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넋이 나간 표정들이었다. 마도란은 상대의 기술에
당하면서까지 역공을 가했다. 주작귀락검에 당하는 동시에
T-blade를 던졌던 것이다.
로레타는 이미 공중에 떠 있는 상태였기에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는 T-blade를 막을 여력이 없어 보였다. 그래서 모두들
그녀가 검에 그대로 맞아 죽는 줄 알았다.
"주작승천비(朱雀昇天飛)!!!!"
로레타는 외침과 더불어 검을 수직으로 크게 휘둘렀다. 떠
있는 상태에서 검을 아래로 휘두르자 거대검인 그녀의 클레이
모아의 무게로 인해 자연스레 몸이 반 바퀴 돌았다. 그래서
하체가 앞쪽을 향하는 형국이 되었다. 그와 동시에 T-blade 가
그녀를 덮쳤다.
"우와."
"저 저럴수가!!!"
"써커스도 아니고."
사람들의 탄성 섞인 외침이 들려왔다.
로레타는 날아오는 검의 속도와 힘을 정확하게 계산했는지
한바퀴 도는 탄력으로 T-blade 검신의 윗등을 차고는 위로
도약했다. 그 덕에 T-blade 는 땅에 처박혔으며 땅에 1미터
가량 박혀버렸다. 로레타는 뒤로 한바퀴 돌면서 착지했다. 하지만
그녀도 충격을 입었는지 한쪽 다리만을 이용해 서 있었다. 검을
밟은 다리는 아마 부러진 듯 보였다.
"괴물같은 녀석. 마.. 마도란씨"
카인은 마도란이 걱정이 되어 죽을 지경이었다. 상대방은
쓰러지지 않고 서있는데 마도란은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가오그는 더 이상 작동불능상태가 되었는지 자신의 상체를
뒤로 젖혀 탑승자를 뱉어내었다. 사람들은 마도란의 처참한 모습을
보기 싫어 차마 가오그를 바라볼 수 없었다.
하지만 카인은 그를 보고 말았다.
"마도란씨!!"
카인의 외침소리에 마도란이 가오사이보그 밖으로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는 왼팔을 오른팔로 감싸고 있었는데 왼팔 팔꿈치
부분부터 거의 짓이겨져 있었다.
마도란은 오른팔로 검을 던지면서 자신의 왼팔로 주작귀락검을
막아낸 것이었다. 가오그의 장갑, 그리고 그의 호신강기(護身剛氣)가
펼쳐진 덕분에 왼팔을 잃는 것으로 목숨 값을 대신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천천히 걸어나온 마도란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가오그 조종이
미숙한 게 이유가 되겠지만 어쨌든 진 것은 진 거였다. 그 미소의
의미를 카인이 모를리 없었다.
"마도란씨.."
로레타는 한쪽 팔만을 잃은채 자신의 한쪽 다리를 이 꼴로 만든
마도란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다리가 불편해서인지 절뚝거리는
폼이 영락없이 부러진 듯 보였다.
외형상으로만 본다면 무승부일 것이다. 팔 하나에 다리 하나 하지만
마도란은 더 이상 쓸 무기도 없었고 가오그도 없었다. 마도란의 패배나
다름없었다.
로레타가 마도란 앞에 서자 사람들은 모두들 공포에 질린 표정
들이었다. 로레타가 클레이모어를 치켜들었다.
'슈. 걱!!!'
그녀의 검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때였다. '챙!!' 하는
소리와 함께 무한 정적이 깨지고야 말았다.
"멈춰!!! 무기가 없는 적에게 검을 들이대는 것은 진정 검을
아는 자의 행동이 아니다!!"
카인이었다. 카인이 자신의 광목검으로 로레타의 검을 막고
있었다. 로레타는 쉐도우와 접속한 상태의 자신의 검을 보통
인간이 막아내고 있다는 것에 놀라고 있었다.
카인은 혼신의 힘을 다해 로레타의 검을 막아내고 있었는데
그녀가 검을 거두자 휘청거렸다. 카인 역시 검을 거두고는 계속
해서 말했다.
"이번 승부에선 승자가 없습니다. 당신이나 이분이나 똑같이
부상을 입었고 서로의 실력에 대해 감탄하고 있습니다. 이분은
단지 무기를 잃었을 뿐 싸울 의지는 거두지 않았습니다. 그런
상대를. 무기를 가지지 않은 상대를 죽인다는 것은 아무리 헤켈족
이라지만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 "우하하하핫. 호탕한 놈이로구나!!! 바로 네 녀석이로군
쟈칼을 혼내줬던 녀석이.."
카인의 말에 마타 륭이 의자에서 일어서면서 크게 웃었다.
그러자 로레타는 뒤로 약간 물러서서는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마타 륭은 카인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카인을
잠시동안 바라보던 마타 륭이 외쳤다.
"좋다!!! 두 번째 시합은 승자가 없는 것으로 하겠다. 하지만
이것은 너희의 승리도 아니니 3번째 경기를 치러야 한다. 저자의
싸울 의지를 이어받을 자가 누구인가?"
