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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한달간 예술연습 에포크를 했습니다.
[미술사]를 들어가기도
[상급 미술]을 들어가기에도 좀 애매하다고 느꼈어요.
무언가 조금 부족한 느낌.
무엇을 더 채워주어야
좀 더 자신감있게 자신을 펼쳐낼 수 있을까. . .
무엇을 덜어주어야
무기력을 벗어 던질 수 있을까. . .
원래 그 시기가 '그럴 때'라는 것이
누구나 알고있는 만능답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대로 두고 바라보는 일은
부모의 일이지 교사의 일은 아니기에.
*
예술은 시대와 밀접하게 연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대의 아이들을 바라보는 일은
현대 미술작품을 이해하는 일과 유사하지요.
그냥 현대 미술관에 들려 인증샷 찍어대며
블로그나 인스타에 올리는
문화인 인증이 목적이 아니라면,
진지하게 그림들을, 그리고 아이들을 바라보고 읽어보는 작업을 미리 해야겠다 싶었어요.
그들의 말이, 행위가
전혀 이해되지 않는다 싶어도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이해하는 일.
그것이 현대의 어른들이 해야하는 일이기에. . .
*
아이들과 주변에 널려있는 몇가지 사물을 주워오게 했어요.
그림은 붓으로만 그릴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 사물들로 다 다르게 그림을 그리게 했어요.
심지어는 자기 스스로도 한 번 그린 방식으로는 다시 그리지 않게 했지요.
깔끔과 무기력의 끝판왕들이
드디어 美親짓을 하기 시작합니다.
애들과 유희정신을 잠시 이야기 나눴었는데
윤이가 유희정신을 잘 살고 있네요.
혹시 윤이정신? 퍼버벅(돌 맞는 소리)
구슬을 붓으로 굴리다 찍힌 흔적, 자취들이 작품이 되는.
아마 잭슨 폴록이 봤다면 윤이의 작업 방식을
누구보다 흥미로워하지 않았을까요? ㅎㅎ
실 가지고 노는 하율이.
나중엔 독특한 질감을 만들어 냅니다.
뭐가 이리 씨끄럽나 했더니 뒤에서 유빈이가 컵으로 먹을 찍습니다.
9학년 여자삼총사.
뭔진 몰라도 무언가 하고 있고,
나름 열심을 부립니다.
지금 학교 생활이 그렇듯요.
유빈이는 저 컵으로 무언가 하는 것에 재미를 들였는지
나중에 컵으로 무언갈 만들어냅니다.
과감한 남자 녀석들.
그 용기가 부럽습니다.
열심히 하던 태휘.
나무로 만든 종이와 목탄을
다시 나무처럼 만들어 버렸네요.
그렇게 만든 아이들 그림 몇 점이에요.
(지금 애들 상황처럼)
뭘 한 건지 모르겠지만 (애들도, 나도)
뭔가는 하긴 한, 저 작품들에 의미를 찾는 작업을 시작합니다.
형용사 30개 찾아와서
그림에 맞는 형용사 붙이기.
예를 들면 이 그림에는
이런 형용사가 붙었네요.
왜 이렇게 느꼈을까요?
저로선 대체로 알 수 없는...
그리곤 시인들의 싯구를 빌리기로 했어요.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 싯구의 느낌이 그림과 비슷한 것 직관적으로 찾기.
그리곤 포스트 잇에 붙이기.
어울리는 싯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들이 잠시나마
무언가를 오래 들여다 보았어요.
시집도, 그림도.
그렇게 다른 시집에서
한 행씩 모여진 여러 시인들의 싯구를
모으고 가르고 재정렬해서
내 작품과 어울리는 시로 재탄생 시켰어요.
뭐, 표절이지만
시인들도 자기의 자식같은 시어가
누군가의 마음에 박힌 채 살아가게 된다면
좋아하지 않을까요?
이제 아이들의 작품을 하나씩
가만히 들여다보도록 해요.
그리고 이해해 보도록 해 봐요.
