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우리말의 유래
◇ 대포
'큰 잔 또는 큰 잔으로 마시는 술'을 가리킨다. 커다란 탄환을 멀리 내쏘는 화기(火器)를 뜻하는 대포에서 크다는 뜻을 빌려와서 다른 뜻으로 쓰게 된 것이다. 크다는 것을 강조해서 왕대포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 댕기풀이
'관례나 혼인을 하고 나서 동무들에게 한 턱 내는 일'을 가리키는 말이다. 남자가 관례를 치르면 그 동안 땋아서 늘어뜨리고 다니던 머리를 틀어서 상투를 올리게 되고, 혼인을 하면 마찬가지로 여자의 머리를 올려 주게 된다. 이렇게 되면 총각, 처녀가 모두 어른이 되는데, 이 때 땋은 머리를 묶고 있던 댕기를 풀게 된다는 데서 생겨난 말이다.
◇ 도루묵
'은어'를 가리키는 말이다.
선조 임금이 임진왜란을 맞아 피난하던 도중에 처음 보는 생선을 먹었는데 그 맛이 별미였다. 그래서 이름을 물어보니 '묵'이라고 하므로, 그 이르이 맛에 비해 너무 보잘 것 없다 하여 그 자리에서 '은어(銀魚)'라고 고치도록 했다.
나중에 궁중에 들어와 '은어' 생각이 나서 다시 청하여 먹었으나 예전과 달리 맛이 없었다. 그래서 선조가 "(은어를) 도로 묵이라고 해라"하고 일렀다고 한다.
이런 유래로 인해 '도로묵'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가 발음이 변해 '도루묵'이 되었다.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았을 때 흔히 '말짱 도루묵이다'라고 하기도 한다
◇ 동냥
'거지가 돈이나 물건을 구걸하는 일'을 뜻한다. 한자말인 동령(動鈴)에서 온 말이다. 원래 불가에서 법요(法要)를 행할 때 놋쇠로 만든 방울인 요령을 흔드는데 이것을 동령이라고 했다.
그러다가 중이 쌀 같은 것을 얻으려고 이 집 저 집으로 돌아다니며 문전에서 방울을 흔들기도 했다. 지금은 방울대신 목탁을 두드리지만 동냥이라는 말은 이렇듯 중이 집집마다 곡식을 얻으러 다니던 데서 비롯한 말이다.
한편 '가을 중 싸대 듯'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가을이 되면 농민들이 곡식을 수확하게 되고, 그러면 중들은 때맞춰 시주를 얻기 위해 부지런히 다녀야 한다는 데서, 여기저기 바쁘게 돌아다니는 경우에 쓰이는 말이 되었다. 동냥을 하며 돌아다니는 사람을 '동냥아치'라고 부른다.
◇ 등신(等神)
'어리석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등신은 한자말 그대로 사람의 형상으로 만든 신상(神像)을 말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인간의 능력으로 할 수 없는 일을 해 내는 귀신과 비슷한 뜻으로 쓰였다.(광목이 처음 나타났을 때, 너무 넓어서 "이건 사람이 못 짜, 등신이 짜지"라고 하시던 기억이 난다. - 문익환 『죽음을 살자』202쪽). 그러다가 차차 어리석고 줏대 없는 사람을 가리키게 되었다.
◇ 마마
'두창(痘瘡)' 전염성이 강하다는 뜻에서 이르는 말이다. 마마라는 말은 왕을 일컬을 때 상감마마라고 하는 것처럼 최상의 존칭어이다. 그런데 이런 명칭을 두창이라는 질병에 붙인 것은 병을 옮기는 신에게 높임말을 씀으로써 신의 노여움을 덜자는 주술적 사고에서 나온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천연두를 '손님', 홍역을 '작은 손님' 등으로 부르는 데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손님이라는 표현에는 질병을 높여 부르는 동시에, 질병을 옮기는 신이 손님처럼 돌아다니는 뜻이 포함되어있다.
이렇게 전여성이 강한 까닭에 '별성마마', '손님마마' 또는 '역신마마'라고 불렀는데 이 말이 줄어서 그냥 마마가 된 것이다.
