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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구두] 10 - 거짓말 (下)
1. S# 국밥집 안. N
승희 : 바꾸고 싶어. 할 수만 있다면 바꿔버리고 싶어. 내가 선우대신 그 집 손녀 딸 해버리고 싶어.
오산댁 : (놀란다)
황국도 : (놀란다)
승희 : 엄마하구 아저씨만 입 다물면 돼. 나머진 내가 알아서 할 거야. 내가 알아서 한다구. (그러더니 홱 돌아서서 나간다)
오산댁 : 얘 승희야! 승희야아!! (보는데서)
2. S# 카페. N
앉아서 기다리는 승희, 손가방을 무릎위에 놓은 채 초조하게 꼼지락거린다.
시계를 들여다보던 승희, 그대로 자리에서 순간 벌떡 일어서는데
그 때 출입구에서 어서는 태희와 시선 마주친다.
순간 멈칫하는 승희. 이제.. 어떡하지?
태희, 천천히 다가와 승희를 본다.
승희, 조금은 갈등어린 시선으로 다가서는 태희를 본다.
승희 시선에서 fade-out. <제 10부 >
3. S# 방안. N
문이 열리며 안으로 들어와 앉는 오산댁.
화투장을 치고 있던 황국도, 돌아보더니.
황국도 : 승희는? 아적 안 들어 왔는감?
오산댁 : 이 놈에 기집애 속썩이는 재주는 타구 났으니깐 아주. 들어오기만 해봐 그냥..
황국도 : 진짜루 가서 일 저지르는 건 아닌지 모르겄네.
오산댁 : (? 보면)
황국도 : 아까 보니께 승희 갸, 장난이 아닌 거 같드만. 바꿔버리것다구 소리, 소리 지를 때는 워메. 속으루 섬뜩허드라니께.
오산댁 : 걔가 오죽 답답하면 그랬겠어? 이러구 사는 거 오죽 지겹구 답답했으면?
황국도 : (쩝.. 할 말 없다)
오산댁 : 이게 다 선우 그 년 때문이야. 그 년이 트럭에 치면서 우리 인생두 같이 꼬나 박힌 거라구.
차라리 그 때 병원으로 가든가 파출소에 자수할걸. 쇠고랑 찰까봐 그것만 무서워 꽁꽁 숨겨 놓구 살았더니
우리만 이 모양 이 꼴 된 거지 뭐.
황국도 : 허기사.. 우리만 입 다물면야 누가 알겄어.
오산댁 : (돌아본다) 뭔 말이야?
황국도 : 승희 말두 일리가 있다 그거이지. 어차피 기억두 다 잃어 버렸겄다..
우리만 입 꽉 다물고 있으면 승희가 선운지 선우가 승흰지 누가 알겄냐 그 말이여.
오산댁 : 근데 이 양반이 벌써 노망났나..그걸 말이라구 하는 거야? 지금 그게 말이 돼?
황국도 : 그야 말은 안 돼지. 허지만서두 생각은 한번 해 볼 수 있다아... 그거이지 내 말은. (하면서 흘끔 보면)
오산댁 : (보면)
황국도 : 생각혀 봐. 제하그룹의 손녀딸이여. 잘하면 제하그룹이 손에 들어 올 수도 있다 그 말여.
오산댁 : 어이구 시끄러 화상아. 그저 할 줄 아는 건 화투하구 생각 없이 입 놀리는 것뿐이 모르지.
(하더니 홱 돌아눕는다. 그러면서도 심난한 듯.. 생각하는 표정에서)
4. S# 카페. N
마주앉은 태희와 승희.
승희, 조금은 초조하고 불안한 시선으로 태희의 손가락을 본다.
차를 마시는 태희의 검지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 선우의 것과 똑같다.
승희, 생각에 잠겨 멍하니 그 반지를 바라보는데.
태희 : 무슨 얘기예요?
승희 : (놀라서) 네? (보면)
태희 : 아까 전화루.. 나한테 할 말 있다 그랬잖아요.
승희 : 아, 네에... (말하려니 막상 용기가 나질 않는다. 시선 불안하게 흔들리면)
태희 : 괜찮아요. 편하게 얘기해 봐요.
승희 : (본다)
태희 : (보면)
승희 : (뜬금없이) 저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태희 : 무슨 뜻이예요?
승희 : 저를 어떻게 생각 하는지 듣고 싶어요.
태희 : (본다. 잠시 보더니) 내가 어떻게 생각하냐는 중요하지 않아요. 승희 씨가 진짜 내 동생이냐 아니냐.. 진실이 중요한 거죠.
승희 : 제가 한 말..믿으세요?
태희 : (본다)
승희 : 아홉 살 이전의 기억을 전부 잃었다는 거요. 믿으세요? 믿겨.. 지세요?
태희 : 처음 그 얘길 들었을 땐 솔직히 받아들이기 힘들었어요.
승희 : 지금은요?
태희 :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어쩌면 동생이 기억을 잃어서.. 그래서 더 찾기 힘들었던 게 아닐까 하구요.
승희 : (본다. 보더니 용기내서) 만약에 전부 사실이라면.. 절.. 동생으로 받아들 일수도 있으신 건가요?
태희 : (본다) 진짜루 내 동생이라면요.
승희 : (본다)
태희 : 진짜 내 동생이라는 확신만 있으면요.
순간 승희 태희의 시선을 피해 시선을 움직인다. 경미하게 떨리는 손으로 무릎위에 놓은 손가방만 만지작만지작..
태희 : 미안해요. 자꾸 의심하는 거 같아서.. 이러는 날 이해해줘요. 지난 십 수 년 동안 나는 수많은 가짜 동생들을 만나왔어요.
그 중에는 동생과 정말 많이 비슷한 사람도 있었죠. 하지만 모두가 가짜였어요.
승희 : (본다. 자기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키며 보면)
태희 : 그런 일이 반복되면서..이젠 누구도 쉽게 믿지 못하게 됐어요. 승희 씨한테 쉽게 확신을 갖지 못하는 것두 그래서예요.
승희 : 그렇겠죠. 이해해요.
태희 : (짐짓 웃음) 무리해서 서둘지 않아도 돼요. 난 기다릴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차근차근히 잃어버린 걸 기억해 봐요.
승희 : (보면)
태희 : (웃음) 얘기 끝났음.. 먼저 일어날께요. (옆에 있는 계산서를 집어 들고 일어선다)
멈칫.. 올려다보는 승희, 어쩐다? 돌아서서 계산대 쪽으로 몇 걸음 걸어가는 태희의 뒷모습을 본다.
승희, 최후의 갈등.. 주마등처럼 빠르게 지나가는 영상들.
빠른 flash-back>
선우의 얼굴/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는 철웅/
통곡하는 오산댁/ 다 부서진 국밥집 안에서 찌그러진 냄비에 라면을 먹는 오산댁과 황국도/
철웅의 집 대문을 여는 선우의 얼굴/ 장미꽃을 들고 있는 철웅/ (빠르게 컷컷 넘어간다)
순간 승희, 손가방을 힘주어 꾹 쥐더니 벌떡 일어서며.
승희 : 잠깐만요!
태희 : (멈칫.. 돌아본다)
승희 : (그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선다. 다가서서) 보여드릴게 있어요.
떨리는 손으로 겨우 지갑을 연다. 덜덜 떨리는 손. 잘 안 열리는 걸 겨우 열어 그 안에서 뭔가를 꺼낸다.
태희, 뭐지? 하고 바라보는데 승희, 지갑에서 뭔가를 꺼내 태희 쪽으로 손을 펼쳐 보인다.
순간, 표정이 확 달라지는 태희. 놀랍고..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승희의 손바닥위에 있는 반지를 본다.
승희, 마른침을 꿀떡 삼키며 태희를 바라보면.
태희, 천천히 그 반지를 들어본다.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링 반지 안쪽에 새겨진 이름을 본다.
이선우.. 엄마 이름이다. 이건.. 틀림없는 엄마반지다.
