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불국사 대웅전 앞. 경내 다보탑 맞은편 석가탑 주변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2012년 전면 해체 수리 작업을 위해 설치한 가설덧집 속 석가탑은 3층 탑신(塔身, 탑기단과 상륜 사이의 탑의 몸)까지 조립이 완료된 상태였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이날 삼층석탑 수리 현장에서 그동안의 보수 추진경과 설명회와 더불어 3층 옥개석(屋蓋石, 탑 위 지붕처럼 덮는 돌)을 설치하는 작업을 언론에 공개했다.
본격적인 설치 작업에 앞서 3층 탑신 상부에 고운 모레(細沙)를 편편하게 펴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이는 석재와 석재 간에 맞닿는 면적을 최대화해 무게 하중을 분산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연구소 관계자가 설명했다. 이어 오전 11시30분경 3.5톤이 넘는 육중한 무게의 옥개석이 크레인 굉음과 함께 공중으로 서서히 들어 올려졌다. 중요무형문화재보유자 제120호 이의상 석장의 진두지휘 아래 연구소 관계자들은 신호를 주고받으며 옥개석을 놓았다. 이날 3층 옥개석 설치는 정확한 조립이 이뤄졌는지 수평계를 통해 확인하는 작업을 끝낸 뒤에야 최종 마무리 됐다.
이번 석가탑 보수 공사와 관련해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전통기술과 현대과학을 통해 새롭게 연구 검증된 첨단기술을 함께 적용했다는 점이다.
이날 보수 추진경과 설명을 맡은 김덕문 국립문화재연구소 건축문화재연구실장은 원형성 및 진정성 확보를 위해 석탑 중심축은 십(+)자먹 원리를 이용해 탑을 다시 쌓았다고 설명했다. 이는 첨성대를 지을 대 사용했던 공법으로 각 단마다 중심축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됐다.
부식된 철제 은장 재료도 개선했다. 부식으로 인한 구조성능 저하와 녹물오염 등을 발생시키는 철제 은장 대신 열팽창이나 열전도율이 낮고 연성이 뛰어난 티타늄 은장을 사용해 안정성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새롭게 개발한 보존처리법을 활용해 깨진 부재는 100% 다시 사용했다.
742년 신라 경덕왕 때 세워진 석가탑은 통일신라 조형예술의 극치로 우리나라 최고 문화유산으로 꼽힌다. 하지만 국립문화재연구소 정기안전점검 결과 지난 2010년 상층기단 갑석의 균열이 확인되면서 해체 보수가 결정됐다. 곧바로 국립문화재연구소에 보수정비사업단이 꾸려졌으며 2012년 9월 탑을 전격 해체했다. 부재 해체 이후 2013년 7월 기단부에서 통일신라시대 불상으로 추정되는 금동불입상이 발견됐다. 지난 9월에는 탑 2층 몸돌에 있는 사리공에 2013년 해체공사 도중 수습한 사리와 장엄구 등을 담은 사리장엄구를 다시 봉안했다.
석가탑은 고려시대 때 해체 수리 및 지진 피해 보수를 한 바 있으며, 조선시대(1586년)에는 낙뢰로 상륜부가 손상된 바 있다. 1966년에도 도굴 시도로 훼손된 2층 옥개석 윗부분을 해체 보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