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를 지켜낸 명판결, 미래의 대법원장감이다!
趙甲濟
<당해 표현이 공적인 존재의 정치적 이념에 관한 것인 경우, 그 공적인 존재가 가진 국가·사회적 영향력이 크면 클수록 그 존재가 가진 정치적 이념은 국가의 운명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그 존재가 가진 정치적 이념은 더욱 철저히 공개되고 검증되어야 하며, 이에 대한 의문이나 의혹은 그 개연성이 있는 한 광범위하게 문제제기가 허용되어야 하고 공개토론을 받아야 한다. 정확한 논증이나 공적인 판단이 내려지기 전이라 하여 그에 대한 의혹의 제기가 공적 존재의 명예보호라는 이름으로 봉쇄되어서는 안되고 찬반토론을 통한 경쟁과정에서 도태되도록 하는 것이 민주적인데, 사람이나 단체가 가진 정치적 이념은 흔히 위장하는 일이 많을 뿐 아니라 정치적 이념의 성질상 그들이 어떠한 이념을 가지고 있는지를 정확히 증명해 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므로 이에 대한 의혹의 제기나 주관적인 평가가 진실에 부합하는지 혹은 진실하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따짐에 있어서는 일반의 경우에 있어서와 같이 엄격하게 입증해 낼 것을 요구해서는 안되고, 그러한 의혹의 제기나 주관적인 평가를 내릴 수도 있는 구체적 정황의 제시로 입증의 부담을 완화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구체적 정황을 입증하는 방법으로는 그들이 해 나온 정치적 주장과 활동 등을 입증함으로써 그들이 가진 정치적 이념을 미루어 판단하도록 할 수 있고, 그들이 해 나온 정치적 주장과 활동을 인정함에 있어서는 공인된 언론의 보도내용이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으며, 여기에 공지의 사실이나 법원에 현저한 사실도 활용할 수 있으나, 아무리 공적인 존재의 공적인 관심사에 관한 문제의 제기가 널리 허용되어야 한다고 하더라도 구체적 정황의 뒷받침도 없이 악의적으로 모함하는 일이 허용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함은 물론 구체적 정황에 근거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 표현방법에 있어서는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하는 바탕 위에서 어휘를 선택하여야 하고, 아무리 비판을 받아야 할 사항이 있다고 하더라도 모멸적인 표현으로 모욕을 가하는 일은 허용될 수 없다.>
대법원 2002. 1. 22. 선고 2000다37524,37531 판결 [손해배상(기)]
한국논단 관련 명예훼손 사건 판례, 주심 이용우 대법관.
///////////////////////////////
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 지칭하는 등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영주(69)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판사의 이유가 흥미롭다.
고 전 이사장은 18대 대선 직후인 2013년 1월 ‘애국시민사회진영 신년하례회'에서 "나는 1982년 부산지검 공안부 검사로 있을 때 부림사건을 수사했다"며 "부림사건은 민주화 운동이 아닌 공산주의 운동이었고, 그 사건 변호사였던 문재인 후보가 공산주의자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부림 사건은 1981년 9월 부산 지역에서 독서모임을 하던 학생과 교사, 회사원 등 22명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사건이다. 당시 19명이 기소돼 법원에서 최고 징역 7년형까지 선고받았고 이후 형집행정지로 풀려났다. 그 후 재심을 통해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수사과정에서 적벌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던 점이 무죄 선고의 주된 이유였다. 문재인 변호사는 부림 사건 재심 변호인이었고, 고 이사장은 부림사건 수사 당시 부산지검 공안부 수사검사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김경진 판사는 "고 전 이사장은 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로 평가한 여러 이유를 제시하고 있고, 그에 기초해 (문 대통령에 대해) 본인(만의) 진단을 내린 것"이라며 "고 전 이사장이 문 대통령을 악의적으로 모함하거나 인격적으로 모멸하려던 것은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했다. 그는 또 고 전 이사장의 발언이 허위사실인지 판단할 수 없다고 했다. 김 판사는 "자유민주주의에 수많은 개념이 포섭되듯이 우리 사회에 일의(一義)적인 공산주의 개념이 존재하는지 의문"이라며 "한국전쟁을 겪은 세대와 이후 세대가 생각하는 공산주의 개념이 다르듯이 고 전 이사장이 표현한 공산주의의 개념도 다르고, 따라서 공산주의자란 표현이 허위사실인지를 판단할 수 없다"고 했다. 김 판사는 또 "한정된 자료로 판단하는 형사 법정에서 개별 정치인의 정치이념과 사상을 결정짓는 것은 그 능력과 권한을 넘어선다고 보인다"고 했다. 대통령의 정치적 이념을 법적으로 가리는 것은 무리라는 이야기이다.
김 판사는 문 대통령이 당시 대선후보로서 ‘公人’이었던 만큼 고 전 이사장의 표현의 자유가 폭 넓게 보장돼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김 판사는 "공적인 존재에 대한 어떤 표현이 정치적으로 의미가 크고, 이 공적인 존재가 클수록 국가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더 철저히 검증돼야 한다"며 "의혹이 있다면 광범위한 문제제기가 허용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정치인의 정치적 입장과 철학은 공론의 장에서 가장 잘 평가받을 수 있고, 이는 대통령을 투표로 선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했다.
대통령의 이념은 국가의 운명과 직결됨으로 그 정체성에 대한 토론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없고 공론의 장에서 자연스럽게 결론이 나와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이용우 대법관이 주심이 된 한국 논단 관련 사건에서 확립된 판례이기도 하다. 동시에 이념논쟁은 민주적 방식으로 정정당당하게 논리적으로 해야지 형법의 힘을 빌어 해선 안 된다는 충고이기도 하다. 민주적 방식이란 상호 비판의 자유를 의미한다.
우파가 종북, 친북, 주사파, 공산주의자라고 비판하면 논리적 대응을 하지 않고 고소부터 하는 이들이 많다. 그들은 “나의 이념은 이것이다”고 솔직하게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니 공정한 토론이 될 리가 없다. 주사파는 가장 反민주적 인사들인데 이들에게 주사파라고 하면 “나는 민주투사이다”라면서 고소부터 하고 달려드니 정상적 토론이 불가능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오늘 판결은 단독판사가 대법관처럼 성숙된 판단을 한 셈이다. 미래의 대법원장이란 생각이 든다.
언론의 자유와 사법부의 독립이 살아 있으면 자유민주체제는 정권의 독재화를 견제할 수 있는데 김 판사처럼 개인의 양심과 용기가 중요하다.
守一隅照千里, 즉 각자가 맡은 모퉁이를 잘 지키면 이런 힘이 합해져 세상을 밝게 비치게 되는 법이다. 전문 지식인들의 용기, 그 모범을 보여준 명판결이었다.
/////////////////////////////////////////////////////////
대법원 2002. 1. 22. 선고 2000다37524,37531 판결 [손해배상(기)]
판시사항
[1] 언론매체의 기사가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여 불법행위가 되는지 여부의 판단 기준
[2] 의견을 표명하는 표현행위가 타인에 대한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경우
[3] 표현행위로 인한 타인의 명예훼손에 있어서 위법성 조각 사유 및 그 사유 중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와 '진실한 사실'의 의미
[4] 표현내용이 사적(私的) 관계 또는 공적(公的) 관계에 관한 것인지 여부에 따른 언론·출판의 자유와 명예보호 사이의 한계설정 기준의 차이
[5] 표현내용이 공적인 존재의 정치적 이념에 관한 것인 경우, 언론·출판의 자유와 명예보호 사이의 한계설정 기준
판결요지
[1] 언론매체의 어떤 기사가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여 불법행위가 되는지의 여부는 일반 독자가 기사를 접하는 통상의 방법을 전제로 그 기사의 전체적인 취지와의 연관하에서 기사의 객관적 내용, 사용된 어휘의 통상적인 의미, 문구의 연결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기사가 독자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에다가 당해 기사의 배경이 된 사회적 흐름 속에서 당해 표현이 가지는 의미를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2] 타인에 대한 명예훼손은 사실을 적시하는 방법으로 행해질 수도 있고, 의견을 표명하는 방법으로 행해질 수도 있는바, 어떤 의견의 표현이 그 전제로서 사실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경우는 물론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방법에 의하더라도 그 표현의 전취지에 비추어 어떤 사실의 존재를 암시하고 또 이로써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으면 명예훼손으로 되는 것이다.
[3] 어떤 표현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더라도 그 표현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에는 진실한 사실이거나 행위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없다고 할 것인바, 여기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라 함은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볼 때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행위자도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그 사실을 적시한 것을 의미하는데, 행위자의 주요한 목적이나 동기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더라도 무방하고, 여기서 '진실한 사실'이라고 함은 그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사실이라는 의미로서 세부에 있어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무방하다.