태희, 순간 두 눈에 고이기 시작하는 눈물.. 고개를 들어 승희를 본다.
승희, 아직은 떨리고 두려운 시선으로 태희의 반응을 기다린다.
태희 : 이거.. 이 반지... (승희를 보면)
승희 : 기억을 잃었을 때부터 목에 걸려 있었어요. 소중한 물건인거 같아서 쭉 간직해왔어요.
잃어버린 기억과 지금의 날 연결시켜주는..유일한 물건 같아서요.
태희 : 왜.. 진작 보여주지 않았어?
승희 : 무서웠어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서..내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나선다는 게... 두려웠어요.
태희 : (본다. 순간 툭.. 떨어지는 눈물. 승희를 찬찬히 보며) 그럼 니가... 니가 정말 윤희니?
승희 : (본다. 보더니 겨우) 기억이 안나요.
태희 : 정말.. 윤희 맞니?
승희 : 기억이.. 안나요.
태희, 천천히 다가선다. 승희, 아직 떨림과 두려움이 가득한 시선으로 태희를 본다.
순간 태희, 승희를 꼭 끌어안는다.
태희 : 윤희야..
승희 : !
태희 : (꼭 끌어안으며) 윤희야...!! (흐르는 눈물..)
승희 : (대답하지 못한 채 안겨있다)
손님이 없는 텅 빈 카페 안에서 끌어안은 태희와 승희. 그 두 사람의 모습 길게..
5. S# 국밥집 앞. N
앞에 나와 서성이는 오산댁, 왠지 불안하고 걱정스러워 어두운 골목을 돌아본다.
오산댁 : 이노무 기집애. 안 들어오구 대체 어디서 뭐하는 거야? (걱정스러운 시선에서)
6. S# 평창동 집앞. (N)
다가와 멈춰서는 차. 시동이 꺼지면 내려서는 태희와 그 옆에 승희.
태희, 집 앞으로 가서 벨을 누른다.
예산댁F : 누구세요?
태희 : 저예요 아줌마.
승희 : (그 뒤에서 집의 규모에 놀라는 눈치. 슬쩍 둘러보는데)
태희 : (그런 승희를 돌아본다. 미소..)
승희 : (눈이 마주치자 어색하게 같이 웃으면)
띵. 문 열리는 소리.
7. S# 거실. N
현자 : (소파에 앉은 채) 태희예요?
예산댁 : 네. 손님이랑 같이 온 모양인데요.
현자 : (손님? 보면)
현관문 열고 들어서는 태희, 뒷 쪽을 향해.
태희 : 들어와.
잠시 후, 천천히 문안으로 들어서는 승희.
현자, 누군가 싶어 본다.
태희 : 할아버지는요?
예산댁 : 서재에 계세요.
태희 : (승희에게) 잠깐만 여깄어. (하더니 곧바로 서재 쪽으로 간다)
현자 : (누구지? 하는 표정으로 본다)
승희 : (집안 규모에 주눅 들어 둘러보다가 현자와 시선 마주친다. 피하는데)
서준 : (이층에서 내려오며) 누나 왔어요?
승희 : (돌아본다)
서준 : (내려오다 말고 승희를 본다. 멈칫.. 보면)
8. S# 서재. N
김필중, 흘끗 태희를 보더니 서류만 쳐다본다.
태희 : 할아버지. 드릴 말씀이 있어요.
김필중 : 나는 당분간 너하구 얘기하고 싶지 않다. 그러니까 할애비가 부를 때까지 이 방에 들어오지 마.
태희 : 윤희를 찾았어요.
김필중 : (멈칫.. 놀란 표정으로 돌아본다) 뭐야? 누굴 찾아?
태희 : 윤희요. 윤희를 찾았어요, 할아버지.
김필중 : (본다. 보면)
태희 : 제가 준 엄마 반질 아직까지 갖고 있었어요. 기억을 잃은 뒤로 쭉 목에 차고 있었대요.
김필중 : 니 엄마 반지가 틀림없냐?
태희 : 틀림없어요. 내가 윤희한테 준 엄마 반지 틀림없어요. 반지 안에 엄마 이름이 새겨있는 것까지 그대로예요.
이번엔 정말 확실해요. 정말루 윤희가 돌아왔어요, 할아버지.
김필중 : (본다. 바깥쪽으로 시선 돌리면)
9. S# 거실. N
어정쩡하게 서 있는 승희, 현자와 서준 눈치를 흘끔 보는데.
서재 문이 열리면서 나오는 태희와 김필중, 승희 앞으로 다가선다.
현자와 서준, 그들을 보면.
태희 : 윤희예요 할아버지.
현자 : (놀라서) 누구? 윤희?
서준 : (같이 놀라서 본다) 누나..
김필중 : (말없이 승희를 본다)
승희 : (김필중을 본다. 이 사람이.. 제하그룹 회장이다. 바라보는데)
태희 : 뭐해 윤희야. 인사드려야지.
승희 : (그제야) 안녕하세요.
태희 : (현자 쪽을 가리키며) 저분은 고모셔.
승희 : (현자를 본다) 안녕하세요.
현자 : 이건 또 무슨 깜짝쇼니? 아무런 사전 예고도 없이 불쑥, (보며) 정말 니가 윤희 맞는 거니?
승희 : (보면)
태희 : 맞아요, 윤희.
현자 : (어이없이 보면)
태희 : 이쪽은 윤서준. 고모 아들이야. 너보다 두 살 많으니까 오빠라구 부르면 돼.
승희 : (어색하게 고개인사만.. 그러다 김필중과 다시 시선 마주친다)
김필중 : (깊은 시선으로 승희를 보고 있다)
승희 : (순간 간이 콩알 만해지는데)
태희 : 할아버지. 뭐라고 한 말씀 해주세요. 윤희가 돌아왔잖아요.
김필중 : (본다. 고개를 끄덕이더니 마지못해) 그래. 잘 왔다. 잘 돌아왔구나.
태희 : (빙긋 웃으며 승희를 보면)
승희 : (본다. 안도의 빛이 스친다. 표정에서)
10. S# 평창동 집. 주방. N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잔을 내려놓는 현자.
현자 : 정신없구 어이없어 죽겠네. 이럴 땐 대체 뭐라 그래야 하는 거야.
서준 :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오며) 뭐라 그러긴요. 잘됐다 축하한다.. 그럼 되는 거죠.
현자 : 잘된 건 뭐구 축하할 건 또 뭐야? 집안에 떨거지 하나만 더 늘게 생겼는데.
세상에 머리 꼴 옷 꼴하구는. 나는 어디서 그지 새끼가 하나 들어와 섰나 했다.
서준 : (웃으면서 보면)
현자 : 뭔지 모르겠지만 윤희라는 그 애.. 왠지 찜찜해. 영 기분이 별루라구. (그러면서 커피를 마시면)
11. S# 서재. N
앉아있는 김필중.. 사실은 김필중도 기분이 영 찜찜하다. 그런 기분 떨쳐내려는 듯 책상위에 있는 현호사진을 본다.
김필중 : 현호야. 니 둘째딸 찾았다. 니 둘째딸이 돌아왔어.
말없는 현호의 사진 위로.
태희E : 우리 아빠야.
12. S# 태희의 방. N
침대에 나란히 앉은 태희와 승희.
태희, 승희에게 사진액자를 보여주고 있다. (유리가 깨져있는 상태)
태희 : 아까 니 전화 받구 급히 나가다 그만 떨어뜨려서 유릴 깨뜨렸어.
(그러면서 이번엔 가족사진 보여주며) 이쪽이 우리 엄마. 옆에 있는 게 나구.. 넌 이 때 엄마 뱃속에 있었어.
승희 : (그저 어색해서) 네에.. (보면)
태희, 사진액자를 한쪽에 올려놓더니 승희의 두 손을 꼭 잡는다.
승희, 태희를 보면.
태희 : 미안해 윤희야. 널 이렇게 늦게 찾아내서. 한눈에 알아보지 못한 것두.. 정말 미안해. 그 동안 너.. 많이 힘들었지?