- "바로 접니다."
카인이 마타 륭을 천천히 응시하며 말했다. 카인의 말에 마도란이
그를 말렸다.
"안돼 참아.. 카인!! 내게 가오그와 검을 주게 내가 또 싸우겠어.."
- "마도란씨.. 무슨 바보같은 소리에요? 그런 부상을 입고 싸운다구요?
아뇨 내가 싸우겠어요.. 그리고 반드시 이기겠어요"
"자넨 이미 오래전에 무공이 폐지되었어 그런 몸으로 그녀를
이긴다는 것은 불가능하네."
- "마도란씨. 성공의 반대말이 뭔지 아세요?"
"잉?"
카인은 얼굴에 알 수 없는 미소를 띄우며 마도란을 바라보았다.
그의 표정은 한없이 평안해 보였다. 저 표정. 그는 아무런 공포도
두려움도 승부욕도 느끼지 않고 있었다.
"성공의 반대말은 '포기'에요 전 절대 실패하지 않아요
절대 포기하지 않으니까"
카인은 그렇게 말하면서 마타 륭에게 검을 겨누었다.
그리곤 외쳤다.
"3번째 선수는 접니다. 당신 선수는 2회전에서 부상을 입었으니
치료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정정당당한 승부를 원하니까요.."
- "우하하핫 정말 마음에 드는 녀석이로군.. 좋다 그녀의 상처를
치료하는 대신 저자의 목숨은 살려주기로 하지 드라시안!!"
마타 륭은 드라시안에게 뭔가를 속삭였다. 그러자 드라시안은
로레타에게 다가가 그녀의 다리에 손을 얹고는 뭐라뭐라 중얼거렸다.
그러자 그녀의 다리가 말끔히 낫는게 아닌가. 이게 무슨 귀신이
곡할 노릇인가..
드라시안은 3대 현자 중 가장 뛰어난 인물. 비록 그가 오펜션
조력단장을 맡고 있지만 공격력뿐만 아니라 방어력 심지어 치료
능력면에서도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레스토레이션(Restoration:회복)
조력단을 이끄는 라크마니안 못지 않은 놀라운 치료솜씨였다.
조력단들의 능력은 포스 오너의 매너 포스와는 달라서 신이 부여해준
권능을 사용하는 것이다. 굳이 설명하자면 이런 권능은 주술적인
의미가 강해서 상대에게 무한한 저주를 퍼붓는다면, 그리고 신이
그의 의지에 부응해준다면 그 권능으로 그 자리에서도 죽일 수
있는 것이다.
만약 포스 오너라면 자신의 능력으로 상대를 직접 공격하든지 해서
죽여야 할 것이다. 이것이 그 둘의 차이다. 따라서 바쿠듀므 란케의
권능을 이어받은 3대 현자는 사실상 엄청난 존재들인 것이다. 전시에는
전사의 중요성 때문에 드라시안이 마타 륭에게 다소 무시당하고 있지만
말이다.
상대가 치료하는 모습을 본 라케프는 마도란을 향해 걸어갔다.
상대처럼 중얼거림만으로 상처를 고칠 수는 없지만 자신은 보조계열의
그랜드 포스 오너가 아닌가......
마도란에게 다가선 라케프는 마도란의 멀쩡한 오른손을 양손으로
붙잡고는 힘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의 양손에서는 눈부신
빛이 뿜어져 나왔다. 엄청난 매너 포스였다. 얀과 아크바레이는 그
모습에 감탄사를 내뱉었고 사람들도 진귀한 구경을 하는 것마냥
심각하게 바라보았다.
라케프의 양손에 모여있던 거대한 빛의 매너 포스는 마도란의
오른손을 한참 감싸더니 이내 그의 어깨를 타고 왼팔로 내려갔다.
빛이 그의 왼팔에 머뭄과 동시에 팔에서 흐르는 피가 멈추었다.
그리곤 이내 가루가 되어 있던 뼛조각이 원래 상태로 붙기 시작했으며
뼈가 원상복귀 되자 근육과 새 살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거의 5분여
만에 짓이겨져 형채도 알아보기 힘들었던 마도란의 왼팔이 멀쩡하게
회복되어 있었다.
"라케프씨는 의술에도 정통한 것 같구나.. 아크바레이.."
- "선생님.. 그건 왜죠?"
"아무리 그랜드 포스 오너라 해도 인체구조를 확실히 모르고 또
의술에 대해 전혀 모른다면 저런 기술을 사용할 수 없단다. 라케프씨의
의지대로 뼈가 움직여 제자리를 찾아가고 새살이 돋아나는 것을 돕는
것은 위대한 의사라 해도 쉬운 작업이 아니었을게다. 정말 저 노인은
사람을 여러 번 놀라게 하는구나"
얀의 감탄 섞인 찬사에 아크바레이는 존경의 눈길을 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라케프는 엄청난 힘을 소비했는지 그 특유의 입담을 내뱉지
않고 조용히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드라시안은 결코 자신 못지 않은 치료실력을 보인 라케프를 한참
째려보다가 외쳤다.