[4] 언론·출판의 자유와 명예보호 사이의 한계를 설정함에 있어서 표현된 내용이 사적(私的) 관계에 관한 것인가 공적(公的) 관계에 관한 것인가에 따라 차이가 있는바, 즉 당해 표현으로 인한 피해자가 공적인 존재인지 사적인 존재인지, 그 표현이 공적인 관심사안에 관한 것인지 순수한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안에 관한 것인지, 그 표현이 객관적으로 국민이 알아야 할 공공성, 사회성을 갖춘 사안에 관한 것으로 여론형성이나 공개토론에 기여하는 것인지 아닌지 등을 따져보아 공적 존재에 대한 공적 관심사안과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안 간에는 심사기준에 차이를 두어야 하며, 당해 표현이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안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언론의 자유보다 명예의 보호라는 인격권이 우선할 수 있으나, 공공적·사회적인 의미를 가진 사안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그 평가를 달리하여야 하고 언론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완화되어야 하며, 피해자가 당해 명예훼손적 표현의 위험을 자초한 것인지의 여부도 또한 고려되어야 한다.
[5] 당해 표현이 공적인 존재의 정치적 이념에 관한 것인 경우, 그 공적인 존재가 가진 국가·사회적 영향력이 크면 클수록 그 존재가 가진 정치적 이념은 국가의 운명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그 존재가 가진 정치적 이념은 더욱 철저히 공개되고 검증되어야 하며, 이에 대한 의문이나 의혹은 그 개연성이 있는 한 광범위하게 문제제기가 허용되어야 하고 공개토론을 받아야 한다. 정확한 논증이나 공적인 판단이 내려지기 전이라 하여 그에 대한 의혹의 제기가 공적 존재의 명예보호라는 이름으로 봉쇄되어서는 안되고 찬반토론을 통한 경쟁과정에서 도태되도록 하는 것이 민주적인데, 사람이나 단체가 가진 정치적 이념은 흔히 위장하는 일이 많을 뿐 아니라 정치적 이념의 성질상 그들이 어떠한 이념을 가지고 있는지를 정확히 증명해 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므로 이에 대한 의혹의 제기나 주관적인 평가가 진실에 부합하는지 혹은 진실하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따짐에 있어서는 일반의 경우에 있어서와 같이 엄격하게 입증해 낼 것을 요구해서는 안되고, 그러한 의혹의 제기나 주관적인 평가를 내릴 수도 있는 구체적 정황의 제시로 입증의 부담을 완화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구체적 정황을 입증하는 방법으로는 그들이 해 나온 정치적 주장과 활동 등을 입증함으로써 그들이 가진 정치적 이념을 미루어 판단하도록 할 수 있고, 그들이 해 나온 정치적 주장과 활동을 인정함에 있어서는 공인된 언론의 보도내용이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으며, 여기에 공지의 사실이나 법원에 현저한 사실도 활용할 수 있으나, 아무리 공적인 존재의 공적인 관심사에 관한 문제의 제기가 널리 허용되어야 한다고 하더라도 구체적 정황의 뒷받침도 없이 악의적으로 모함하는 일이 허용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함은 물론 구체적 정황에 근거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 표현방법에 있어서는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하는 바탕 위에서 어휘를 선택하여야 하고, 아무리 비판을 받아야 할 사항이 있다고 하더라도 모멸적인 표현으로 모욕을 가하는 일은 허용될 수 없다.
참조조문
[1] 민법 제751조 , 형법 제309조 / [2] 민법 제751조 , 형법 제309조 / [3] 민법 제751조 , 헌법 제10조 , 제21조 제1항 , 제4항 , 형법 제310조 / [4] 민법 제751조 , 헌법 제10조 , 제21조 제1항 , 제4항 , 형법 제310조 / [5] 민법 제751조 , 헌법 제10조 , 제21조 제1항 , 제4항 , 형법 제310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97. 10. 28. 선고 96다38032 판결(공1997하, 3625), 대법원 2001. 1. 19. 선고 2000다10208 판결(공2001상, 497) /[2] 대법원 1999. 2. 9. 선고 98다31356 판결(공1999상, 458), 대법원 2000. 7. 28. 선고 99다6203 판결(공2000하, 1925) /[3] 대법원 1988. 10. 11. 선고 85다카29 판결(공1988, 1392), 대법원 1996. 10. 25. 선고 95도1473 판결(공1996하, 3491), 대법원 1998. 5. 8. 선고 97다34563 판결(공1998상, 1575), 대법원 1998. 7. 14. 선고 96다17257 판결(공1998하, 2108), 대법원 1998. 10. 9. 선고 97도158 판결(공1998하, 2715), 대법원 1999. 2. 9. 선고 98다31356 판결(공1999상, 458), 대법원 1999. 6. 8. 선고 99도1543 판결(공1999하, 1437), 대법원 2000. 2. 11. 선고 99도3048 판결(공2000상, 740), 대법원 2000. 2. 25. 선고 98도2188 판결(공2000상, 885) /[4] 헌법재판소 1999. 6. 24. 선고 97헌마265 결정(헌공36, 573)
원고,피상고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외 8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결 담당변호사 조광희 외 10인)
피고,상고인
주식회사 한국논단 외 2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임광규 외 1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0. 6. 15. 선고 99나3282, 3299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원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원고 현대자동차노동조합, 원고 대우조선노동조합, 원고 기아자동차노동조합, 원고 인권운동사랑방에 대한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들의 원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원고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원고 참여민주사회시민연대, 원고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에 대한 상고를 각 기각한다. 상고기각 부분에 대한 상고비용은 피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1. 원심의 판단
가. 원심판결 이유 및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그 인정한 사실은 다음과 같다.
(1) 피고 주식회사 한국논단(이하 '피고 회사'라고 한다)은 월간 한국논단을 발행하고, 피고 이도형은 월간 한국논단의 발행인 겸 편집인으로서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이며, 한국논단 1997년 2월호에 "노동운동인가, 노동당운동인가?"라는 기사를, 한국논단 1997년 8월호에 "공산당이 활개치는 나라"라는 기사를 썼고, 피고 전원영은 피고 회사의 기자로서 한국논단 3월호에 "일부 좌익노조 호화생활해부"라는 기사를 썼다.
(2) 한국논단 1997년 2월호에 게재된 "노동운동인가, 노동당운동인가?"라는 기사는 "노동 '勞'자와도 관계없는 친북 투쟁", "자본가 대 노동자, 계급투쟁이 기본구도", "정당한 노동행위 아닌 빨치산 수법"이라는 소제목 아래 원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노총'이라고 한다)과 '범대위(노동법·안기부법 개악철회 및 민주수호를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 이하 '범대위'라고 한다)'의 총파업 투쟁과 관련하여 원고 민노총과 범대위에 참여한 원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이라고 한다), 원고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이하 '전국연합'이라고 한다), 원고 참여민주사회시민연대(이하 '참여연대'라고 한다) 등을 공격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3) 한국논단 1997년 3월호에 게재된 "일부 좌익노조 호화생활해부"라는 기사는 "1천억 넘는 무노동·유임금, 노조갹출금 체제파괴 공작비에"라는 부제와 "극소수 노동자가 '혁명의 주력군'이다", "연간 수십억 원을 거둬 쓰는 민노총", "노조가 판공, 기밀비에 '의전활동비'까지"라는 소제목 아래 원고 민노총, 원고 현대자동차노동조합(이하 '현대노조'라고 한다), 원고 대우자동차노동조합(이하 '대우노조'라고 한다), 원고 기아자동차노동조합(이하 '기아노조'라고 한다), 원고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이하 '언노련'이라고 한다)을 공격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4) 한국논단 1997년 8월호에 게재된 "공산당이 활개치는 나라"라는 기사는 "대한민주공화국인가?, 조선인민공화국인가?"라는 부제와 "북한산 술 팔아 자금마련"이라는 소제목 아래 원고 전국연합과 원고 인권운동사랑방을 공격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나. 원심은 다음과 같은 판단에 기초하여 위 한국논단 기사들이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판단하였다.
