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엔 홍천에 다녀왔습니다. 마눌의 심기가 극도로 안좋아 주말 라이딩을 포기하고 있다가 대전 사촌여동생 결혼식 다녀오면서 상황이 호전되어 오후 10시가 넘어서야 급히 멤버를 조직했습니다. 토요일 고양 100키로 뛰신 분들 생략하고 가람, 순원, 저 이렇게 동갑 3명이서 조촐하게 새벽길을 떠났습니다.
코스는 홍천 공설운동장에서 출발 연엽산 자락과 가리산을 돌아오는 약 100키로 순환코스. 물론 처음에는 70키로 정도인 줄 알고 널널한 마음으로 갔습니다만 워낙 길게 타는 것을 좋아하는 모회원의 암수에 걸려들어 죽을똥 살똥 탔습니다.
운동장 건물 옆 주차구역에 주차하고 라이딩 준비를 합니다. 그늘이 많이 질 듯한 곳이라는 가람님의 강력한 추천에 의해 세운 이 곳. 나중에 보니 종일 햇빛에 노출되는 곳이었습니다. 뭐하러 빙빙 돌며 공들여 주차한건지...
↓라이딩 준비 완료 후 주차장 한바퀴. 가람님 다리 근육 부럽습니다.
운동장 위쪽으로 난 좁은 마을길을 따라 올라갑니다. 우선 연엽산을 일부 타고 가리산을 돌아 44번 국도로 떨어져 도로로 운동장까지 돌아오는 코스 되겠습니다. 작년에 많은 횐님들과 함께 탄 코스라 만만합니다. 주중에 술도 월, 수 이틀 밖에 안마셔서 컨디션도 나쁘지 않았구요.
그런데 연엽산 쪽 임도는 공사중인 곳이 많아서 자연의 맛이 덜합니다. 게다가 뜨거운 햇빛을 피할 그늘도 별로 없어 올라가는 내내 투덜투덜하게 만듭니다. 그저 가리산을 기대하며 돌리고 또 돌립니다.
↓사진찍히기 좋아하는 순원. 가리산에 접어들어 신나합니다. 순원님 고향이 홍천이랍니다.
↓가리산을 신나게 달리다 만난 라이더. 잠실에서 혼자 오셨답니다.(자유게신판에 글도 올리셨네요) 어떻게 혼자 다니시는지 참 대단하십니다.
↓제 배는 왜이리 불룩한지 T_T
↓햇빛에 그을러서 쪼글쪼글. 수줍어하는 시골 아낙같은 가람님
↓늙은 나이에도 개구쟁이 같은 순원님
↓물이 있는 곳에서는 발을 씻어 피로를 날립니다. 물이 어찌나 찬지 5초를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순원님이 준비해온 단백질 보충제로 주린 배를 채우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그저 달립니다. 가람님이 항상 선두. 그 뒤로 순원과 제가 번갈아 처지는데 순원님은 좀 처져있다 따라올 때 보면 기운이 펄펄합니다. 뭔가 비장의 약이 있지 않을까 의심해 봅니다.
다운힐 하다 보이는 신록이 푸르른 풍경에 눈이 자꾸만 돌아가 조금은 위험하기도 했지만, 가리산 임도는 적당한 업힐과 신나는 다운힐이 있고 부드럽고 포근한 산세를 자랑합니다.
오후 5시경 운동장으로 돌아와 정리하고, 홍천읍내의 태화닭갈비에서 1차, 막국수집으로 옮겨 2차를 하고나니 배가 터질 것 같습니다. 강원도에 가면 항상 돌아오는 길이 걱정인데요 중미산 휴양림에서 양수리로 가는 샛길을 이용해서 오니 3시간만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