승희 : (본다)
태희 : 이젠 됐어. 지금까지 너 고생한 거 언니가 다 보상해줄 거야. 그 동안 못해준 것까지 열배 스무 배루 잘해줄 거야.
뭐든지 말만해.. 니가 원하는 건 전부 다 들어줄 거니까.
승희 : (보면)
태희 : 이젠 두 번 다시 니 손 놓지 않을 거야. 절대루, 무슨 일이 있어두 니 손 놓지 않아.
(순간 목이 메여) 윤희야. 니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몰라. 너무 보고 싶었어.
승희 : (보면)
태희, 다시 한 번 승희를 꼭 끌어안는다. 주르르 흐르는 눈물.
태희 : 이제 다시는 니 손 놓지 않을 거야. 약속해.
승희 : ...
승희, 천천히 시선 돌려 한쪽에 놓인 현호의 사진을 본다. 깨진 유리너머로 승희를 바라보는 현호의 얼굴.
승희, 뚫어지게 바라보는 시선에서.
13. S# 연웅의 방. N
선우E : 안 돼! (자다가 벌떡 일어난다)
허둥지둥 반지 목걸이가 있던 목을 더듬는 선우. 그러나 목걸이는 없고.
옆에 누워있던 연웅, 짐짓 눈을 뜨고 선우를 본다.
연웅 : 언니 왜 그래요?
선우 : (아직도 진정되지 않은 듯 돌아본다. 보더니) 어어.. 나쁜 꿈을 꿨나봐.
연웅 : 물 좀 떠다줘요?
선우 : 아니야, 됐어. 더 자. (그러더니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연웅 : (도로 누우면)
14. S# 마루. N
한쪽에 놓여있는 주전자와 물 컵.
선우, 물 컵에 따라 물을 한 컵 전부 들이마신다. 그래도 계속 가슴이 진정이 안 되는 듯.. 한쪽을 돌아보면.
15. S# 옥상. N
후! 담배연기를 내뿜는 철웅, 다시 한 모금 빠는데 누군가 올라오는 소리.
철웅, ?해서 돌아보면 옥상위로 나타나는 선우의 모습.
철웅을 보지 못한 채 옥상 한쪽으로 간다. 그러더니 크게 심호흡을 하는 선우.
철웅, 담배를 끄고 뒤로 슬그머니 다가선다.
선우 다시 양팔 벌려 심호흡하는데.
철웅 : 뭐하냐?
선우 : (팔 벌리다 놀래서 돌아본다)
철웅 : 안자구 거기 나와 뭐하는 거야?
선우 : 그러는 넌 거기서 뭐하구 있어?
철웅 : 담배. 방에서 피다 들키면 할머니한테 빗자루로 얻어맞거든. (보며) 무슨 일이야 한밤중에.
선우 : (본다. 시선 돌리며) 나쁜 꿈을 꿨어.
철웅 : 나쁜 꿈? 어떤 나쁜 꿈?
선우 : 있어. 기억이 안 나는 꿈..
철웅 : ?
선우 : 가끔씩 꿈속에서 어떤 얼굴을 보는데.. 기억이 안나. 그게 누군지. 이름을 부르고 싶은데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나는 거야.
꿈 속인데두 그게 너무나 가슴이 아파. 너무 가슴이 아파서 울다가 깨곤 해.
철웅 : (보면)
선우 : 크면서 한동안 꾸지 않았었는데..아마 반지를 잃어버려서 그런가봐. 항상 갖고 다니던걸 잃어버려서..
그래서 그 꿈을 다시 꿨나봐. (그러면서 한숨.. 시선을 먼 곳으로 돌린다)
철웅 : (잠시 보더니) 내가 기분 좋아지는 법 하나 알려줄까?
선우 : (? 보면)
철웅 : 두 손을 뒤로 깍지 끼구 쭉 뻗어봐. 가슴은 이렇게 쭉 피구.
선우 : (본다)
철웅 : 어서.
선우 : (어설프게 따라하며) 이렇게?
철웅 : (선우의 자세를 잡아주며) 턱을 들어 올리면서 고개는 뒤로 사십오도로.
선우 : (턱을 들어 고개를 뒤로 젖힌다) 이렇게?
철웅 : 그렇지. 그 자세로 눈은 감고.
선우 : (흘끗 보더니 눈을 감는다) 됐어?
철웅 : 좋아. 딱 그 자세야. (그러더니 갑자기 쪽! 선우의 볼에 뽀뽀를 한다)
선우 : ! (놀라서 눈을 뜨고 본다)
철웅 : 어때? 기분 좋아졌지?
선우 : 야! 박철웅! 너 죽을래? (불끈해서 손을 들어 치려는데)
철웅 : (그 손목을 턱! 잡더니 반대편 볼에 쪽! 뽀뽀를 한다) 이젠 두배루 기분 좋아졌지? 그치?
선우 : 야아아아! (달려드는데)
철웅 : (한 번에 그 팔 제압, 완전히 입술에 키스할 듯 한 자세를 만들어 버린다)
선우 : ! (놀라서 철웅을 본다)
선우, 잡힌 팔을 빼내려고 애쓰지만 철웅의 힘이 워낙 완강하다.
선우 : 이거 놔! 소리 지른다 너!
철웅 : (바싹 얼굴을 갖다 대며 진지하게) 질러봐. 그 전에 내 입으루 막아버릴 테니까.
선우 : 뭐라구?
철웅 : (더 바싹 얼굴을 갖다 대며) 한번 질러봐. 내가 막나 안 막나. (그러면서 더욱 더 얼굴을 가까이 대자)
선우 : (순간 찡그린 채 얼굴을 홱 돌려버린다)
철웅 : (본다. 그런 얼굴을 잠시 재밌다는 듯 보다가 픽 웃음!)
선우 : ? (찡그렸던 한쪽 눈을 뜨고 보면)
철웅 : 확실히 내 뽀뽀가 효과가 있었지? 봐. 다시 팔팔해졌잖아.
선우 : (기막혀 보면)
철웅 : 잘 자라. 나쁜 꿈은 개한테나 던져 버리구 내 꿈이나 실컷 꿔. 알았지? (그러더니 팔을 풀어주고 돌아서서 간다)
선우, 갑자기 주위를 둘러보더니 커다란 빈 물통을 발견. 냅다 집어 들어 철웅을 향해 던진다.
텅! 머리에 맞고 떨어져 나가는. 그 바람에 고개가 약간 기울어진 철웅. 그 상태로 멈춤 동작.
옆으로 다가서는 선우, 철웅을 향해 쳐다보며.
선우 : 너 이딴 식으루 한번만 더 까불어봐. 그 땐 니 꼬추 본거 동네방네 소문 다 낼 거야. 알았어?
철웅 : (탁! 고개 제자리로 돌리더니) 맘대루 해.
선우 : 뭐?
철웅 : 소문내고 싶음 내라구. 어차피 보여줄 것두 다 보여줬겠다..이제 난 니 꺼나 마찬가지잖아. 그러니까 니 맘대루 하라구.
선우 : 내꺼 좋아하네. 누가 내꺼야.
철웅 : 그럼 니가 내 껀가? 너 내꺼 할래?
선우 : (콱! 발을 밟아버린다)
철웅 : (윽!)
선우 : 까불구 있어. (볼을 쓱 문지르며 내려가면)
발등을 잡으며 심히 아픈 표정을 짓던 철웅, 선우가 내려간 쪽 보더니 순간 헤죽 웃는다. 어쨌든 뽀뽀했다. 히.
16. S# 연웅의 방. N
계속 볼을 문지르며 안으로 들어온 선우, 도로 이불로 들어간다.
문득 한쪽 책상위로 물 컵에 담겨져 있는 장미가 보인다.
잠시 바라보더니 시선을 돌리며 돌아눕는 선우. 나즈막히 한숨을 내쉬는 얼굴에서.
17. S# 태희의 방. N
태희의 침대에 나란히 누워있는 태희와 승희. 승희의 손을 꼭 잡은 채 잠이 든 태희.
