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대한민국 최고의 청년만이 합격한 경찰대에 대한 수술이 본격화된다. 기수 중심의 육군사관학교 모델에서 일반대 재학생ㆍ졸업생도 편입하는 `로스쿨형`으로 바뀔 전망이다. 학비 면제도 폐지돼 집안 형편 어려운 수재(秀才)들이 몰리던 풍경도 사라질 전망이다. 현재 경찰대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21세 미만인 사람만 입학할 수 있다. 매년 100명이 입학해 기수 문화가 엄격하다. 지난달 30일 `경찰대 개혁 추진위원회`(추진위)가 발족되면서 경찰대 개편이 본격화 되고 있으며, 연말이면 확정된다. 1981년 개교 당시 경찰대는 큰 화제를 모았다. 4년 전액 국비 교육, 군 면제, 재학 중 매월 교육수당, 졸업 후 경위로 임관돼 안정된 직장이 보장된다는 점 등 파격적인 혜택으로 지원자가 몰렸다. 경찰대 1기 입학 경쟁률은 224대1이었다. 준비한 입학원서 4만장이 동나 재인쇄를 하기도 했다. 당시 대학 예비고사 점수로만 따지면 경찰대가 서울대 법대 다음인데, 성적 외에 키와 용모ㆍ체력 테스트까지 과정이 복잡했다. 경찰청은 내년인 2019년 경찰대의 군복무 혜택을 폐지하고, 2020년부터는 신입생 선발인원을 절반으로 줄이기로 결정했다. 경찰대학 설치법이 개정되는 대로 학비 전액지원 혜택도 사라진다. 오래전부터 `경찰대 무용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건 사실이다. `스카이(SKYㆍ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졸업자도 순경으로 들어오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경찰공무원이 승진하려면 순경ㆍ경장은 1년, 경사는 2년 이상 재직해야 한다. 매년 치러지는 승진 시험에 매번 합격한다면 순경이 경위까지 진급하려면 최소 4년이 걸린다. 경찰대는 졸업만하면 경위로 입직(入職)하기 때문에 승진 경쟁에서 최소 4년을 버는 셈이다. 실제 전국 총경(서장급) 583명 가운데 320명(54.8%)이 경찰대 출신이다. 이보다 한 계급 더 높은 경무관으로 가면 경찰대가 전체 67.1%(51명)을 차지하고 있다. 또, 경찰대는 경찰 개혁위의 권고를 받아들여 오는 2020년부터 고졸 신입생 입학 정원을 50명으로 감축하기로 했다. 감축되는 인원 50명은 편입생(25명)과 현직 경찰관(25명)으로 채운다. 입학 연령 제한도 40세 미만으로 완화한다. 경찰대 입학 정원은 2015년도 120명→100명으로 한 차례 감축된 바 있다.
이에 따라 조직 내에서 경찰대 출신의 입지도 점차 줄어들 전망이다. 종전까지 경찰대 학비는 무료였다. 세금으로 메우던 4년 전액 장학금 제도도 내년부터는 폐지된다. 경찰청은 "2019년도 신입생부터는 학비 전액지원 등의 특혜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 경찰대 학비는 국립대 수준으로 책정된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장학금 혜택은 일반 국립대보다는 보다 폭 넓게 확대한다는 것이 경찰청 방침이다. 육군사관학교, 공군사관학교, 해군사관학교는 종전대로 학비를 포함한 모든 비용이 지원된다. 사실 경찰대 진학으로 `경력단절` 없이 조직 내에 머무를 수 있다는 점은 경찰대 남학생의 특혜였다. 내년부터는 경찰대 군역(軍役)혜택도 폐지된다. 지금까지는 경찰대를 졸업하면 의무경찰(의경) 소대장으로 복무하는 대체병역제가 시행됐다. 내년부터는 경찰대 재학생도 휴학계를 내고 병사로 입대하거나, 졸업 이후 학사장교로 복무해야 한다. 현 정부와 여당은 검찰ㆍ경찰 수사권 조정의 하나로 경찰대 개혁을 요구해 왔다. 현재까지 나온 경찰대 개편 방향의 핵심은 순혈주의ㆍ기수 문화 타파다. 검찰이 1차 수사권, 수사종결권 등을 경찰에 넘기는 대신 경찰도 경찰대 개혁, 자치경찰제 도입 등 `개혁`을 하라는 것이다. 사실 13만 경찰공무원 조직에서 차관급 고위 공무원 수가 1명뿐인 기형적 조직 구조도 문제다. 조직내부의 밥상싸움(?)이 아닌 진정한 혁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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