그림도, 아이도.
예민한 신경질마냥 가늘고 얇은 선으로
화난 듯 마구 휘져어 댔네요.
중심에 모여있는 선들의 집합이 점을 만들어 내었고요.
그럼에도 좀 더 용기있게 주변을 향해 긋지못한
착함들이, 소심함들이 보이네요.
무엇이 이 아이를 그리 예민하게 했을까요?
승호의 그림이었네요.
꾸며진 음모라...
나는 나대로 충분한데,
어른들이 나를 보기 좋으라고 어항에 집어넣어놓고는
이젠 그 어항을 깨고 승천하라 요구하는,
흩어진 그림자를 한 곳에 모으려는
꾸.며. 진. 음. 모.
그 음모에,
운명의 횡포에 굴하지 않는다는
승호의 괴상하고 도전적인 시, 그림이었네요.
모든 말과 몸짓은 자신의 현재를 보여준다는
어느 평론가의 말이 옳다면,
유단이 앞에 얽혀있는
엉클어진 일들이 무얼까 가늠해봅니다.
형용사 해시태그를 통해 짐작해봄에,
그 일이 너무 무겁거나 힘들지 않다니
다행입니다
만,
새롭고 어둡지 않은 신기한 길을
잘 걸어가길 기도합니다.
어지러운 듯 보이는 저 흔적들 속에서도
🐦 발자국이 확신을 가지고 전진하고 있건만
아직 내 상태는 힘든가 봅니다.
다행히 '싶다'가 아닌,
'싶었다'를 적어준,
시인의 혜안에 따뜻한 위로를 느낍니다.
흘리기 기법으로 탄생한.
GOD의 길이란 노래가 생각났어요.
"내가 가는 이 길이 맞는 길인지 틀린 길인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내가 부르는 이 가사가 맞는 가산지, 틀린 가산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우린 이 길을 걸어가고 있네. . ."
생각이란,
내가 행위하고 난 뒤,
그 길이 어떠했는지 잘 돌아보기 위해 주로 필요할 뿐,
앞을 너무 많이 생각하면
두려움에 한 걸음 내딛기 어렵게 만들지.
찾아온 생각을 용감히 살고
걸어온 길을 잘 돌아보면
사고의 역할은 충분한 걸.
아! 다행히도 비슷한 생각을 했네요.
그런 웃음이 진짜 웃음은 아니겠지요?
네 해시 태그처럼,
갈라지고 건조해서 깨진
이 최신의 세상에서
외롭더라도
잘 걸어갈 수 있기를
기도한다.
어질~ 어질~ 어질~ 어질~~~
어지러진 나의 방안에 혼자 소리없이 남아
그 짧은 만남, 그리고 내일이었을 너를 생각할 때...
그림을 보니 동물원 노래가 떠올랐어요.
누가 이리 어지럽나 싶어 봤더니..
딱! 저네요. ㅜㅜ
하긴 제 집 상태가 저래요.
올 해 들어 한 번도 못 치운 저 집을
(참 바쁘게 삽니다. . .)
추석 연휴를 맞이하여 치우고 있네요.
한 우주를 봅니다.
아주 활발한 운동성이 느껴지네요.
어떻게 풀어내고? 드러내고 살까?
하!
군더더기 없는!
어지럽고 고민많은. . .
뭐 하고 있지? 어디로 가고있니?
아니야. . . 괜찮아.
누구나 흔하게 쓰는
'괜찮다'는 위로를
그동안 아껴둔 건
이럴 때 너에게 쓰고 싶어서야.
너무 많이 써서
그 말의 힘이 사라져버리면
진짜 필요할 땐
쓸 수가 없거든.
제목이
아직도 무꽃은 흔들리고 있을까? 였다면
여러모로 더 좋았을텐데..
시도, 내용도, 네 의향도.
누구냐, 넌. . . ?
무어냐, 니가 그린 그것은. . . ?
그래, 조금만 참자.
너도,
나도. . .