그 옆으로 승희, 뭔가 잔뜩 불안하고 급한 표정으로 흘끔흘끔 옆에 누운 태희를 돌아본다.
그러더니 천천히 일어서는 승희. 화장실이 급한 듯 재빨리 밖으로 나간다.
18. S# 이층 거실. N
문을 열고 나오는 승희, 이층을 한번 둘러본다. 배를 움켜쥐고 서준이 방 쪽으로 달려가 문을 연다.
19. S# 서준의 방.
들어서다가 서준이 자고 있는걸 보고 재빨리 뛰어나가는 승희.
20. S# 이층거실.
다시 뛰어나오는 승희,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계단을 뛰어 내려간다.
21. S# 아랫층 거실. N
내려오는 승희. 희미한 조명등이 어두운 거실을 비추고 있다.
승희, 내부를 휘 둘러본다. 여기저기 문이 너무 많다.
승희 : 대체 무슨 집이 이렇게 문이 많은 거야. 아우 급해. 아우 급해 죽겠네.
(하면서 왔다갔다 살그머니 여기저기 문을 열어보는데)
탁! 불이 켜지면서 환해지는 거실. 승희, 놀라서 홱 돌아보면.
현자 : (놀라서) 얘! 너 거기서 뭐하는 거니? 할아버지 방 앞에서 도둑 고양이마냥 뭐하는 거야? 어?
승희 : 네? 저기 그게요.. 급해서..
현자 : 뭐?
승희 : 너무 급해서 그런데요.. 화장실이 어디예요? 문이 너무 많아서 어디가 어딘지 헷갈려서..
현자 : (기막혀 본다. 보더니) 이층에 올라가서 계단 오른쪽에 있어.
승희 : 감사합니다. 아줌마. (멈칫..) 고모님.. (그러더니 후다닥 뛰어올라간다)
현자 : 허.. 아줌마아? (어이가 없다)
22. S# 이층거실.
E 변기 물 내려가는 소리.
문이 열리고 안도의 표정으로 나오는 승희. 천천히 걸어와 소파에 털썩 주저앉는다.
승희 : 어우우.. 죽는 줄 알았네. (그러다가 낯선 듯 실내를 휘 둘러본다. 시선에서)
23. S# 태희의 방.
안으로 들어오는 승희, 의자에 걸터앉는다. 앉아서 잠들어 있는 태희를 본다.
그러다 한쪽에 놓여있는 가족사진과 현호의 사진 액자를 본다. 커다란 현호의 사진위로 비치는 승희의 얼굴.
승희 : (바라보더니) 겁내지 마. 엎질러진 물이야. 이젠.. 돌이킬 수도 없어.
(그러더니) 걱정 마. 잘해낼 수 있을 거야. 우승희.. 넌 잘해낼 수 있어.
두려움 반, 비장한 각오 반, 태희 쪽을 다시 돌아본다. 그러더니 일어나 다시 침대 속으로 들어간다.
태희, 잠결에 승희를 꼭 안는다. 승희, 흘끔 태희를 보는 시선에서.
24. S# 국밥집 전경. D
25. S# 다락방.
위로 올라오는 오산댁. 승희가 없는 빈 이부자리만 바라본다. 아직도 안 들어와 있다? 심난하게 쳐다보면.
26. S# 국밥집 안.
국밥을 먹으면서 신문을 보고 있는 황국도. 두런두런거리며 나오는 오산댁.
황국도 : (보며) 왜? 승희 아적 안들어왔남?
오산댁 : 날밤 새가며 대체 어디 간 건지 모르겠네.
황국도 : 날밤 새가며 싸돌아 댕긴 게 어제 오늘 일이여? 냅 둬. 금방 들어올 텐게.
오산댁 : (왠지 뒤숭숭해서 자리에 앉는데)
드륵 문 열리는 소리. 황국도와 오산댁, 돌아본다.
양복 점잖게 입은 직원, 얼굴을 들이밀며.
직원 : 여기가 우승희 씨 댁입니까?
오산댁 : (순간 벌떡 일어선다) 누.. 누구시래요?
직원 : 우승희 씨 댁 맞습니까?
황국도 : 맞는디요. 누구신지..
직원 : (빙긋 웃더니 문을 활짝 연다. 바깥쪽에 손짓을 하면)
두어 명의 다른 직원들이 과일상자며 옷상자며 선물박스들을 바리바리 안으로 실어 나르기 시작한다.
오산댁, 황국도 두 눈이 둥그래져서 본다.
오산댁 : 아니.. 이게 다 어떻게 된 거래요?
수행원 : 김태희 양께서 두 분께 보내드리는 선물입니다. 그리고.. (안주머니에서 흰 봉투를 꺼내 내민다)
오산댁 : (얼떨결에 받아들면)
수행원 : 조만간에 뵈러오겠다고 전해 달라셨습니다.
오산댁 : (보면)
선물을 다 나른 직원들 오산댁과 황국도에게 일별하고 밖으로 나간다.
순식간의 벌어진 사태에 그저 멍하니 서로를 마주보는 황국도, 오산댁.
황국도 : 저기 그 봉투는.. 뭐랴? 어이 후딱 좀 열어봐. 궁금해 죽겄네.
오산댁 : (덜덜 떨리는 손으로 봉투를 연다)
안에서 나오는 수표. 놀라는 황국도와 오산댁.
오산댁 : (숨이 턱 막혀) 이게..이게 영이 다 몇 개야? 어?
황국도 : (손가락으로 센다. 일 십 백 천 만..) 십만, 백만.. 천만? (헉! 놀라는 표정)
오산댁 : (놀라서 두 손으로 수표를 든 채 의자에 털썩 주저앉는다)
황국도 : 대체 이게 꿈이여 생시여. 이? 천만 원짜리 수표라니..것두 두 장씩이나.. 대체 이게 뭔 조화 속이야 이? (오산댁을 보면)
오산댁 : 이를 어째! 이 년이..이 미친년이 기어코 일을 저질렀네!
황국도 : 이이? (놀라서 보면)
27. S# 디자이너 샵.
거울 앞에 프레임-인 되는 승희. 고급스러운 옷을 입고 괜히 수줍게 웃는다.
그 옆으로 이 옷 저 옷 가져오는 디자이너.
승희,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워 하면 태희, 자기가 직접 이것저것 옷을 골라준다.
승희, 이 행복이 믿어지지 않는 듯.. 보면.
28. S# 헤어샵.
잡지를 들여다보는 태희. 그 앞으로 프레임-인 되면 근사하게 손질되어 있는 머리.
태희, 흡족하게 바라보면 승희도 뒷쪽에 있는 거울을 보며 활짝 웃는다.
29. S# 철웅의 집 마루.
<구인광고>신문을 들고 있는 선우, 수화기를 어깨에 낀 채 볼펜으로 표시를 하는 중.
선우 : 여보세요? 직원을 구하신다, 그래서요.. 네? 아 네 다 뽑으셨다구요. 알겠습니다.
(가위표를 친 다음 다른 번호에 걸어본다)
30. S# 명품점.
직원들, 정중하고 예의 있게 승희와 태희를 대한다.
시계며 핸드백, 구두에 이르기까지 신어보고, 써보고, 차보는 승희의 모습. (짧게 짧게 몽타쥬)
태희, 승희가 맘에 들어 하는 전부 다 싸라고 거침없이 지시한다.
승희, 꿈을 꾸는 듯한 표정으로 보는 시선에서.
31. S# 철웅의 집 마루.
선우 : (수화기에 대고) 네. 사람을 구한다 그래서 전화 드렸거든요.
아뇨. 경력사원은 아닌데요. 저기 그래두 시키시면 뭐든지 다 할 수 있는데요. (실망하는 표정) 네에. 네.. 알겠습니다.
(다시 가위표 수화기를 내려놓고 한숨을 내쉬는 얼굴에서)
32. S# 평창동 집 거실.
직원들 쇼핑한 가방과 상자꾸러미들을 쉴 새 없이 이층으로 올려가고 있다.
