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끼고 사랑했던 친구 강영자!
그녀 와는 대학교 1학년 약대 음대 교양 과목의 합반으로 인해서 친해진 사이 이다
그녀는 명문 경남여중과 경기여고를 졸업했고 숙명여대 전체 수석으로 입학한 재원 !
3학년 2학기 총학생회 임원 선출의 시즌에 그녀는 약학대 학생회장으로 나는 음악대학 학생회장
으로 각각 당선 되어 우리는 더욱 가까워졌다
그녀의 꿈은 세계적인 소프라노 였지만 함경남도 이원교회 설립자이신 부친의 순교로 말미암아
홀어머니와 남하 하였기 순전히 생활을 위한 약학도가 된 터__
그래서 그녀는 피아노책을 끼고 다니는 나를 늘상 부러워했고 또 좋아했다.
나도 그녀를 의식하여 음악대학 학생회 주관으로 ` 제 1회 교내 아마츄어 성악콩쿨`을
신설하였고 그에게 최우수상의 기쁨도 맛 보도록 도왔었다
인생의 꽃봉오리 스므살 나이에 만나서 잔잔한 우정을 곱다랗게 키워오던 어느날 우리는 문득경기도 양평의 한 숲 속에서 한 동네 이웃으로 살아가게 된다
그녀는 남편 황의각 박사의 위암 치료를 위해 이미 20년 전에 이곳에 터를 잡아 살았고 나느 이제 시력에 장애가온 내 남편을 위하여여기에 전원 주택을 짓고 들어온 것이다
흘러간 50년....
그사이 그녀는 남편의 유학시절 미국 오레곤대학교경영대학원에서 회계학을 이수하여 미국 변호사 협회에서 회계사로 일했고 영국 로이드 국제은행 서울 외환 자금부 차장도 역임 했었는데 한독일 상공회 재무부에서 근무하고 있을적에 김일성 주석의 사망 소식을 접했었다
이듬해 그녀는 심사숙고 끝에 잘 나가고 있던 회사에 사표를 던진 후 3년뒤 이수역 근처에 있는 총회신학교 신학대학원에 입학 하였다
2개 과목의 석사과정 까지 이수 했지만 꾸준하게 추진해오던 여성문제가 해결 되지 않자 다시 박사 과정에 돌입 했는데
그때는 이미 칠순이 넘은 나이, 그녀와 나는 한 동네에 살았어도 살뜰한 우정을 나눌수 없는 상황 이었다
설상가상으로 그녀에게 혹독한 설암이 찿아왔고 겨우 극복하고 나니 이번에는 폐암이 ________
작년 봄 그녀는 마침내 총신대 일반대학원에서 `바울서신의 남녀관`으로 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부친이 세우고 순교하신 이북의 이원교회 재건과 북한 선교에 대한 열망,그리고 여성목회자에 관련한 성경연구가
더 이상 불가는해진 74세의폐암말기 환자가 되어서...
아내의 열망을 동일시 하며 마지막 순간 까지 열렬하게 지원해준 남편 황박사의 헌신과 자기 희생은 감동이다.
그리고 그 직후 숙대 50주년 홈커밍 대회가 있었는데 그렇게도 그녀가
열심히 준비해온 그자리에 참석 못하고 딸의 근무처 였던 ( 현재는 미국에서 활약 중) 고대 안암병원에서
사경을 헤메고 있었다
남녀가 평등함을 입증하는 박사논문을 국회에 나가 발표한 것을 마지막으로
그녀는 지금 경상북도 선산에 고요히 영면해 있다
친구가 떠난지 이제 백일,,,,
황교수님과 어떻게 대면 해야 좋을 지 몰라 차일피일 미루다가 모처럼 날씨가
풀려 용기를 내었더니 스스럼 없는척 선듯 응하셨다
그녀와 함께 가려고 예약까지 해 놓았던 바로 그 한정식집에 우리 내외와 황교수님은 마주 앉았다.
`누가 기도 할까요?`
내가 남편 얼굴을 쳐다 보다가
`~아아~ 각자 하면 되겠네....` 했더니
`제가 하지요` 황교수님이 말했다
그는 여전히 위용있고 절제된 침착성으로 감사의 식기도를 올렸지만 목소리는 어쩔수 없이 점점 사그라 들다가 마침내
목이 메인다
강영자의 박사 논문은 그녀 소천 후 이제 `바울이 본 아담과 하와` 라는 편한 제목으로 총신 여동문회에서 3권의 책으로 발간된다
책장을 넘기니 그녀의 체취가 느껴진다
내가 사랑했던 친구 ...
나를 사랑했던 친구 ....
1995년 내가 우리집 가족문고 `걸레를 든 마릴린먼로`를 출간 했을때 그녀는 약하과 동기동창 전체에게 우리책을 사보도록 독려하여 단체로 구매했으며 자신도 뭔가 새로운 삶을 살셌노라 말했다 그런후 냋책 20권을 따로 사서 직원들에게 주는 고별선물로 사용했다
나는 안다 ,그녀의 깊은 배려였음을 ...
영자야, 너는 내가 치는 피아노 반주에 노래하기를 유달리 좋아했지...
화자 남편 장로장립식날 불렀던 너의 축가 `내 평생에 가는길.....`
너의 삶은 이 찬송가 그대로 였다
그래, 언제 어디서나 항상 고즈넉했던 너의 영혼....
우리집 하우스콘서트때 함부로 벗어져 있는 현관 앞의 구두들을 반듯반듯 돌려놓고 거실로 들어서던 네 모습니 지금 보인다. 이렇게 여기 내 곁으로 다가오고 있네...
`나는 서현이 너 한테서 참으로 많은 도전을 받는다` 라고 고백하던 너,
`나는 인류를 위해서 내 논문을 통과 시키고 말거다` 하던 너!
영자야 ,
가라 , 이제 훨 훨 날아 너 가고 싶은 곳으로 가라 ,
너의 못 다한 꿈은 누군가가 계승하여 이루어가리...
자~~ 이제 나는 잡고있던 너의 손을 이렇게 놓는다
친구여 ,안녕히......
2018년 1월20일 새벽 4시 25분
영원한 너의 벗 민서현 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