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3에 대한민국 최신 트렌드를 담았습니다.” 라파엘 리나리(Raphael Linari) 르노 디자인 아시아 총괄 상무의 말이다. 과연 그의 말대로 XM3는 우리나라 취향을 잘 반영했을까? 해외 형제 모델인 르노 ‘아르카나’와 비교해 어떤 점이 다른지 가볍게 살펴봤다.
글 윤지수 기자, 사진 르노, 르노삼성자동차
XM3 간략 소개부터. XM3는 국내 기준 준중형급 덩치 SUV다. 길이 4,570㎜, 휠베이스 2,720㎜로 국내 준중형 SUV 중 가장 컸던 기아 스포티지보다 각각 75㎜, 50㎜씩 더 길다. 가장 큰 특징은 쿠페형 윤곽이다. 지붕을 BMW, 포르쉐 등 요즘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한창 유행 중인 쿠페형 스타일로 빚어, 천장에서 트렁크 끝까지 지붕선이 부드럽게 떨어진다.
아르카나는 XM3의 해외 형제 모델이다. 지난해 여름 XM3보다 약 반년 앞서 러시아에서 등장했다.
두 차의 외모는 사실상 ‘배지 엔지니어링’이라고 봐도 무방할 만큼 닮았다. 플랫폼은 물론, 외부 철판을 그대로 공유한다. 헤드램프나 테일램프도 마찬가지. 심지어 17인치 휠까지 같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XM3가 더 화려하다.
가령 앞모습은 안개등 주변에 ‘ㄷ’자 모양 크롬 장식을 둘렀고, 앞펜더와 앞문짝 사이 장식도 층을 나누어 더 복잡하게 꾸몄다. 더욱이 아래쪽 그릴 중심엔 첨단 운전자 보조장치를 위한 레이더도 XM3에만 달렸다. 다만, 옆면 아래쪽 검은색 플라스틱과 차체 사이 길쭉한 크롬 장식은 아르카나에만 달린 포인트다.
뒷모습 역시 XM3 장식이 더 많다. 뒤 범퍼를 수수하게 마감한 아르카나와 달리 범퍼 양쪽에 검은색 공기 배출구 모양 장식을 더했다. 아래쪽을 더 넓고 무거워 보이게 만들어 안정적으로 보이려는 의도다. 배기구 장식 역시 XM3만 양쪽으로 네모나게 나왔다. 다만 실제 배기가스가 나오지 않는 가짜다.
실내는 차이가 더 또렷하다. XM3는 센터페시아에 9.3인치 세로형 모니터를 심은 반면, 아르카나는 비교적 평범한 8인치 가로형 모니터를 넣었다. 르노삼성차 설명에 따르면 세로형 모니터는 동급 최초라고. 서로 다른 모니터를 달면서 대시보드도 거의 통째로 바뀌어, 두 차는 송풍구 모양부터 제각각이다.
물론 스타일만 다르진 않다. XM3는 아르카나에 없는 10.25인치 디지털 계기판을 품고,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도 달렸다. 거대한 수동식 주차 브레이크 레버가 달린 아르카나보다 XM3 변속 레버 뒤편이 깔끔해 보이는 이유다.
트렁크 공간은 XM3 513L, 아르카나 508L로 수치상 XM3가 더 넓다. XM3는 아직 공식 출시하지 않아 더 자세한 정보는 없다. 아르카나의 경우 뒤 시트가 좌우로 4:6 비율로 나뉘어 접히며, 2열을 접었을 때 트렁크 용량은 1,333L로 늘어난다.
엔진은 두 차 모두 1.6L 가솔린 엔진과 150마력 대 1.3L 가솔린 터보 엔진이 들어간다. 그런데 변속기는 사뭇 다르다. 두 차 모두 1.6L 가솔린 엔진에는 엑스트로닉 무단 자동 변속기를 맞물리지만, 1.3L 터보 엔진엔 아르카나만 무단 자동 변속기를 얹는다. XM3는 게트락 7단 습식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맞물린다.
그래서일까. 구동방식도 다르다. 아르카나는 SUV답게 앞바퀴 굴림과 함께 네바퀴 굴림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XM3는 오로지 앞바퀴 굴림 모델만 판매한다. 사륜구동 수요가 높은 러시아 시장과 사륜구동 수요 적은 우리나라 시장 특성을 반영한 구성. 그래서 바닥 높이도 조금 다르다. 아르카나 208㎜, XM3 186㎜로 XM3가 22㎜ 더 낮다.
뒷바퀴 동력을 양보한 XM3는 대신 첨단 장치를 손에 넣었다. 아르카나에 없는 자동 긴급제동 시스템을 시작으로 차선이탈을 막아주는 차선이탈 방지 보조 시스템, 주차 시 운전대를 돌려주는 주차 조향 보조시스템, 설정한 속도에 따라 앞 차와의 간격을 조절해 달리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이 모두 들어갔다. 특히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정차 및 재출발까지 할 수 있는 앞선 기술이다.
이 밖에도 XM3는 우리나라 시장 선호 편의장치를 여럿 품었다. 앞좌석 통풍시트, 뒷좌석 열선시트, 운전대 열선, 주행 모드를 바꿀 수 있는 ‘멀티 센스,’ 360° 주차 보조 시스템, 9개 스피커를 울리는 보스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 등이 들어간다.
르노삼성 XM3와 르노 아르카나. 서로 같은 차체로 빚은 일란성 쌍둥이지만, 시장에 맞춰 각각 다르게 태어났다. 아르카나는 러시아 시장에 맞게 강인한 SUV 본질에 집중한 반면, XM3는 화려한 스타일과 풍부한 편의장비, 그리고 첨단 운전자 보조 장치로 더 똑똑한 도심형 SUV 시장을 노린다. 르노삼성차의 ‘한국 패치’는 제법 진중했다.
한편, XM3는 지난 21일부터 사전계약이 진행 중이다. 사전계약 가격대는 1.6GTe 1,795만~2,270만 원, TCe260 2,175만~2,695만 원. 공식 출시일은 오는 3월 9일이며, 자세한 제원도 이 때 함께 드러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