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이라는 도시를 처음 와 보았다.
어쩌면 예전에 왔었는지도 아니면 지나갔었는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경미씨의 고향인 완도에 내가 한번도 가 본적이 없다고 했더니
예전일기에 보니까 갔던 기록이 있더라고 했다.
3년전에 보길도를 갔었는데 그것이 완도였는지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었다.
여행을 할 때 미리 그 곳에 대하여 공부를 하고 가던가 아니면 특별한 방문이유가 있던가 해야지
떠밀려 다니듯이 그렇게 다녀 온것은 별로 기억에 오래 남지도 않고
특별한 기억이 없었던 밋밋한 여행 그러고 보니 그 때의 기록을 한다고 하고서
해 놓은 것이 없었다.
세월이 3년이나 흘렀으니 사진은 있어도 기억이 없어 못 쓰고 있어
아쉬움이 많았다.
그런데 아무 생각도 계획도 없이 온 여행길에서 두 도시에 대해서 새롭게 기억할 만한
일들이 생겼는데 그것이 고창과 장성이다.
어제 지나는 길에서 고창읍성 팻말을 보았다.
워낙 남편과 나 성곽구경을 좋아해서 눈에 먼저 들어 왔기에 별 기대를 안했다.
또한 읍성이라 읍내에 있으니 더 기대를 안했다.
그런데 기대없이 안으로 들어가 보고 완전매료~
지금까지 우리가 가 본 크고 작은 성곽이 30여곳 되는데 그 중 최고였다.
아주 오래 된 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고
성곽주변도 너무나 좋았으며 걸을 수 있는 성곽길과 성안에 오솔길도
소나무가 우거져 있어서 그 향은 얼마나 좋은지......
함께 간 사람들이 모두들 완전감동을 먹어서 가을과 봄에 꼭 한번씩 더 오자고
약속을 했다.
이 고창읍성은 너무 좋아서 따로 우리나라여행이야기 방이나
이 글에 답글로 나 자신을 위해 글을 쓸 예정이다.
사진도 남편 나 따로 50여 장씩은 찍어서 여기에 다 쓸 수가 없기 때문이다.
도시락싸서 휴식을 취하러 가기도 좋고
그냥 가볍게 산책을 하러 가도 좋고
데이트코스도 일품이다.
기품이 넘치는 옛 모습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고창읍성
완전 추천 추천이다.
지금까지 고창하면 선운사 동백숲만 생각했는데 이제부터는
고창읍성이 먼저 나올 것 같다.
오래 된 소나무가 군락을 이룬 산책코스~
곳곳에 옛모습 그대로를 간직한 오래 된 건물들~
그리고 속이 확 트이는 성곽길~
우리 모두 어디 가서 돈 내고 구경하고 돈을 더 내고 싶은 곳
바로 이곳이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입장료가 1000원 시민은 무료~
그곳에서 나와 고창과 이웃 장성등지에서 나온 특산물 판매코너를 갔는데
마침 편백나무 베개를 판매해서 한집에 두개씩 무심님께서 선물해 주셨다.
일전에 행복한사람님께서 이 베개를 써 보니 코를 덜 골더라고해서
우리도 찾게 되었는데 향도 좋고 정말 며칠째 남편이 코를 안 골아서
신기해 하는 중이다.
고창 하면 수박이 유명하다.
그래서 올해 첫 노지수확 한 것이라 하여 개시 했는데
수박의 무게가 12키로나 되었다.
가격은 2만8천원~
그리고 우리가 달려 간 곳은 다시 장성군 삼계면에 귀농하신 가을바람님댁~
가을바람님 댁은 역시 일정에 없었다.
그런데 어제 효소와 관련 해 문자를 하다가 고창으로 여행간다고 했더니
고창에서 장성이 가깝다시며 기꺼이 초대를 해 주시고 잠까지 재워 주시겠다고 하셨다.
가을바람님과는 유기농농산물과 효소를 많이 사 드셔서
귀농하시기 전부터 서로 잘 알아 왔다.
