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문학회 회원은 132명인데 62명 회원이 원고를 내어 325쪽 책, 34호를 출간하였다. 책(글)을 읽고 ‘그 글에서 이 한 마디 인상 깊었어요.’ 하며 인사 나눌 시간이 없어 아쉬웠다. 글에 대한 인사를 먼저 해도 ‘감사하다’는 말뿐, ‘당신 글도?’하며 상대방 글에 관심 한마디 건네줄 생각의 여유 없음이...
1<40넌 전통을 빛낸 작고 문인들>-이태수
(시 공부에 좋은 글들이라 정리해 봤다)
<예수 3>이문희 대주교
자신을 예물로/ 온전히 바치심은/ 자신을 온전히 바칠 수 없는 사람을 대신하여/ 앞장서 바치신 것이다-
<또 다른 노래>-이정우 신부
나는 밤마다 꿈으로써 잠자느니 /죽음보다 더 아픈 삶의 고뇌여
<나의 강산아>한솔 이효상
석양에 비친 진흙 위에도/ 입 맞춰 보고 싶은 나의 강산아
<목숨>신동집
나는 무한히 살고 싶더라/너랑 살아보고 싶더라/
살아서 죽음보다 그리운 것이 되고 싶더라/억만 광년의 현암을 거쳐/ 나의 목숨 안에 와 닿은/ 한 개의 별빛-
<무명고> -권국명
어둠이여/너의 무명의 암흑 속에는/ 어두운 짐승이 한 마리 누워 있다.
너의 보이지 않는 깊이 속으로 /내려간다/ 너의 깊이 속으로 내려간 나는/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
<별> 박해수
검은 하늘에 걸려 외로울 제/ 별은 빛나고/ 나는 네 속에 있는 것이니/ 나와 함께 빛나는/ 별이나 되고 말자
<구절리역에는>-박해수
-구구절절 구절초 꽃이 피고, 구절 구절 가난이 도둑과 같이 구절구절 돌아보는 삶과 같이/ 구절리역에는 /구절 구절 많은 /구절초 꽃 같은/ 사랑이 숨어 있다.
<낡은 의자>- 박방희
너무 오래 서 있어서 아무도 앉지 않는 의가/은퇴한 퇴역 장군처럼/ 저 사신을 안지히고/ 쉬고 있는 의자-박방희
<그대에게 가는 먼 길>박방희
별들도 불 밝히고 그리움에 반짝인다/저녁에는 돌아와/ 별이 되는 사람들도/ 외로워/ 창을 밝히고/ 그리움에 반짝인다(아이는 별 보는 아빠를 보며 아빠의 등에 업힌 외로움의 그림자를 보았다- 아이가 많이 컸다.)
-넘어지는 순간에도 포기하지 마라/ 허공도 짚을 게 있다!
-누구든/손에는/ 금이 있다. -손금
2<녹 쓸지 않는 파편 몇 조각>- 윤중리(행사 회고담- 언제나 재미있는 분)
청소년 문학 캠프 장소 허락을 받기 위해 총장 신부님께 주교님도 우리 정회원이라 하자 씨익 웃으며 ‘주교님 성함 안 팔아도 허락해 드립니다.
3<천불>- 공미
밥도!
(시 속 주인공을 알기에 ‘밥도’ 한 마디가 더욱 재미있다.)
4<무지개> 곽선희.
바다와 하늘 만나 뭐라 했을까
(순수한 궁금증)
5<가을 읽기> 김정실
아픈 상처 토닥여/ 받아 안으라고/ 일깨우는 마음
(깊이 있는 글에 위로받는다)
6<우연한 만남> 김진수
약속은 없었다/ 약속한 듯 만난/ 그때 그 자리
(만나서 반가운 사람)
7<투석> 박복조
저 살아있는 흔적/ 피가 몸 밖 세상 여행을 하고 돌아오는 네 시간
(환자가 누구신지 위로 한마디 드리고 싶은 마음)
8<동반> 손영숙
먼 곳에서 찾지 마라/어서 와 오늘을 뜨거운 손 내미신다.
(작가, 그녀의 손은 늘 뜨거웠다)
9<지금>여영희
지금이 소중하니 지금을 잡자
(열심히 사는 그녀 모습 그린다)
10<빨강 머리 앤>-여환숙
상단 토성에서 구순의 빨강 머리 앤을 만났다. 카인과 아벨의 촬영지에서 빨강 바지 입은 앤
(언제 한 번 날 잡아, 앤에 대해 자세히 듣고 싶었다)
-사르트르 ‘나무가 인간보다 먼저 지구를 지켜온 생명체다.
11<구절초> 이문향
비우고도 모자라 다 내어 준 텅 빈 하늘 같은/
그 쓸쓸한 가을 꽃대를 사랑합니다.
