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힐 / 김석수
바나힐은 다낭 중심가에서 차로 30여 분쯤 걸린다. 아내와 딸이 가보고 싶어했다. 호텔에서 하루 관광할 수 있는 표를 샀다. 아침을 일찍 먹고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관광버스가 왔다. 여자 가이드가 차에서 내려왔다. 그녀는 베트남어와 영어로 안내했다. 차에 오르니 대부분 베트남 사람이다. 바닷가를 지나 산 쪽으로 올라갔다. 주변 경치는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입구에 도착하니 케이블카를 타려고 많은 사람이 줄 서 있다. 가이드는 표를 나누어 주기 전에 여러 가지 주의 사항을 알려 준다. 베트남어로 길게 영어로는 짧게 설명한다. 서양 사람이 몇 명 없어서 그런 거 같다. 팔 하나가 없는 남자가 눈에 띄었다. 그는 내게 한국서 왔냐고 물었다. 자기는 경기도에서 왔다며 호찌민이 처가라고 한다. 베트남 아내와 장모를 소개했다. 그는 70대로 아내는 30대로 보였다. 키는 작고 머리를 면도하듯이 빡빡 밀어 깎았다. 눈초리가 매섭다. 제법 성깔이 있게 보인다. 그의 아내는 키가 크고 외모가 빼어났다. 온화한 인상이다.
케이블카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길다고 한다. 타는 데 20여 분이 걸린다. 사방이 탁 트인 곳에 바라보는 전경은 아름답다. 산허리에 안개가 끼어서 케이블카 안에서 골짜기만 보이고 바다를 볼 수 없어 아쉬웠다. 예전 식민지 시절에 프랑스 사람이 휴양 마을을 이곳에 처음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건축 양식이 특이하다. 케이블카 아래로 지붕이 둥글고 뾰족한 양식의 집이 많은 프랑스 마을이 보였다. 유럽 여행하는 느낌이다. 경치를 바라보다 산 중턱 케이블카 정류장에 내렸다.
정류장 밖으로 나오나 ‘골든브릿지’가 있다. 다낭의 랜트마크라고 한다. 안개가 낀 날에 이곳에 오면 신비롭다. 흐린 날씨 때문에 시야가 좁아지면 커다란 손 조각상이 더욱 아름답다. 두 개의 거대한 손이 다리를 떠받치고 있다. 신이 다리를 잡은 듯하다. 커다란 손은 유리 섬유로 만들었다. 맑은 날은 안남 산맥과 남중국해가 어우러진 풍경을 볼 수 있다.
다리에서 내려오면 ‘사랑의 정원’이 있다. 아홉 개 구역으로 나누어 여러 종류의 꽃으로 정원을 만든 곳이다. ‘천국의 정원’은 세상의 모든 꽃을 모아 놓은 듯하다. ‘시크릿 가든’은 미로가 있다. ‘포도 농장’에서 포도주도 맛볼 수 있다. ‘봄 정원’은 대부분 보라색 꽃이 있다. 유럽 정원과 비슷하다.
다음은 린응사(靈應寺)다. 일주문 아래로 돌계단이 있다. 양옆으로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 두 마리 용의 형태를 한 석조물이 눈에 띈다. 입구에 현장 스님과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을 형상화 한 조각이 흥미롭다. 절 안에 다양한 불상이 많다. 온화한 표정과 큰 귀가 있는 거대한 불상도 있다. 하얀 불상은 푸른 하늘과 대비되어 선명하게 보였다. 멀리 떨어진 곳에 높이 67미터나 되는 해수 관음상이 있다.
다시 정류장으로 돌아와 산꼭대기로 올라가는 케이블카를 탔다. 정상에 올라가니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먼바다와 크고 작은 산봉우리가 더욱 아름다웠다. 테마파크와 뷔페식당이 있다. 가이드는 식권을 나누어 주며 식사하고 두 시간가량 즐기라고 한다. 내 옆에 경기도에서 온 남자가 있었다. 그의 아내가 가이드 말을 알아듣고 놀이 기구 이용하는 방법을 그와 우리에게 설명해 주었다. 그는 자기 아내가 한국말을 잘해서 편하다고 한다.