"세번째 선수는 앞으로 나오도록!!!"
드라시안의 외침에 카인과 로레타가 마주보고 섰다. 그러자
주위에서 야유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반칙이다. 괴물하고 인간하고 대결이라니"
"가오그에 타고 싸워라!!"
"너무 불리하다!!"
마도란도 카인이 너무 걱정된 나머지 아직 정상이 아닌 몸으로 소리쳤다.
"카인!! 어떻게 하려고 그러나? 그녀는 가오그도 베어내는
실력이야! 맨몸으로 부딪혀 이길 승산이 없네!!"
- "마도란씨 기억나나요? 재단에서 하는 연구 그 연구의 실험
대상을 자청했던 것을. 그때 마도란씨가 절 말리셨었죠. 정말 고마웠어요"
"카인."
카인은 동생 수아가 죽고 나서 무책임한 결정을 한 자신을 걱정해준
유일한 존재 친구이자 스승인.. 그리고 아버지 같은 존재인 마도란을
보며 너무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마도란의 말을 들었더라면
자신은 이런 괴물이 되지 않았을 텐데..
"connect!!!"
카인이 접속 시동어를 외치자 그의 쉐도우가 그의 몸을 감싸며
등장했다. 카인의 모습을 보고 가장 놀란 사람은 마도란이었다.
"어.. 어떻게. 그녀와 비슷한 모습을서.. 설마.. 실험이라는게???"
- "전 후회하지 않아요 비록 몸 속에 이상한 유전자가 섞여있지만
그걸로 인해 사람들을 구할 수 있다면 괴물이 되든 헤켈이 되든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요.."
"카.. 카인"
- "반드시 이겨서 마도란씨의 우정을 지키겠어!"
카인은 자신의 광목검을 꺼내어 들었다. 로레타의 쉐도우가 2m
40cm 정도였고 카인의 쉐도우는 2m 30cm 정도였다. 둘 다 붉은
색이었기에 마치 형제를 아니, 오누이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 로레타의
쉐도우에 만약 가슴부위가 볼록하지 않았더라면 둘은 너무도 닮아
쌍둥이란 소리까지 들었을 것이다.
그만큼 카인의 쉐도우 역시 유선형에 부드러운 느낌을 주고 있었으며
금속 사이보그를 연상케 하는 그의 겉모습은 금속이 아니란 것을 나타내듯
살갗처럼 자연스레 움직이고 있었다.
카인이 쉐도우를 불러내자 마타 륭과 드라시안은 자신들의 예상이
맞았음을 알았다. 상대는 전이 헤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쉐도우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흉켈리스님께서 티탄시를 공격하라고 지시 했을땐 이해할 수
없었는데. 그분이 말한 것이 사실이었군 인간들이 우리 유전자를
이용해 괴물을 만들고 있었다는 사실이..'
마타 륭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헤켈어로 로레타에게 말했다.
"상대는 우리 동족이 아니다. 확실히 없애버려!"
- "알겠습니다. 켄!"
로레타는 부상이 낳긴 했지만 아직은 부자연스러운 다리를 몇
번 움직여보았다. 그러더니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클레이모어를
앞으로 내밀었다.
"각오해라!"
로레타와 카인이 마주하고 서자 드라시안이 세 번째 시합개시를 알렸다.
"시작!!!"
발카로스시. 방공호를 가지고 있는 고층빌딩 옥상. 인간과 헤켈들의
대결을 지켜보는 관중이 2명 더 있었다. 이렇게 갑자기 2명이 등장하면
누군지 이제 뻔하지.. --;
카에살레아와 카자마였다. 둘의 시합을 한참 지켜보던 카에살레아는
자릴 박차고 일어서면서 다급히 말했다.
"미친!! 카루이안!! 너마저도 내 기대를 산산이 부숴 버리는구나!!!
가자!! 카자마!!"
- "주인님.. 갑자기 왜??"
"더 큰 문제가!! 발생했단 말이다!!"
- "하지만 저들이 위험해지면 도와줘야 하지 않습니까?"
"젠장. 그들이 이기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더 급한 일이 생겼어!
세이렌이 카루이안이!! 전쟁을 일으켰다!!!"
- "네엣???"
"이젠. 나도 어찌 할 수 없는 것인가. 그분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인가!!! 아.. 안돼!! 아직은 아직 포기할 수 없다. 살아남을
단 한 명 아직도 생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단 말이냐 카루이안."
카에살레아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더니 다급히 카자마의 팔에 손을
대고는 텔레포트를 시도했다. 그는 헤켈전쟁이 시작되었을 때 전쟁이
시작된 사실도 모르고 있다가 사람들이 모두 죽고 나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때의 참담함이란
그래서 같은 일이 생기지 않도록 세이렌들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그의 예상대로 카루이안은 전쟁을 일으켰다.
