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작사 이혼작곡’ 박주미,"
‘결사곡’이 내 대표작.
더 큰 나무로
성장할 수 있는 자양분이 돼…
드디어 만났다. 오랜 시간 배우활동을 해왔지만 이렇다할 대표작이 없었다는 배우 박주미가 TV조선 ‘결혼작사 이혼작곡’ 사피영 캐릭터를 만나 마침내 대박을 터뜨렸다.
박주미는 누구보다 완벽한 가정을 꿈꾸며 일도, 집안일도, 양육도, 남편에게도 항시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라디오 방송 메인 PD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70분이 넘는 한 회 분량을 상대배우 이태곤과 열띤 대화로 가득 채우며 세밀한 내면 연기를 펼친 그녀는 명실상부 연기파 배우로 등극하며, TV 시청률은 물론이고 넷플릭스 인기순위까지도 점령하기에 이르렀다.
1992년 MBC ‘여명의 눈동자’로 데뷔한 박주미는 2001년 SBS ‘여인천하’ 출연 후 결혼소식을 알리며 연예계를 잠정 은퇴했다. 이후 2012년 KBS ‘대왕의 꿈’의 선덕여왕 역으로 캐스팅되었으나, 촬영장소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덤프트럭과의 접촉사고로 부상을 입으면서 또 한 번의 연기 공백기를 가지게 된 박주미. 하지만 그녀의 연기를 향한 열정은 식지 않았다. 2016년 MBC ‘옥중화’에 출연, 악역연기에 도전한 박주미는 선한 인상에도 불구하고 정실부인을 질투하는 첩 역할을 매끄럽게 소화해내며 화려한 복귀를 알린다.
자신은 사피영처럼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고 했지만 가정에도, 일에도 충실하며 현재 세상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고 있는 배우 박주미. 40대의 나이에도 완벽한 자기관리로 아름다움을 잃지 않으면서도 앞으로 더욱 최선을 다하겠다 말하는 이 멋진 배우를 사랑하지 않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
Q 두 시즌에 걸친 ‘결혼작사 이혼작곡’의 촬영이 끝났어요. 소감이 어떠신지 궁금해요.
▲거의 9개월에 걸친 긴 촬영이었어요. 시즌 1, 2를 이어서 찍다시피 해서 미니 시리즈지만 꽤 오랜 기간 촬영을 했죠. 그래서인지 촬영이 끝난 지금까지도 사피영의 감정을 여전히 가지고 있어요. 마음 한 칸이 아픈게 아직도 제 가슴 속에 캐릭터가 많이 남아있는 것 같아요. 촬영은 7월 초에 끝났지만 많은 사랑을 받아서 그런지 끝났다는 사실이 실감이 안나요.
Q 길게 연속된 촬영이었던 만큼 힘들 때도 많으셨을 것 같아요.
▲힘들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정말 다행스럽게도 저희 팀 내에선 코로나 확진자가 한 명도 나오질 않았어요. 정말 큰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저희는 주로 아산 세트장에서 촬영을 했는데 그 덕분에 저희가 안전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서 작가선생님께 정말 감사해요. 저는 옛날에 교통사고도 있어봤고 큰 사고도 겪어봤는데 정말 이번에는 운이 좋다고 느꼈죠.
Q 사피영 역을 맡으면서 뛰어난 연기력을 다시 한번 증명하셨죠. 인물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특별히 어렵거나 힘들다고 느낀 점은 없었는지 궁금해요.
▲다른 배우님들은 어떠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극에 달하는 연기를 할 때가 더 편해요. 격하게 화를 내거나 동선이 주어졌을 때 연기하기가 훨씬 편하더라고요. 하지만 피영이는 굉장히 절제된 캐릭터였어요. 그래서 과하지 않게 연기하고 싶었는데 그게 잘 어필된 것 같아 기뻐요. 사실 요즘에는 핸드폰으로 드라마를 많이 보잖아요. 작은 화면에 저의 연기가 잘 담길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했는데 시청자분들이 이해해 주셔서 다행이라 생각해요.
