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도에 대하여
과거로부터 남자의 상징은 짙은 눈썹과 수염이었던지라, 근래에는 눈썹 문신을 하는 남자들이 많아졌다. 그러나 수염 문신을 했다는 사람은 아직 만나보지 못했다. 어찌 된 일인지 남자의 상징을 깨끗이 미는 일이 남자다운 모습이 되어버렸다.
면도를 생각하면 80년대까지
대입 수험 영어의 바이블'성문종합영어'의 독해 파트 한 부분이 떠오른다.
'열 일곱살이 되어도 면도를 안한다는 것은 남자로서 수치스러운 일이다'
뭐 이렇게 시작되는 지문이었던 것 같다.
그 무렵 고등학생쯤 되면 얼굴의 솜털이 거뭇거뭇해져서 사극에 나오는 이방 얼굴을 닮아가는 친구도 있었고, 털이 좀 많은 친구는 면도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아! 물론 얼굴에 털이 때 세 개 뿐인 친구는 면도가 필요없었다.
나로 치면 평균적인 한국인 보다는 얼굴에 털이 많은 편이라, 일찌기 고등학교 때 부터 일회용 한 날 짜리 면도기부터 시작해서 다섯 날까지 써 보았고, 전기 면도기도 사용해 보았으나 깔끔하지 못해서 얼마 쓰지 않았다.
예전에 학교에 근무할 때는, 방학이 되면 한 보름정도는 면도를 하지 않았다. 그럼 수염 길이가 약 1cm 정도 되는데, 이 상태에서 좀 자유로운 복장을 한 채 전철을 타면 사람들이 홍해가 갈라지듯 흩어졌다.
내가 한 번 쳐다보면 눈을 내리깔거나 심지어 다른 칸으로 도망을 갔다. 면도 좀 안한 걸로 매우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
근래 회사에서 한 후배가 클래식한 면도가 좋다고 하도 광고를 하길래 나도 동참하게 되었다.
면도기, 솔, 면도용 비누,거품용기를 샀다.
양날 면도날은 고민 끝에 '도루코 프라임'을 선택해 주문했으나, 배송 사고가 생겨 취소했고, 후배에게 러시아제 날 두 가지와 도루코 프라임 5매를 얻어서 옛날식 면도를 시작했다.
그러나 러시아제 날은 한 번 사용하기에도 부적합했고, 도루코 프라임은 만족스럽진 않아도 그럭저럭 한 두번 쓸 수 있었다. 그래서 명성이 자자한 일제 '페더'날을 구매해 써봤다. 페더는 정말 깃털처럼 가볍고 쉽게 면도가 되었다.
일본인들이 수 백년 칼을 갈아왔기 때문인지 면도날도 잘 만들었다.
페더를 사용하면 서너번씩은 깔끔한 면도가 가능했다.
재미있는 것은 전기면도기로 가면 일본 제품들이 그리 경쟁력이 없다는 것이다.
기존에 있던 것은 잘 개선하지만, 발상의 전환에 약한 일본인들의 특징이 면도기에도 잘 나타나는 것 같다.
면도를 매일하는 것은 피부에 좋지 못하므로 나의 경우는 이틀에 한 번, 주말에는 무조건 쉰다.
왜냐? 나의 피부는 소중하니까.
첫댓글 재밌습니다. 글이. 소소한 재미난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