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껍의 어휘
十劫(십겁)이 정상적인 글자입니다.
겁(劫)은 불교에서 말하는 시간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그 시간의 길이는 매우 깁니다.
깁옷을 입은 천사가 하늘에서 내려와 그 깁옷으로 바위를 천년에 한번씩 쓸고 가는데,
그렇게 해서 그 바위가 다 닳아 없어지는 시간을 겁이라고 합니다.
이것을 대강 계산 해보면
인간계의 시간으로 약4억 3200만년 정도가 된다고 합니다.
그것의 열배가 되는 시간이 바로 십겁입니다.
우리나라 국어사전에는 아주 짧은 순간을 나타내는 찰나의 반대말이
십겁이라고 되어 있으나 이것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찰나는 우리 말로는 눈깜박할 사이라고 할 수 있는데,
75분의 1초 정도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합니다.
십겁 혹은 억겁의 시간이라는 말을 하는데,
우리의 인식으로 볼 때는 엄청나게 긴 시간을 말합니다.
우리말에서 쓰는 십겁했다.
식겁했다.
씨겁했다 등의 표현은 정확하게 말하면 틀린 말입니다.
그러나 일상적으로 쓰이고 있는 말이기는 하지요
의역하면 십겁 동안 정도에 놀랄 일을 한 순간에 놀랬다는 정도의 의미를
지닌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반면에
<식겁(食怯)하다>라는 말은 “매우 놀라 겁을 먹다”라는 뜻입니다.
<놀라다>에 비해 너무 직접적이라 점잖지 못한 말일 뿐,
틀린말이거나 저급한 말은 아닙니다.
<식겁하다>와 <놀라다>는 주로 남부지방 사람들이 쓰는가 하면,
<놀라다>는 서울지방 사람들이 쓰고 있습니다.
특히 경상지방에서는 <놀랐다>를 감정과 가락까지 넣어서 [놀래:~앴다],
<식겁했다>를 [시:~ㄱ겁했다]라 하니
서울사람들은 자기들이 잘 쓰지 않는 말인 데다 잘 듣지 못한 가락까지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품위없는 말처럼 들린 것입니다.
그러나 이들은 서로 말뜻과 말맛[語感)] 차가 있는 것입니다.
< 놀라다>는 “외부의 자극이나 충격으로 인한 공포심”이라는 감정동사라면,
<식겁하다>는 “그러한 강한 공포심과 함께 그에 따른 행동반응”까지
유발 련상시키는 감정동사입니다.
그래서 정도 차가 있는 <비슷한뜻 다른말>입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 죄를 지은 사람은 색출하여 추방한다기에 그는 식겁하여 문밖출입을 하지 않았다.
서울지방말은 품위가 있고 다른지방말은 품위가 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바른말, 품위있는 말은 전국적으로 산재해 있는 것입니다.
서울지방말 중에서도 틀린말이 있고 품위없는 말이 있으며,
다른지방말 중에서도 바른말이 있고 품위있는 말이 있는 것입니다.
때문에 바르고 품위있는 말을 찾아서 적시적소에 써야 할 것입니다.
첫댓글 한가지 배웠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