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년 4 월 28 일 일요일 맑음
미역국 대신
밤잠을 아낀 재현이가
정성스런 솜씨를 내어
만두빵을 만들어내었다.
그래놓고 꼭두 아침부터
혼자 흥분하여 설명을 해댄다.
중국식 왕만두를 만들어 본것인데
중국 사람들은 만두를 찔때
갈대잎을 깔았지만
자신은 향긋한 솔잎을 깔고 쪄서
훨씬 맛있을 거라 큰소리 쳐대는 것이다.
아점때를 기다려 맛을 보니
반죽은 숙성이 아주 잘되어 맛있는것 같은데
부추대신 당면을 넣은 만두속이 싱거운 맛이 되어
별로였지만 하도 큰소리를 치는 바람에
억지로 맛있다고 칭찬해주었다.
오늘은 마을 이장 부부와 저녁 약속을 잡아 두었는데
워낙 바쁜철이다보니 ( 하긴 안 바쁜날이 없는 풀천지이지만 )
낮시간에 조금이라도 일을 더 하려고
집에서 장만하는 시간을 아끼어
영주로 나가 외식을 하기로 한것이다.
마침 재현이가 밤새 만든 만두빵으로
점심장만도 할필요 없이
재홍이가 닭먹이 만드는 다용도 창고 안에서
막걸리를 곁들여 간단히 해결하였다.
이번에 만든 감자녹말이
아주 깨끗하게 잘되었다.
가끔씩 탕수육을 즐겨 만들어 먹을때마다
저번에 약간 잘못 만든 감자녹말이
조금 냄새가 나서 녹말을 쓰는 음식마다
풀천지 남정네들에게 시달려왔었는데
이번엔 방법을 달리하여
풀천지 남정네들의 전격적인 지원에 힘입어
아주 품질좋은 최상의 녹말을 만들어 낸것이다.
완전히 잘 마르게 되면
제일 먼저 맛있는 풀향기표 탕수육을
즐기어볼 생각이다.
임시로 퇴비장에 쌓아두었던 통나무들을
산기슭 한적한 곳에 옮기는 작업이 한창이다.
힘좋은 재홍이가
흙사료 만드는 작업에 매달리다보니
풀천지와 재현이가 하루종일
1 톤이 넘어가는 청치푸대들을 다 나르고
그 많은 통나무들까지 전부 나르게 되었는데
아침마다 따뜻한 물에 식초물 한컵씩 마신 덕분인지
그럭저럭 버텨나갈수 있었다.
필요한 나무들을 보관할땐
지붕위에 있는 그늘로 옮기어
우물정자 형식으로 쌓아두는게 가장 좋지만
나무의 양이 워낙 많다보니
나무 보관 창고인 별장창고가 포화상태라
야외에 보관할수밖에 없을땐
이렇게 세워 보관하는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7 m 남짓의 긴 통나무들은
배수로에 걸친 밭 한쪽에 임시로 옮겨놓았다.
하루 빨리 집을 지어야 하는데
그날이 언제쯤 올것인가 ?
맨날 창고만 짓고 있는데
금방 또 닭장을 하나 더 지어야한다.
퇴비장이 다시 말끔해졌다.
금방 다시 새로만든 퇴비더미로 가득차게 될것이다.
이제 풀천지에도 목련이 활짝 피게 되었다.
머잖아 이쁜 손녀가 생기고
세월이 흘러 예쁜 소녀가 되어 사랑을 할때쯤
크게 자란 목련꽃 그늘 아래서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사랑의 아픔을 겪게 될것이다.
풀천지의 5 월은 흐드러진 자두꽃 향기로
그윽하게 시작될것이다.
밭을 아름답게 가꾸는 권리는 농부의 특권이다.
얼마나 어여쁜가 ?
나무마다 꽃이 먼저 피듯이
사람도 아름다움이 먼저일것이다.
여인들에겐 두가지 사랑이 숙명처럼 존재하는데
하나는 사랑하는 이에 대한 애성이고
하나는 자식을 사랑하는 모성이다.
애성이 아무리 커도
모성을 버릴수 없고
모성이 아무리 커도
애성 또한 포기할수 없으니
여인의 일생은
평생 사랑의 고통과 환희로
얼룩지게 될것이다.