Q 임성한 작가님이 사피영 연기와 관련해 특별히 요청하시거나 조언한 내용은 없었나요?
▲작가님께서 사피영은 굉장히 다면적이고 복합적인 캐릭터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외부에서는 자기 일 잘 하면서도 책 잡히지 않는 상냥함을 가지고 있고 남편에겐 애교있고… 그러면서도 아이교육은 강단있게 잘 시킬 수 있는 그런 여자가 피영이라고 말씀해 주셨죠. 연기부분에 있어서는 피영이가 애교가 많은 성격인데 제가 워낙 애교가 없다보니까 ‘오빠’라는 호칭을 사용해보라고 조언을 해주셨어요. “오빠 나 이거해죠” 이렇게요(하하). 제가 ‘오빠’라는 말을 정말 잘 안하거든요. 그래서인지 그 조언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Q 사피영은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인 것 같아요. 실제 배우님과 닮은 점이 있는지 혹은 닮고 싶은 점이 있는지 알고 싶어요.
▲피영이는 너무 완벽해서 닮고 싶은 점은 많은데 닮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가끔씩 ‘작가 선생님이 이걸 어떻게 아셨지? 정말 나같네?’ 이렇게 느낄 때가 있어요. 이건 저뿐만이 아니라 다른 배우분들도 그런 경우가 종종 있었대요. 작가 선생님이 현장에서 배우들을 보시고 맞춰서 대본을 써주시는 건지 아니면 캐스팅 전에 마음에 두고 계신 배우들에 맞춰서 대본을 쓰신건지는 모르겠지만, 연기를 하다보면 감독님이나 다른 배우분들이 “피영이는 박주미야”라고 말씀해주실 때가 있어요. 그럴 땐 정말 ‘내가 피영이와 닮은 점이 있나보다’라는 생각이 들죠. 하지만 피영이는 남편에게도 외모도 항상 완벽하잖아요. 본받을만한 일이긴 하지만 전 그렇게는 못해요.
Q 연기력은 물론이고, 매회 사피영의 스타일링과 외모가 화제였어요. 체형, 피부 등 외모 관리 팁이 있다면?
▲스트레스를 안 받으려고 노력해요. 그런데 제가 또 예민한 성격이라 그게 쉽진 않더라고요. 제가 먹는 걸 좋아해서 항상 먹고 싶은게 많은데 한 번에 많이 먹진 않고 자주 먹어요. 제가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데 이번에 작품 하면서 수영을 배웠어요. 좋은 것 같아서 꾸준히 해볼 생각입니다. 피부 같은 경우는 아이크림 정말 잘 쓰고 있어요. 다들 아시겠지만 유수분 밸런스를 맞추는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이번 작품을 하면서 9개월 동안 드라이를 계속 했더니 따로 펌을 하지 않았는데도 머릿결이 많이 상했더라고요. 그래서 콩물 다시 먹고 있어요. 정말 도움 많이 돼요. 추천드립니다.
Q 12회는 박주미씨와 이태곤씨 두 분만 등장해 대화로 한 회 분량을 가득 채워 큰 화제가 됐죠. 처음 대본을 받으셨을 때 많이 당황하셨을 것 같아요.
▲저는 대본 받자마자 ‘와 작가님 역시 대단하시다. 어떻게 이런 대본을 쓰셨을까’라고 감탄했던 것 같아요. 처음엔 대사량 때문에 걱정이 많았는데 사실 이런 연기를 해볼 기회가 거의 없잖아요. 이스라엘에서 60분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고 하던데 저희가 70분이 넘었으니까 그 기록을 경신한 거에요. 정말 작가님께 감사했죠. 한가지 걱정됐던 부분은 자극적인 부분없이 긴 시간을 대화로만 풀어가다 보니 시청자분들이 채널을 돌리실까봐… 그게 좀 고민이었어요. 그런데 실시간 톡 반응이 좋더라고요. 다행이라고 생각했죠.
