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상당수 지역에서 올해 재산세가 지나치게 많이 올랐다는 불만이 터져나오는 가운데 일부 주민들이 행정소송과 감사원 감사 청구를 준비하고,기초자치단체 의회는 잇따라 세율을 소급 감면하는 조례 제정에 나서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줄이은 이의신청=재산세가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면적 위주로 산정하던 과표 기준을 올해부터 국세청 기준시가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당초 변경 취지는 서울 강남의 소형 아파트보다 값이 싼 강북의 중형 아파트의 재산세가 훨씬 비싸게 나오는 불합리를 바로잡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강남ㆍ서초ㆍ강남 등 강남권 자치구들이 지난 6월 세율을 20~30% 인하함으로써 다른 지역 주민의 세금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졌다.
서울 용산구 이촌1동 주민 250여명은 지난달 30일 재산세 이의신청을 냈다.주민들은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관악구에선 봉천동 10개 아파트단지 주민대표 100여명이 지난 22일과 28일 관악구청을 방문해 항의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경기도에선 과천ㆍ광명ㆍ구리ㆍ부천ㆍ고양 등지 아파트 주민들이 집회를 열거나 항의 전화 등을 통해 재산세 인하를 촉구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보다 100% 가량 오른 의왕시 내손동 B빌리지 주민들은 납세 거부 운동과 함께 감사원 감사까지 청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분당구 정자동 주상복합아파트 입주자도 행정소송 및 이의신청을 제기할 움직임이다.
또 경기도 성남시의회는 오는 7일 임시회에서 올해 재산세율을 30% 소급 인하하는 조례 개정안을 처리할 방침이다.성남시의회는 지난달 15일 내년부터 재산세율을 내리는 조례안을 의결했으나 서울 양천구의회가 지난달 29일 재산세율 20% 소급 감면안을 의결하자 부칙(시행일)을 개정해 올해분도 소급해 내리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행정자치부와 서울시ㆍ경기도 등 광역자치단체는 소급 감면에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조례안이 통과돼도 실현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불합리한 과세체계에 불만=서울 강남구 일원동 P아파트 주민 서모씨는 “내가 사는 10층의 재산세가 30만원으로 바로 윗층(21만원)보다 9만원 더 나왔다”며 “재산세 부과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모씨는 “동작구 신대방동 보라매 S아파트 67평형의 기준시가는 4억5600만원인데 재산세가 175만원이 나온 반면,송파구 신천동 H타워 아파트 70평형은 기준시가가 5억8500만원으로 더 비싼 데도 재산세는 115만밖에 안나왔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는 재산세 산출 방식이 매우 복잡한 데다 국세청 기준시가에 허점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재산세는 신축 건물기준가액에 구조ㆍ용도ㆍ위치지수ㆍ잔가율ㆍ가감산율ㆍ면적 등을 종합 계산해 산출한다.같은 건물이라도 층수와 위치에 따라 다르게 부과되며 시가를 100% 반영하지도 못하는 것이다.
이에대해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재산세가 땅을 제외한 건물만 대상으로 매기다 보니 시가가 비싸도 세금이 적게 나오는 등 일반 시민들로선 납득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며 “시가를 최대한 반영해 세금을 매긴다는 방침 아래 장기적으로 토지와 건물 과표를 통합해 매기는 등 개선책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