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달라졌습니다.
지난 9월9일부터 13일까지 이어진 올해 정기국회 대정부질문의 주인공은 단연 한덕수 총리였습니다. 있으나 마나 한, 존재감 없는 총리가 아니었습니다. 미숙한 운영으로 국제적 망신을 초래한 잼버리 대회에서 화장실을 청소하던 한 총리가 아닙니다. 당시 외국 학생들을 만나 자신이 하버드 출신이라고 자랑하던 한 총리가 아닙니다. 그러다 보니 국회에서는 방송 프로그램에 빗대 “우리 덕수가 달라졌어요”라는 말도 나옵니다.
한 총리는 첫날 대정부질문에서 첫 질문자로 나선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상대로 버럭 소리를 지르다가 ‘만담’에 가까운 대화를 주고받는가 하면, 박 의원을 “대통령님”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여러 명언도 남겼습니다.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 답변 때는 “경제는 좋은데 민생이 좋지 않을 뿐”이라고 했습니다. 한 총리는 “독도를 분쟁 지역처럼 보이게 하는 것은 열등한 외교”라는 ‘망언’도 남겼습니다. 지난해 대정부질문 때는 “독도는 우리 땅 맞습니까?”라는 질문에 “절대로 아닙니다”라고 실언한 데 비하면 엄청난 발전입니다. 장병 정신교육 교재에 독도를 ‘분쟁 지역’이라고 표기했다가 전량 폐기한 일이 있습니다. 한 총리 재직 기간, 현재는 용산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신원식 국방장관 시절 일입니다.
한덕수 총리는 왜, 갑자기 야당 의원들에게 고성을 지르며 싸우는 ‘매운맛’ 한덕수로 바뀌었을까요?
우선 ‘광인 전략’으로 보입니다. 한 총리에 대한 비하 발언이 절대 아닙니다. 외교 혹은 협상 전략, 싸움의 기술에 관한 전문용어입니다. 미친놈처럼 세게 나가야 상대방이 당황해 물러선다는 전략입니다. 지난 4.10 총선 참패 뒤 사의를 표명했던 한 총리는 윤석열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고 생각하는 거 같습니다. 국정지지율이 바닥인 윤 대통령은 후임 총리를 구할 수 없고, 억지로 구하더라도 국회에서 야당의 동의를 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른 하나는 ‘양규 전략’입니다. 고려거란전쟁에서 화살을 맞고 선 채로 죽어 영웅이 된 양규 장군처럼, 윤 대통령에게 쏟아질 온갖 비난의 화살을 대신 맞고 윤석열-김건희 공동정권을 보호하겠다는 전략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다면 실패입니다. 그러기에 한 총리는 너무 작고, 윤 대통령 부부를 향한 비판의 화살은 국정운영 이외의 것도 많기 때문입니다.
혹시 ‘대통령 권한대행’을 염두에 둔 행보일 수도 있습니다. “3년은 너무 길다”고 여기는 국민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조국혁신당은 민심에 주파수를 맞추고 ‘탄핵추진위원회’를 구성해 가동중입니다. 오랜 관료 생활과 두 차례의 총리 경험을 가진 한 총리도, 윤 대통령이 임기를 채울 것이라고 장담하지는 못할 겁니다. 그렇다면 자신이 일정 기간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을지도 모르는데, 과거의 유약한 이미지를 벗어나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것도 아니라면, 윤 대통령이 ‘아니, 한 총리는 정치도 오래 한 분이 그 정도밖에 못 합니까? 국회 가서 저 대신 좀 제대로 싸우세요!’라고 명령했고, 한 총리가 그저 그 명령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한 총리가 어떤 이유에서 ‘순한맛 한덕수’에서 ‘매운맛 한덕수’로 바뀌었는지는 알 도리가 없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하나 있습니다. 대한민국 역사에 ‘역대 최악의 정권의 최악의 총리’로 기록될 것입니다.
2024년 9월 13일
조국혁신당 대변인 강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