(해맑은 그녀 모습이 담긴 시)
12<그대의 봄>이상열
그대가 봄이요/ 그대가 꽃송이거늘/ 에헤야 봄 꽃놀이 가자요
(모범스럽게 잘 살아오신 향기가 보이는 글)
13<삼월> 이순옥-
너희들이 진보구나(현세와 빗댄 형이상학적 시?)
14<조응> 이재란
너의 노래는 끝나지 않지/ 작은 기미에도/ 파도처럼 일렁이지
15<김대건 성인 조각상> -이정도
비둘기들도 날아오고/ 하늘도 어깨쯤에 내려와서/ 골똘하게 듣고 있다.
(김대건 전기를 쓴 나도 내려 앉아 듣고 싶은 장면)
16<물의 칼날은 아프다> 이진엽
바람 불 때마다 쓱싹쓱싹/ 허공의 숫돌에 버려지는 물결들
한 생애를 아픈 칼날에 저며 온 사람들/ 그 생채기들이 낙화처럼 물 위에 둥둥 떠다닌다. 겨울의 시린 모서리를 맨발로 밝고 오듯
(이 시를 읽으면서 나는 왜 철공소에서 쇠를 깎을 때 쇠가 닳으며 불꽃 튀기는 그 장면이 연상될까?)
17<폭염> 이희명
비명도 눈물도 없는 꽃들이 피어나고 /꽃기린이 하나둘 붉은 등을 켜고 있어요
18 <그런 사람>-전영귀
나뭇잎이 푸르기만 하여도 정화가 되듯/
별일 없이 살기만 하여도 위안이 되는/ 그런 부모이면 그만인 것을
(공감의 시)
19<등을 켜고>-전종대
엎드려 절하는 동안/ 나 하나의 등불에 가려진/ 그 수많은 등을/ 나는 보지 못했네
(예리한 성찰)
20 <가을 뜨락에서>조희경
네 모습 영원히 이대로 너(보랏빛 무궁화)를 볼 수 없을까
21<천진불>홍준표
면도기 갖고 놀다 다친 아이-성모님은 아픈 턱 보듬어주며 얼마나 웃으셨을까/ 면도기는 또 아이에게 얼마나 미안했을까
(동심이 보이는 시다. 총회 때 『질문의 시작』 시집을 가져와 나누셨다. 서문에서 ‘마모 삐딱한’에서 예리한 성찰을 배웠고, 둘인 듯 하나인 사연을 줌의 거리에 둔다 (‘질문의 시작’ 시에서‘)에서도 시의 깊이에 빠져들었다.
22<가재의 비밀> 이규석- 동시
물 마르면 기어 나오고/ 물 내려오면 안 나오는/ 비밀이 있었네
(동심의 눈으로)
23 <풀잎 저울> 이선영
저울은 흔들려도 함께하길 바라는 풀잎 마음을/ 이슬은 알고 반짝이는구나
(청순한 마음결이 담겨 있는 시)
<24 여름밤 총총 별 찾기> 주설자
우리 소 영혼이/ 저 먼 하늘 황소 별자리로/ 갔을지 몰라
(판타지 동화 한 편 같은 전경)
25<뭉게구름이 묻은 마지막 안녕> 김정숙-
(그 신부님이 누구실까? 끝까지 이름이 밝혀지지 않고 끝난 글)
26 <동그라미> 박고을
곡선보다 직선의 유혹에 흔들거렸다. 몽돌, 약속반지 등
(수준 높은 사념의 고리 잇기)
27 <김범우 순교자 성지 순례> 박용구
(세세하고 은혜롭게 쓴 명례성지 순례 여행기)
28 <나의 단풍이었네> 박영자
인간이 월동 준비로 소복소복 모아들이는 데 반해, 자연은 가진 것을 끝없이 덜어낸다. 가벼워지고 가벼워진다. 갑자기 경건해져서 욕망과 꿈과 열정이 제 길을 가는지 자신을 돌아본다.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대조법!)
29 <순례의 길을 따라> 서정길-
명례성지-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믿음
(나 스스로도 마음속으로 늘 자신에게 묻던 그 물음)
30 <틈> 이규석 힐
집도 외로우면 눈물을 흘린다. 올여름 장맛비에, 천장에서 주르륵 빗물이 흘렀다. 할머니 가신 후 너무 오래 비워둔 탓일까. 세월은 쉬지 않고 틈을 만들었다. 군계일학 우뚝 선 사람들에게서 틈이 보였다. 그들의 여유가 멋져 보였다.
(수필에서 배울 생각들이 많았다)
31<결혼한 독신생활>-이혜주
(남편 보내고 홀로 지내는 외로움에 함께 젖어 들게 하는 글)
32<매물도에서> 임우희-
(맨발 걷기-자연으로 돌아가 사는 작가의 풍요로움이 아름답다.)