(1) "이 사건 각 기사의 내용을 원고별로 보면, 원고 민변, 전국연합, 참여연대, 민노총은 계급투쟁으로 궁극적으로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고, 정부를 전복하는 활동을 하여 북한 조선노동당의 이익을 위한 노동당 운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김일성의 교시와 유훈에 충실하고 대한민국의 체제를 부정하며, 사회주의적 노동당을 지향하는 정치투쟁을 하는 단체이고, 특히 원고 민노총은 범민련과 함께 행동을 시작한 민족해방(NL) 운동권을 중심으로 설립되어 한국노총에 파업 압력을 가하고 연간 수십억 원을 대기업 노조 간부들로부터 거둬들여 호화생활을 하여 노동귀족으로 되었으며, 원고 전국연합은 1994년 3월에 결성된 북한당국의 '출소 공산주의자 구원대책위'의 전위대로서 각종 탄원서를 제출하고 성명을 발표하는 등 친북 이적활동을 하고, 원고 현대노조는 '한총련'에 1억 2,240만 원을 지급하고, 조합비를 대한민국의 체제파괴활동과 공작비로 쓰며, 원고 대우노조, 기아노조는 노조간부가 판공비, 기밀, 의전활동비를 거둬들여 호화 생활을 하고 있으며, 원고 언노련은 상황실을 설치해 놓고 공정보도를 내세워 정부, 여당의 견해나 발표는 묵살하고 민노총의 발표만 보도하도록 각 산하 언론노조에 지령하였고, 원고 인권운동사랑방은 출소 공산주의자인 소외 1을 평생 조국을 위하여 헌신한 것으로 표현하는 등 공산주의자들을 애국자로 미화하였다고 표현하고 있다. (중략) 해방 이후 좌우의 이념 대립과 한국전쟁, 휴전 후 남북이 대치하며 국가보안법이 시행되고 있는 우리 나라 법체계를 감안하여 볼 때, 특정 단체가 대법원판결로써 이미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로 판단된 '북한', 이적단체로 판단된 '한총련', '범민련'과 관련이 있고, '노동당운동', '좌익불법단체', '출소 공산주의자 구원대책위', '공산게릴라식 빨치산 투쟁', '김일성의 교시와 유훈에 충실', '대한민국의 체제 파괴 활동', '친북 이적활동', '공산당'이라는 표현을 통해 지명되는 경우 그 단체는 불법단체로서 수사기관의 현실적인 수사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일반인 사이에서도 반국가, 반사회 세력으로 낙인찍혀 그 사회활동의 폭이 현저히 위축되는 등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상황임에 비추어 이 사건 각 기사의 내용은 비유나 비판적 의견의 제시를 넘어 충분히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구체적 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
(2) 원심은 한국논단의 위 기사 내용이 진실한 사실인지 여부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가) "노동운동인가, 노동당운동인가?"에 관하여
1) 원고 민노총이 친북좌익단체인 범민련과 함께 행동을 시작한 민족해방계 운동권 출신 소외 2 등 10여 명을 중심으로 위장 취업, 노사분규조성 등을 일삼다가 설립된 단체라거나, 공산게릴라식 빨치산 전투를 하고 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
2) 원고 민변, 전국연합, 참여연대, 민노총이 1995년 4월에 결성된 범대위에 가입한 사실은 인정되나, 위 인정 사실만으로 위 원고들이 계급투쟁으로 궁극적으로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고 국민이 정부를 불신케 하여 정부를 전복하는 활동을 하여 북한 조선노동당의 이익을 위한 "노동당운동"을 전개한다고 볼 수는 없고, 달리 그렇게 볼 증거도 없다.
(나) "일부 좌익노조 호화생활해부" 기사에 관하여
1) 원고 민변, 전국연합, 참여연대, 민노총이 김일성의 교시와 유훈에 충실하고 대한민국의 체제를 부정하고 사회주의적 노동당을 지향한다고 볼 아무런 증거가 없다.
2) 원고 민노총이 한국노총에 파업 압력을 가하였다거나 연간 수십억 원을 노동귀족화하고 있는 대기업 노조간부들로부터 거둬들여 호화생활을 하고 있다고 볼 증거가 없다.
3) 원고 현대노조의 1995. 9. 1.부터 1996. 2. 29.까지 예산액 항목 중 기밀비가 2,000만 원, 직무판공비가 7,000만 원이고, 그 중 기밀비 10,400,000원, 직무판공비 21,170,430원을 집행한 사실은 인정되나 위 인정 사실만으로 원고 현대노조의 노조간부들이 위 기밀비와 직무판공비를 직무 이외의 용도에 사용하여 호화생활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없고 달리 그렇게 볼 증거도 없다.
또한, 원고 현대노조 예산편성 중 의전활동비라는 항목이 있다거나 한총련에 1억 2,240만 원을 지급하였다는 증거가 없고, 달리 위 기밀비나 직무판공비를 포함한 조합비를 대한민국의 체제파괴활동과 그 공작비로 썼다고 볼 증거도 없다.
4) 원고 대우노조가 1996. 11. 10. 결산한 바에 따르면 기밀비 11,400,000원, 직무수당 18,550,000원, 직책수당 1,450,000원, 직무판공비 9,685,810원을 지출한 사실, 원고 기아노조에서 1995. 9. 24.부터 1996. 9. 30.까지 기밀비 9,600,000원, 직무판공비 34,500,000원이 예산으로 책정되어 기밀비로 9,500,000원, 직무판공비로 34,478,660원을 집행한 사실은 인정되나 위 인정 사실만으로 원고 대우노조, 기아노조의 노조간부들이 위 기밀비와 직무판공비를 직무 이외의 용도에 사용하여 호화생활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없고 달리 그렇게 볼 증거도 없으며, 별도의 의전활동비 항목이 있다고 볼 증거 또한 없다.
5) 원고 언노련이 공정보도를 내세워 정부, 여당의 견해나 발표는 묵살하고 민노총의 발표만을 보도하도록 각 산하 언론노조에 지령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
(다) "공산당이 활개치는 나라"라는 기사에 관하여
1) 원고 전국연합이 공산당이라거나 1994년 3월에 결성된 북한당국의 "출소 공산주의자 구원대책위"라는 단체가 실재한다거나, 위 원고가 그 단체의 전위대로서 친북 이적활동을 한다고 볼 증거가 없다.
2) 원고 인권운동사랑방이 월간 말지 1997년 6월호에 소외 1에 관한 기사를 쓴 사실은 인정되나 위 인정 사실만으로 공산주의자들을 애국자로 미화하였다고 볼 수는 없고, 또한 위 원고가 출소공산주의자인 소외 1을 '평생 조국을 위하여 헌신하였다.'고 표현하였다거나 '공산당'이라고 볼 증거가 없다.
(3) 또한, 원심은 피고들이 그 기사 내용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한국논단은 월간지이므로 신속한 보도를 필요로 하는 다른 언론매체보다 신중한 사실확인의 노력이 필요함에도 그에 상응하는 노력을 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고, 이 사건 각 기사의 근거로 든 모 수사기관의 정보도 그 구체적인 수사기관의 명칭, 취재경위, 이 사건 각 기사와 관련된 해당 수사자료를 피고들이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이상 이를 진실하다고 믿을 만한 근거라 볼 수 없으며, 원고들이 대한민국 체제를 전복하기 위한 친북활동을 한다는 취지의 이 사건 각 기사의 내용이 공지의 사실에 속한다고 볼 근거도 없다. 따라서 여러 모로 피고들이 이 사건 각 기사의 내용이 사실이라고 믿은 데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
(4) 원심은 언론의 자유를 내세워 면책을 주장하는 피고들의 주장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여론의 자유로운 형성과 전달에 의하여 다수의견을 집약시켜 민주적 정치질서를 생성·유지시켜 나가는 것이므로 표현의 자유 특히 공익사항에 관한 표현의 자유는 중요한 헌법상의 권리로서 최대한 보장을 받아야 할 것이고, 그러한 여론 형성과 전달을 주된 기능으로 하는 언론, 출판의 자유는 민주정치에 있어 필수불가결의 자유로서 헌법 제21조 제1항에 의하여 보장받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그 자유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고 헌법 제21조 제4항 전단이 규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되는 한계가 있다 할 것이고, 만약 언론, 출판이 그 내재적 한계를 벗어나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경우에는 법의 보장을 받을 수 없다 할 것이다.
한편, 헌법 제10조에서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여 생명권, 인격권 등을 보장하고 있어 어떤 개인이 국가 권력 또는 타인에 의하여 부당히 인격권의 침해를 받았을 경우에는 인격권의 침해를 이유로 그 침해행위의 배제와 손해배상을 청구하여 그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다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인격권으로서의 개인의 명예와 언론의 자유의 보장이라는 두 법익이 충돌하였을 경우에는 사회적인 여러 가지 이익을 비교하여 언론의 자유로 얻어지는 이익, 가치와 인격권의 보호에 의하여 달성되는 가치를 비교형량하여 그 규제의 폭과 방법을 정하여야 할 것인데, 그와 같은 취지에서 볼 때 언론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하였을 경우에는 그것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에는 진실한 사실이라는 증명이 있거나 또는 그러한 증명이 없더라도 행위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에 한하여 그에 따른 책임을 면한다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위 각 기사가 진실하다거나 피고들이 그것을 진실하다고 믿은 데 상당한 이유가 있다는 점에 대하여 그 입증이 없다."