그들이 이동한 곳은 마르스시 외곽이었다. 마르스시는 세이렌들의
기습공격을 받았지만 꽤나 광선형 돔 결계가 잘 갖춰진 도시여서
쉽사리 붕괴되지는 않고 있었다. 게다가 시안으로 진입하는 통로에는
이미 가오사이보그 2개 전대가 진을 치고 있었다.
카에살레아는 세이렌들이 결계를 공격하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고는
그들을 막을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세이렌의 수는 대략 50여개체
10개체는 일반 광전사 한 개체에 전사장 2개체와 상위전사 및 중위
전사 7개체로 이루어진다. 이걸 1개 배틀 길드(Battle guild)라 한다.
배틀 길드 마스터는 광전사가 맡았으며 전사장 2개체는 전사들을
2개조로 나누어 각각의 조장을 맡았다. 그러한 배틀 길드가 5개였다.
5개의 배틀 길드. 즉 하나의 배틀 팀(Battle team)을 이끌고 있는
세이렌은 다름 아닌 광마(光魔) 휘페리언이었다.
휘페리언은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난 이상한 존재감에 대해 묘한
생각이 들었다. 마치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 같은 친근감?
아니. 친근감은 아니었다. 푸근한 존재 아버지 같은 존재로 느껴졌다.
'이상한 일이군 이런 느낌이 들다니 설마 이곳에 큐탕 쿠
매지그님이 오신 건 아닐까?'
휘페리언은 그럴리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전쟁 준비기간은
짧았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세이렌들은 언제나 싸울
준비가 철저히 되어 있었던 것이다. 휘페리언은 큐탕 쿠 매지그
님의 공격 명령에 따라 인간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그런데 뭔가
허전한 생각이 들었다. 마치 뭔가를 잃은 듯한 아주 중요한 뭔가를..
카자마는 세이렌들이 결계를 부수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안절부절
못했다. 자신이 미소년과 함께 다니면서 많은 전투를 치러보았지만
저렇게 많은 세이렌이 한꺼번에 공격한 것은 단 한번도 보지
못했었다. 자신이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저들을 혼자서 막아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카자마. 너와 나 어느 종족도 속할 수 없다. 우리의 목적이 세
종족 중 어느 한 종족의 번영에만 있었더라면 차라리 쉬웠을 것을.."
- "그렇더라도 저들을 내버려 둘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래.. 너에게 정말 미안하구나 난 이기적인 존재 나만을 위해
생각하고 행동한다. 난 차마 내 자신과의 약속을 어길 수가 없구나
이미 오래 전에 너무 많은 죄를 지었기에"
- "이해할 수 있습니다."
카자마는 전에 카에살레아가 들려준 이야기 속에서 그가 느끼는
죄의식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카에살레아는 절대 어떠한
생명도 해치고 싶어하지 않았다. 아니, 자신과의 약속으로서 그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단 하나의 생명도 해친 적이 없었다. 물론
타인의 운명에 손대는 짓을 하고 싶지 않았던 이유도 있었지만
그건 중요한 이유가 못되었다. 만약 그런 약속에 얽매이지 않았
더라면 그가 굳이 7대사제들에게 세느카를 양보하지 않았을 것이다.
카에살레아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금껏 잘 지켜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것은 자신의 형제들의 죄까지 같이 짊어지려는
그의 뜻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주인님"
- "저들을 그냥 돌려보내도록 하자꾸나"
휘페리언은 결계를 부수고 있던 부하들에게 멈추라는 지시를
내렸다. 부하들은 그의 의도가 뭔지 의아해했으나 명령에 의해
멈추어 섰다. 휘페리언이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한 예쁘게
생긴 소년과 이상하게 생긴 거한이 있었다.
단 2명이 그것도 어린애와 떡대가 나타난 것에 배틀 팀원들은
모두 어이없어 했다. 그런 녀석들을 보고 공격을 멈추라고 한
휘페리언이 어디가 잘못되었나 생각들 정도였다.
그런 그들의 생각에 부응이라도 하듯 휘페리언은 정중하게 허릴
숙여 인사를 하며 질문을 던졌다.
"도대체 당신은 누굽니까?"
그의 부하들이 모두 충격발언에 휘청거리고 있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음 질문을 던졌다.
"혹 전에도 만났던 적이 있습니까?"
휘페리언의 질문에 카에살레아는 그의 깊은 눈을 바라보았다.
뭔가를 절실히 갈구하는 간절한 눈빛이었다. 카에살레아는 한 걸음
다가서서는 말했다.
"우린 만난 적이 없으나 서로를 알고 있다."
- "그게. 무슨 소립니까?"
카에살레아는 휘페리언의 묘한 허전함을 느끼곤 생각했다.
'카루이안 너무 했구나.. 자신이 만든 자식들의 생각마져도 지배하려
들다니. 그들의 살 권리와 존재가치 기본적인 자유마저 빼앗으려 하다니..'
