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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재 기자
오늘 걸음은 편하게 걷는 주남저수지를 향해 간다. 부산 근교에 있어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곳이다. 한 시간여를 달려 도착했다. 아침 들판을 질러온 바람이 얼굴에 와 부딪히니 차기만 하다. 옷깃을 여민다.
철새들이 날아다니는 모습이 겨울나기를 위해 멀리까지 날아와서 즐기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주남저수지는 몇 번의 둘레길을 걸으러 왔었고, 카메라를 들고 기회가 될 때마다 탐방차 왔던 기억이 있어서,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이 익숙하여 그렇게 낯설지 않다.
주남생태 탐방로 안내판
‘주남저수지는 오랜 옛날부터 경남 창원시 의창구 동읍과 대산면 농경지에 필요한 농업용수를 공급해주던 자연 늪이며, 농업용수 및 홍수조절 목적으로 산남(96만m²), 주남(용산) (403만m²), 홍수조절 목적으로 동판(399만m²) 3개의 저수지로 조성된 배후습지성 호수이다.
19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하는 거대 저수지일 뿐이었으며 ‘주남저수지’라는 명칭 또한 쓰지 않고 마을 이름을 따서 산남늪, 용산늪, 가월늪이라 불렀다. 주남저수지는 인근 주민에게 계절마다 민물새우, 민물조개, 민물고기와 같은 먹을거리와 갈대, 억새와 같은 땔감을 제공했다.
주남저수지가 철새도래지로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가창오리, 청둥오리 등 수만 마리가 도래하여 월동하면서이다. 현재는 람사르협약의 등록 습지 기준에 상회하는 동양 최대의 철새도래지로서 주목받고 있으며. 특히 두루미류의 중간 기착지 및 재두루미의 월동지로서 주목받고 있다.’<창원시청 주남저수지 개요에서 발췌>
람사르문화관 지붕이 새의 날개처럼 형상화하여 만들어져 있다. 눈에 확 띈다. 주산지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둑길 가에 나무로 둑길과 저수지를 갈라놓은 것이 끝없이 이어져 있다. 잎 떨어진 나무와 억새가 핀 사이로 저수지 물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점을 찍어 놓은 것처럼 저수지 수면 위에는 여러 종류의 철새들이 물 위에 아스라이 보인다. 같은 종류의 새들끼리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이 더욱 눈길을 끈다. 하늘 위로 날아가는 한 무더기 기러기 떼의 비상에 눈을 돌린다. 어디로 무엇을 찾아가는 것일까? 연꽃밭에 앉아 있는 새들에게 다시 눈을 돌려 자세히 그 움직임을 관찰하며 셔터를 누른다.
람사를문화관의 지붕이 새의 날개를 닮았다
어느 한 곳에 집중하기가 힘이 든다. 어디에서 날아오는지 여기저기에서 나르고 앉고를 한다. 거기에 평화로운 곳에 따뜻한 햇볕이 내려앉고 있다.
람사르문화관 뒤쪽에 있는 연꽃밭에는 고니를 비롯하여 기러기, 가창오리 등 많은 종류의 철새들이 물속에 먹이를 찾아 부리를 쪼아댄다. 고니는 모여 있는 모습도 세 마리 아니면 네 마리로 가족끼리 무리를 지은 것 같다. 같이 모이를 쪼고 행동을 같이하다 날아가는 것도 우두머리 한 마리의 신호에 따라 날아가고 앉는 것 같다. 연꽃밭에 앉아 있는 수면이 꼭 유리거울이 깔려 있어 새의 모습이 반영되어 데칼코마니를 이룬다.
다시 둑길에 올라가서 주남저수지 너른 주남저수지 수면을 바라본다. 둑길을 따라 걷는 사람들도 여기저기 보인다. 벌써 먼저 온 카메라맨들은 망원렌즈를 삼각대에 걸어서 새들을 움직일 때마다 찍고 있다.
들판에 먹이를 찾아 모여 있는 철새들
관찰을 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경계 사이로 새들을 관찰해본다. 멀리 보이는 새들의 그냥 정지된 화면 같았다. 중간중간에 망원경을 설치해 두고 새들은 관찰할 수 있게 해 놓았다. 눈을 갖다 대니 확 내 앞으로 다가오는 새들의 움직이는 모습이 다가온다. 멀리서 보면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같지만, 무엇인가 움직이면서 모이를 찾고 있었다.
사람이나 새들도 마찬가지로 무엇인가 해야만 자기 몫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똑같은가 보다. 살아 움직이는 것은 그만큼의 자기 노력 없이 얻어지는 것은 없다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잘 다듬어진 둑길을 따라가면서 벌판으로 날아가는 새들을 본다. 저수지 물 위에서 들판으로 들판에서 저수지 위로 오고 가면서 겨울을 지내고 있다.