그럼 너에게도 무언가 찾아올 터이고
나도 무언갈 발견하겠지.
그때까지 이름없이 뒹굴지라도
조금만 참자. . .
슬퍼보입니다.
흘리기 기법을 썼다고
다 슬퍼보이진 않는데
아래로 흐른다고 다 눈물같아 보이진 않는데,
이 그림은
어딘가 숨어
숨죽여 울고 있네요.
다들 머리는 있어
자신 만의 생각들을 우겨대는데
채워지지 않은 빈 가슴과
나약한 ㅡ 혹은 너무 과한 의지는
무엇을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헤매고 있네요.
언젠가 '가는 비 온다'라는 시를 쓴 적이 있는데
가느다란 비에도 옷은 젖기에. . .
옷이 젖고 나서야 비가 왔었다는 것을,
가는 비에도 옷 젖는다는 걸 알아가는 것이
인생인 걸 어쩌겠니..?
그러기에 우리들의 젊음은,
청춘은 어리석고.
그 어리석음의 시절 ㅡ 가는 비에도 옷 젖는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현명해지지 않을까?
어리석어 보이고
멍청하고
끝이 뻔이 보이는 선택일 지라도
그것을 잘 돌아볼 수만 있다면
현명해지기 위한 길일지니
응원한다, 너의 모든 길을.
오는 비도 언젠가 가지 않을까?
소나무껍질.
남산 위의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그림이 너무 형상적이라 생각했는데...
함민복 시인의 말처럼
말랑말랑한 것들의 힘이 있다.
말랑말랑한 것들은
나를 품고 너를 품으며
생명을 잉태한다.
그러나
굳어져 단단해진 것들이
죽음으로 가는 길이라 한들
그것이 꼭 나쁘다 말할 수 없다.
발가락이
맞지 않는 신발과 함께 살기 위해
아픔속에 부단히 몸부림친 결과
단단한 굳은살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닐까?
살아내려,
견뎌내려 애쓴
애씀의 흔적이 아닐까?
지난 50년의 세월 (너, 내 얘기 한 거니? @@),
모두 봄은 아니었지마는,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지나고 보니 모두 봄을 위한 시간이었더라.
창공을 향해 날개펴는 독수리처럼...
굳게 서 있는 든든한 산맥처럼.
봄이란 것이 있었을까?" 라는 어느 시인의 싯구가
아이들의 시에서 자주 나오는군요.
'잃어버린 봄'에 대한 그리움.
정신세계에 대한 상실감을
이 시기 아이들은 느낀다 하던데...
(마치 3학년처럼. . .)
그게 지금 8,9학년들의 바탕에 깔려있는 듯 합니다.
그래, 그 산 너머에 그런 마음이 있었구나.
그래도 찬밥 덩어리가 담길
나만의 방, 나만의 동굴이 있다는게 어디냐.
찬밥이 급하고 허기진 이에게는
더운 밥보다 더 큰 도움이 되거늘
언젠가 찬밥처럼 방에 담긴 이를 더 이해하고 위로해 줄 수 있겠지. . .
정말 '챙'하는
칼부딪히는 소리가 들리는.
그렇게 찢기고 갈라진 틈새로
너에게서처럼
눈부신 황홀을 발견할 수 있다면
언제라도 찢기고 갈라지련다.
많은 동생들에게 공포와 놀라움을 준 작품.
심지어 걸린 곳이 2층 계단 올라가는 곳이라 더더욱.
유빈이는 위의 동영상에서처럼
아무 의도없이 그냥 종이컵을 찍었을 뿐인데. . .
찾아온 그림.
그리고 발견된 시!
너무도 아름다운 꽃!
독특한 질감에
누군가의 느낌을 '고집 센'이라 적어 놓은 걸보고
적확하다 고 느꼈던 작품.
굉장히 힘이 느껴지기도 하고
이중섭의 소를 지푸라기로 만들어 놓은 것 같기도 한!
또 나왔네요.
우리 생에도 봄이란 것이 있었을까? ㅎㅎ
네 안에 들어있는 굳센 의지를 보렴.