카에살레아는 정중하게 허릴 숙이며 휘페리언에게 부탁했다.
"조용히 이곳을 떠나라."
- "!"
휘페리언은 카에살레아의 말이 머릿속을 관통하자 갑자기 거부할
수 없다는 기분이 들었다. 마치 엄한 아버지께서 꾸중하시는 듯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 생각에 대항하는 명령이 있었다. 바로 큐탕
쿠 매지그의 명령. 그 자신의 신!
"당신의 부탁을 들어주고 싶지만. 그러지 못함을 용서하십시오 나에겐
믿고 따르는 불멸의 존재가 계십니다. 그분의 명령을 어길 수 없음을
이해해 주십시오."
- "안된다. 그래선 안돼 네가 느끼는 그 공허함이 뭔지 너 스스로는
알고 있다. 단지 그 자로 인해 기억의 강 하류로 떠내려간 것 뿐 강이
거슬러 오르지 못하듯 네 기억도 다시 찾기는 힘들 것이다. 그렇다해도
또 깨닫지 못한다는 뜻은 아니다. 잃어버린 것은 다시 얻으면 돼!"
"전 무슨 말인지 이해가.."
- "조용히. 이곳을 떠나라."
"!!!.."
카에살레아의 말에 휘페리언은 어떻게 해야할지 암담해졌다. 상대방이
누군지는 알 수 없지만 그는 자신이 느끼고 있는 허전함을 알고 있었다.
마치 그 허전함에 대한 해답을 알고 있는 듯 보였다.
"그 허전함이 도대체 무엇입니까? 왜 제가 그런 기분을 느끼고 있는겁니까?"
- "넌 이미 한번 버렸던 것을 다시 따르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기억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너의 직감과 본능, 네 몸은 저절로 체득한
기억을 보존하고 있는 것이다. 본능에 의한 생각과 잃어버린 기억이
서로 충돌을 일으키고 있기에 공허함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잃어버린 기억.."
- "넌 왜 이곳에 왔는가?"
"큐탕 쿠 매지그님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 "그 명령안에는 너의 생각,너의 의지,네 마음이 담겨져 있는가?"
""
카에살레아의 말에 휘페리언은 뭔가 가슴속 깊이 치밀어 오르는 것이
있음을 알았다. 하지만 그게 뭔지 정확히 알 수 없어 답답했다. 가래침을
탁! 뱉어내듯 시원스레 알려줄 수는 없는건가?
"넌 너의 생각,너의 의지 그리고 다른 생명을 생각할 줄 아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건 너의 것이지 큐탕 쿠 매지그의 것이 아니다. 다시
생각해보거라. 그리고 조용히 이곳을 떠나라."
- ""
카에살레아의 마지막 말에 휘페리언은 자신의 생각 자신의 의지, 그리고
그의 마음이 이곳을 떠날 것을 외치고 있음을 느꼈다. 그 외침은 큐탕 쿠
매지그의 명령과 서로 다툼을 벌이고 있었지만 이내 그 명령을 이겨내고
말았다. 뭔가 홀가분해지는 기분이었다.
"제가 잃어버렸던 것은 정체성입니까?"
- "네가 잃어버렸던 것은 너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알겠습니다. 오늘은 물러가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나 자신이 이곳에
다시 올 이유를 찾는다면 그땐 당신도 저를 말릴 수 없을 것입니다. 모두
공격을 멈추고 복귀한다!! 언더 플레인이 있는 곳으로 10분내로 집결하라!!"
휘페리언은 그렇게 말하고는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카에살레아는
대화로 해결한 것에 흐뭇해하며 역시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휘페리언은 부하들의 웅성거림 속에서 가장 먼저 전장을 이탈해 사라져
갔다. 부하들은 광마 휘페리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가 이토록
공손하게 행동할 정도의 상대라면 보통이 아닐 것이란 것을 짐작했는지
그의 명령대로 후퇴하기 시작했다.
카에살레아는 세이렌들이 모두 사라지자 카자마에게 말했다.
"불 하나는 끈게로구나 아직 2개의 급한 불이 남아있다. 그 자들 역시
방금 그 친구처럼 말이 통하는 상대이길 바라는 수밖에."
카에살레아가 카자마의 팔을 잡고 텔레포트를 시도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노스 메테르시였다. 노스 메테르시를 공격한 대사제는 소서렌 10개체,
즉 엘더 소서렌 1개체와 2명의 미드 소서렌, 7명의 레서 소서렌으로 이뤄진
1개의 배틀 길드와 3개의 전사 배틀 길드로 이뤄진 배틀 팀을 통솔하는
파리나타 리셀런이었다.
마르스시와는 달리 노스 메테르 시는 이미 결계가 파괴되어 가오그전대와
혈전을 벌이고 있었다. 가오그는 12대의 1전대와 9대의 2전대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수적 면에서 월등히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세이렌들이
승기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전사 배틀 길드가 가오그 전대와 균형을 이루며 싸우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지켜보던 배틀 길드 마스터 엘더 소서렌 스캇이 파리나타에게 말했다.