현자, 소파에 앉아 건성으로 잡지를 넘기며 흘끗 쳐다본다.
33. S# 호텔 레스토랑.
함께 식사를 하고 있는 승희. 승희, 식사예절이고 뭐고 없다. 무조건 많이씩 덮석덮석 집어 먹는다.
태희, 흐뭇한 듯 맛있게 먹는 승희를 본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싸한..
승희, 그저 맛있게 먹으며 행복하게 씩 웃는 얼굴에서.
34. S# 철웅이네 집 주방.
끓고 있는 라면냄비. 가스 불을 끄고 그 앞에서 선채로 라면을 먹기 시작하는 선우.
냄비뚜껑에 라면을 식혀가며 그 위에 김치를 얹어 먹는다. 그것도 맛있다고 후후 불어가며 먹는 모습에서.
35. S# 카페 앞.
와서 멈춰서는 재혁의 차.
재혁, 발리맨에게 키를 넘기고 안으로 들어가면.
36. S# 카페 안.
안으로 들어서는 재혁, 저쪽으로 손을 드는 태희가 보인다.
재혁, 그 쪽으로 다가선다.
태희 : 어서와.
재혁 : (맞은편에 앉으면서 태희 옆에 앉은 승희를 본다)
태희 : 우리 윤희야. 내 동생. (승희 보며) 인사해 윤희야. 이쪽은 장재혁.
승희 : 안녕하세요. (수줍은 척.. 이뻐 보이려는데)
재혁 : (뜻 모를 미소로 보더니) 상상했던 거랑 많이 다르군요. 언니랑은 얼굴이 거의 안 닮아 보여요.
승희 : (멈칫..하는 표정으로 보는데)
태희 : 원래 우린 어렸을 때부터 많이 달랐어. 거기다 오랫동안 떨어져있었잖아.
승희 : (어색하게 웃으면)
재혁 : 암튼 축하한다. 그렇게 애타게 찾던 동생을 만나게 되서.
태희 : 고마워.
재혁 : (웃음. 그러면서 다시 한 번 승희를 본다)
승희 : (시선 피한다. 왠지 불쾌한 남자다)
37. S# 카페 화장실.
안으로 들어온 승희, 홱 돌아보더니.
승희 : 저 남잔 또 뭐야? 대따 기분 나쁜 자식이잖아 저거. (보는데서)
38. S# 카페 안.
재혁 : (찻잔을 내려놓으며) 확실히 확인은 한 거니?
태희 : 음. 확실해. 내 동생이라는 확실한 증거를 갖고 있어.
재혁 : 확실한 증거가 때론 위험할 수도 있지. 그것 때문에 진실을 제대로 못 볼 때가 있거든.
태희 : 아니. 이번엔 틀림없어. 엄마반지를 갖고 있었어. 아버지 돌아가시구 내가 윤희한테 직접 준거야.
윤희가 아니라면.. 그걸 갖고 있을 리 없잖아.
재혁 : (태희를 보면)
태희 : 우리 윤희.. 오랫동안 나 없이 고생만 하며 살아왔어. 친동생처럼 생각하구 따뜻하게 대해줘.
재혁 : (본다. 시선에서)
39. S# 태희의 차안.
운전하는 태희. 그 옆에 앉아있는 승희. 흘끗 태희 눈치를 한번 보더니.
승희 : 아까 그 분 말이예요. 장재혁이라는 분.. 그 분하고 결혼하실 거예요?
태희 : 아직 대답을 못 들었어.
승희 : 네?
태희 : 오래전에 내가 프로포즈를 했었거든. 결혼하자구. 근데 아직 대답이 없어. 하지만.. 언젠간 하게 될 거야.
승희 : 많이.. 좋아하세요?
태희 : 아버지 돌아가시구, 너를 잃구.. 내가 유일하게 마음을 준 사람이거든. 나는 그 사람 말구 다른 남자는 생각 해본적도 없어.
(보며) 근데.. 왜?
승희 : 아니예요.
승희, 웃음으로 무마한 뒤 창밖을 돌아본다. 확실히 재혁이란 기분이 나쁘다. 걱정..
태희, 그런 승희를 한번 돌아본다. 시선에서.
E 전화벨 소리.
40. S# 철웅의 집 마루.
뛰어나와 수화기를 집어 드는 선우.
선우 : 여보세요. (듣다가) 어? 아저씨! 네? 저를요?
41. S# 제하빌딩 휴게실.
테이블위로 내밀어지는 명함 한 장. 선우 ?해서 보면.
박귀중 : 이번에 제하통신에서 새로 대리점을 내는데 그 중에 하나를 내 친구가 하게 됐어.
지난주에 개점했는데 일손이 많이 딸린대서.
선우 : (보면)
박귀중 : 니 얘길 했더니 한번 보자더구나. 오늘이라두 가는 길에 한번 들려봐.
선우 : 정말이세요? 그럼 저.. 거기서 일할 수 있는 거예요?
박귀중 : 몸을 많이 움직이는 일이라 고될 거야 아마. 그래두 집에서 그리 멀지 않으니 괜찮을 거다.
선우 : (보더니 벌떡 일어나서 인사하며)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아저씨! (하다가 테이블에 쿵! 머릴 박는다)
박귀중 : (놀라서 보면)
선우 : (이마를 문지른다. 아프지만 활짝 웃으며) 감사합니다! 저 열심히 할께요!
박귀중 : (웃음)
선우 : (희망에 들떠 다시 명함을 보면)
42. S# 로비.
걸어 들어오는 재혁과 오한영.
재혁 : 지난주 새로 오픈한 대리점 상황은 어때?
오한영 : 대체적으로 순조롭습니다. 근데 상대 업체 쪽 대리점에서 텃새가 심한 모양입니다.
오픈 기념 거리 행사 때 깡패들까지 동원해 방해했다는데요.
재혁 : 깡패?
오한영 : 업주들 뒤에서 공생하는 그런 세력들 있잖습니까, 왜.
재혁 : 내가 한번 직접 돌아볼 테니까 내일 중으로 스케쥴 잡아.
오한영 : 알겠습니다.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타는 재혁과 오한영.
맞은편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선우. 박귀중이 준 명함을 들여다보며 기분 좋아 웃다가 멈칫..
반대편에 올라오는 재혁과 오한영을 본다.
선우 : 어? (아는 척을 하려는데)
재혁 : (못 본 채 들고 있는 서류에 시선 주며) 데려오기로 한 사람들은 어떻게 됐어.
오한영 : 명단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 넘어왔습니다. 다른 두 사람은 이번 주 안으로 대답을 주기로 했구요.
나머지 한사람이 좀 골칩니다.
선우 : (바로 옆으로 스쳐 내려가며) 저기.. 저기요..
재혁 : (못 본 채 서류 오한영에게 넘겨주며) 다음 주 안으로 얘기 끝내. 빠를수록 좋아.
오한영 : 알겠습니다.
선우 : 저기.. (끝까지 재혁을 돌아본다. 돌아보다가)
그만 에스컬레이터에 끝나는 지점에 걸려 쿵! 넘어진다.
선우 : 아야!
재혁과 오한영, 돌아본다.
넘어진 선우, 매우 심하게 아픈 표정. 무릎을 비비며 지나가는 사람들 흘끗 돌아본다. 무안함으로 베식 웃음.
재혁, 처음엔 선우를 알아보지 못한 채 가던 길 간다.
선우, 저편으로 사라지는 재혁과 오한영의 뒷모습을 본다.
선우 : (고개를 갸웃) 저 사람.. 이 회사에서 일하나? (그러더니 아픈 듯 무릎을 계속 비비며 로비를 빠져나간다)
순간 에스컬레이터로 다시 돌아와 내려다보는 재혁 혹시? 하는 표정으로 로비를 빠져나가는 선우의 뒷모습을 보면
흘끔 주위를 둘러보며 로비를 빠져나가는 선우의 얼굴이 보인다.
재혁 : (어? 저 여자는?)
오한영 : (옆에서 보더니) 아는 분입니까?
