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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부부 경력(?)은 6·25 전쟁의 나이와 같다. 그들은 6·25 전쟁이 나던 해 10월에 할아버지 24세, 할머니 17세 나이로 결혼해 올해로 결혼 56주년이 된다. 그들은 바로 이성록(80·안성 화곡리 대화마을) 할아버지와 김금자(73) 할머니다. 신혼 첫 날밤 생각하면 그냥 우스워
신혼 첫날을 좋은 기억으로 이야기하는 할아버지와 달리 "난리통에 시집와서 정신없었더래요. 좋은 줄도 모르고. 오죽하면 신혼 첫날 남편 얼굴을 처음 봤으니 말 다했지 뭐. 호호호호"라는 할머니의 강원도 억양이 구수하고 정겹다. 같은 날 결혼했는데 두 사람의 느낌은 하늘과 땅 차이. 신혼 첫날밤 이야기를 묻자 두 사람은 서로 얼굴만 쳐다보고 웃기만 한다. 멋쩍은 것은 오히려 물은 사람이다. 결혼한 지 50년이 지나도 그때를 생각하면 웃기나 보다. 본전(?)도 찾지 못한 질문은 그렇게 게 눈 감추듯 시간 속으로 사라진다. "내가 이래 봬도 목수였어. 일류 목수. 그 당시 '이 목수' 하면 모르는 사람 없었으니까. 그래서 홍천, 원주, 서울 등 여기저기 불려다녔지"하며 할아버지는 누운 채 엄지손가락으로 '최고'라는 표시를 한다. 할아버지는 중풍으로 누운 지 10년째다. 눕기 전엔 행동이 재빠르고 민첩해 남부러울 게 없었지만 지금은 할머니 도움 없이는 대소변조차 보기 어렵다. 한창 잘 나갈 땐 집을 100채 이상 짓기도 했다며 옛날을 추억하는 할아버지의 눈가가 촉촉하다. '왕년'이 없는 사람이야 없겠지만 10년째 누워 있는 할아버지에게는 지나간 세월이 더 특별하다. 보물 제1호 '자손들 사진'
드디어 할머니가 자손을 자랑하는 시간이다. 그들의 자녀는 7남매. 자손을 다 합치면 43명. 명절이면 집안은 늘 비좁다. 1년 중 제일 좋은 날이다. 벽에 걸려 있는 자손들 사진을 일일이 짚어가며 "여기는 큰아들 내외, 작은아들 손자, 큰딸 내외……"하며 할머니의 설명은 끝이 없다. 그렇게 이야기해도 기자는 전혀 기억도 못 하고 알지도 못하련만 할머니는 그저 신난다. 엔도르핀이 팍팍 돌고 계신다는 게 느껴진다. "자식들보다 손자들이 더 보고 싶다니까요. 손자들이 눈에 자꾸 밟히네요." 그래서 할머니는 자손들 사진을 볼 때가 행복하다. 행여나 손자들과 함께 자녀가 올라치면 그날은 내내 즐겁다. 하루 내내 사람 구경하기 어려운 할아버지는 두말할 것도 없다. 효도하는 게 뭔지 선명하게 드러나는 순간이렷다. 할머니는 기자, 할아버지는 편집장
"아, 그려. 그 집에 아들이 장가를 갔어? 나이 들도록 장가도 안 가서 최 영감 속 썩었을 건디. 잘 됐구먼." 두 사람의 대화다. 할머니는 마을회관이나 이웃집에 가서 마을 소식을 부지런히 물어오는 기자고, 할아버지는 그 소식을 들으면서 이런 말 저런 말로 평가하고 칭찬하는 편집장인 셈이다.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옆에 있어 세상과 단절되지 않는다. "다시 태어나도 집사람이랑 살고 싶소. 집사람이 그저 좋은 걸 어떡하나. 허허허허허" 하는 할아버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 그렇다면서 어디 갔다가 조금만 늦게 와도 화를 내고" 하며 할머니의 입이 삐죽거린다. 그 모습이 결혼 막 한 신혼부부가 사랑싸움하는 듯하여 보기 좋기만 하다.
10년 전 할아버지가 중풍으로 누우실 때, 할아버지가 일어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할머니가 손수 만든 흰 줄. 할아버지의 손때가 군데군데 묻어 있는 줄의 한 올 한 올 묶인 매듭처럼 두 사람의 숙명은 그렇게 하나 둘 정으로 묶여왔으리라. 그래서 부부라는 이름은 아름답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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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배문한 신부님의 책 제목이 '꿈보다 현실이 아름답다' 입네다.... ㅎㅎㅎ 꿈도 좋고 희망도 좋고 다 좋지만 ....... 사랑을 살아가는 것이 참으로 아름답다는 이 '순수' 아지메의 생각이지요~~ ㅋㅋㅋ 헤즐렛 커피가 읎으면 좀 어떻슴까? 백화점에 가서 모자 사서 몬쓰면 쫌 워떴슴까요??? ㅎㅎㅎ ....
황지우 님의 시 '늙어가는 아내에게' 시에서 처럼.... 사랑하는 사람들은, 너, 나 사랑해? 묻질 않어 그냥, 그래, 그냥 살어 그냥 서로를 사는 게야..... ㅎㅎㅎ 말하지 않고, 확인하려 하지 않고__
뭐 모습만 다르다 뿐이지 저는 황정순씨 글에서 느껴지는 삶이나 저위에 기자가 쓴 글에서 느껴지는 삶은 일맥상통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요즈음 같은 각박한 시대에 위의 것들이 사랑한다면 당연시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이 편하고자 등돌리는 사람 많아 이런것들이 희망이고 꿈이라는 현실이 안타깝지요!
그렇지요! 헤즐럿이 숭늉으로 모자가 수건으로 ............그렇게 우리네 삶에 적용하여 자신들이 알아서 느껴지면 그게 구태여 희망, 꿈, 삶 이렇게 구분되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이 듭니다. 구분할 필요없이 희망 꿈 그것이 곧 우리네 삶이자 현실이라는 생각을 함께 하게 됩니다. 하하하 좋은 오후 되십시오!!!!!
참 요상타. 사진으로 찍어보여주면 이 말 저 말 하고 이웃집 아지매요 아자씨들 이야기는 왜 귀담아 듣지도 않고 눈뜨고 보지도 않능겨. 난 일찍이 어머니 이모 고모 외숙모들 삶을 들여다보고 거창한 꿈같은 것은 꾸지도 않았지 날마다 게으름만 물리치자고 덤볐지. 오늘도 그랗게 내일도 그럴려고 하지. 뭐 별 것 있나
ㅍㅎㅎㅎ 걍 ~ 사는 것이 인생.... 뭐 별 것 있나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사는 수밖에__ ^^ 인생의 뭔 정답이 있을 수 있것슴까? 저마다의 삶을 들여다보면 모덜 소설(?) 감인디~~~ ㅎㅎㅎ 그 모양새가 어떻건 박수를 보내고 싶은 심정임다욧!! 엄니, 이모. 고모, 외숙모 인생을 보고..
삶이란 그런 것이거늘 일찍이 간파하신 함께 님~~~ 압권!!! ㅎㅎㅎ 업그레이드 된 인생? 갑자기 어디서 떨어질리도 만무하고 .....아서라 마서라 임다~~ 자족하는 삶이 가장 행복한 삶이지요. 저 역시 걍 생긴대로... 욜심히 !!
근데 ...... 끝으로 한 말씸 더!! 울 엄니 친구분들이 모여서 그러시던데..... “야야... 과부는 아무나 되남? 넌 좋것다~ 울 영감태긴 듁지도 않고~~~”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