"팀 마스터 어째서 소서렌 배틀 길드를 활용하지 않으시는 겁니까? 지금
저희들이 나서게 된다면 균형은 쉽게 깨지게 됩니다. 혹 저희들을 투입하지
않는 다른 이유라도 있으십니까?"
스캇의 질문에 파리나타는 슬픈 미소를 지었다. 고등 세이렌들은 상대방의
기분을 정신적인 교감을 통해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으므로 스캇은 그가
슬퍼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너희들을 투입하게 되면 금새 저들을 물리쳐버리고 인간들을 도륙 할
수 있겠지?"
파리나타의 질문에 스캇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이내 당황하며 대답했다.
"무.. 물론입니다. 일단 수적인 면에서 균형이 깨질 테고 공간 확보
면에서도 공중 크리에이쳐가 있기 때문에 훨씬 유리하게 될 것입니다."
- "그럼 적들은 모두 죽을 테지.."
"그.. 그건.. 당연한"
스캇은 파리나타의 표정을 보더니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파리
나타는 마지막 말을 하면서 너무나도 슬퍼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게 있겠지 아마 카루이안은 복수의 개념으로
이걸 생각해낸 것 같군. 정말 처절하고도 확실한 복수로군.. 젠장."
스캇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의 상관을 바라보았다. 당장이라도
명령만 내린다면 인간의 도시 하나쯤은 박살내 버릴 수 있었다. 그런데
그의 상관은 마치 시간을 끌 듯이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그때였다. 파리나타와 스캇의 뒤에서 2개의 인영이 드리워졌다. 스캇은
적의 존재를 눈치채고 재빠르게 뒤를 돌아 경계했다. 하지만 파리나타는
카에살레아의 말이 끝날 때까지 그대로 있었다.
"그대는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구나 그로 인해 괴로워하고 슬퍼하고
있다. 그대에게는 굳이 많은 것을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카에살레아의 말이 끝나자 파리나타는 놀라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
보았다. 상대는 자신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말했다.
"다 당신은?????"
파리나타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놀란 눈으로 카에살레아에게 다가간
그는 그가 카루이안과는 약간 다르게 생겼다는 것을 알고는 안심했다.(몇
번 설명했는지 기억도 안 난다. 세이렌이 보기에도 인간은 다 엇비슷해
보이는 것이다. 하물며 카에살레아와 카루이안 둘 다 미소년의 모습을
하고 있었으니 착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아 그가.. 아니군요 당신의 힘 카루이안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군요
도대체 무엇을 원하는 겁니까? 다른 종족들을 모조리 없애길 원하는
겁니까? 당신이 그가 말하던 인간들의 신입니까?"
- "아니 난 어느 누구의 신도 아니며 존경받을만한 존재도 아니다.
너희와 같은 하나의 생명일 뿐이다."
"나와 같은? 카루이안은 불멸의 존재. 결코 우리와 같을 수 없습니다.
신과 그의 추종자들은 서로 같지 않기에 그런 관계가 성립 되는거 아닌가요?"
- "그는 신이 될 자격이 없다. 이미 넌 그 사실을 알기에
괴로워하는 것이 아니냐?"
" !!"
파리나타는 자신의 심정을 꿰뚫어 보고 있는 상대를 보고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가 자신의 생각(그는
신이 될 자격이 없다는)에 동의하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도대체 당신은 누굽니까? 카루이안이 말하던 그 기가스(Giga Slender)?"
- "후훗. 오랜만에 들어보는 말이군 그분이 우릴 그렇게 불렀었지..
우리도 그분의 말에 별 뜻 없이 우릴 그렇게 여기며 살아왔었지.
그게 우리 존재의 나약함과 허무감을 비웃는 말인지도 모른채.."
"당신이 원하는 것은 전쟁이 아닙니까?"
- "내가 원하는 것은 절대 다른 이들의 생명을 빼앗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부하들이 다른 이들에게 죽임을 당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아니다."
파리나타는 카에살레아의 말에 순간 뒤를 돌아보았다. 여전히 부하들은
가오그들을 상대로 소모적인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파리나타는 조용히
스캇에게 뭔가를 지시했다. 그러자 스캇은 머릴 갸우뚱하면서 싸우고
있는 전사 배틀 길드를 향해 뛰어갔다.
잠시 후 싸움은 중단되었고 뒤로 약간 후퇴한 세이렌들과 마찬가지로
뒤로 물러선 가오그의 대치상태로 전환되었다. 싸움이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들자 파리나타는 다시 카에살레아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곳을 그냥 떠나길 원하신다는 말입니까?"
- "그렇다. 조용히 이곳을 떠나라 이것은 내가 원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네가 바라고 갈망하는 것이기도 하다."