억새 잎이 떨어지고 남은 잎들이 햇살에 되비치는 색깔이 윤이 난다. 그 사이로 앙상한 가지 사이로 보이는 배경 같은 저수지 수면이 펼쳐져 있다. 나뭇가지에는 까치집도 보이고, 한 곳에는 말벌집도 텅 빈 채로 보인다. 여름에는 말벌 때문에 근처 오기도 힘들었을 것 같다.
연꽃밭에 먹이를 찾고 있는 고니떼
연꽃밭 건너 들판에는 모이가 있는지 새들이 군락을 이루고 모이를 쪼고 있다. 흰색의 고니와 가창오리의 대조가 어울려 있다. 건너편에는 공장들이 있어도 새들도 잘 적응이 된 것 같다.
주남저수지 작은 섬 근처에는 여러 가지 새들이 몰려 있었다. 멀리 보다가 다시 연꽃밭으로 내려와서 가까이에서 철새들을 볼 수가 있다. 새들의 움직이는 모습을 바라본다. 한참을 바라보니 거기에 나도 집중된다.
주남저수지 둑길이 단장되어 있다
다시 둑길을 걸으면서 저수지 모습에 눈길을 돌린다. 겨울나무는 앙상한 가지를 가진 채 물속에 반영된 그림들이 한 폭의 동양화처럼 펼쳐져 있다. 거기에 흰색의 새들이 덧대어지니 더더욱 화룡점정을 더한 듯 아름다운 그림으로 머리에 남는다.
주남저수지 위에 철새들의 모습
주남저수지에 오는 새의 종류는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한 종류가 있단다. 주로 가창오리를 비롯한 오리 종류와 고방오리를 비롯한 오리 종류, 고니, 노랑부리저어새, 쇠기러기를 대표하는 기러기 종류 등 이름을 다 나열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은 새가 겨울에 오고, 봄, 여름, 가을에 또 다른 새들이 깃든다고 한다. 개체는 여름에는 적어 2,000여 마리, 겨울에는 20,000여 마리나 된다고 하니 주남저수지는 철새들이 겨울나기 좋은 곳인 것 같다.
주남저수지 수문을 지나 물길을 따라가면 주남돌다리가 나온다. ‘주남새다리’라고도 불리는데 다리는 간격을 두어 양쪽에 돌을 쌓아 올린 뒤 그 위로 여러 장의 평평한 돌을 걸쳐놓은 모습이다. 800여 년 전 강 양쪽의 주민들이 정병산 봉우리에서 길이 4m가 넘는 돌을 옮겨와 다리를 놓았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1969년 집중호우로 대부분이 붕괴하여 강 중간에 교면석(橋面石) 1매와 이를 지탱하는 양쪽의 교각석(橋脚石)만이 온전하게 남아 있던 것을 1996년 창원시에서 역사교육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복원하였다.’
주남새다리
한 바퀴 돌았더니 배가 출출하다. 식당에서 어탕국수에 막걸리 한 잔을 곁들여 두둑하게 배를 채우고 이제 동판저수지로 향한다. 가는 길에 250년 된 팽나무도 만난다. 푸른 잎이 있을 때 보았다가 앙상한 가지만 있는 것을 보니 나무 역시 무상함이 느껴진다. 눈인사를 나눈다.
동판저수지에는 나무줄기가 수면에 반영된 그림이 눈에 많이 띈다. 오리들의 모습과 그림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 준다. 걷는 둑길에는 여름에는 무점 코스모스 길이 조성되어 있어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동판저수지에도 주남저수지와 같이 새들의 천국인 것 같다. 새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려오고, 날고, 장난치면서 푸드덕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동판저수지에 반영된 나뭇가지
왼편 들판에는 무리 지은 새들의 모이를 쪼고 있어 평화로운 전원을 느껴본다. 가끔 지나가는 자전거 타는 사람들의 소리도 새들에게 괜찮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면서 동판저수지를 한 바퀴 돌아 나온다.
주남의 겨울은 철새로부터 시작한다. 많은 종류의 겨울 철새가 동시에 날아올라 만들어낸 군무는 주남저수지의 겨울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낸다. 이곳을 찾는 많은 탐방객은 주남저수지에서만 볼 수 있는 철새들의 향연을 보며 자연의 감동과 신비로움을 통해 습지의 중요성과 자연환경의 귀중함을 일깨우게 한다.
주남저수지와 동판저수지를 뒤돌아 오면서 창원 죽동마을 메타세콰이어길에서 푸르던 여름의 잎을 다 떨군 채 서 있는 나무들을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기면서 오늘을 마무리한다.
<글, 사진 = 박홍재 객원기자, taeyaa-park@injurytime.kr>
박홍재 시인
◇박홍재 시인은
▷경북 포항 기계 출생
▷2008년 나래시조 등단
▷나래시조시인협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원
▷오늘의시조시인회의회원
▷세계시조포럼 사무차장(현)
▷부산시조시인협회 부회장(현)
▷시조집 《말랑한 고집》, 《바람의 여백》
▷부산시조작품상 수상
Tag
#주남저수지#철새들의 낙원#람사원문화관#주남새다리#동판저수지#메타세콰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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