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깜깜한 새벽.. 대성리 강가....
북한강에서 내려오는 물줄기가 눈깜짝 할 새 불어나고 있었다.
바로 몇 분 전에 올라가서 놀던 평상이며..
건너편 트럭과 봉고차를 휩쓸어가는 것을 두 눈으로 목격했다.
물이 점점 불어나고 수면이 점점 올라오는 것을 보면서..
차가 잠기고.. 여럿이 밀어 빼내고..
폭우는 계속되고..
간 밤 고기굽고, 얘기하고, 인사하고, 술마시고, 열심히 응원동작을 뛰고,
노래하고, 불꽃놀이, 게임 구경하던 시간들이
아득히 물살 속에 먹혀들어가는 것을 보며..
약간의 두려움과 동시에 위대한 물살의 웅장함에 감탄하며(배가 불렀지..)
이것도 자연에 대한 경외감의 일종인 듯.. 넋놓고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숙소를 이동해야 할 위급함을 감지하고 사십여명의 일행들이
차에 나누어타고.. 대성리역 근처 휴게소로 대피(?)하기 시작한 시간..
새벽 3:33
인원 확인하고.. 대책회의 하고.. 교통 방송 찾고.. 귀가길까지 Teaming하고..
잠시 휴식을 취한뒤..
동이 터올때.. 대성리를 떠났다.
모두 무사했으니 다행이었다..
한 후배의 SM5가 물살에 떠내려가기 일보 직전이었으니까..
그렇게 금새 물살이 불어난다는 것을 목격한 것은 정말 처음이었기에..
약간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나의 핸드폰은 한번 물 속에 빠졌고..
그 이후론 먹통이고..
벨소리가 혹시 울리지 않을까 기대하거나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부재중 전화표시를 보고 누굴까.. 궁금해하지 않아도 되고,
잘 끊기는 통화에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니 ^^;;
'소통' 이란 것에서의 '소외' 를 자처하고 있군.. 하니 피식 실소가 흘렀다..
비...
많은 계획들을 어그러지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오히려 편했다.
무디고 게을러지고 있는 스스로를 본다.
어쩌면.. 휴식이 필요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잠이라곤.. 귀경길 차안에서 잠시 눈붙인 한 시간 정도밖에 안잤는데..
오늘도 오후내내 별 결실없이 눈만 둥그렇게 뜬 채..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음..
아셈으로 미술동호회 출품작가 모임 잠깐 들렀다가..
저녁엔 강남역으로 학교 선배언니를 만나러 간다..
저 비... 라는 것이 내 안의 별별 고리며 사슬이며 그런 것들을 일 순간에
무너뜨리고 헤쳐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사실 오늘도 집안에 꼼짝 않고 있고 싶었지만..
막상 약속을 연기하려 했던 전화기 건너편으로 들려오는 언니 목소리에
마음이 약해져 장소마저 정해버렸다.
어쩌면 세상이 나를 붙잡고 있어주어서..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한번.. 가라앉으며 헤어나지 못할 솜주머니 같은..
해가 나고 모두 바싹 말라야 다시 가벼워질 그런 솜 주머니 같은..
마음을 감지하고 있기나 한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