무엇이든,
어떤 방식이든 좋다는 말에
입체가 벌써 등장한. ^^
난 보았지.
저걸 구기고 뿌리고 찢는 동안
윤이 입가에 퍼진 웃음을. . .
그래, 웃었음 됐어.
위태롭고 흐려진 유해는 잘 묻어버리고
이젠, .
춤추는 인내.
누구에게나 여기서 할 일은 있다.
첫 별.
태인이의 첫 작품.
진실이 아닌 것.
진리가 아닌 것은 내게 가져올지 말지니
제발 제게 도움이 되는 걸 가져오세요.
사변적이고 추상적인 것 대신
실제적인 것을 보여주세요~
외치는 태인이.
저녁때 돌아갈 집이 있으니
더 마음껏 살아보렴.
돌아갈 곳과 반기는 이가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이랴. . .
우리에게 하. . 는. . . 말?
역동적인.
드럼 위 물방울이 튀는 듯 한.
당일 날 아퍼서 결석을 했었더랬다.
그랬다.
결석하면 따라가기 어렵다.
하지만 우리가 무언갈 하는 동안
너 역시 너만의 무언갈 들었겠지. .
그러니 울지 마렴.
누구나 돌아갈 길은 몰라.
"이건 너무 형상적이잖아?"
란 말에 대한
너의 대답이었나?
이건 세워놓으니 뭐. . .
욕하며 도망치기 없음.
*
그리곤 밖에 나가
우리가 만든 작품과 비슷한 것들을 찍어 보았습니다.
추상작업에서 구체물 찾기.
도현
승호
유빈
태휘
다들 어떻게 찾아냈는지 기발하지요?
역시 발돌 어린이 청소년들.
눈들이 보배입니다.
태인이
유단이
동욱이
박지우
동인
하율
강윤
이렇게 연습 좀 해 놨으니
세상을 좀 주의깊게 감각하고
미술사와 상급 미술 잘 할 수 있을까요?
물론 알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그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게
우리의 과제 아닐까요?
즐건 추석명절 되세요~~~
p.s 1]
https://naver.me/GOQPV2BM
지금은 모르겠지만,
언젠가 이렇게 삶의 모든 것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기를. . .
p.s 2] 위 수업들은 최혜경선생님의 예술론 책과 김인규 선생님의 수업에서 영감을 얻었음을 밝힙니다.
첫댓글 울고 웃고 있는 아이들처럼
저도 보는내 글을 읽는 내
울고 웃고 하는
뭉틍그려진 감정들의 폭우속에
들어갔다 나온 느낌입니다.
휴우~~추석일정을 마치고 이제야 댓글 씁니다.
아이들은 뭐지? 뭐지? 했을 수업이 선생님의 글로서 그 의미가 이렇게 드러나는구나 한 줄 한 줄 정말 아껴가며 읽었습니다.
아이들을 아끼는 마음 한편 아이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아이 하나하나에 대한 축복과 기도로 어루만져 주시는 것 같아 진심으로 뭉클했어요. 고맙습니다. 선생님. 저에게는 정말 멋진 추석선물이었어요.
흥미롭고 아릅답네요..1학기부터 미술사 에포크를 기다리던 하율이가 엄청 흥분했을 시간이었네요!! 학교 복도를 갤러리로 만든 큰아이들 작품을 보며 아이들 한명한명이 새롭게 보이기도 하고 그 아이가 더 들여다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어려운 건, 내 아이... 내 아이에 대한 것들은 또 이렇게 선생님의 시선을 통해 이해하고 갑니다!!
긴글과 사진들 정리하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정독 해서 두번 보았어요.
학교 복도와 계단을 갤러리로 만들어버리는 멋진 에포크라니요. 감사합니다.
청춘의 언어를 대변하는 시인에대한 아이들의 오마쥬가 좀 짠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합니다. 덕분에 묵혀뒀던 저의 청춘의 문장들또한 들춰보게 되네요. 8학년 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