2. 당원의 판단
가. 일반론
(1) 언론매체의 어떤 기사가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여 불법행위가 되는지의 여부는 일반 독자가 기사를 접하는 통상의 방법을 전제로 그 기사의 전체적인 취지와의 연관하에서 기사의 객관적 내용, 사용된 어휘의 통상적인 의미, 문구의 연결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기사가 독자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에다가 당해 기사의 배경이 된 사회적 흐름 속에서 당해 표현이 가지는 의미를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1997. 10. 28. 선고 96다38032 판결, 2001. 1. 19. 선고 2000다10208 판결 각 참조).
그리고 타인에 대한 명예훼손은 사실을 적시하는 방법으로 행해질 수도 있고, 의견을 표명하는 방법으로 행해질 수도 있는바(대법원 1999. 2. 9. 선고 98다31356 판결 참조), 어떤 의견의 표현이 그 전제로서 사실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경우는 물론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방법에 의하더라도 그 표현의 전취지에 비추어 어떤 사실의 존재를 암시하고 또 이로써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으면 명예훼손으로 되는 것이다(대법원 2000. 7. 28. 선고 99다6203 판결 참조).
(2) 대한민국 헌법 제21조 제1항은 언론과 출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바, 이러한 자유의 보장은 가치의 다양성을 인정하여 여러 견해의 자유로운 개진과 공개된 토론을 허용하고 이로써 보다 올바른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는 신념에 따른 것으로서 민주주의의 기초가 되는 기본권이다.
한편,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여 생명권, 인격권 등을 보장하고 있고, 인격권의 내용으로 명예를 침해당하지 아니할 권리가 포함되며, 이에 헌법 제21조 제4항은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 언론·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이에 대한 피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언론·출판의 자유도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타인의 명예나 권리 등을 침해하여서는 아니 될 한계가 있음을 밝히고 있다.
여기서 언론·출판의 자유와 인격권으로서의 명예보호와 사이의 충돌을 조정하는 한계설정의 문제가 제기되는바, 우리 대법원은 일찍이 이를 조정하는 하나의 방법으로서, 어떤 표현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더라도 그 표현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에는 진실한 사실이거나 행위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없다는 판단 기준을 채택하였다(대법원 1988. 10. 11. 선고 85다카29 판결 참조). 여기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라 함은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볼 때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행위자도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그 사실을 적시한 것을 의미하는데, 행위자의 주요한 목적이나 동기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더라도 무방하다고 할 것이고(대법원 1996. 10. 25. 선고 95도1473 판결 참조), 여기서 "진실한 사실"이라고 함은 그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사실이라는 의미로서 세부에 있어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무방하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8. 10. 9. 선고 97도158 판결 참조). 자유로운 견해의 개진과 공개된 토론과정에서 다소 잘못되거나 과장된 표현은 피할 수 없다. 무릇 표현의 자유에는 그것이 생존함에 필요한 숨쉴 공간이 있어야 하므로 진실에의 부합 여부는 표현의 전체적인 취지가 중시되어야 하는 것이고 세부적인 문제에 있어서까지 완전히 객관적 진실과 일치할 것이 요구되어서는 안된다.
(3) 한편, 언론·출판의 자유와 명예보호 사이의 한계를 설정함에 있어서 표현된 내용이 사적(私的) 관계에 관한 것인가 공적(公的) 관계에 관한 것인가에 따라 차이가 있다는 점도 유의하여야 한다. 즉 당해 표현으로 인한 피해자가 공적인 존재인지 사적인 존재인지, 그 표현이 공적인 관심사안에 관한 것인지 순수한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안에 관한 것인지, 그 표현이 객관적으로 국민이 알아야 할 공공성, 사회성을 갖춘 사안에 관한 것으로 여론형성이나 공개토론에 기여하는 것인지 아닌지 등을 따져보아 공적 존재에 대한 공적 관심사안과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안 간에는 심사기준에 차이를 두어야 한다. 당해 표현이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안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언론의 자유보다 명예의 보호라는 인격권이 우선할 수 있으나, 공공적·사회적인 의미를 가진 사안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그 평가를 달리하여야 하고 언론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완화되어야 한다. 그리고 피해자가 당해 명예훼손적 표현의 위험을 자초한 것인지의 여부도 또한 고려되어야 한다(이상 헌법재판소 1999. 6. 24. 선고 97헌마265 결정 참조).
(4) 당해 표현이 공적인 존재의 정치적 이념에 관한 것인 때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그 공적인 존재가 가진 국가·사회적 영향력이 크면 클수록 그 존재가 가진 정치적 이념은 국가의 운명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므로 그 존재가 가진 정치적 이념은 더욱 철저히 공개되고 검증되어야 하며, 이에 대한 의문이나 의혹은 그 개연성이 있는 한 광범위하게 문제제기가 허용되어야 하고 공개토론을 받아야 한다. 정확한 논증이나 공적인 판단이 내려지기 전이라 하여 그에 대한 의혹의 제기가 공적 존재의 명예보호라는 이름으로 봉쇄되어서는 안되고 찬반토론을 통한 경쟁과정에서 도태되도록 하는 것이 민주적이다.
그런데 사람이나 단체가 가진 정치적 이념은 흔히 위장하는 일이 많을 뿐 아니라 정치적 이념의 성질상 그들이 어떠한 이념을 가지고 있는지를 정확히 증명해 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므로 이에 대한 의혹의 제기나 주관적인 평가가 진실에 부합하는지 혹은 진실하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따짐에 있어서는 일반의 경우에 있어서와 같이 엄격하게 입증해 낼 것을 요구해서는 안되고, 그러한 의혹의 제기나 주관적인 평가를 내릴 수도 있는 구체적 정황의 제시로 입증의 부담을 완화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구체적 정황을 입증하는 방법으로는 그들이 해 나온 정치적 주장과 활동 등을 입증함으로써 그들이 가진 정치적 이념을 미루어 판단하도록 할 수 있고, 그들이 해 나온 정치적 주장과 활동을 인정함에 있어서는 공인된 언론의 보도내용이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으며, 여기에 공지의 사실이나 법원에 현저한 사실도 활용할 수 있다.
(5) 그러나 아무리 공적인 존재의 공적인 관심사에 관한 문제의 제기가 널리 허용되어야 한다고 하더라도 구체적 정황의 뒷받침도 없이 악의적으로 모함하는 일이 허용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함은 물론 구체적 정황에 근거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 표현방법에 있어서는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하는 바탕 위에서 어휘를 선택하여야 하고, 아무리 비판을 받아야 할 사항이 있다고 하더라도 모멸적인 표현으로 모욕을 가하는 일은 허용될 수 없다.
나. 원고별 판단
이제 이와 같은 전제하에서 원고별로 이 사건 각 기사가 언론의 자유의 한계를 넘어 명예훼손이라는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에 관하여 살펴본다.
(1) 원고 민노총
(가) 다음의 사실은 을 제106호증의 1 내지 6에 의하여 인정되거나 공지의 사실 또는 당원에 현저한 사실이다.
원고 민노총은 재야노동단체를 중심으로 결성되어 1995. 11. 11. 창립행사를 갖고 공식출범한 단체로서 창립 당시부터 노동자 중심의 사회개혁과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선언하였고, 1996. 12. 26. 06:00경 국회가 당시 여당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기습적으로 안기부법개정안과 노동관계법개정안 등을 통과시키자 총파업투쟁을 전개하였다. 당시 정부는 원고 민노총의 노동조합설립신고서를 받아들이지 않아 원고 민노총은 법적 노동조합으로서의 지위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었고, 정부는 원고 민노총의 파업을 불법파업으로 규정하고 수차례 법질서 수호를 위한 단호한 조치를 취할 방침을 밝혔으며, 검찰은 원고 민노총의 지도부와 산별노조 위원장 등 20여 명에게 소환장을 보내고, 경찰은 원고 민노총의 핵심간부들을 체포하기 위한 전담반을 편성하였다.
1997. 1. 15.에는 원고 민노총과 소외 한국노총이 공동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시위대가 서울 도심 곳곳에서 가두시위를 벌여 도심에서 극심한 혼란이 있었다. 1997. 1. 16. 대검찰청 공안부장은 원고 민노총과 한국노총의 총파업과 관련하여, "(앞 부분 생략) '한국노총'과 법외 노동단체인 '민주노총'은 지난 해 12월 개정된 노동관계법의 철회를 요구하면서 집단적으로 불법파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또한 집단농성, 폭력시위와 도로점거 및 투석 등 불법행동을 4주째 계속하면서 앞으로도 파업을 계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중략) 최근 북한은 평양방송 등을 통해 노동관계법 개정과 관련하여 '노동자계급이 단결하여 문민정부를 폭파하자'는 등 연일 현정권 타도를 집중적으로 선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 '민주노총' 소속 노조원들이 집단농성을 벌이고 있는 명동성당 현장에서는 '자본가 정권은 선거를 통해 몰아낼 수 없다. 그들은 노동자계급의 손에 의해 타도되고 그 자리에 노동자의 권력이 들어서야 하는 것이다.'라는 등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대변하는 유인물이 나돌고 있으며 민주노총의 간부는 '이번 투쟁이 노동법 개정을 위한 투쟁이 아니라 정권을 몰아내기 위한 투쟁'이라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중략) 검찰은 국법질서를 수호하는 기관으로서 이번 노동계의 불법집단행동에 대하여 관련 법률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한다는 방침 아래 이미 민주노총 지도부 등 20명에 대하여 구속영장을 발부 받아 집행중에 있습니다. (중략) 노동관계법 개정을 둘러싼 이번 사태는 불법파업이라는 극단적 행동보다는 어디까지나 법질서의 테두리 안에서 합리적이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풀어나가야 합니다. (이하 생략)"라는 발표문을 발표하였다(을 제106호증의 2, 기록 1021면).
