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도 괴롭고 사랑도 괴롭다
문희봉
미움도 괴로운 것이고, 사랑도 괴로운 것이라는 말은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사람이라야만 이해할 수 있는 말이다. 확실히 미움은 괴로운 것이지만 사랑도 그럴까?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사랑은 쌍방의 균형적인 사랑만이 가치가 있는 것이다. 일방적인 사랑이라면 받는 쪽에선 괴로움이 크지 않겠는가.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존경과 그리움이 생기고, 미워하는 사람에게는 증오와 원망이 생긴다. 그러니 사랑과 미움을 다 내려놓고 무쏘의 뿔처럼 여유를 갖고 살아가는 삶이 현명한 삶이 아니겠는가.
너무 좋아할 것도 너무 싫어할 것도 없다. 너무 좋아해도 괴롭고, 너무 미워해도 괴롭다. 사실 우리가 알고 있고, 겪고 있는 모든 괴로움은 좋아하고 싫어하는 이 두 가지 분별에서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늙는 괴로움도 젊음이 빨리 지나가는 것을 걱정하는 데서 오고, 병의 괴로움도 건강을 소망하는 데서 온다. 죽음 또한 삶을 좋아함, 즉 살고자 하는 집착에서 오고, 사랑의 아픔도 사람을 좋아하는 데서 오고, 가난의 괴로움도 부유함을 좋아하는 데서 온다. 이렇듯 모든 괴로움은 좋고 싫은 두 가지 분별로 인해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조심스러운 결론을 내려본다.
좋고 싫은 것만 없다면 괴로울 것도 없고 마음은 고요한 평화에 이를 수 있으리라. 그렇다고 사랑하지도 말고, 미워하지도 말고, 그냥 돌처럼 무감각하게 살라는 말은 아니다.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사랑은 하되 집착이 없어야 하고, 미워하더라도 거기에 오래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인연 따라 마음을 일으키고, 인연 따라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집착만은 놓아야 한다. 집착하다 보면 고질병으로 발전한다. 아주 몹쓸 병으로 발전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걱정의 96%가 이루어질 수 없는 쓸데없는 것이라는 통계가 있다. 그러나 인간이기에 걱정을 아니 할 수 없다. 걱정에 너무 집착하다 보면 건강까지 해친다. 모든 걱정은 세월이 흐름으로써 해결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두뇌 용량은 한정되어 있기에 시간이 지나다 보면 옛것은 지워버리고 새로운 것을 넣어야 한다.
두 친구가 별것도 아닌 것으로 모임에서 갈등을 겪고 있다. 지금까지 수십 년을 같이 해온 우정이 아주 사소한 것으로 하여 서먹서먹한 사이가 돼 버렸다. ‘내가 미안했다.’ 이 한 마디면 될 것을 서로가 자존심을 앞세워 현상 유지를 하고 있으니 안 됐다는 생각이 든다. 상대를 미워함은 나를 미워함이요, 상대를 사랑함은 나를 사랑함이라는 생각을 못 하고 있으니 답답하고 안타깝다.
오늘 지인으로부터 카톡을 받았다. 5에서 3을 빼면 2가 된다. 오(5)해를 타인의 입장에서 세(3) 번만 더 생각하면 이(2)해가 된다는 뜻이란다. 2 더하기 2는 4다. 이(2)해하고, 또 이(2)해하면 사(4)랑이란 답이 나온다고 한다.
사랑은 무엇으로 완성되는가? 젊은 시절에는 ‘희생, 책임’ 같은 것이 사랑을 완성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나이를 좀 먹고 나니 그것보다는 ‘용서’라는 것이 사랑을 완성하는 것이라 생각이 바뀌었다. 크건 작건 누군가에게 배신당하고, 배척당하고, 금전적으로 손해를 보고, 말 한마디로 만신창이가 된 사람들이 있다. 그들도 결국은 그걸 죽어서까지 싸 가지고 갈 수는 없다. 죽기 전에 용서해야 한다. 머리로만 용서하는 것이 아니고, 가슴으로 용서해야 진정한 용서가 된다.
결국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는 ‘사랑’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 나를 비롯한 우리는 열반涅槃에 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