Q 배우님들도 실시간 톡을 보시나요?
▲그게 재밌더라고요. 가끔 보는데 시청자분들 정말 기발하신 것 같아요. 사실 12회에 대한 반응이 정말 궁금했거든요. 그런데 실시간 톡이 7만개가 넘었다고 하더라고요. 톡 수와 시청자 수가 거의 비슷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서 정말 많은 분들이 ‘결사곡’을 사랑해 주신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꼈죠. 저는 작가님들이 대본을 써주시면 그걸 보고 이야기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수많은 분들이 실시간 톡을 통해 논쟁을 해주시니 너무 재밌고 감사해요.
Q 극 중 노주현 씨가 혼령으로 출연하는 장면도 화제였는데요. 해당 장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시즌1 대본에서 선생님 등장 신을 보고 진작 나오셔야 했다고 생각했어요. 셰익스피어 ‘햄릿’에서도 혼령이 나와서 억울함을 토로하잖아요. 임성한 작가님께서도 이런 부분을 착안해서 대본을 쓰신 것 같아요.
Q 극 중 세 남자가 모두 불륜을 저질렀어요. 그중에서도 제일 나쁜 사람이 누구라고 생각하세요?
▲신유신. 저는 유신이 너무 실망스러웠어요. 저의 생각이긴 한데, 후반부에 유신은 자신이 사랑하는 피영을 떠나보냈기 때문에 자포자기의 상태에 있어요. 하지만 아미를 방관할 수는 없는 상황이죠. 그래서 아미를 곁에 둘 수밖에 없었을 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그래도 그 목욕신은 너무 했어요. 욕실과 침실에서 피영이와의 추억이 얼마나 많은데… 가족사진도 다 내렸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실망했죠.
Q 임성한 작가의 경우 대본과 토씨 하나 틀려도 안 되는 걸로 유명한데요, 배우로서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애드리브에 대한 욕구는 없으셨는지 궁금해요.
▲장면에 아쉬운 부분들이 있으면 애드리브를 넣고 싶을 때가 많아요. 하지만 작가님 대본 같은 경우에는 아주 간단한 동작들도 지문에 다 들어가 있어요. 대본에만 충실해도 화면이 꽉 차니까 애드리브 걱정을 안 해도 돼서 오히려 더 편했어요(하하). 그리고 작가님께서 애드리브를 아예 못하게 하시진 않아요. 시즌1에서 불륜녀들끼리 싸우는 장면이 있었는데 원래 제 대사가 없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애드리브를 했고 작가님께서 오케이를 하셨어요. 작가님도 애드리브가 적재적소에 맞는다고 판단하시면 반대하지 않으시고, 캐릭터 세계관이 분명하게 드러나야 할 부분에만 금지하시는 것 같아요.
Q 이번 작품은 배우님께 더욱 특별하실 것 같아요.
▲저한테 ‘결사곡’은 정말 의미가 커요. 제 나이에 이렇게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나기기 쉽지 않거든요. 기회를 주신 작가님께 정말 감사드리죠. 제가 데뷔한지는 오래됐지만 대표작이 없었거든요. ‘결사곡’이 제가 배우로써 부끄럽지 않게 당당히 대표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작품이 된 것 같아 기뻐요. 이 작품이 제가 더 큰 나무로 성장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된 것 같아요. 뿌리를 깊게 내려서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들게 해준 작품이죠.
Q 마지막으로 사피영과 ‘결사곡’을 사랑해주신 시청자분들께 한 마디 해주세요.
▲사피영이라는 캐릭터가 초반에는 예쁜 옷을 입고 남편의 사랑도 많이 받았지만 추후에 안쓰러워져서 많은 시청자분들이 아껴주신 것처럼 앞으로도 사피영 많이 사랑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저희 작품이 끝나더라도 계속 응원해주시면 더 좋은 작품으로 찾아 뵐 수도 있고 시즌을 더 이어갈 수도 있으니까요(하하). ‘결사곡’ 사랑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