얼마나 열심히 애용해 주셨으면 내가 무심코 이 댁 주소를 외우고 있었을 정도였다.
그런데도 어제 통화를 하기 전까지 장성에 대하여 전혀 아는 바가 없었고
고창에서 가깝다는 것도 생각도 못했다.
이 댁 주인이신 가을바람님은 27년째 교직생활을 하고 계시는데
몇년전부터 병을 얻어서 수술을 아홉번이나 하셨다고 한다.
말이 아홉번이지 얼마나 힘이 드셨을지.....
지금은 많이 회복되셔서 다시 학교에 나가시고 계신다.
남편분도 역시 교직자며 대학에서 강의 하신다고 한다.
오라고 하시기에 넙죽하고 대답을 하고 일단 장성으로 발길을 다시 돌려
도착하니 카페 사진에서 본 아담한 한옥집이 반갑게 우리를 맞아 주었다.
이곳에는 벌써 고추가 익어서 마당에다 말리는 중~
고추 때문인지 가을색의 한옥 때문인지 가을바람이라는 닉네임과 무척 잘 어울리는 집이다.
우리들에게 저녁을 해 주시려고 학교도 조퇴하고 오셔서 저녁 준비 중~
실제로는 오늘 처음 만나지만 하나도 낯설거나 서먹함이 없다.
꼭 오래 된 친구를 오랜만에 만나는 느낌~
저녁 하는 것을 거든다고 했더니 혼자 잘 하신다고 걱정 말라며
집구경이나 하라고 하신다.
남편 아무렴은 기자마냥 카메라를 매고 여기저기 취재 중
뭐니뭐니 해도 가장 구경이 좋은 것은 불구경, 물구경, 남의 집구경 ㅎㅎ
이것은 내 구경 원칙이다.
가족사진에 보니 아들과 딸 그리고 다정한 부부
결혼 25주년에 다시 웨딩드레스를 입고 일부러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우리도 내년에 30주년인데 남편 보고 그렇게 한번 사진을 찍자고 했더니
대답을 안한다.
개량한복이 참 잘 어울리는 부부이다.
방 뒷쪽으로는 아예 방을 하나 따로 내서 효소방을 만들었다.
열심히 배우면서 담고 계시다는데 몇가지 효소들을 보아 드렸다.
지금와서 아까운 것은 이 댁에 오래 된 항아리들이 많았다.
고조할머니 때부터 써 오던 것을 여러개 가지고 계셨는데
아쉽게도 사진 찍는 것을 잊어 버렸다.
나도 여러개의 오래 된 항아리를 가지고 있지만
어디가서 오래 된 항아리를 보면 제일 부러워 하는 품목중에 하나이다.
그리고 이 댁에 또 특이한 점이 있었는데 한옥을 지을 때 천장대들보에
써 넣는 것을 직접 한글로 써 넣은것도 좋아 보였다.
가훈인지 모르겠는데 이렇게 늘 보고 살 수 있으니 참 좋은 점이고......
벽과 바닥을 모두 편백나무로 했는데 뽀송하고도 대하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저녁상이 한상 거하게 차려져 나왔다.
너무 흥분해서 그런가 사진이 제대로 안 나왔다.
남편 아무렴은 사진을 찍을 때 유독 먹는 사진은 잘 못 찍는다.
잊어 버리고 먼저 먹거나 먹을것을 보면 흥분해서 그러는지......
맛있는 반찬이 제대로 안 나와서 정말 아쉽다.
직접 담으신 장아찌만도 일곱가지~
편육도 삶으시고 ~
요것은 호박잎을 싸서 먹은 것인데 특이해서 따로 사진을 찍어 배워 보았다.
이 지역에서 나고 자란 가을바람님댁 동네 향토음식인 고추무름장이다.
보통 집간장 양념한 것과 비슷한데 고추를 쪄서 썰어 넣고
부추도 송송 썰어 넣었다.
이것으로 호박잎도 싸 먹고 고기도 싸 먹고
다음날 가지무침도 이것으로 했더니 아주 편하고도 맛있었다.