닭들의 일생도 병아리를 기르고
수탉들한테 시달리며
하루도 빠짐없이 산고의 고통으로
달걀을 낳고 있다.
닭들의 하루도 풀천지 가족처럼 바쁘기만한데
볼떄마다 고맙고도 미안하다.
올해는 이상하게
각자가 흩어져서 일하는 시간이 더 많다.
서로 함께 일하고 싶은데
오늘도 풀향기 아내 혼자서
쓸쓸하게 밭을 매고 있는 것이다.
소 닭보듯 한다는 속담이 있는데
염소도 전혀 닭을 신경쓰지 않는다.
아끼낌없는 성원을 보내주시는 고마운 이들의 덕으로
풀천지 계란의 인기에 힘입어
오늘도 재홍이는
건강한 자가사료를 만들기 위해
시커먼 숯가루를 흠뻑 뒤집어 쓰고 있다.
무엇이든 대충하면
제대로 되지 않는 법이다.
아궁이 불땔때마다 모아둔 좋은숯으로
하루종일 절구질 하고 나면
연탄장수처럼 온몸이 시커매지고
손아귀가 욱신거리지만
이렇게 숯가루를 먹여야지
닭이 건강해지는걸 알고 있으니
어찌 마다할수 있겠는가 ?
흙사료를 만들기 위해 부옄토 섞인 낙엽을 띄우고 있다.
깨끗한 산흙도 넉넉히 구해놓았다.
깻묵 빻는 일도 무척 힘든 일이다.
좋은 재료만으로 영양의 균형을 맞추어야 하니
최고의 건강한 계란을 만들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는 재홍이의 모습에서
미래의 희망을 기대해본다.
풀천지의 자식들이 장성하여
소박한 생활이지만
외출에 필요한 스타렉스와
작업에 필요한 중고 트럭을 구입하게 되었는데
한번은 풀천지의 순간적인 방심으로
콘크리트벽에 한번 쳐박고
또 한번은 신중한 재홍이조차
눈길에 미끄러지며 흙바닥에 쳐박아
수풀 아우가 공들여 손을 봐준 멀쩡한 트럭을
일년도 채 안되어 만신창이를 만들어 놓고
어떻게 적은 돈으로 간단하게 수리가 안될까 하여
카센터에 문의해 보았더니
손상의 정도가 심해 수리비만 백만원이 넘어가게 되었다.
그래서 수리를 포기하기로 결정하고
덜렁거리는 범퍼는 철사로 묶고
닫혀지지 않는 조수석 문은 고심끝에
문고리를 달아서 쓰기로 하였다.
문제는 자동차 검사기일이 임박해져 오는 것인데
제대로 된 차를 만들자면
몫돈이 들어가고
그렇다고 다시 차를 바꾸자니
더한 목돈이 들어가고
통크고 배짱좋은 풀향기 아내의 말대로
이 참에 아예 새트럭으로 바꾸자니
그만한 여유가 없는 난처한 입장에서
가장인 풀천지의 장고 끝에
서민적인 정비소를 찾아가
마음씨 좋은 수리기사와 잘 의논하여
극적으로 수리하고 검사까지 마쳤는데
검사비용 2 만 4 천원까지 합하여
깜박이등 하나 바꾸고
오페라 실린더 교체한 비용까지
단돈 8 만 3천원에
다시 멀쩡하게 복원되는 횡재를 하게 된것이다.
돈벌이가 앞을 서면
가난한 이들은 참으로 살기 힘든 세상이다.
돈의 가장 무서운 점은
그치지 않는 인간의 욕심때문일 것이다.
많은 돈을 벌지 않아도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아갈수 있는
소박한 마음의 자세를 잊지 말기로 하자.
좋은 음식을 만드는 일은
반드시 부지런한 정성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표고버섯도 부지런히 따서
일년 양식을 위하여 말리고 있다.
팔자니 아깝고
우리 혼자 먹자니 양이 조금 많고...
올해 풀천지 마늘이 어찌나 잘 되었는지
카메라만 들면 자꾸 사진찍고 싶어진다.
부지런한 하루가 저물고
저녁이 되어
풀천지와 귀농 동기인 마을 이장 부부와 함께
영주로 향하였다.