재혁 : (픽 옅은 웃음 짓더니) 어? 어어. 조금. (그러면서 웃음기 어린 표정으로 한 번 더 쳐다보는 얼굴에서)
43. S# 대리점 앞.
새로 오픈한 듯 깃발? 같은 게 주렁주렁 걸려있고 그 앞에서는 화려하게 오픈행사를 하고 있다.
그 앞으로 프레임-인 되는 선우, 심호흡 하고 안으로 들어간다.
44. S# 대리점 안.
주인, 손님 상대하랴, 오픈 축하하러 온 손님 응대하랴 정신없는 가운데
사람들을 겨우 뚫고 주인 앞에 다가서는 선우.
주인 : 어서 오십쇼. 뭘 도와드릴까요?
선우 : (박귀중에 준 명함을 내밀며) 이선우라고 하는데요.
주인 : 누구요?
선우 : 이선우요. 저기 박귀중 씨라구.. 그 분 소개루 왔는데..
주인 : 아아! 귀중이. 그렇잖아두 전화 받았어요. 아가씨 이름이..
선우 : 선우요. 이선우.
주인 : 그래 선우 씨. 근데 오늘부터 당장 일할 수 있나?
선우 : (눈이 반짝) 네! 뭐든 시켜만 주세요.
주인 : 그럼 뒷쪽에 창고가 아직 정리가 덜 되서 그런데 가서 창고정리부터 좀 해줘. 내가 일손 모자라 정신없어 죽겠네, 그냥.
선우 :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인사를 꾸뻑하더니 씩씩하게 돌아서서 나간다. 나가다 다시 주인 앞으로 오더니 씩 웃으며.
선우 : 저기.. 근데 창고가 어느 쪽이죠?
주인 : (? 보면)
45. S# 대리점 창고 안.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서는 선우. 새로 들여온 박스와 뜯어낸 박스들이 서로 구분이 안 된 채 어지럽게 널려 있다.
선우 : (일단 심호흡하더니) 좋아. 이까짓 거야 뭐.
팔을 걷어 부치고 박스들을 치우기 시작한다. 으쌰! 들어 올리는데서.
46. S# 서준의 레스토랑.
들어서는 연웅, 직원들 연웅에게 인사하면
연웅, 곧바로 바로 다가가서 바 앞에 턱 걸터앉는 연웅.
남직원 : 안녕하세요. 뭘로 준비해드릴까요?
연웅 : (삐딱하게 보더니 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 남직원 눈앞에 내밀며) 이 사람 좀 보자 그럽시다.
남직원 : (? 명함을 본다. 그러다 다시 연웅을 보면)
47. S# 일각.
계단에서 내려오는 서준, 남직원, 한쪽을 가리키면. 바 한쪽에 앉아 있는 연웅.
서준, 처음엔 누군가해서 보다가 아! 기억나는 듯. 빙긋 웃더니 그 앞으로 다가간다.
서준 : 안녕하세요.
연웅 : (대답대신 안주머니에서 견적서를 꺼내 쭉 내민다)
서준 : (견적서를 들여다보며) 마실 거 한잔 할래요?
연웅 : 아뇨. 됐는데요.
서준 : 그래요? (그러더니 남직원에게) 여기 쥬스 한잔만.
남직원 : 네 알겠습니다. (따라서 주면)
서준 : (혼자만 쭉 마신다)
연웅 : (뭐 이런 자식이 다 있나싶어 보면)
서준 : 돈은 통장에 넣어드릴까요 아니면 현금으로 드릴까요?
연웅 : 편하실대루 하세요.
서준 : 이름이 뭐예요?
연웅 : 박연웅인데요. 왜요?
서준 : 박연웅이라.. 이름이 재밌네.
연웅 : 우리 할머니가 지어주신 이름이예요. 불만 있어요?
서준 : 불만 없어요. 그냥 특이해서 재밌다구요.
연웅 : (또 열 받기 시작한다) 그러는 그 쪽 이름은 뭡니까.
서준 : (본다) 윤서준이예요.
연웅 : 아아 윤서준 씨. 거 이름 한번 되게 느끼하시네.
서준 : 그래요? 다른 여자들은 좋다 그러든데. 연웅 씬 이름만 특이한 게 아니라 취향두 특이한 모양이죠?
연웅 : (열 받네! 앞머리 훅! 날리며 쳐다보면)
서준 : (남직원에게) 여기 종이하구 펜 좀.
남직원 : (종이와 펜을 주면)
서준 : (연웅 앞에 내밀며) 이름은 알았으니 됐구. 연락처하구 주소. 은행구좌번호 하나 적어두고 가요. 통장으로 넣어드리죠.
연웅 : (본다. 보더니 잔뜩 열 받아 벅벅 쓰기 시작한다)
서준 : (본다. 입가에 웃음을 띄고 보는데)
48. S# 레스토랑 앞.
씩씩거리며 나오는 연웅, 멈춰 서서 홱 돌아보더니.
연웅 : 어디서 날라리 깡깽이 같은 게 사장이라구. 저런 것들이 사장이나 하구 앉었으니 한국 경제가 이 모양이지.
(그러더니 훅! 앞머리 한번 날려주고 씩씩거리며 프레임- 아웃)
49. S# 승희의 방.
안으로 들어서는 승희, 거의 황홀한 표정으로 둘러보면.
태희 : 방 마음에 드니?
승희 : 꼭.. 꿈을 꾸는 거 같아요. 이러다 깨면 다시 내가 살던 국밥집으로 돌아가 있을까봐 겁이나요.
태희 : (웃음) 그런 일은 없을 거야. 언니가 약속했잖아. 이젠 너하구 안 떨어질 거라구.
승희 : (태희를 보더니) 내가 정말 이래두 되는 건지 모르겠어요. 내가 정말 여기서 살아두 되는 건지..
그냥 모든 게 좀.. 얼떨떨해요.
태희 : 그럴 거야. 너한텐 나에 대한 기억이 없으니까. 낯설구 한편으론 당황스럽기두 할거야.
승희 : 만약에 내가.. 끝까지 아무것도 기억해내지 못하면 어쩌죠?
태희 : 괜찮아. 기억나면 좋겠지만 안 나더라두 상관없어. 지금부터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가면 되니까.
그러니까 이젠 아무 걱정하지 마 윤희야. 니 옆엔 언니가 있으니까. 알았지?
승희 : (본다. 보며) 네. 언니.
태희 : (따뜻하게 웃어주고) 피곤할 텐데 좀 쉬어. (밖으로 나가면)
승희, 태희가 나가자 일순 표정 환하게 변하더니 다시 한 번 방을 휘 둘러본다.
그러다 한쪽에 있는 전화기를 본다. 바라보는 승희의 시선에서.
50. S# 국밥집 방안.
방안 가득 쌓여있는 선물보따리. 오산댁, 심난하게 앉아있는 가운데.
황국도 : (하나씩 풀러 보며) 워메. 이건 또 무신 과일이랴? (수입 열대과일을 꺼내서 냄새 맡아보며) 워따메. 냄새 죽이는 고마이.
어이 이것 좀 봐봐. 자네 원제 이런 과일 구경이나 해봤는가?
오산댁 : 내가 지금 과일 구경하게 생겼어? 그렇잖아두 승희 기집애 때문에 속이 바싹바싹 타 들어가는데
그깟 과일이나 쳐다보구 있게 생겼냐구, 내가 지금!
황국도 : 어따 승희는 승희고 과일은 과일이지.
오산댁 : 암만해두 이년이 돌았어. 돌아두 단단히 돌았어, 이거. 무슨 맘먹구 이러는 거야 대체.
황국도 : 참말로 안 먹을 텨? 안먹구 오래두면 물러 터질 텐디.
오산댁 : (흘끗 째려보더니) 어이구 터져, 터져! 열통 터져 죽어 내가! (하는데)
E 전화벨 소리.
오산댁, 황국도 동시에 쳐다본다.
오산댁 재빨리 수화기를 집어 들고.
