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무 원장이 자신의 진료실에서 골반 이상으로 인한 척추 손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용철 기자 |
나영무(49) 강서솔병원 원장은 2002년 월드컵 4강을 이룬 대한민국 대표팀의 주치의였고, 지금은 김연아 선수의 주치의를 맡고 있다. 국내 스포츠 재활 분야의 선구자인 나 원장은 이청용·박주영(축구), 하승진(농구), 신수지(리듬체조) 등 각 종목 스타들을 포함해 지금까지 선수 2000여 명의 부상 치료와 재활을 담당했다.
그가 최근 역설적이고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책을 냈다.
“마라톤 체질, 단거리 체질 따로 있다”
-어떤 게 내 몸을 망치는 운동입니까.
“사람마다 생김새가 다르듯 체질과 체력도 제 각각입니다. 기초체력은 근력, 근지구력, 심폐지구력, 순발력, 균형력, 민첩성 등을 모두 포함한 개념입니다. 똑같은 육상이라도 마라톤이 맞는 사람이 있고 단거리가 맞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를 모르고 자신의 체력과 체질에 맞지 않는 운동을 하는 건 내 몸을 망치는 지름길이죠.”
-잘못된 운동 습관 중 대표적인 게 뭐가 있을까요.
“가장 흔한 게 워밍업 없이 바로 운동을 하는 거죠. 워밍업과 스트레칭을 같은 개념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스트레칭하기 전에 맨손체조 같은, 말 그대로 몸을 따뜻하게 해 주는 워밍업을 해 줘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의자에 앉아 있다 갑자기 스트레칭을 하다 다친 사람이 많습니다.”
-운동으로 아픈 몸은 운동으로 풀어야 한다는 것도 잘못된 속설인가요.
“그렇습니다. 근육이나 힘줄, 인대 등은 부위에 따라 통증의 양태가 다릅니다. 힘줄에 염증이 생기면 뛰기 전에 아프다가 뛸 때는 안 아픕니다. 이걸 ‘뛰어야 낫는다’고 생각해 운동을 지속하면 병을 키우게 되는 거죠. 발목 인대가 절반 정도 찢어지면 붙는 데만 4~6주가 걸리는데 통증은 2주만 지나면 사라집니다. 통증이 없다고 운동을 지속하면 부상이 만성화·장기화됩니다.”
-다치지 않고 즐겁게 운동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체력의 원천이 근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체력의 바탕은 유연성입니다. 엿이 딱딱하면 부러지지만 부드러우면 휘기만 할 뿐이죠. 또 신체가 바른 자세를 유지하려면 가장 중요한 게 척추입니다. 따라서 운동을 할 때도 척추를 중심으로 허리·몸통 등 몸 가운데서 시작해 팔다리 쪽으로 옮겨가야 합니다. 또 무리한 동작에서 부상이 나옵니다. 다치지 않으려면 정확하고 올바른 자세에 항상 신경 써야 합니다.”
-운동 부족만큼 운동 중독도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마라톤이나 철인3종 경기를 하면 극도로 힘든 순간에 베타 엔도르핀이 나와 쾌감을 느낍니다. 그러면서 통증을 잊게 되는데 그렇다고 통증이 없어지는 건 아니죠. 결국 족저근막염·아킬레스건염·무릎 통증 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과도한 운동으로 지치고 피곤하면 몸이 산성으로 바뀌고 노화도 빨라집니다.”
“이청용, 근육량 적은 게 아쉬워”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나 원장은 2004년 강서솔병원을 개원했다. 매일 새벽 6시30분부터 환자 회진을 하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잠에서 막 깼을 때 환자의 상태를 가장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나 원장의 설명이다. 1995년부터 축구 대표팀과 인연을 맺어 현재 대한축구협회 의무분과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지난달 상대 선수의 악의적인 태클로 오른쪽 다리 복합골절을 당한 이청용(23·볼턴)에 대해서도 정확한 진단을 내렸다. “원래 잘 다치지 않는 체질입니다. 몸이 가볍고 날쌔며 순발력도 뛰어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근육량이 너무 적다는 게 아쉽습니다. 근육은 힘을 내는 원천인 동시에 뼈를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거든요.”
나 원장은 볼턴 구단이 이청용의 치료 기간을 9개월로 발표한 데 대해 스포츠 재활 선진국다운 결정이라고 했다. 합병증이 없다면 골절된 뼈가 붙는 데는 두 달이면 충분하다. 한국이라면 한두 달 재활훈련을 한 뒤 경기에 투입했겠지만 볼턴은 몸이 충분히 회복할 수 있도록 복귀 시점을 넉넉히 잡은 것이다. 나 원장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빨리빨리’ 현상이 스포츠계에도 퍼져 있어요. 이게 유망 선수들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원인입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유럽은 청소년 축구대표가 성인 대표로 뽑히는 비율이 80%에 이르지만 우리는 50%가 채 되지 않는다. 부상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아 경기력이 계속 떨어지기 때문이다.
나 원장이 요즘 즐기는 스포츠는 골프다. 한국골프대학 겸임교수도 맡고 있다. 부상 방지와 즐거운 라운드를 위해 나 교수가 제안하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하체, 특히 왼쪽 무릎 주위 허벅지 안쪽 근육을 단련하라는 것이다. 오른손잡이의 경우 다운스윙 때 강하게 내려오는 힘을 받쳐주는 게 왼쪽 무릎인데 이때 허벅지 안쪽 근육이 제대로 버텨주지 못하면 연골판 파열 등 부상을 당할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다. 둘째는 ‘운동 후 금주’다. 라운드 뒤 맥주 두 잔 이상을 마시면 피로물질인 젖산이 쌓여 아예 운동을 안 한 것만 못하다는 게 나 원장의 단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