또한, 원고 민노총은 1997. 1. 22.부터 매주 수요일마다 파업을 하는 '수요총파업'에 돌입하고 같은 해 2월 22일부터는 4단계 총파업을 강행하였다.
(나) 한국논단 1997년 2월호의 "노동운동인가, 노동당운동인가?", 1997년 3월호의 "일부 좌익노조 호화생활해부"라는 공격적 기사는 이러한 사회적 배경하에 나온 것이다.
한국논단 1997년 2월호 기사의 요지는, 원고 민노총 등의 총파업이 좌경, 친북, 체제전복투쟁으로 치닫는 것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정부에 단호한 법집행을 주문하는 한편, 기업들도 그들의 투쟁에 명분을 주지 않도록 부를 분배하고 재벌은 해체되어야 하며, 정부도 민중으로부터 위탁받은 정당한 권력을 행사함으로써, 노동자, 기업, 정부 다 함께 국운을 개척해 나가자는 것이고, 1997년 3월호 기사의 내용은, 원고 민노총을 포함한 일부 노동운동 세력의 좌경화를 지적하고, 원고 민노총을 지원하는 대기업 노조의 방만한 조합비 운용실태 및 일부 기업의 노조 전임자들에 대한 과도한 지원을 비판하는 내용으로서, 위에서 인정한 당시의 사회적 배경하에서 볼 때 그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임은 쉽게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구체적 내용을 위 전체적인 취지와의 연관하에서 볼 때 허용되는 사소한 상위나 과장된 표현의 범위를 넘어 원고 민노총에 대한 명예훼손에 의한 불법행위를 인정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에 관하여 이하에서 항목별로 살펴본다.
(다) 한국논단 1997년 2월호 기사 중 원고 민노총의 투쟁노선과 관련하여 원심이 명예훼손으로 인정한 부분의 내용은, "더구나 왜 하필이면 국가기간산업이며 이제 겨우 수출주력산업으로 부상하려는 자동차, 조선, 중공업, 전자, 통신 종사자들이 걸핏하면 총파업인가? 이건 급여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노동행위가 아니라, 체제와 국가전복을 궁극목적으로 한 공산게릴라식 빨치산 전투가 아닌가? 붉은 띠에 쓰인 '김영삼 정권 퇴진'이 바로 그것을 의미한다", "불법단체인 소위 '민주노총'은 '노동악법 저지투쟁'이 목표라고 했지만, 실은 '정권타도투쟁'이 그 저의에 깔려 있음을 현명한 국민은 다 알고 있다.", "정부는 단호하고도 일관된 법의 집행으로 이들의 불법행위를 철저히 다스려야 함에도 오히려 '노동운동'을 내건 불법, 불순세력의 비위를 맞추기에 급급한 인상을 주고 있다.", "이들의 기본구도는 '자본가 대 노동자'라는 계급투쟁으로 되도록 과격한 행동을 지향, 궁극적으로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고, 국민이 정부를 불신케 하여 정부를 전복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노동운동이 아니라, 북한의 조선노동당의 이익을 위한 '노동당운동'을 전개하고 있음이 분명하다."라는 것이다.
먼저, 위 기사 중 원고 민노총을 "불법단체", "불법, 불순세력"이라고 칭한 부분에 관하여 보건대, 위 표현은 그 자체로서 명예훼손적 의견 표현에 해당하나, 위에서 본 당시의 사회적 배경에 나타난 바와 같이 당시 원고 민노총은 정부에 의하여 합법적인 노동조합으로 인정받지 못한 법외단체에 머물러 있었고, 정부가 원고 민노총의 정치투쟁 및 총파업 투쟁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었으며, 원고 민노총의 투쟁 과정에 폭력행위가 수반되었으므로 위 의견은 진실이거나 진실이라고 믿은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고 할 것이고, 공적 단체에 대한 공적 관심사항에 관한 것이다. 따라서 이 부분은 불법행위로 되지 않는다.
다음으로 위 기사 중 원고 민노총의 투쟁을 "정권타도투쟁"이라고 칭한 부분에 관하여 보건대, 이는 원고 민노총의 투쟁 방법과 투쟁 구호를 기초로 한 피고들의 평가를 표현한 의견에 해당하는바, 위 기사는 이러한 의견의 근거되는 사실이 원고 민노총의 투쟁 과정에서 나온 '김영삼 정권 퇴진'이라는 과격한 구호에 근거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으므로 위 의견 표현은 위와 같은 과격한 구호에 대한 수사적 표현으로서 헌법상 보장되는 표현의 자유의 범위 내에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부분도 불법행위로 되지 않는다.
또한, 위 기사 중 원고 민노총의 투쟁이 '체제와 국가전복을 궁극목적으로 한 공산게릴라식 빨치산전투'라거나, 그 정치투쟁의 기본구도를 '자본가와 노동자의 계급투쟁'으로 보고, 그 노동운동을 '북한의 조선노동당의 이익을 위한 노동당운동'으로 표현한 부분에 관하여 보건대, 여기서 '체제와 국가전복'이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원칙에 입각한 우리 나라의 체제를 변혁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이 부분은 바로 원고 민노총의 정치적 이념에 관한 표현이다. 그런데 위 을 제106호증의 2(대검발표문), 3(서울신문 기사)의 각 기재에 의하면, 당시 원고 민노총의 간부는 총파업 투쟁이 단순한 노동법무효화 투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권퇴진운동", "껍데기 민주주의를 청소하고 민중 중심의 실질 민주주의 건설이 목표"라고 공언하였음을 알 수 있고, 여기에 원심이 배척하지 아니한 을 제107호증의 1 내지 6은 모두 원고 민노총의 집단농성이나 시위현장에서 수집된 유인물이라며 제출된 것으로서 그 내용이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대변하여 원고 민노총의 파업투쟁을 노동자와 자본가의 계급투쟁, 체제전복투쟁으로 강화해 나가자는 것인바, 그 유인물이 바로 원고 민노총이 공식적으로 제작한 것임을 인정할 증거는 부족하다 하더라도 위 대검공안부장의 발표문(을 제106호증의 2)이나 당시의 서울신문논평기사(을 제106호증의 3)에서도 같은 내용의 유인물이 그들의 시위현장에서 수집되었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이들 유인물은 원고 민노총의 시위, 농성 현장에서 배포된 것으로 추정된다 할 것인데, 그렇다면 이 또한 원고 민노총이나 그 구성원들의 정치적 이념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자료로는 삼을 수 있다 할 것이고, 위 대검 공안부장의 발표문이나 서울신문 논평기사에서도 원고 민노총 간부의 위 공언과 위 유인물의 내용을 들어 그들의 투쟁이 체제부정적이고 국가안보에 커다란 위협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비록 원고 민노총의 강령 등에 나타난 공식적인 이념은 그와 같은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위와 같은 구체적 정황과 원고 민노총이 벌인 총파업투쟁의 양태 및 강도 그로 인한 결과 등에 비추어 보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원칙에 기초한 우리 나라의 체제를 유지 수호하려는 국민들이 보기에는 원고 민노총의 현실투쟁이 때에 따라서는 우리 나라의 체제를 존중·유지하는 테두리를 벗어나는 것이 아닌지 의문을 가질 상당한 이유가 있다 할 것이고, 여기에 원고 민노총이 공적인 존재로서 국가사회에 미치는 영향력 그리고 원고 민노총이 노동운동의 한계를 넘어 스스로 정치투쟁에 뛰어 듦으로써 정치적 논평을 자초한 점 등을 앞에서 본 일반론에 비추어 고려하면 원고 민노총의 정치적 이념에 관한 위와 같은 의혹의 제기는 언론의 자유 범위 내에 속한다 할 것이다.