풀천지 가족이 가끔 들르곤 하는 해가라는 횟집인데
어지간한 횟집보다 꽤 괜찮은 편이다.
풀향기 아내를 놀래켜줄 생각으로
아무말도 안하고 예약해둔 해가에 도착하였더니
꽃바구니와 생일케잌이
이미 도착되어 있었다.
고운 마음을 지닌 정깊은 풀천지의 연인이
오늘 풀향기 아내의 생일을 맞이하여
아름다운 꽃바구니와
이쁜 케잌을 선물로 보내온 것이다.
결혼하고 지금까지
제대로 된 꽃다발 한번 받아본적 없는 풀향기 아내 입장에서
얼마만큼 놀래고 가슴벅찬 감격에 휩싸였을지
빤히 전해져 온다.
여인의 마음을 녹이는데
꽃보다 더 한것이 없음을
다시 한번 실감해 보았다.
허례허식을 끔찍히 싫어하는 풀천지가
꽃살돈 아끼고 케잌 살돈 아껴서
좋은 횟집에 들어가 맛있는 저녁으로 때우려 한것인데
참으로 어여쁜 사랑 덕분에
가슴 벅찬 꽃바구니 옆에서
생일케잌 촛불을 끄게 되었다.
횟집에 들어가 생일케잌부터 잘라먹고 있으니
서빙하는 아줌마가
조금 기다리고 있었으면
음식들을 좀 차려놓고
좀더 분위기 있게 케이크 절단식을 해주고 싶었는데
성질도 급하시다며 핀잔을 준다.
풀천지가 웃으며
생일 케잌을 조금 드리자
금방 표정이 환해진다.
풀천지와 함께 귀농하여
한 마을에서 귀농세월의 애환을 함께 격으며
열심히 노력하여 마을 이장 역할까지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는 귀농 동기부부와
풀향기 아내의 행복한 생일잔치가 되어버린 셈인데
그녀의 고운 마음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아름다운 꽃바구니 선물 덕분에
풀향기 아내의 벅찬 가슴에
행복의 꽃비를 내려주었다.
다음날 아침 눈을 뜨니
먼저 일어난 풀향기 아내가
꽃바구니 앞에서 행복에 잠겨있다.
그러더니 화장대와 옷장의 위치도 바꾸고
깨끗이 청소를 하고난후
가장 좋은 위치에다 꽃바구니를 올려 놓고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어제 저녁 손님접대 하느라
제대로 된 감사인사를 전하지 못해
일단 문자라도 보내려 하였더니
옆에서 풀향기 아내가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해달라 한다.
잠시 후에 답장이 온다.
< ㅎ 살아오면서 가장 잘한 일이
언니에게 꽃다발 보낸 일이네요.
비는 오지만 마음은 상큼합니다...>
사랑은 이렇게 하는 것이다.
서로를 행복하게 해줄수 있는 사랑이야 말로
가장 숭고한 사랑이 될수 있을 것이다.
어찌 보면 풀천지 덕분이기도 할것이다.
평생 꽃다발을 한번도 안사준 덕분에
이렇게 무한 감동을 받을수가 있었을테니까 ~ ^^
첫댓글 풀천지속에는 감사한 마음이 가득합니다.
마음 따뜻한 고마운 분들의 애정 덕분이랍니다.
너무나 아름다운 언니의 마음에 영원히 시들지 않는 꽃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풀천지의 마래가 한폭의 그림으로 연상이 되면서 잠깐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아름다운 내면의 꽃은 결코 시들지 않는 법이지요.
서로의 마음에 영원히 변치않을
따뜻한 애정 기대 합니다.
예은님의 고운 애정이 풀천지의 미래를
아름답게 감싸 줄것입니다.
늘 고맙습니다.
늦었지만 생신 축하드려요~~
늘 아름다운 미소처럼 평안하시길...^^
고마워요.
제수씨도 늘 건강하고 행복하시구요.
늦게나마 축하드려요 풀향기님~~~^^*
아흥~~~빵만두~~~~~~~~ㅎㅎㅎ
고요님의 생일축하는
늦어도 좋기만 하군요. ~
풀천지의 진수성찬을
언제쯤이나 고요님께 대접해 드릴수 있을지
눈빠지게 기다려 봅니다.
아웅~~~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