점심을 먹으려고 뷔페식당으로 갔다. 많은 사람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안으로 들어가니 앉을 자리를 찾기가 어려웠다. 음식 종류가 많다. 달걀 위에 구운 돼지고기와 닭튀김 요리가 눈에 띄었다. 쌀국수와 볶음 요리, 게살 수프 등 특선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여러 가지 종류의 디저트와 음료수도 즐길 수 있다. 해산물 요리도 많다. 나는 샐러드바에서 채소를 듬뿍 가져와 먹고 나서 바비큐와 달걀 요리를 하는 곳으로 가서 오므라이스를 시켰다.
푸짐한 점심을 먹고 나서 놀이 기구가 있는 곳으로 갔다. 아내와 나는 알파인 코스터(Allpine Coaster)를 탔다. 아내를 앞에 태우고 내가 뒤에서 변속 레버를 조절했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갈 때 아찔하다. 오랜만에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다. 딸이 범퍼카를 타고 싶다고 해서 건물로 들어갔다. 범퍼카와 회전목마가 같은 건물에 있다. 나는 딸이 범퍼카를 타는 동안 휴대전화로 인터넷 검색하며 시간을 보냈다.
가이드와 약속한 시간이 돼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왔다. 오전에 만났던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스위스에서 온 부부가 내게 어디서 왔냐고 인사한다. 그들은 베트남과 캄보디아, 태국을 여행하고 있다고 한다. 2013년에 은퇴해서 세계 여행 다니는 것이 취미다. 모로코, 마케도니아, 크로아티아, 그리스도 여행했다. 남자가 투지(2G) 폰처럼 생긴 작은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는 것이 특이하다. 글씨가 잘 보이지 않을 것 같지만 사용하는 데 지장이 없다고 한다. 그는 베트남은 물가가 싸서 좋다며 다음 여행지는 나트랑이라고 했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시내 액세서리 상점 앞에서 버스가 멈췄다. 가이드는 쇼핑 시간이라며 한번 둘러보고 오라고 한다. 금은 세공품이 많다. 상점을 나오려고 하는 순간에 큰소리가 났다. 뒤를 돌아보니 경기도에서 온 사람이 그의 아내에게 야단치는 소리다.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그의 아내와 장모는 풀이 죽어 있고 그는 기세가 등등하다. 그 순간 베트남 여자와 국제결혼하고 우리나라 남자가 여자를 폭행한 사건을 다룬 제이티비시(JTBC) 방송 프로그램이 생각났다. 밖에 나와서 이 정도라면 집에서는 어떻겠는가 짐작하니 내 마음이 언잖았다.
아내와 딸은 지금까지 베트남 여행에서 가장 좋았다고 한다. 나는 다낭이 아름답지만 슬픈 일이 많이 일어났던 곳이라고 했다. 미군이 통킹만 사건을 구실로 이곳 강으로 들어와 북베트남과 전쟁하면서 수많은 사람을 죽였다. 우리나라 청룡부대도 치열하게 싸우면서 베트남 군인뿐만 아니라 민간인을 죽였다. 4.3 사건을 겪었던 제주도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찾아가는 아름다운 관광지에서 끔찍한 국가 폭력이 일어났다. 호텔에서 시내 야경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상념에 잠겼다.
첫댓글 바나힐!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그분 나라 망신 안 시키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베트남 여행 잘 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다낭이 슬픔과 기쁨(관광객이 많아서)이 공존하는 곳이네요. 아직 가보질 않았는데 올해가 가기 전에 한번 다녀와야 할까 봅니다.
말로만 듣던 다낭을 원장님 덕분에 여행 잘 했습니다.
그런 슬픈 역사를 지닌 곳이라는 건 처음 들었습니다.
70대와 30대가 부부라.
사랑으로 맺어졌다면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하겠지만 글로 읽어도 그렇게 느껴지지는 않네요.
다음에 베트남 여행 가게 되면 선생님 글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저도 똑같은 말 쓸 뻔했어요.하하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