다만, 이 사건 기사는 단순한 의혹의 제기 차원을 넘어 단정적인 표현을 하였는바, 피고들이 제시한 을 제106, 107호증 등의 자료만으로 곧 그와 같이 단정까지 하는 것은 과장된 표현이라 할 것이고, "북한조선노동당의 이익을 위한 노동당운동"이라고 표현한 부분은 원고 민노총의 그와 같은 노동운동이 결과적으로 북한을 이익되게 하는 운동이라는 주관적인 평가를 '노동당운동'에 비유한 과장표현이라 할 것인바, 앞에서 전제한 바와 같이 공적인 존재의 정치적 이념에 대한 공개와 토론이 널리 허용되어야 한다는 필요성과 제시된 정황 및 현실투쟁의 강도와 양태 결과 등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정도의 과장표현으로 불법행위의 성립을 인정함으로써 언론의 자유를 제한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 기사 중 원고 민노총의 투쟁방법을 '공산게릴라식 빨치산전투'라고 표현한 부분은 비록 그 표현 자체가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가 아니라 원고 민노총의 투쟁방법을 그에 비유한 평가의 표현이라 하더라도, '공산게릴라식 빨치산전투'라 함은 공산주의 혁명을 달성하기 위해 적의 배후에서 파괴와 살상 등으로 기습, 교란하는 비정규부대의 유격전투를 뜻하는 표현으로서, 원고 민노총의 투쟁방법, 투쟁과정에서 나온 과격한 구호 등을 참작하여 본다고 하더라도 그 비유가 지나치고 감정적이고도 모멸적인 언사에 해당하여 이러한 모욕적인 표현까지 언론의 자유라는 이름 아래 보호받을 수는 없을 것이다.
(라) 한국논단 1997년 2월호 기사 중 원고 민노총의 출범과정과 관련하여 원심이 명예훼손으로 인정한 부분의 내용은, "이들은 88년 6월 노동운동의 계급투쟁화와 노동자의 정치세력화 등을 목적으로 친북좌익단체인 '범민련'과 함께 행동을 시작한 NL(민족해방)계 운동권 출신 金瑛伸 등 10여 명을 중심으로 위장취업, 노사분규조성 등을 일삼다가 95년 11월 소위 '조선노협', '영남지역노조협의회' 등과 연대하여 민주노총을 설립했다. 이후 이들은 국민연합 등 체제부정세력들과 연대하여 '국가보안법 철폐', '안기부 해체', '대선자금공개', '5·18 학살자 처벌' 등등 노동의 '노'자와도 관계없는 대중정치투쟁을 전개해왔다."라는 것이다.
첫째, 위 기사 중 소외 2은 소외 3의 착오 기재임을 피고들이 스스로 자인하고 있는바, 그 한자 이름의 형태적 유사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들측의 고의에 의한 것이 아니고 단순한 실수에 의한 것으로 보이므로 위 이름의 착오기재가 명예훼손으로 되는 특별한 사정에 관한 주장·입증이 없는 한 명예훼손으로 되지는 않는다.
둘째, 위 표현 중 "친북좌익단체"라고 칭한 부분은 범민련에 관한 것이고, "노동운동의 계급투쟁화", "NL(민족해방)", "위장취업" 등의 표현은 소외 3에 관한 것이며, "체제부정세력"이라고 칭한 부분은 국민연합에 관한 부분이므로 원고 민노총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어떤 단체에 관계한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곧바로 그 단체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셋째, 원고 민노총의 주장은 위 기사가 원고 민노총의 결성과정에 관한 기사를 쓰면서 범민련을 함께 언급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마치 원고 민노총과 범민련이 조직적 관련성이 있는 것처럼 표현함으로써 원고 민노총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것이고, 원심은 위 기사 중 어떤 표현이 원고 민노총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된다는 것인지 원심판결 및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의 판시만으로는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위 기사 내용을 보면 위 기사가 범민련을 언급한 것은 소외 2의 사상적 편향을 지적하기 위한 것이고 범민련이 원고 민노총과 어떠한 조직적 관련성이 있다는 사실을 우회적, 암시적 방법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되지는 않는다. 또한, 을 제106호증의 4(신문기사)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 민노총 출범 무렵 전국노동운동단체협의회 의장이었던 소외 2이 국가보안법 및 노동쟁의조정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었고 경찰은 위 전국노동운동단체협의회가 원고 민노총의 건설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밝힌 것으로 보도되었음을 알 수 있는바, 사정이 이러하다면 위 기사에서 언급된 소외 2 등이 원고 민노총의 결성과정에 관여하였다는 것은 진실이거나 진실이라고 믿은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위 기사 부분은 원고 민노총에 대한 불법행위가 되지 않는다.
(마) 원심은, 한국논단 1997년 3월호 기사 내용 중 "죽은 김일성과 그 '유훈'에만 충실한 것은 우리 사회 1천 2백만 근로계층의 극히 일부라고 볼 수 있는 소수의 혁명주도분자들이다. 김일성의 '교시'와 '유훈'에 충실하고 대한민국의 체제를 부정하며 이를 뒤집어엎기 위한 구실로 노동운동을 악용하고 있는 자들이 있는 것이다. 우선 작년 12월 28일 결성된 노동법 범대위(공동대표 김상곤 등) 참가단체들이 그 주축이다. 이들은 '전국연합'을 비롯, (중략) 참여연대, (중략) 등 45개 단체인데 그 대부분이 좌익이며 사회주의적 노동당을 지향하는 정치투쟁을 주도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핵심은 김상곤(민교협), 신창균(범민련), 천영세(전국연합), 오세철(지식인연대), 최영도(민변), 문규현(정사단), 최지선(전불련), 김중배(참여연대) 등이다. 이들은 범대위 대표자회의를 통해 노동계에 정치투쟁을 전개토록 유도하며, 파업수위를 조절하는 등의 방법으로 투쟁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들과 연대투쟁을 벌이고 있는 좌익노동단체가 민노총이다."라는 부분을 원고 민노총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인정하면서, 위 기사가 "원고 민노총을 김일성의 교시와 유훈에 충실하고, 대한민국의 체제를 부정하며, 사회주의적 노동당을 지향하는 정치투쟁을 하는 단체"로 표현하여 그 명예를 훼손하였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위 기사를 전체적인 문맥에 따라 읽어보면, 위 기사가 김일성의 교시와 유훈에 충실하고, 대한민국의 체제를 부정하며, 사회주의적 노동당을 지향하는 정치투쟁을 하는 단체라고 비난한 단체는 원고 민노총이 아니라, 원고 민변, 전국연합, 참여연대 등의 단체임을 알 수 있고, 원고 민노총에 관하여 "이들과 연대투쟁을 벌이고 있는 좌익노동단체"라고 지칭한 것만으로 원고 민노총에 대하여도 동일한 내용의 비난을 한 것으로 이해되지는 않는다.
이어서 위 기사가 원고 민노총을 "좌익노동단체"라고 칭한 표현이 명예훼손으로 되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앞에서 본 원고 민노총의 정치적 이념에 관한 판단에서와 같은 이유로 원고 민노총을 '좌익'이라고 표현한 것은 진실이거나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다 할 것이므로 이 부분 표현은 불법행위로 되지 않는다.
(바) 원심이, 한국논단 1997년 3월호 기사 중 원고 민노총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인정한 또 다른 부분은, "민노총은 노동귀족화하고 있는 대기업노조간부들로부터 엄청난 지원을 받고 있다."라는 부분으로, 원심은 "일부좌익노조 호화생활해부"라는 제목과, "연간 수십억 원을 거둬 쓰는 민노총"이라는 소제목과 연결하여 위 기사가 원고 민노총은 연간 수십억 원을 대기업 노조 간부들로부터 거둬들여 호화생활을 하여 노동귀족으로 되었다고 비난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위 기사는 원고 현대노조 등 일부 대기업 노조가 노동귀족화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취지와 자동차노조, 택시노조, 화학노련 등 일부 노조 간부가 호화생활을 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내용을 담고 있을 뿐, 위 기사 어디에서도 원고 민노총이 호화생활을 하여 노동귀족화되었다고 비난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위 기사는 원고 민노총이 원고 현대노조 등으로부터 모인 돈을 "대한민국의 체제파괴활동과 공작비"로 사용하였다는 취지로 비난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바, 원고 민노총의 활동을 "대한민국의 체제파괴활동"으로 표현한 부분이 불법행위로 되지 않음은 앞에서 본 바와 같다.
(사) 결국 한국논단 1997년 2월호 기사 중 원고 민노총의 투쟁 방법을 "공산게릴라식 빨치산 전투"라고 표현하여 모욕한 부분만이 원고 민노총에 대한 불법행위로 되고, 그 나머지 기사와 1997년 3월호 기사는 원고 민노총에 대한 불법행위로 되지 않는다고 할 것인데도, 원심은 원심 공판 과정에서 새로 제출된 위 을 제106, 107호증 등의 증거들을 전혀 살피지도 않은 채 위에서 본 기사 전부가 허위사실의 적시로서 원고 민노총에 대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이를 기초로 위자료를 산정하는 한편 정정보도를 명하였으므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표현의 자유와 명예훼손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들의 상고이유는 정당하다.