오산댁 : 여보세요. 여보세요? (대답 없다) 여보세요!
승희F : 나야 엄마.
오산댁 : 승희야! 너 지금 어디야! 너 거기 어디야 기집애야! 어?
51. S# 승희의 방안.
승희, 쇼핑백에서 옷이며 장신구들을 꺼내 몸에 대보며.
승희 : 여기? (빙긋 웃음) 천국.
오산댁 : (insert>) 너 당장 집에 안 들어 와! 너 지금 무슨 짓 하구 있는 거야 거기서. 어?
승희 : 걱정하지 마. 다 잘 되가구 있으니까.
오산댁 : 너 증말 왜 그래. 그러다 죽고 싶어 환장했어? 어?
승희 : 내가 죽긴 왜 죽어? 걱정 마. 나 안 죽어. 이제부터 진짜 내 인생이 시작됐는데 내가 왜 죽어?
오산댁 : 승희야!
승희 : (단호하게) 승희라구 부르지 마. 내 이름은 김윤희야.
오산댁 : 뭐, 뭐라구?
승희 : (거울을 향해 돌아서며) 이제부터 난 김윤희라구. 제하그룹 둘째손녀딸로 다시 태어났어.
그러니까 이제부턴 윤희라고 불러. 알았지?
오산댁 : (insert> 말도 못하고 멍하니 듣고만 있는 얼굴에서)
승희 : 걱정할거 없어. 나 혼자 잘 먹구 잘살려구 이러는 거 아니니까. 조금만 기다려. 곧 엄마도 이리로 모셔올게.
오산댁 : (insert.> 기가 막힌데)
승희 : 참. 태희 언니가 보낸 선물은 잘 받았어? 그건 그냥 가볍게 고맙단 뜻으로 보낸 거야.
나중에 정식으로 찾아가 인사드린댔으니까 그 땐 더 큰걸 기대해도 좋아.
오산댁 : 야! 승희야!
승희 : 그럼 또 연락할게. 끊어 엄마.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52. S# 국밥집 방안.
뚜우.. 신호음 소리.
오산댁 : 얘! 승희야! 승희야아!!! (그러다가 힘없이 수화기 든 손을 내리더니) 이게.. 이게 대체 어쩔라구 이러는 거야. 어?
(어찌할 바를 모르는 시선)
황국도 : (그러는 사이 오산댁 눈치 보며 슬그머니 과일 하나를 먹으려는데)
오산댁 : (홱 돌아보며) 먹지 마 그거!
황국도 : (멈칫.. 입 딱 벌린 채 보면)
오산댁 : 오늘 들어온 거 하나두 손 대지마! 쳐다보지두 마! 알았어?
황국도 : (본다. 쩝.. 입맛 다신다. 도로 내려놓으면)
오산댁 : (다시 불안하게 시선 돌린다. 시선에서)
53. S# 승희의 방.
한쪽에 있는 보석케이스에서 목걸이를 꺼내 목에 걸어본다. 반짝이는 걸 바라보며.
승희 : 내 인생은.. 지금부터 진짜야. (보며) 이제부터 시작이라구 김윤희. 알았니? (당돌하고 자신만만하게 씩 웃는 얼굴에서)
54. S# 대리점 창고. N
박스를 한쪽에 올려놓는 선우의 얼굴. 목장갑 낀 손으로 쓱 닦는데 얼굴에 그대로 검은 먼지가 묻는다.
그런 줄도 모르고 열심히 일하는 선우, 어느 정도 깔끔해진 창고의 모습에 기분 좋아진다. 웃으면.
55. S# 대리점 앞. N
앞에서 거리 홍보를 하는 아가씨들도 일을 접고 퇴근준비 중.
안에서 나오는 선우와 주인.
주인 : 오늘 첫날인데 수고 많이 했어. 선우가 창고 정릴 다 해줘서 내일부턴 좀 수월해지겠는데.
선우 : 뭘요. (웃으면)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아저씨.
주인 : 그래. 내일 봐. (안으로 들어가면)
선우, 기분 좋게 돌아서서 걸어오는데 그 앞으로 쓱 프레임-인 되는 철웅.
선우, 멈칫 놀라서 보면.
철웅 : 너 오늘부터 여기서 일한대며?
선우 : 어떻게 알아냈어?
철웅 : 할머니가 말해줘서 알았지. 오늘 늦는다구 전화했었다며. 그래서 마중 온 거야.
선우 : 시간두 많다.
철웅 : 난 원래 시간밖에 없는 놈이거든.
선우 : 것두 자랑이라구 하는 거니?
철웅 : 난 자랑할게 그것밖에 없는 놈이거든.
선우 : (본다. 픽 웃음 가면)
철웅 기분 좋게 선우를 따라간다. 모습에서.
화면, 건너편 어두운 골목 쪽으로 이동하면.
56. S# 근처 일각. (대리점 건너편)
대리점불빛이 환하게 보이는 반대편 어두운 골목.
그 한쪽에 세워져 있는 승용차. 그 차 조수석에 앉아있는 상대 업체 주인 뒷좌석에 앉아 있는 누군가에게 말한다.
(뒷좌석에 앉아 있는 얼굴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고)
상대주인 : 내일 행사가 피크랍니다. 경품까지 걸어가며 단단히 준비하는 모양이니까..
내일 행사만 하루 더 망쳐주시면 되겠습니다.
그러자 운전석에 앉아 있는 깡통, 손을 내민다.
상대 업체 주인, 얼른 두툼한 돈 봉투를 건네주면.
깡통 : 됐심더. 알아 들었으니까네 그만 내리소.
상대주인 :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굽신굽신 인사하더니 내린다. 주위를 둘러보며 사라지면)
깡통 : (돈 봉투 안을 살피며) 대장아. 그거 아나. 사람은, 원래부터 착한동물이 아니었는기라.
같이 좀 나눠 묵고 산다꼬 굶어죽는 것도 아인데.. 이래 서로 못 쥑이가 안달인 거 봐라.
참말로 악한기 그기 사람인기라. 안 긋나.
인수 : 불.
깡통 : (보더니 얼른 라이터를 꺼내 불을 켜서 뒤쪽으로 대주면)
담배를 문채 몸을 앞쪽으로 내미는 뒷쪽의 사람. 라이터 불에 가까이 오면서 드러나는 얼굴.. 인수다. 후. 연기를 내뿜으면.
깡통 : 참, 장재혁이 서울로 돌아 왔다카든데. 짜슥 왔으면 대장한테 신고부터 해야제 우째 깜깜 무소식이고.
인수 : 됐다. 그만가자.
깡통 : (시동 건다)
인수 : (바깥쪽을 쓱 돌아보는 얼굴에서 차 출발한다)
57. S# 달리는 버스 안.
사람들로 가득한 버스 안. 선우, 손잡이를 잡은 채 선채로 꾸벅꾸벅 졸고 있다.
철웅, 조는 선우를 흘끔 보더니 앞에 있는 남자 대학생을 내려다본다. (두 명이 앉는 자리에 앉아있는 남자대학생)
철웅 : (작게) 어이. (다시 한 번) 어이.
남대학생 : (흘끔 올려다보면)
철웅 : 너 자리 좀 비켜주라.
남대학생 : 뭐요?
철웅 : 자리 좀 비켜달라구.
남대학생 : (별 사람 다 봤다. 무시하고 다시 창밖을 보는데)
철웅 : (갑자기 뒷통수를 퍽! 날린다)
남대학생 : 아야! (홱 올려다보면)
철웅 : 자리 좀 비켜달라구 짜식아!
선우 : (소리에 짐짓 깨면서) 뭐라구?
철웅 : 어? 어어. 이 분이 너한테 자리를 양보하시겠댄다. (그러면서 표정으로만 빨리 안 일어나? 험상궂게 보면)
남대학생 : (기분 나뻐 쓱 일어난다)
선우 : (? 보면)
철웅 : 감사함다! (하더니 선우 보며) 앉어.
선우 : (영문도 모른 채 앉으며 남자대학생한테) 감사합니다.
