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화재’ 현은경 간호사, 의사자 지정 추진
유족들 오열 속 희생자 4명 발인
경찰, 오늘 2차 감식… 누전등 조사
7일 오전 경기 이천시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장례식장에서 5일 이천 학산빌딩 화재 당시 환자를 먼저 대피시키다가 사망한 간호사 현은경 씨의 발인식이 엄수되고 있다. 대한간호협회와 이천시 등은 현 씨에 대한 의사자 지정 작업에 나선다. 대한간호협회 제공
5일 경기 이천시 관고동 학산빌딩 화재 사고 당시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돌보기 위해 남았다가 숨진 간호사 현은경 씨(50)를 의사자로 지정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대한간호협회와 이천시 등은 7일 “현 씨의 의사자 지정 서류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의사자는 자신의 직무가 아닌데도 위험을 무릅쓰고 타인을 돕거나 구하다가 숨진 사람으로, 정부가 관련법에 따라 고인과 유족에 대한 예우와 지원을 하게 된다.
○ “끝까지 환자 곁 지킨 뜻 기릴 것”
의사자 지정을 위해서는 ‘자신과 관계없는 제3자에 대한 직접적, 적극적, 구체적 구제행위’가 있어야 한다. 이천시 관계자는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지킨 현 씨의 행동이 병원 폐쇄회로(CC)TV 등에 담긴 만큼 의사자 인정을 받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오전 경기 이천시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장례식장에서는 학산빌딩 화재 희생자 5명 가운데 투석 치료를 받다가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희생된 환자 3명과 현 씨의 발인식이 진행됐다. 희생자들의 관이 영구차에 오를 때마다 유족들의 울음이 그치지 않았다. 현 씨의 딸이 어머니의 영정 사진을 가슴에 안고 빈소에서 나오자 동료 간호사들도 오열했다. 현 씨의 아들은 “엄마”를 부르며 눈물을 흘렸다. 빈소가 늦게 차려진 80대 남성 환자 희생자의 발인식은 8일 오전 열린다.
화재 직후 대한간호협회가 마련한 ‘간호사 온라인 추모관’에는 7일 오후까지 현 씨를 추모하는 글이 1300여 개 올라왔다. 신경림 대한간호협회장은 “끝까지 환자 곁을 지킨 현 씨의 숭고한 뜻을 기리겠다”라고 했다.
○ 누전, 작업자 과실 가능성 등 검토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인 경찰은 전기 누전이나 철거 작업자 과실 가능성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화재가 시작된 학산빌딩 3층 스크린골프연습장에서 당시 철거 작업을 했던 근로자 3명은 6일 경찰 참고인 조사에서 “(화기를 사용하는) 불꽃 작업은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경기남부경찰청은 전했다. 한 근로자는 “스크린골프장 1호실 인근에서 작업을 하다가 천장에서 불꽃과 연기가 쏟아지는 걸 보고 진화를 시도했지만 불이 꺼지지 않아 119에 신고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경찰, 소방 등이 5일 진행한 1차 합동감식에서 별도의 화기는 현장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원인 규명을 위해 8일 오전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2차 합동감식을 벌일 예정이다. 또한 연기가 3층에서 4층 병원으로 유입된 경로 등도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건물 CCTV를 확인하고, 건물주와 철거업체 등을 상대로 안전관리 수칙 준수 여부도 살펴볼 것”이라고 했다.
유채연 기자, 이상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