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여행을 자주 하는 사람임을 나는 이번에 알게 되었다.
언제부터 자주 여행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식당을 하면서도 일년에 서너번은
여행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남편도 나도 둘이나 혼자 하는 여행 보다는 여럿이 어울리는 맛에 그런 것 같다.
둘이서 여행을 꽤 했는데도 생각나는 여행이 별로 없는 걸 보니.....
봄부터 일본에 가려고 여행계획을 세웠다.
아들은 꼭 가 보고픈 곳이 있어서 그랬고 남편은 제니님이며 일본에 계신 회원들을
만나 보고 싶어 더 가고 싶어 했던 것인데
가까이 있는 친구네와 부산의 햇사레님네가 같이 여행 계획을 세웠었다.
그런데 다들 시간이 잘 안맞고 또 일본이 너무너무 더워서 무기한 연기하자고 이야기가 되었다.
사실 우리 세식구만 가도 되는데 다른 분들이 안 간다고 하자
남편도 아들도 가고 싶지 않다고 해서 일부러 내어 놓은 시간이 남게 되었다.
여행을 하는 여러가지 이유중에 하나는 열심히 일하고
나 자신을 좀 쉬게 하고픈 마음도 있고 또 다른 이유도 있지만 나는 두가지 이유로 여행을 한다.
첫번째 이유로는 좀 더 넓고 다양한 삶을 배우고자 함이다.
여행을 하면 할 수록 더 넓은 곳으로 나가 보고 싶어진다.
아울러 내가 얼마나 우물안 개구리의 삶을 살고 있는지 깨닫게 된다.
우리내외는 여행하는 것을 아끼지 않는 편이다.
물론 여행을 위해 매달 얼마간 따로 떼어서 저축을 했다가 쓰기도 한다.
여행을 통해서 얻는 많은 것들은 내가 그 돈을 아까워 하지 않을만큼
활력소가 되어 돌아 오는 것을 느낀다.
여행에서 얻은 많은 것들을 결코 돈에 비유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오늘 여행길에 나선 날 창밖에는 가는 빗방울이 창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우리지역에는 벌써 2주간이나 비가 내렸다.
잠깐 아주 잠깐씩 해가 나기는 했으나 맨 곰팡이 세상이었다.
그리고 비가 오는 것이 당연한 일상이 되었고.....
지난주 경미씨댁에 놀러 갔다가 <사노라면 > 이라는 휴먼다큐 프로그램을 같이 보게 되었다.
경미씨 남편이 먼저 보고 우리에게 추천해 주었는데 꽤 재미 있었다.
이야기를 나누며 몇편을 보고 우리의 마음을 사로 잡은 장어 잡는 사나이 이야기가
이번 여행을 한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전북 고창에 사는 이 남자는 도시에 있는 직장에 다니다가
아버지의 권유로 고향으로 돌아와
아버지께서 몇십년 하시던 자연산 장어 잡는 일을 배워서 몇년째 하고 있다.
결혼하여 장어를 무척 좋아하는 딸도 있다.
그 분은 이렇게 썰물이 된 하구에서 들어 왔다가 미처 빠져 나가지 못한
장어를 돌무덤을 만들어 잡는 방법을 택하고 있는데 그 방송이 나가던 때가
이제 막 올들어 처음 시작하던 날이라고 한다.
돌무덤 주위에 그물을 치고 돌을 들어 내는 일인데 보기에는 그렇지만
물속에서 몇시간씩 무거운 돌을 들어내고 다시 돌무덤을 쌓는일이 생각 보다 힘들어 보였다.
운학님이 한달전쯤에 이 방송을 보고 당장에 장어잡이용 통발을 사고 물 속에서 입는
옷처럼 생긴 장화도 샀다고 한다.
강에도 민물장어가 쏠쏠하니 올라 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준비는 잘 했건만 한달 동안 시간이 날 때마다 들어가 잡아 보아도
신통치를 않아서 결국 이 댁을 찾아가 사 먹는 쪽으로 이야기가 되었다.
당장에 날이 잡혔다.
우리는 어차피 일본여행 가려고 잡아 두었던 날이고
평일에 시간을 낼 수 있는 집이 경미씨댁과 부산의 햇사레님이었다.
그리고 그런곳을 잘 찾아내는 햇사레님이 그 댁과
잠잘 수 있는 휴양림을 찾아 내었다.
그것이 월요일이었고 바로 수요일에 우리는 출발이다~
햇사레님이 어련히 잘 알아서 계획을 잡으셨으려니 하고 나와 남편은 아무 계획도
준비도 안하고 평소 가지고 다니는 여행가방만 딱 가지고 길을 나섰다.
