으로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볼 수 없음.
· 원청은 예방점검표를 제공했고 이 사건 근로자들은 그에 따라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대상 시험장비가 불량인 경우 조치 내용을 기재했
으나 이는 원청 측이 필요로 하는 부분이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되도
록 업무를 구체적으로 지정하거나 계약 이행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
하는 한편 업무 수행 결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이를 업무
수행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로 볼 수 없음.
· 이 사건 근로자들은 작업을 한 뒤 작업확인서를 작성하고 해당 시험
장비의 담당자인 원청 직원의 확인을 받았는데 이는 예정대로 작업
이 수행되었음을 확인한 정도임.
· 원청이 개발한 NEMS는 A연구소 내 장비와 설비 등에 자산 번호를
부여하고 등록해 업무 이력을 관리하고 확인할 수 있는 장비 등의
관리사이트일뿐임.
· NEMS는 근로자별로 성과와 실적을 평가하거나 관리 ·감독하는 것이
아니라 종전의 예방점검표, 작업확인서에 따른 수기 작성 방식을 전
산화하여 업무 수행 결과를 직접 입력하고 장비별 점검 이력까지 확
인할 수 있도록 한 것임.
▴업무 수행의 대가 산정 부분
· 표준 T/O 와 장비별 M/H는 원청이 일방적으로 정한 것이 아니라 협
력업체와 상의하여 정한 것으로 보임.
※ T/O :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인원 수, M/H : 시험장비별
시간당 투입 인원
※ 도급단가 = 표준 T/O x 계약단가
※ 협력업체 근로자의 결근 등으로 미투입 M/H가 발생한 경우 월 예상
도급액에서 미투입 M/H에 미리 정해 둔 임률을 곱한 금액을 공제한
금액 지급
· 이 사건 예방·점검에 필요한 인원수가 표준 T/O로 사실상 제한되었
더라도 표준 T/O는 예방·점검 업무가 확대됨에 따라 증가했고 그 인
원 내에서의 근로자 채용과 근로자별 작업 배치와 보직 변경은 협력
업체가 스스로 하였음.
· 협력업체는 원청에게 주간업무보고나 월말보고서를 제출했는데 이는
맡은 업무의 이행 여부와 그 결과를 정리한 것에 불과함.
도 점검 등의 근태관리는 협력업체에서 독자적으로 하였고, 원청이
근태관리를 하거나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연장근로나 휴일근로 등을
지시했다고 볼 증거는 없음.
▴그 밖의 사정들
· 이 사건 예방·점검 업무는 단순한 업무 반복이 아니고 기술력과 전문
성이 필요함.
· 원청은 이 사건 예방·점검 업무에 필요한 공구와 장비 등을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했지만 이는 업무의 원활한 진행과 협조를
위해 제공한 것임.
· 협력업체는 원청 내부의 공간을 임차해 사무실을 두고 협력업체의
대표는 대부분 원청에서 장기간 근무하다 퇴작한 자들이지만 협력업
체는 업무에 따라 부서가 구분되고 부서별 관리자가 있는 등 자체적인
조직을 갖춘 것으로 보임.
3. 시사점.
○ 금번 판결은 원청이 협력업체 근로자에 대한 상당한 지휘·명령, 원청의 사
업에 실질적인 편입 등을 고려해 불법파견 여부를 판단하는 기존 대법원
(2010다106436)의 법리를 재확인한 판결임.
- 동 판결은 지난 8월 서울중앙지법 사건(2016가합535581)과 같은 연구
소에서 발생한 사건임.
- 이 사건 근로자들과 유사한 업무인 예방보전 업무를 수행했던 근로자
들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은 ① ‘예방점검표 교부’를 원청의 지시수단으
로 판단했고, ② ‘계약 외에 업무’에 대해서도 업무지시를 거절하기 현
실적으로 어렵웠던 점을 들어 불법파견으로 판단한바 있음.
○ 이 사건 근로자들은 동 판결에 불복하여 대법원에 상고한 상황으로 향후
대법원의 판단을 지켜볼 필요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