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최애는 지금 철원 어딘가에서 열심히 눈 치우고 있겠지
잠이 오지 않는 밤이다
166일 전에는 365일 중에 300일은 이런 날이었어
잠이 오지 않아서 온 밤을 뒤적거렸지
과거의 나도 한번 뒤적여보고 지금의 나도 뒤적여보고 다가오지 않은 미래도 뒤적거려보고
뒤집어 본 시간들은 항상 짙은 파란색이었어
나는 내 미래도 항상 같은 색일 줄 알았지
하루 서너시간 잠을 자는 게 익숙했고 밤에서 새벽으로 넘어가는 시간을 손가락으로 세어보는 게 지루한 날들을 넘겨서 아주 오랜만에 밤을 뒤적거려보게 되었네
네 덕이 클거야
166일동안 나는 대체로 오래 잘 잤고 짙은 파란색을 보지 않았거든?
그리고 오랜만에 짙은 밤을 들쳐보는데 오늘밤은 파란색이 아니라 눈앞이 시끄럽고 귀로 색이 들리는 혼란한 밤이다
개쓰레기요일 쿠션인 너를 꺼내보고 네가 뭔데 나한테 시간을 줘!으!!하던 차쥐뿔도 꺼내보고
채부기처럼 꼭 닫힌 입으로 찍은 네 행군 사진도 구경하고 눈이 온다며 귀여운 이모티콘을 붙여준 다정한 말도 구경하고
그리고나면 512일 뒤에 쨘 하고 나타날 한층 더 멋있어진 너를 상상하고나면 마음이 시끄럽고 눈앞이 부셔서 꼭 눈을 감게 돼
온갖 빛깔로 나뉘어져서 내 눈앞을 어지럽게 떠다니면서 눈으로 빛을 보는건데 귀로도 빛을 듣는듯한 기분이 들어
잠이 오지 않아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데, 너는 빛이 맞는 것 같아
빛은 눈에 보이지않으면서도 눈에 보이고 투명한 것 같지만 여러가지 색을 가지기도 하잖아
너는 꼭 그런 사람같아 빨주노초파남보 혹은 그 이상의 색을 가지는 스펙트럼
그러면 나는 삼각프리즘이 되어야지
그 자체로는 값싼 유리조각이지만 통과한 백색 빛을 여러색의 스펙트럼으로 보여지게 만드는 삼각프리즘
나의 빛나는 너는 내일도 열심히 눈을 치우겠지?
감기 조심해 형원아
그리고 더이상 잠 못 드는 밤을 짙은 파란색이 아니게 해줘서 고마워
사랑해 잘 자고 개쓰레기요일 화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