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당신이 처음으로 세상구경을 나온 날이네요.
축하를 보내기에 앞서 먼저 미안하다는 말부터 전해야겠습니다.
길다면 긴 스무다섯해동안 어디한번 제 날짜 맞춰 축하드린 적 없네요.
그토록 날 믿고 따라준 당신이기에,
세상 아무 것도 아닌 내가 당신한테 한 그 숱한 약속,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지키지 못한 채,
이제는 슬그머니 없던 것으로 묻어 넘기는 내가 부끄럽습니다.
당신이 사랑하는 오직 한 사람, 남편이란 사람에게 당신 안계신 곳에서
양심을 걸고 그동안 지은 죄가 너무 많음을 솔직히 이야기하고
당신에게 하는 듯 진심으로 사죄를 드려야겠습니다.
당신에게는 얼굴 마주하곤 차마 쑥스러워 그래 하질 못합니다.
날 만나 미우나 고우나 표정 하나 없이 꿋꿋하게 참고,
이렇게 못난 사람 말없이 따라준 그런 당신이기에 감사드립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 그리 많아도 내 짐스레 여길까봐
그냥 웃고 넘긴 당신이기에 또 감사드립니다.
연애시절엔 자주 드나들던 그 번듯한 요리집앞을 지나칠 때도
괜히 그 집 분위기 탓하고 맛이 옛날같지 않을 것이라며
속으로 침을 삼킨 당신이기에 미안합니다.
쇼윈도에 진열된 멋진 드레스가 맘속으로는 무척 갖고 싶으면서도
슬그머니 그 이쁜 자기몸매 탓하며,
지금 걸쳐있는 싸구려 양장이 훨씬 더 어울린다며
내 눈길 딴데로 돌려버리는 당신이기에 또 미안합니다.
당신에게 기쁜 일이나 즐거운 일 있어도 혹여 내 신경써줄까
혼잣말로 흥얼거리며 내색하지 않던 당신이기에
내 자신이 참 부끄럽습니다.
당신은 늘 그럽니다.
내가 식구들에게 쏟는 정성이 한결같지 않을 때면
당신은 원망스러워 불만을 털어놓고 싶어도
아이들에게 미안해서 그냥 말없이 데리고 놀이동산 다녀옵니다.
슬픈 일이 생기거나 맘이 울적할 때면
하루에도 두번 세번 집안 청소한다고 야단법석을 떱니다.
처음엔 신명난 일이 생긴 줄로만 알고 이유를 몰라했지만
이제는 그 맘 다 알아요.
그동안 얼마나 속상해 했을까 생각하면
당신에게 어떻게 위로하고 뭣으로 보답해야할 지
당신보기에 무안하여 차마 엄두도 못냅니다.
그런 당신을 생각하면 너무나 고마워 눈물이 날 지경입니다.
그래요. 이제는 늘 당신 꼭꼭 챙겨드려요.
세상 단 한사람 당신만이 내 사람인걸요.
오늘은 돌아가서 당신 꼬옥 껴안아드리겠습니다.
비록 이 나이에 무디어진 가슴이지만………
첫댓글 사모님 생신 추카 드리고여~~~오늘 잘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