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2화. 옛날 이발소는 동네 사랑방이었다
①나는 101살#26》0911 AI수정·협업》난 아직 이런 감각으로 산다
by여유시간
Sep 11. 2026
어릴 적 이발소는 머리만 깎는 곳이 아니었다. 동네에 이발소가 하나 있으면 그곳에 동네 남자들이 모였다. 머리 깎으러 온 사람보다 구경하러 온 사람이 더 많을 때도 있었다.
─
이발소 의자에 앉으면 이발사는 머리부터 만지작거리면서 동네 소식을 들려줬다. 누구네 아들이 취직했다더라, 누구네 집 딸이 시집간다더라. 손님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어제 누구를 만났는데 무슨 말을 하더라는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
아이들은 이발소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긴장했다. 어른들이야 머리를 깎는 게 별일 아니지만, 아이들에게는 이발소 의자에 올라가는 것부터 큰일이었다. 목에 흰 수건을 두르고 가위가 머리카락 사이를 오가기 시작하면 꼼짝도 못 했다.
─
특히 귀밑머리를 바리캉으로 밀 때가 무서웠다. 바리캉이 윙윙거리며 귀 옆으로 다가오면 몸이 저절로 움찔했다. 이발사는 “가만히 있어!” 하고 소리쳤고, 아이는 울음을 참느라 이를 악물었다.
─
그런데 머리를 다 깎고 나면 기분이 달라졌다. 거울을 보면서 내가 갑자기 어른이 된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집에 돌아가면 어머니가 한마디 했다.
“아이구, 우리 아들 잘생겼네.”
그 말 한마디면 아까 바리캉에 겁먹었던 것도 잊었다.
─
지금은 미용실도 많고 남자들도 자기 머리 모양을 골라서 자른다. 머리를 자르는 일이 하나의 스타일이 됐다.
그때는 그냥 머리를 깎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때 이발소에는 머리보다 더 많은 것이 있었다. 사람 사는 이야기가 있었다.
─
그 시절 이발소에서 흔히 있었다는 이야기다.
어느 날 한 남자가 이발소에 와서 머리를 깎고 있었다. 이발사가 물었다.
“어디 가십니까?”
남자가 대답했다.
“집에 갑니다.”
이발사가 다시 물었다.
“아니, 머리 다 깎고 어디 가시냐고요.”
남자가 태연하게 말했다.
“그러니까 집에 간다니까요. 머리 깎으러 나왔으니 이제 집에 가야지요.”
이발사는 한참 동안 그 남자를 쳐다봤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