남대학생 : (기분 나쁜 듯 다른 쪽으로 가버린다)
철웅 : (씩 웃으며) 세상엔 참 착한 사람들이 많은 거 같지? 그치?
선우 : (본다. 영문도 모르고 웃음. 다시 하품하는데서)
dis. 한산해진 버스 안. 선우와 철웅 나란히 앉아 있다.
잠이 들어있는 선우, 꾸벅꾸벅 창문에 머리를 박는다.
철웅, 선우의 머리를 자기 어깨 쪽으로 슬그머니 가져온다.
잠시 후, 다시 창문 쪽으로 고개가 넘어가는 선우. 철웅, 다시 조심스럽게 자기 어깨 쪽으로 선우의 머리를 가져온다.
그러나 곧바로 다시 창문 쪽으로 고개가 넘어가는 선우.
철웅, 본다. 한숨..
철웅 : 쉬운 게 없네. 쉬운 게 없어. (김새서 고개 돌리는데)
툭.. 철웅 쪽으로 고개가 넘어오는 선우.
철웅, 순간 멈칫.. 부동의 자세로 움직이지도 못한 채 눈만 움직여 선우를 본다.
철웅의 어깨에 기대 세상모르고 자는 선우.
가끔은 이런 맛도 있어야지. 좋아서 싱글벙글 웃는 철웅의 얼굴에서.
어두운 길을 달리는 버스. 그 안으로 나란히 기대 앉은 두 귀여운 청춘남녀의 모습에서.
58. S# 제하빌딩 앞. D
틸-다운 하면 문을 밀고 나오는 오한영과 재혁.
오한영 : 어느 쪽부터 시작할까요?
재혁 : 오픈행사 때 깡패들 나타난 데가 어디야?
오한영 : 용산입니다.
재혁 : 그럼 그 쪽부터 시작하지.
오한영 : 알겠습니다. (운전석에 올라탄다)
재혁 : (옆에 올라타면)
출발하는 재혁의 차.
59. S# 대리점 안.
밖에서 홍보하는 아가씨들이 음악을 틀어놓고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가입신청 홍보 중이다.
그 안으로 가게 안을 정리중인 선우. 열심히 일하는데 밖에서 들어오는 주인.
주인 : 이것 봐 선우.
선우 : 네? (돌아보면)
주인 : 저기 밖에 저 친구들.. 아는 친구들이야?
선우 : (?해서 쇼윈도 밖으로 내다보면)
쇼윈도 밖으로 전단을 돌리고 있는 철웅과 수탁.
선우, 놀라서 본다.
60. S# 대리점 밖.
홍보하는 아가씨들과 함께 전단을 돌리는 철웅과 수탁. 열심히 하는 철웅과는 달리 수탁, 의욕이 없다.
철웅 : 수탁아. 성의 있게 좀 못하겠냐.
수탁 : 열정이 없는데 어떻게 성의 있게 합니까.
철웅 : (순간 표정 굳더니) 뻗쳐.
수탁 : 네?
철웅 : 엎드려뻗쳐. 팔 굽혀펴기 백회실시.
수탁 : 여기서요?
철웅 : 여기서 뻗치기 싫음 빨리 열정을 불태워봐 임마.
수탁 : (본다. 보더니 재빨리 열정적으로 전단을 돌리기 시작한다) 여러분! 제하통신입니다.
새로 가입하시면 선물도 드립니다! 여러부운!
철웅 : 더 크게.
수탁 : (더 크게) 여러부운!!
철웅 : 좀 더 크게.
수탁 : (핏대 세워) 여러부운!! 제하통신입니다아!!! 새로 가입하시면 선물도 드립니다!
철웅 : 그렇치! (씩 웃는데)
선우 : 야. 늬들 거기서 뭐해?
철웅 : (? 돌아보더니) 선우야.
선우 : 뭐하는 거야 지금?
철웅 : 뭐하긴 전단 돌리구 있지.
수탁 : (흘끔 흘끔 눈치 보며) 여러부운! 새로 가입하시면 선물이 듬뿍입니다.!
선우 : 이리 줘. 그거 내가 할 일이야.
철웅 : 됐어. 오늘 안으루 이천 장, 돌려야 한다면서. 내가 너 대신 돌려줄 테니까 안에 들어가 편히 쉬어.
선우 : 내 일이야. 내가 해두 돼. 이리 줘. (뺏어가려는데)
그 때 그 앞으로 다가와 멈춰서는 두대의 검정색세단. 탁탁 문이 열리면서 건장한 사내들 여섯 일곱 명이 차에서 내린다.
선우와 철웅, 수탁, ?해서 돌아보면 건장한 깡패들, 곧바로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대리점 앞쪽으로 몰려가더니
세워놓은 가판대며 홍보 판들을 뒤집어엎기 시작한다.
비명을 지르며 흩어지는 사람들.
깡패들, 행패를 부리기 시작하자.
철웅 : 야. 수탁아. 쟤네들..
수탁 : (본다. 보더니) 맞습니다. 그 때 그 자식들.
선우 : (?해서 보는데)
주인 : (뛰어나오면서) 당신들 뭐야? 왜 또 나타나서 행패야? 어? (하는데)
깡패1 : 비켜! (확 밀어제끼면)
주인 : (저만치 나뒹구라진다)
선우 : 사장님! (얼른 뛰어가 부축하더니) (깡패들을 향해) 야! 너희들 어른한테 이게 무슨 짓이야!
깡패 : 비키라구! (하면서 선우까지 밀친다)
문에 쿵 부딪혀서 아픈 듯 홱 돌아본다.
순간 철웅, 열이 뻗친다.
철웅 : 야아아아!!!!!
들고 있는 전단지 확 던져버리더니 철웅, 선우를 밀친 깡패한테 달려들어 일단 때려눕힌 다음
달려드는 다른 놈들을 하나씩 때려치우기 시작한다.
깡패1, 철웅을 알아본다. 부하들한테 철웅을 공격하라고 지시하면. 우르르 벌떼처럼 철웅에게 달려드는 깡패들.
수탁, 재빨리 철웅과 편먹고 같이 싸운다.
선우, 맞아 넘어진 주인을 한쪽으로 보호하며 돌아보는데 그 때 도착하는 재혁의 차.
놀라서 보는 오한영과 재혁, 재빨리 차에서 뛰어내린다.
재혁 : (오한영에게) 빨리 경찰 불러! (그러더니 싸움판으로 달려든다)
오한영, 얼른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건다. 그 때 쿵! 차 옆으로 날라와 부딪히는 철웅.
오한영, 재빨리 옆으로 비켜서서 보면.
철웅 : 야아아아!!! (다시 무리 속으로 달려든다)
오한영 철웅이 부딪혔던 차쪽을 살핀다. 입김을 하! 분 뒤 자국 난 걸 손으로 닦아내는 모습에서.
깡패들과 맞붙어 정신없이 싸우는 철웅.
재혁, 사람들을 밀어내며 계속 말리며.
재혁 : 그만둬! 그만두지 못해!! 어디서 싸움질이야! 저리 비켜!!! (싸움을 말린다)
그 때 깡패하나가 철웅의 턱을 날린다. 퍽! 뒤로 고개가 꺽어지는 철웅, 입술에 피가 난다.
선우, 달려들어 깡패의 손을 꽉 물어버리는데 깡패, 선우를 한쪽으로 퍽! 밀어버린다.
그 바람에 바로 재혁 옆에 쓰러져 넘어지는 선우.
재혁 : 괜찮아요? (하고 부축해서 일으켜주는데)
선우 : (재혁을 본다) 어?
재혁 : 어? (같이 마주보면)
철웅 : (동시에 선우를 돌아보더니) 야 임마! 너 거기 뭐야!
재혁, 선우 동시에 돌아보는데 철웅, 말릴 사이도 없이 그대로 날라와 재혁의 얼굴에 주먹을 날려버린다. 퍽!
돌아가는 재혁의 턱. 동시에 놀라서 쳐다보는 선우의 얼굴에서 스틸.
<10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