"흠 하지만 카루이안의 명령을 어길 수는 없습니다. 이미 그로 인해
2명의 동료가 죽고 3명의 동료는 세뇌를 당했습니다. 루카누스라는
친구와 세느카는 도망을 쳤고. 앗!!! 다 당신은???"
파리나타는 이제야 상대방이 누군지 알았다. 바로 오래 전 자신이
세느카를 납치할 때 그녀를 데리고 있던 그 괴물 녀석과 꼬마였던
것이다. 지금이야 카루이안의 모습을 한 번 보았고 그와 겨뤄본 경험이
있었기에 그의 실력을 쉽게 알아챌 수 있었지만 세느카를 납치할때만
해도 그런 실력차를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세느카가 도망쳤다는 말에 카에살레아와 카자마는 둘 다 놀란 표정
이었다. 아무리 카에살레아라 해도 이런 사실은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 세느카를 너희들에게 양보했던 그가 바로 나다."
- "이럴수가. 그.. 그럼.. 한가지만 물어도 되겠습니까?"
"좋다."
- "어째서 그렇게 강한 존재이면서 우리에게 그녀를 맡겼던 것입니까?"
"맡긴다. 후훗.. 표현이 마음에 드는군.."
- "우리도 그쯤은 느낄 수 있었습니다. 거한과 자신을 텔레포트 할
정도의 실력이라면 충분히 그녀를 데리고 도망칠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고 그녀를 양보했습니다. 무슨 이유라도 있었던
것입니까?"
파리나타의 말에 카에살레아는 미소지었다. 이상하게 아까 보았던
녀석과는 달리 이 녀석의 기억은 멀쩡했다. 카루이안을 저주하고
있으면서도 그의 명령을 따르고 있었다. 녀석의 말대로라면 아까
만났던 녀석은 카루이안에게 세뇌를 당한 것이 틀림없었다. 그럼
이 자는.
"그것에 대해서는 나도 자세히 설명할 수 없다. 우리는 우리들
스스로를 완벽한존재라고 칭하지만 우리도 한낱 생명을 가진 존재
죽음을 두려워하는 그런 존재들인 것이다. 난 단지 내가 느끼는
감정대로 내 직감대로 일을 하였을 뿐 그 이상의 의도는 없었다.
굳이 답을 하자면. 너희들의 생명을 빼앗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두지.."
- ""
"세뇌되지 않은 것은 오로지 너뿐인가?"
카에살레아가 화제를 돌리자 파리나타는 자신의 생각 속에서
탈출하여 간신히 대답했다.
"그.. 그렇습니다. 아마도 카루이안은 내 동료들이 무고한 생명을
죽이는 장면을 보며 고통 받으라고 내 기억을 조작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 "그다운 행동이로군 넌 동료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의 명령을
따르고 있던 것이로구나."
"그렇습니다. 하지만 차마 사람들을 그들의 생명을 빼앗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파리나타는 슬퍼하고 있었다. 지금쯤 휘페리언과 락토니즈가 인간들을
도륙하고 있을 것이다. 카루이안은 그걸 노렸고 자신들은 알면서도 끝내
죄를 짓게 된 것이다. 물론 기억이 조작되었다고는 하지만 카에살레아의
말대로 기억의 저편 어딘가에는 카루이안과의 혈전이 기록되어있을 것이다.
알지만 모르는채 죄를 짓는 동료들과 그들을 바라보며 막지 못하는 방관할
수밖에 없는 자신 카루이안이 원한 그대로였다. 정말 그에겐 멋진 복수가
되는 것이다.
"너희 동료 중 한 명은 돌아갔다. 그러니 너도 돌아가거라 다른 한
명도 곧 널 따라갈 것이다."
- "서.. 설마 그가 당신의 말을 그대로 믿었단 말입니까?"
"아니 그는 날 믿은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믿었다."
파리나타는 그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동료가 휘페리언
인지 락토니즈인지는 알 수 없지만대충 짐작은 갔다. 어쨌든 일단
적어도 한 명의 동료는 죄를 짓지 않게 된 것이다.
"정말 고맙습니다."
- "이젠 너도 마음의 결정을 쉽게 내리리라 본다."
"좋습니다. 저도 그냥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
- "그래 다행이로군 아! 한가지 물어보겠다."
"그렇게 하십시오.."
- "세느카 그 아이는 어떻게 된 것인가?"
카에살레아의 질문에 파리나타는 갑자기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방은 자신들을 믿고 그녀를 맡겼는데 그녀를 위험에 빠뜨렸다는
생각 어째서 그런 생각이 드는거지?
"카루이안이 단지 그 자신의 유희를 위해서 이 모든 일을 꾸몄다는
것을 알았을 때 저희는 그와 싸우기로 결심했습니다. 만약 이때 세느카가
없었더라면 우린 신의 의도도 모른채 무수한 죄를 지을 뻔 했죠 우린
카루이안과 싸웠고 완벽한 패배를 했습니다. 전설에 등장하는 세월의
검은 돌을 가진 자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하지만 카루이안의
분신이었던 브라키온은 자신의 미래를 예상하고 탈출구를 만들어 두었
습니다. 다행히 세느카와 루카누스,세이타르,이카루스는 카루이안으로부터
탈출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 "전설이라. 그분의 예언을 말하는 것 같군 알겠다 그녀는 쉽사리
죽을 수 없는 운명이다. 더 이상 그녀에 대한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아 그럼 카루이안의 분신은 어떻게 되었는가?"