◇ 매무새
우리가 옷깃을 여미고 매무새를 가다듬는다고 할 때 쓰는 '매무새'라고 한다. 우리는 옷차림이나 맵시를 그냥 '매'라고 한다. 그리고 그것이 그대로 다른 명사에 붙은 접미사로 맵시나 생김새를 뜻하기도 한다.
'매무새'라는 말은 끈을 '맨다'는 뜻의 어근 '매'와 다발로 묶는다는 뜻의 어근 '뭇'이 결합할 때에 명사화 접미사가 결합하여 '매(結)+뭇(束)+애(接尾)>매무새'또는 '매+뭇+이>매무새'라는 어형을 이룬 것이다.
◇ 먹통
'바보, 멍청이' 따위를 속되게 이르는 말. 또는 마음이 검어서 챙겨서는 안 될 재물을 마구잡이로 챙기는 사람을 이르는 곁말이기도 하다.
목재, 석재 등을 자르거나 다듬기 위해 줄을 긋는 데 쓰는 도구로서 먹통이라는 것이 있다. 나무를 후벼 파서 두 개의 그릇 모양으로 만들고, 한 쪽엔 먹물에 적신 솜을 넣어 두고 다른 한 쪽엔 먹줄을 감아 놓아 그 줄이 먹그릇을 통해서 나오도록 되어 있다.
먹통이 지니고 있는 '까맣다'라는 이미지를 빌려다가 주로 말이 안 통하는 어리석은 사람을 경멸할 때 쓴다. 또 한 가지 뜻은 사람의 마음이 검어서 남의 재물을 마구 챙기는 사람을 먹통이라고도 한다.
◇ 멍텅구리
'멍청이'를 가리키는 말이다. 멍텅구리는 본디 바닷물고기 이름인데, 못생긴 데다가 굼뜨고 동작이 느려서 아무리 위급한 때라도 벗어나려는 노력조차 할 줄 모르기 때문에 판단력이 약하고 시비를 제대로 모르는 사람을 이르는 말로 확대되어 쓰이게 되었다.
◇ 민며느리
'앞으로 며느리 삼으려고 민머리인 채로 데려다가 기르는 계집아이'를 가리키는 말이다. 옛날에 시집 안 간 처녀를 미리 데려다 기르며 일을 시키고 어느 정도 나이가 차면 며느리를 삼는 제도가 있었는데 이것을 '민며느리'라고 한다.
'민'이란 아무 꾸밈새나 덧붙여 딸린 것이 없음을 나타내는 접두어이다. 그리고 민며느리라고 하면 '민머리'인 채로 데려 온 처녀를 말한다. 민머리는 쪽을지지 아니한 머리를 뜻하므로 시집 안 간 처녀를 이르는 말이다.
◇ 변죽을 울리다
'간접적으로 깨닫게 하다'라는 뜻이다. 그릇이나 물건의 가장자리를 변죽이라고 한다. 변죽을 쳐서 그릇의 복판이 울리게 하듯이, 바로 집어 말을 하지 않고 에둘러서 말을 하여 눈치를 채게 한다는 뜻으로 쓰는 말이다.
◇ 병자년 방죽
'건방지다'의 뜻으로 쓰이는 말이다. 조선조 26대 고종 13년 병자년에 몹시 가물어서 방죽이 모두 말라붙어, 건(乾) 방죽이 된 것을 발음이 비슷한 '건방지다'에 엇먹어 쓴 말이다.
병자년에 흉년이 들었다는 데서 생긴 속담으로 '병자년 까마귀 빈 뒷간 들여다보듯 한다'는 말도 있다. 혹시 무슨 일이 잘 될까 하여 기다리고 있음을 이르는 말이다.
◇ 보름 보기
'애꾸눈이'를 놀리는 말이다. 애꾸눈이는 눈이 한 쪽밖에 없으므로 남들이 보는 것의 절반만 본다는 생각에서, 결국 정상인과 비교하여 한 달에 보름밖에는 못 본다는 뜻으로 붙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