특별히 이번에는 비가 많이 오므로 많이 돌아 다니기 보다는 편안히 누워 쉬는 여행을 하려고
책을 세권이나 집어 넣었다.
차를 제천역 근처에 세워 놓고 대전행 기차를 타고 달려 가는 길~
비 내리는 차창 밖으로 편안하고 아름다운 풍광들이 휙휙 지나간다.
첫번째 목적지인 대전에 내리니 비 개인 맑은 하늘이 나타났다.
기차에 타기 전에 우산을 실을까 말까 남편과 의논을 했는데
가지고 다니다가 잃어 버릴까하여 여행지에서 필요하면 사기로 했다.
대전역으로 경미씨 내외가 마중을 나왔다.
대전은 비가 내리지 않았다고 했다
오늘 뿐 아니라 어제도 내린적이 없댄다.
고속도로를 달려 고창으로 향하는 하늘은 점점 맑게 개인 하늘이 되었다.
대전에서 두어시간을 달려 갔더니 햇사레님 내외가 먼저 와 계셧다.
부산에서도 네시간 정도 걸렸다고 한다.
장어를 이틀전에 미리 예약을 해 놓았는데 잡을 수도 있고
못 잡을 수도 있다고 했었는데 생각 보다 많이 잡아 놓으셨다.
어제만해도 한 마리 밖에 못 잡아서 못 먹나 보다 했는데
오늘 한 무더기가 많이 들어서 딱 우리가 먹을 만큼 잡혔나 보다.
장어가 참 잘 생겼다.
장어를 보니 내가 새댁 때 생각이 났다.
새벽에 우유배달을 했는데 이런 장마철에 강둑을 자전거를 타고 가다니까
길 바닥에 장어가 두마리나 꿈틀거리고 있었다.
얼른 줏어서 핸드백에 집어 넣었다가 배달이 끝나고 집으로 가져 와
남편에게 요리해 주고 싶었는데 껍질이 어찌나 질긴지 씨름을 했던 일......
금방 장어를 잡고 돌아와 온 몸이 젖은 주인공을 만났다.
씻으러 들어 가기 전에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그 댁 바로 옆이 저수지라 물 위에 수생식물들이 가득히 자라고 있었다.
장어를 손질하고 굽는 시간이 좀 걸린다고 하여 우리는 가까운 바다로
바다 구경을 나섰다.
차로 5분정도 떨어진 곳에 구시포 해수욕장이 있었다.
가는 길에 있는 그 분이 장어를 잡는 곳도 구경을 하고......
이곳이 민물이 흘러 바다로 나가는 길이다.
예전에는 그곳에 소금도 했었는지 여기저기 소금창고도 보였다.
바닷가에 내리자마자 해당화가 우리를 반겨준다.
지난 6월 동해안 여행 때 꽃을 피웠던 해당화
지금은 열매를 익혀 가고 있는 중이다.
바닷가에 사는 내 친구가 해마다 효소용 해당화 열매를 따서 올려 보내 주는데
지금이 철이었나 생각해 보았다.
친구가 가시에 찔려 가며 열매를 땄을 생각을 하니 새삼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올해는 꼭 고맙다는 말을 두배로 해 주어야 겠다.
그 바닷가에서 키가 작고 잎은 두꺼운 나무들을 만났다.
말로만 들었던 순비기나무~
이것 역시 말로만 들었었고 열매만 풀꽃지기님이 향주머니를 만들어 준것을 가지고 있는데
실제로 만나니 얼마나 반가운지.....
바다는 잘 있었다.
그 바다는 아니지만 보통 내가 만나는 바다는 크게 세 부류이다.
가장 많이 만나는 동해바다,
그 다음이 부산바다~
그리고 가끔 만나는 서해바다 ~
서해바다는 올 초에 서산과 태안쪽에서 만났었다.
그 서해바다 이기는 하지만 이번에는 범위를 좁혀 고창바다를 만난다.
정확히 말해 동호리에 있는 동호바다~
옅게 갯내음이 나는 바다를 구경하였다.
그 그리운 바다내음을 음미하면서.....
가는 곳마다 바다내음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무언가가 있다.
바다는 우리의 마음을 탁 트이게 해 주기에 더 좋은 것이 없다.
금빛 햇살이 내려 앉은 바다를 구경하였다.
참 오랫만에 보는 햇살이다.
이곳은 벌써 오랫동안 비 한방울 내리지 않고 가물었다고 한다.
나는 그리웠던 그 햇볕이 여기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원망의 빛이었다.
그러면서 깨닫고 배운다
좁다고만 생각했던 우리나라가 이렇게 넓구나~
내가 생각했던 지루함과 필요없음이 다른 어떤이들에게는 절실한 기다림의
보물이구나 .......