"아 브라키온은 죽었습니다."
- "역시 예정대로인가 그럼 그만 돌아가도록 해라 난 마지막 불씨를
잠재우러 가야한다."
"알겠습니다. 그럼.."
파리나타가 고개를 숙이자 카에살레아도 고개를 숙였다. 파리나타는
이대로 그냥 돌아간다면 카루이안에게 무슨 짓을 당할지 모르지만
차라리 그게 낳을 것 같다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기억이
조작되었지만 그 동료(휘페리언)도 카루이안의 의지를 꺾고 자신의
마음이 시키는대로 했다지 않는가.
파리나타는 스캇에게 무언가를 명령했다. 그러자 스캇은 자신의
상관을 이상한 눈초리로 한참 바라보았다.
"뭐하는가!! 빨리 시키는대로 하지 않고!!"
- "하지만 지금 공격하지 않으면 기습의 의미가 없습니다!"
"기습의 의미? 그럼 전쟁의 의미는 있단 말인가??? 한번 더
말하겠다. 모두 퇴각해라!!"
- " 아.. 알겠습니다."
스캇은 파리나타의 기세에 눌려 겨우 대답하고는 후퇴하기
시작했다. 카에살레아에게 미소로 인사를 한 파리나타 역시
시야에서 사라져갔다.
카에살레아는 그의 모습이 사라지자 미소를 지우고 카자마에게
말했다.
"운이 좋군 다음 목적지는 티탄시다. 지금까지 너무 운이
좋았던 것이 마음에 걸리는군 가자!"
- "예!"
카에살레아는 카자마의 팔을 붙잡고 텔레포트를 하였다. 노스
메테르시의 가오그 전대는 갑자기 사라진 세이렌들이 무언가 다른
작전을 쓰지 않을까 하고 후퇴하지 못하고 있다가 광선형 돔 결계가
어느 정도 보수된 이후에 뒤로 퇴각하였다.
파리나타는 언더 플레인 안에서 미소를 띄며 뭔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스캇은 자신의 상관이 아까 만났던 녀석에게 홀렸을 것이란 결론을
도출하고는 파리나타의 눈앞에 손톱 2개를 보이며 흔들었다.
"마스터! 이게 몇 개로 보이십니까?"
퍽! --; 파리나타의 주먹이 스캇의 턱을 들어 올렸다. 스캇은 평소
폭력을 절대 사용하지 않던 그가 주먹질을 한다는 것이 미쳤다는 것의
확실한 증거라 생각했는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마스터가 미쳤다. 이젠 내 명령을 따르도록.."
파리나타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엄청난 작태에 대해 주먹을
불끈 쥐며 한마디했다.
"스캇 난 멀쩡하다. 난 너희들이 죄를 짓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었기에 이런 결정을 내린거야."
다시 냉정을 되찾은 파리나타를 보고 스캇은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마스터 아까 그 자들은 누굽니까? 도대체 왜 이런 결정을 내린 것입니까?"
- "큐탕 쿠 매지그. 우리들의 신과 맞먹는 힘을 가진 분이다."
"그 그럴 수가??"
- "큐탕 쿠 매지그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는 자신 외에 다른
이들도 관심을 가지고 보아준다는 것이다. 결코 이기적이고 독선적
이지 않은 하아. 홀가분하군.."
"하지만 기솔라벨카님께서 기습을 명령하지 않았습니까?"
- "책임은 내가 지겠다. 너희들이 다른 생명을 빼앗으므로서 짓게
되는 죄보다 결코 큰 죄는 아닐게다.."
"마스터."
스캇은 뭔지 모르지만 마음속에서 뭔가 뭉클한 것이 느껴짐을
느꼈다. 파리나타의 감정은 기쁨이었다. 복귀하면 무슨 징계를 당할지
모르는데 기뻐하고 있다니. 스캇은 자신에게 전달되고 있는 그의 감정에
자신도 동화 되어감을 느꼈다. 분명 명령불복종이란 큰 죄를 지었는데도
말이다.
파리나타는 아까 만났던 그 존재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분의 예언이라 도대체 카루이안과 같은 존재인 그가 그렇게 불렀던
자는 누구란 말인가 그 전설. 흠 어쨌든 그 전설은 거짓이었다. 퓨엔은
판으로 센도 판으로 합쳐진다는 뜻은 즉 7대사제의 힘을 하나로 모은다는
전설은 거짓이었다.. 어쩌면 다행일지도 모르지. 7대사제의 힘이 하나로
모였다면 이번 전쟁은 아까 그 존재로서도 막기 힘들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