(2) 원고 민변, 전국연합, 참여연대
(가) 한국논단 1997년 2월호 기사 내용 중 범대위(노동법, 안기부법 개악철회 및 민주수호를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 이하 '범대위'라고 한다)의 활동과 관련하여 원심이 위 원고들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인정한 부분은, "재작년(95년 4월)에 이르러서는 소위 '노동법개정투쟁'을 내걸고 25개 단체들로 '범대위(노동법, 안기부법 개악철회 및 민주수호를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를 결성하여 전국 동시다발 '평화대행진' 전개와 함께 민노총의 총파업을 선동하기 시작했다. 범대위는 '전국연합', '한총련', '민변', '참여연대', '경실련' 등 30개 단체로 구성됐는데, 이들은 '민노총'과 한국노총에 함께 파업 압력을 가하고 있다. …… 이들의 기본구도는 '자본가 대 노동자'라는 계급투쟁으로 되도록 과격한 행동을 지향, 궁극적으로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고, 국민이 정부를 불신케 하여 정부를 전복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노동운동이 아니라, 북한의 조선노동당의 이익을 위한 노동당운동을 전개하고 있음이 분명하다."라는 부분이다.
기록에 의하면, 위에서 본 바와 같이 1996. 12. 26. 06:00경 국회가 당시 여당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기습적으로 안기부법개정안과 노동관계법개정안 등을 통과시키자 원고 민노총과 한국노총은 국회의결절차를 날치기로 규정하고 그 개정법률의 무효화를 위한 총파업투쟁에 돌입하고, 정부가 그 총파업투쟁을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형사처벌 절차에 돌입하자 원고 민노총과 한국노총은 폭력시위로 맞섬으로써 정치적 혼란 상태에 빠졌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원고 민변, 전국연합, 참여연대가 참여한 범대위가 국회의 위 개정법률안 의결 절차를 날치기로 규정하고 그 무효화를 위한 정치투쟁에 참여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만으로는 위 기사가 위 원고들의 정치투쟁을 "자본가 대 노동자라는 계급투쟁", "정부 전복 투쟁", "북한의 조선노동당의 이익을 위한 노동당운동" 등으로 표현한 것을 정당화할 수 없고, 기록을 살펴보아도 이러한 평가를 정당화할 만한 기초사실에 대한 아무런 입증을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위 기사는 위 원고들이 위와 같은 평가를 받기에 충분한 과격하고 불법적인 정치투쟁을 전개하였거나 전개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아무런 입증도 없이 그와 같은 사실이 있는 것처럼 우회적, 암시적으로 표현한 것으로서 피고들이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아무런 자료도 없으므로 이 기사는 위 원고들에 대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나) 한국논단 1997년 3월호 기사 내용 중 범대위의 활동과 관련하여 원심이 명예훼손으로 인정한 부분은, "죽은 김일성과 그 '유훈'에만 충실한 것은 우리 사회 1천 2백만 근로계층의 극히 일부라고 볼 수 있는 소수의 혁명주도분자들이다. 김일성의 '교시'와 '유훈'에 충실하고 대한민국의 체제를 부정하며 이를 뒤집어엎기 위한 구실로 노동운동을 악용하고 있는 자들이 있는 것이다. 우선 작년 12월 28일 결성된 노동법 범대위(공동대표 김상곤 등) 참가단체들이 그 주축이다. 이들은 '전국연합'을 비롯, (중략) 참여연대, (중략) 등 45개 단체인데 그 대부분이 좌익이며 사회주의 노동당을 지향하는 정치투쟁을 주도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핵심은 김상곤(민교협), 신창균(범민련), 천영세(전국연합), 오세철(지식인연대), 최영도(민변), 문규현(정사단), 최지선(전불련), 김중배(참여연대) 등이다. 이들은 범대위 대표자회의를 통해 노동계에 정치투쟁을 전개토록 유도하며, 파업수위를 조절하는 등의 방법으로 투쟁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라는 부분이다.
먼저, 위 기사 앞 부분 즉 "김일성의 교시와 유훈"과 관련된 부분을 살펴본다. 위 기사는 첫머리에서 1997. 1. 9. 오후 서울 종묘 앞과 명동성당 근처에 뿌려진 '왜 혁명적 당이 필요한가'라는 유인물 중 "마르크스에 따르면 혁명을 해낼 수 있는 유일한 계급은 노동자 계급이다"라는 문장을 인용하면서, "무엇보다도 우선 (남조선) 혁명의 주력군을 공고히 굳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혁명의 주력군이란 혁명에 동원할 수 있는 기본계급과 그 속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마르크스·레닌주의당을 의미합니다. 마르크스·레닌주의 당의 지도 아래 사회의 기본계급인 노동자·농민이 동원됨으로써 비로소 혁명은 승리를 쟁취할 수 있는 것입니다."라는 1964년의 북한의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4기 제8차 총회'에서의 김일성이 한 연설과의 유사성을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위 기사 전체의 문맥에서 보면 위 기사 내용 중 "김일성의 교시와 유훈"은 김일성의 계급혁명론을 지칭하는 것임을 알 수 있으므로, 결국 위 기사의 취지는 위 원고들이 김일성의 계급혁명론에 따라 대한민국의 체제를 부정하며 이를 뒤집어엎기 위한 구실로 노동운동을 악용하고 있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위 기사가 인용하고 있는 '왜 혁명적 당이 필요한가'라는 유인물이 위 원고들과 관련 있다고 볼 만한 아무런 입증이 없을 뿐만 아니라 위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기록을 아무리 살펴보아도 이러한 평가를 정당화할 만한 기초사실에 대한 아무런 입증을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위 기사는 아무런 근거도 없이 위 원고들이 위와 같은 평가를 받기에 충분한 과격하고 불법적인 정치투쟁을 전개하였거나 전개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회적, 암시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이 기사는 위 원고들에 대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
(다) 한국논단 1997년 8월호 기사 중 원심이 원고 전국연합과 관련하여 명예훼손으로 인정한 부분은, "특히 전국연합은 94년 3월에 결성된 북한당국의 '출소 공산주의자 구원대책위'의 전위대로서, 각종 탄원서를 제출하고 성명을 발표하는 등 친북 이적활동을 서슴지 않고 있다."라는 것이다.
위 기사 중 원고 전국연합이 "각종 탄원서를 제출하고 성명을 발표하는 등" 활동을 하였다는 사실 적시 부분은 기사 전체의 문맥에서 보면 원고 전국연합이 복역중인 미전향 공산주의자의 출소를 위하여 각종 탄원서를 작성하고 성명을 발표하는 활동을 하였다는 취지인바, 기록을 살펴보아도 원고 전국연합이 북한의 "출소 공산주의자 구원대책위"의 전위대라거나(북한이 위와 같은 조직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진실이라거나 최소한 진실일 개연성이 있다는 점에 관한 입증조차도 없다) 복역중인 미전향 공산주의자의 출소를 위하여 각종 탄원서를 작성하고 성명을 발표하는 활동을 하였다고 볼 아무런 입증이 없으므로 위 기사는 원고 전국연합에 대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
(라) 그렇다면 원심이 피고 한국논단측의 위 각 기사를 위 원고들에 대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이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법리오해, 채증법칙 위배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원고 현대노조, 대우노조, 기아노조
한국논단 1997년 3월호 기사 내용 중 위 원고들의 조합비 사용과 관련하여 원심이 명예훼손으로 인정한 부분은, "민노총은 노동귀족화되고 있는 대기업 노조간부들로부터 엄청난 지원을 받고 있다. 첫째, 조합원 3만 4천명을 거느린 현대자동차에서는 1인당 월급여의 1%씩을 또박또박 공제하여 월 2억 5천만 원, 연간 30억 원을 뜯어내고 있는데, 그 중 8천만 원을 민노총에 상납하고 있다. 그렇게 모인 돈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가? 노조간부 사무실의 인건비, 사업비, 유지비 등에 22억 4천만 원, 임투 등 쟁의기금에 2억 5천만 원, 민노총 등 상급단체 납부에 2억 4천만 원을 각각 쓰며, 그 중에서도 한총련에 1억 2천 2백 40만 원, 민노총에 8천 1백 60만 원이 지급되었다. 1996년 한 해 동안 현대자동차노조 한군데에서 모인 돈들이 대한민국 체제파괴활동과 공작비로 쓰인 것이다. 그 밖에도 기업 내 노동조합 간부의 소위 판공비가 2천 4백만 원, 기밀비와 의전활동비라는 것이 9천 6백만 원이나 된다니 이들은 노동자의 권익을 위한 노조인가, 아니면 정치단체 또는 정보기관이란 말인가? 열린 입이 닫히질 않는다."라는 부분과 이어서 대우노조와 기아노조의 조합비 용도를 구체적 금액과 함께 기재하고 있는 부분이다.