올해 그토록 오랫동안 비가 오고 눅눅한 시간이 오래 갔어도
다행히 나는 그 비를 그 눅눅함을 원망하지 않았다.
아마도 여행을 하면서 이렇게 나와 다른 것을 기다리고 있는
다른 어떤이들을 만난 경험이 있어서였을 것이다.
나는 필요 없지만 다른 어떤 이들은 간절히 바라는 .....
더 열심히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가져 본다.
내가 헛되이 보내는 이 하루가 다른 어떤이에게는 얼마나 간절히
기다리고 누리는 오늘 이었던가를 알게 되므로 .......
멀리서 바라 보던 바다에 가까이 가 보았다.
바다가 여전히 짠가 맛도 보았다.
서해 바다는 여전히 짠 맛을 잘 유지하고 있다.
가까이 간 갯벌에는 많은 것들이 존재한다.
물이 빠져나간 그 짧은 순간을 열심으로 일구어 가는 어떤 생물들의 흔적도
들여다 보아 주었다.
............................
.....................
모두들 참 열심히 살아 가고 있다.
이번 여행에 함께 하고 싶어 했던 친구가 생각났다.
직장에 다니니 평일에는 엄두도 못 내는 내 친구
이 열심히 살아 가는 생물들을 보니 그 친구 생각도 나고
훌쩍 떠날 수 있는 내가 미안하기도 하다.
고창 동호리의 바다는 서해바다라는 느낌 보다는
멀리까지 보여서 오해려 동해바다 같은 느낌이었다.
다 준비가 되었다는 호출을 받고 돌아 왔더니
오랫동안 이 일을 하셧다는 주인공의 아버지께서 장어를 굽고 계셧다.
친구를 잘 만나서 생각지도 못한 호사를 누린다.
내가 장어를 먹으러 고창까지 간다고 가까운 지인들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좀 유별나다는 눈빛이다.
그 분들중에 하시는 말씀이 자연산 장어는 질기고 흙냄새가 많이 난다고 했다.
그에 비해 자연산 장어를 많이 접하신 희망님이나 강선생님은 평소에 늘 극찬을 했었다.
그 분들이 이야기를 할적에 나는 그냥 그런가 보다 햇는데 막상 내가 접하게 되다니.......
그 감격함이 먼저 밀려 온다.
늘 말로만 들었던 자연산 장어
이제 직접 접한 나의 입맛을 이야기 할 수 있게 되었다.
별 간이나 양념을 하지도 않았는데 아주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다.
느끼하다라는 느낌은 아예 없다.
또한 흙냄새도 안나고 아주 부드럽고 맛있었다.
결국 희망님이나 강선생님 말이 맞았다.
때로 서울에 갔다 온 사람말 보다
가 보지 않은 사람말이 더 신뢰가 갈 때가 있다.
서로 니 말이 맞네 안 맞네 할 필요가 없이
내가 느끼고 걸어 가야 알게 될 일이다.
오늘 여행에서 두번째로 깨닫는 것이다.
이제 강선생님이나 희망님과 장어 이야기가 나오면 한 수 끼여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내가 아는 바가 없으면 가만히 있을 수 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으니까
이 집에서 태어나 이 집에서 10년을 살았다는 개 지니는 주인이 참 아끼는 개이다.
족보가 있는 개는 아니지만 순하고 이쁨 받게 행동을 한다.
장어를 그렇게나 좋아한다고 하는데 장어 한절음을 주었더니
고개를 갸우뚱 하고 앉아 있었다.
주인이 먹어도 된다고 하니 얼른 와서 얻어 먹는다.
그런데 내장은 주니까 안 먹는다.
그런것은 안 먹고 자랐다는 이야기다.
할 수 없이 우리것을 나누어 주었다.
마무리로는 참게와 메기 참붕어가 들어간 매운탕을 먹었다.
아주 고소하고 맛있어서 남은 것을 싸 가지고 숙소로 돌아 왔다.
숙소는 그곳에서 차로 40분쯤 떨어져 있는 전남 장성에 있는 방장산 휴양림~
휴양림은 가격도 저렴하고 음식도 해 먹을 수 있는 장소라서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지금이 성수기라 좀 가격이 올라 있는 편인데도 12평 짜리가 10만원 정도라고 하니
세 가정이 사용하기에 넓은 편이었다
숙소에 여장을 풀고 다른이들은 마른안주를 하여 한잔씩을 더 하고
나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창 밖으로 구름속을 들락 거리는 달님이 얼굴을 보여준다.
달님 얼굴 오랫만이다.
이 멀리 고창 아니 장성에서 만나도 여전히 반갑고나~
밖에서는 왁자지껄 하하 호호 즐거운 이야기가 오고 간다.
다른 소리는 안 들리는데 일찍 자는 사람 흉 보는 소리는 다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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