33<잔여 시간> 정수연
의도하지 않아도 결정되어 흘러가는 것이 인생. 허들 경기처럼 넘어야 했던 고갯길, 내가 살아남은 시간이었다. 무빙워크에 선 것처럼 가만히 있어도 데려다주는 대로 따라가면 종점에 닿을 터
(좋은 문장, 좋은 비유법들)
34<님> 하정숙
‘탄로가’는 그대로 세월이 지층으로 쌓인 사람의 독백이 되어 퍼졌다.
(수려한 문장)
35<나무 한 그루> 허창옥
책을 무대에 그대로 펴놓은 것 같다. 이제 무대가 책으로 고스란히 들어가는지 확인하고 싶다. 그리하여 다시 책을 읽는다. 무대가 책 속으로 들어온다.
(시공간을 초월한 생각들)
36<우리의 빛> 윤중리-소설
기-승-전-결이 잘 짜여 재미있다.
(기) 성당에는 누가 예수님께 소주 한 잔 드렸다는 이상한 소문이 퍼지고 있었다
(승) 환송 회식
(전 ) 취중 진담이라는데 예수님도 한잔하셔야 말씀하시겠다는 겁니까?
(결) 교사의 길을 포기하고 신부가 된 고백을 부활 성야 미사에서 그리스도가 우리의 빛이 허사가 아님을 알려주고 싶어서
37<수호 씨의 하루> 홍선희
평범한 사람의 하루- 생각거리 많은 글
(총회 때 『환상의 창』 단편 소설을 가져와 나누셨다. 그중 우선 ‘겨울 나그네’를 읽었다. 기억하고 싶은 수려한 명문장들
-인간에게 부여된 세 가지 고독은 버려야 할 고독과 참아야 할 고독, 찾아 나서야 고독이다.(45쪽)
-변명과 핑계의 선이 예매하군
-유행처럼 방황하고 있다면 용서가 잘 안될 걸
-구름같이 무서운 여자야. 태양을 가려 버리거든.
-얄팍한 동정 속에 자길 투자하고 다음에 올 불행을 합리화하려면 배움의 가치란 사멸되는 거야.
많은 이들의 진실을 소설이란 명목으로 유린한다고 혹평을 받은 적이 있으나, 내 앞에 나타나는 강한 개성들을 소설 안에서만이라도 붙들어 두고 싶은 욕망은 솔직한 고백이다.
반짝거리는 보석에 상품이 되는 여인
어머니는 올케로서의 책임보다 인간적인 동정이 앞서는 듯했다
(다 읽고 나니 말미에 1970년, 문교부 주최 제1회 전국 대학 문예 축전 소설 부문 본선 진출작이라 적혀 있었다. 고등학생 때부터 소설을 써온 분이었다. 역시 대단한 실력자였다. 나도 고등학생 때는 소설을 썼지만, 교직에서 동화로 옮겨오면서 그쪽 창을 닫았다.)
38<박해수의 상생 가치>- 설준원 박사
생태계는 인간들에게 고향으로서 어머니의 품속 같아 인간 이외 다른 생명체들과 이해관계가 서로 공통된다(늘 차원 높은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39. <발랄한 상상력과 첨예한 감성> 이태수 평론
<풀잎의 집>- 김인숙
풀벌레의 집은 있는데 풀잎의 집은 없다
서서 일하고 서서 쉬는
풀잎은 참, 서럽다
바람에 시달리고 가뭄에 목마를 때
피해가거니 찾아갈 방도가 없고 시든 노구를 누일 집이 없다
-하늘 아래 바람 부는 대로 구름이 흐르는 대로 그저 선 채로 죽어갈 수밖에 없는 노숙자보다 더 서러운 신세.
<집에 간다>
엄마는 아무리 멀어도 엄마여서
때가 되면 바람도 집에 가고 안개도 집에 간다. 붉은 캥거루의 집에는 붉은 엄마가 있다.- 귀소 본능과 모성 회귀
40. <가을 하늘> 이종석-다도가의 삶이 그대로 반영된 시
속마음 찻잔에 실으면
초의와 추사처럼
차 글 인연 이어질까
41. <포르투갈 문학의 아버지 루이스 카몽이스> 김성태 –번역문학가
스페인에 세르반테스가 있다면 포르투갈에는 루이스 카몽이스가 있다. 카몽이스 문학상은 상금이 10만 유로며 리스본 시내, 카몽이스 광장에 그의 동상이 있다.
(내가 아는 말은 ‘빵’이 포르투갈어라는 것뿐이다. 50개국을 여행했지만 포르투갈에는 미처 가지 못했다. 포르투갈에 가면 김성태 선생님 덕택에 알게 되었다고 인사드리고, 그의 작품을 구해 읽어보고 싶다. 우리나라 한강도 노밸 문학상을 받았으니 한강로에 동상 하나 세워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