첫째, 위 기사에서 원고 현대노조의 조합비 용도에 대하여 "대한민국 체제파괴활동과 공작비"라고 표현한 부분은, 원고 현대노조가 원고 민노총에 가입한 단체로서 원고 민노총의 정치투쟁에 동참하여 함께 총파업투쟁을 벌인 이상 피고가 원고 민노총에 대한 평가자료를 들어 원고 현대노조를 동등하게 평가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평가가 진실하다고 믿은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위 (1)의 (다)에서 본 바와 같은 이유에서 불법행위로 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둘째, 위 기사의 "한총련에 1억 2천 2백 40만 원" 중 '한총련'은 '현총련'의 착오기재임을 피고측에서 자인하고 있는바, '한총련'과 '현총련'은 중대한 차이로서 그 잘못된 기재에 고의 또는 과실이 인정되면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위 기사는 "민노총 등 상급단체 납부에 2억 4천만 원을 각각 쓰며"라고 사실을 적시한 후 이를 보다 상세히 설명하는 내용을 기재하면서 위 부분을 적시하고 있다. 그런데 '한총련'은 현대노조의 상급기관이 아님이 명백하므로 문장 전체의 문맥에서 보면 '한총련'은 '현총련'의 착오기재임이 명백하고, '한총련'과 '현총련'의 명칭의 유사성과 위 기사의 문맥에 비추어 보면 위 착오기재는 기사 작성과 교정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사소한 실수에 불과하고 이로써 곧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할 수는 없다.
셋째, 위 원고들이 부분적으로만 제출한 갑 제18 내지 23호증의 기재에 비추어 보더라도 위 기사에서 적시한 위 원고들의 조합비 사용 내역은 상당부분 진실에 부합하고, 의전활동비 등의 항목 명칭과 관련하여 다소 잘못된 표현들이 있음을 알 수 있으나 그러한 사실 적시의 부분적 오류가 기사 전체의 문맥에 비추어 위 원고들에 대한 불법행위로 된다고는 할 수 없다. 원심은 위 기사의 제목이 "일부 좌익노조 호화생활해부"라는 점과 연결하여 위 기사는 원고 현대노조, 대우노조, 기아노조의 노조간부가 판공비, 기밀, 의전활동비를 거둬들여 용도 외 유용으로 호화생활을 하고 있다는 취지로 이해하고 이를 명예훼손적이라고 판단하였으나, 위 기사 전체의 문맥에서 이해한다면 위 기사는 원고 현대노조, 대우노조, 기아노조의 조합비 사용 용도와 관련하여 의문만을 제기하였을 뿐 노조간부들이 조합비의 일부를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적시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이해된다. 위 기사의 제목과 관련하여 보더라도 만일 위 기사에서 다른 구체적 사실의 적시가 없다면 제목에서 말한 '호화생활'이라는 표현과 결합하여 원고 현대노조, 대우노조, 기아노조의 조합비 사용용도에 대한 의문 제기가 간접적, 우회적으로 원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적시하는 것으로 보지 못할 바도 아니지만, 위 기사는 위 원고들의 조합비 사용용도에 관한 의문 제기와 별도로, "자동차노조의 강성천 위원장, 이광남 택시노조, 박헌수 화학노련 위원장 등은 그랜져를 굴리며, 섬유노조의 김승구, 선원노련의 권을룡씨 등은 포텐샤를 타고 다닌다. 이들도 월 1백만 - 3백만 원의 판공비를 쓰고 있다. 이들은 또 대기업 임원실보다 큰 40-50평 규모의 조합장 사무실과 수 명의 여직원을 거느리고 있다."라는 구체적 사실을 적시하고 있으므로 기사 전체의 문맥에 비추어 보면 위 기사가 '호화생활'이라는 제목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위 기사 중 원고 현대노조, 대우노조, 기아노조의 조합비 사용용도에 관한 의문 제기가 위 노조 간부들이 조합비 중 일부를 개인용도로 유용하여 호화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접적, 우회적으로 암시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위 기사가 위 원고들에 대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으므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명예훼손과 표현의 자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정당하다.
(4) 원고 언노련
한국논단 1997년 3월호 기사 내용 중 원심이 원고 언노련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인정한 부분은, "더욱 한심한 것은 언론노조의 행태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언노련)은 서울 중구 태평로 1가 프레스센타 18층에 '상황실'이라는 것을 차려놓고 산하 각 언론매체 노조에게 매우 파괴적인 지령을 내리고 있었다고 한다."라는 부분, "그런데 이들은 툭하면 정치투쟁 대열에 끼지를 않나, 편파적인 보도와 논쟁을 하지 않나, 세계 수준을 웃도는 임금인상 투쟁을 벌이지 않나… 그야말로 배부른 돼지들의 고약한 난장판을 보는 것 같다."라는 부분, "이들은 언필칭 '공정보도'를 내세워 실은 정부·여당의 입장이나 발표는 묵살하고 민노총의 발표만을 보도하도록 각 산하 언론노조에 지령했다."라는 부분과 "이런 지령에 따른 구체적인 행동의 하나가 지난 1월 14일 일부 KBS노조원들의 조선일보사 급습사건이었다."라는 부분이다.
위 기사 중 "서울 중구 태평로 1가 프레스센타 18층에 '상황실'이라는 것을 차려놓고 산하 각 언론매체 노조에게 매우 파괴적인 지령을 내리고 있었다고 한다."라는 부분과 "이들은 언필칭 '공정보도'를 내세워 실은 정부·여당의 입장이나 발표는 묵살하고 민노총의 발표만을 보도하도록 각 산하 언론노조에 지령했다."라는 부분은 피고들측의 평가적 표현이 가미된 사실적시로서 '공정보도'가 언론종사자들의 명예의 핵심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자체로서 명예훼손적이라고 할 것인데, 기록을 살펴보아도 이 부분의 사실적시가 진실이라거나 피고들이 진실이라고 믿은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입증을 찾아볼 수 없다. 위 기사는 원고 언노련이 "조합대의원대회에서 '언노련투쟁동참결의'를 하면서 '1만 6천 언론조합원의 투쟁은 이 정권이 끝나는 날까지 계속될 것임을 밝힌다.'고 극언했다."라는 사실을 함께 적시하고 있는데, 원고 언노련의 투쟁과정에서 이러한 과격한 주장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위와 같은 구체적인 편파보도 지시 사실을 정당하게 추정하기에는 부족하다.
따라서 이 부분 기사내용을 원고 언노련에 대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이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배,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5) 원고 인권운동사랑방
한국논단 1997년 8월호 기사 내용 중 원심이 원고 인권운동사랑방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인정한 부분은, "전국연합의 인권운동사랑방(대표 서준식)은 사회적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말'지나 컴퓨터 통신 등을 통해 공산주의자들의 생활상을 수시로 게재, 그들이 마치 부당하게 복역한 것처럼 왜곡하거나 사망자를 '애국자'로 미화하기도 한다. 예컨대 '말'지 97년 5월호에는 출소 공산주의자 소외 1이 최근 사망하자 '평생 조국을 위해 헌신했다.'고 미화한 것이 그것이다."라는 부분이다.
위 기사 내용은 '말'지 1997년 5월호 중 소외 1에 관한 기사에 관한 논평에 해당하는바, 이 논평이 원고 인권운동사랑방에 대한 명예훼손이 되는지 여부는 위 '말'지 1997년 5월호 기사의 내용을 조사해 보지 않고서는 판단할 수 없는 문제이다. '말'지 1997년 5월호 기사의 내용이 위 한국논단 논평 기사에 부합하는가의 여부는 위 한국논단의 기사가 원고 인권운동사랑방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되는지 여부를 좌우하는 관건적 요증사실에 해당할 뿐 아니라 그 조사방법도 용이한 것이므로, 당사자 쌍방이 그 기사를 증거로 제출하지 않는다면 원심으로서는 당연히 석명권을 행사하여 그 '말'지의 기사를 증거로 제출하게 한 후 그 기사의 내용이 한국논단의 위 논평 기사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심리하였어야 한다(대법원 1996. 2. 9. 선고 95다2333 판결 참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원고 인권운동사랑방이 월간 '말'지 1997년 6월호(5월호의 착오기재인 것 같다)에 소외 1에 관한 기사를 쓴 사실은 인정된다고 하면서도 그 기사 내용을 심리하여 보지도 않은 채 형식적으로 그 기사가 출소 공산주의자인 소외 1을 "평생 조국을 위하여 헌신하였다."고 표현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여 한국논단의 위 기사를 원고 인권운동사랑방에 대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으므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어서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정당하다.
3.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원고 민노총, 현대노조, 대우노조, 기아노조, 인권운동사랑방에 대한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새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피고들의 원고 민변, 전국연합, 참여연대, 언노련에 대한 상고를 각 기각하고, 상고기각 부분의 상고비용은 패소자인 피고들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