음식이 어찌나 맛있는지 모두 바닥이 나고.....
생각지도 않은 호사를 누리는 우리일행~
무슨 복을 타고 났는지.....
저녁을 먹자마자 상을 한군데로 몰아 놓고 빨리 이동을 하라고 서두른다.
바로 이웃동네 영암으로 일몰구경을 가자는 말씀~
우리지역에는 거의 20일 넘게 흐려 있어서 일몰구경 한지가 언제 였던가~
그런데다 서해바다 일몰이라니......
이것도 역시 생각지도 않은 호사며 횡재이다.
부지런히 차를 달려 갔더니 햇님은 우리를 기다려 주다가 간신히 모습만 보여주고
꼴까닥 하고 바닷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렇지만 그 여운도 괜찮았다.
한참 동안 붉은 바다를 보여 주고 여운을 남겨 주는 친절한 서해바다~
영광하면 조기며 굴비만 유명한 줄 알았더니 멋진 일몰도 기억해 둘만한 일이다.
이제 막 꽃을 피웠던 자귀나무 에게도 작별인사를 아끼지 않는 햇님
오늘 하루 수고 많이 했다.
일몰 사진을 찍느라고 미쳐 보아주지 못하 강아지풀 군락지가 그제야 눈에 들어온다.
금방 만났지만 오래 된 친구처럼 할 이야기가 많았던 시간~
더구나 가을바람님과 그 남편분 그리고 나 세사람은 동갑내기 삼룡이~
그래서 더 반가운 만남~
아무렴까지 들어간 함께 찍은 사진은 그만 퍼져 버려서 패스~
우리는 그렇게 서서 어두워져 가는 밤바다와 이제 떠오른 달님과 파도소리를 감상했다.
여기에서 경미씨내외는 내일의 일이 있어 대전으로 가시고~
돌아 오는 길에 또 사 주신 이 지역의 특산품인 모시떡이 정말 맛있었다.
고창수박 두접시나 썰어다 놓고 모시떡과 장아찌를 안주 삼아
한잔 하는 중~
그런데 재미 있는 것은 내가 맥주를 좋아한다고 남편분께서
시장을 보아 오셨다는데
캔 맥주를 여섯개나 사 오셔서는 내 놓으셧다.
ㅎㅎㅎ 그 맥주 다 마시려면 6개월은 머물러야 할텐데......
혹시 홍대언니 남편마냥 금자를 핑계로 사 오신것은 아니신지 모르겠다.
언젠가 서울에 사는 홍대언니네 가서 자게 되었는데
밤 열두시가 다 되어서 들어 갔더니 나를 준다고 맥주를
세 캔이나 사 놓으시고 아예 두 캔을 따 놓으셨다.
그리고 본인이 직접 안주로 계란후라이를 해 주셧다.
평소에 홍대언니가 남편이 밤에 술 마시는 것을 안 좋아해서
못 마시게 하는 편이고 계란 후라이는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져서
역시나 밤에 못 드시게 하는데 나를 준다고 네개나 해 놓으셨다.
사실 나는 맥주를 아무리 잘 마셔봐야 반잔 밖에 못 머시는데
그렇다고 했더니 그럼 따 놓은 것이 아까우니 본인이 마셔야 겠다고
마셔 버리고 계란 후라이는 어찌나 짠지 역시 못 먹겠다고 했더니
그도 아까우니 본인이 다 먹겠다고 맛있게 드시던 생각이 나서
혼자 속으로 낄낄 웃었다.
오늘은 다행히 밤이 늦도록 함께 이야기를 하며 놀아도 잠이 오지 않아 끝까지 함께 했다.
자리에 누우니 뒷산 소나무에 걸린 달이 정겹게 나를 보아준다.
수박을 많이 먹어서 오줌을 싸지 않을까 약간 걱정을 하면서 꿈나라로 간다.
내일은 어떤 여행일정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첫댓글 에고 부럽기 그지없습니다^^
즐거운 여행을 하셨군요
잘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