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반갑다, 채사장
아빠가 무척 즐겨 듣던 팟캐스트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줄여서 “지대넓얕”이 종방을 한 지 3년이 거의 다 되어가는구나.
종방을 할 때만 해도, 얼마 안 있어 시즌 2를
할 것이라고
아빠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여 아쉬움을 달랬을 거야.
이렇게 오랫동안 감감무소식이 될 줄이야.
지대넓얕 팬들이 그토록 요청을 하고 있지만,
그들은 아직 준비가 안 된 것인지,
아니면 정말 시즌 2는 없는 것인지… 소식이 없구나.
가끔 TV를 통해서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 같은데,
아빠는 TV를 거의 보지 않으니… 그들을 볼 수도
없어.
TV를 그들을 본다고 해도,
그들의 진정한 모습은 “지대넓얕”을 통한 모습이어야
한단다.
그런 와중에 채사장의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단다.
지난번 책에 약간의 실망감을 준 이후,
첫 번째 내놓은 책.
공존의 히트를 쳤던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왔단다.
채사장의 책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은 1권과 2권이 출간되었었는데,
이번에 나온 것은 3권이 아니고, 0권이란다.
이번에 나온 책이
흐름상 1권과 2권의 앞에 배치되어 있어야 맞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제목을 붙인 거야.
책 제목에 붙은 “0”는 시간적으로 1과 2의 앞부분을 의미할 수도 있고,
0차원을 이야기할 수도 있단다.
우주가 탄생하기 전에 무엇이 있었을까?
우주는 빅뱅을 통해 탄생된 이후 계속 팽창하고 있다고 한다.
그럼, 빅뱅 이전에 무엇이 있었을까.
시간도 존재하지 않고, 공간도 존재하지 않던 그 시절.
그래서 차원조차 없던, 0차원의 세계.
이 책에서는 그때부터의 이야기를 하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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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0차원. 이 세계는 어떤
세계일까? 좌표축의 개수가 0인 세계. 여기에는 가로, 세로, 높이가
없고 시간의 차원도 없다. 이 세계는 시간과 무관한 그저 ‘점’의 세계다. 점의 수학적 정의는 ‘크기를
갖지 않는 최소의 단위’다. 이 모순되어 보이는 정의처럼, 0차원은 공간을 점유하지 않고 크기도 갖지 않지만 존재하는 세계다. 시간, 공간과 무관하게 존재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만약 이 세계에
살고 있는 존재가 있다면 그는 어떤 존재일까? 그는 아마도 세계 그 자체일 것이고, 그가 생각을 할 수 있다면 아마도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세계는
나다. 나는 세계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하지 못할 것이다. ‘세계는 세계이고, 나는 나다.’
그는 세계와 자신을 분리하는 것에 무척이나 어색함을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또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존재하지 않는 것은 존재하는 것이다. 존재하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하지 못할 것이다.
‘존재하는 것은 존재하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에게 존재와 부재는 구분의 대상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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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채사장의 빅히스토리
역사를 이야기를 할 때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다가
인류 탄생의 시간의 이전까지 가게 되고,
그곳부터는 역사라기보다 과학이라고 봐야겠지.
그렇게 생명의 탄생의 시간에 다다르게 되고,
또 계속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지구의 탄생에 다다르고, 우주의 탄생에 다다르게 된단다.
그렇게 인류의 역사와 우주의 역사를 하나의 흐름으로 엮어서
이야기하는 것을 빅히스토리라고 한다고 들었어.
<호모 사피엔스>로 유명한 유발 하라리도 그런 기법으로 <호모 사피엔스>를 기술했었지.
채사장님의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제로
편>도 그런 부류로 볼 수 있겠구나.
비록 인류 탄생 이후 보편적인 역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지식의 탄생과 철학의 탄생에 대해서 이야기했다고나 할까.
채사장만의 빅히스토리 이야기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싶구나.
누군가는 채사장에 대한 책 구성을 비판하는 이도 있지만,
모든 사람의 요구조건을 어떻게 만족시키겠니.
아빠에게는 좋았단다.
채사장의 해박한 지식.
그것을 논리정연하게 정리하여 하나의 날줄로 잘 엮는 능력.
그리고 독자의 눈높이에 맞게, 쉽게 설명해주는 능력.
이번 책에서도 그런 것은 느낄 수 있었단다.
아빠는 독자로써 그것을 모두 소화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능력이 없다는 것이
아쉬웠을 뿐…
우주의 탄생 이야기를 하자면,
양자역학이니 다중우주론이니 끈이론이니…
어려운 현대 과학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하였고,
우주 탄생 이후의 세계를 이야기하다 보면
우주에 관한 이야기를 절로 하게 되었단다.
아빠는 신비한 우주의 이야기를 읽거나 보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란다.
그 광활한 우주의 비밀을 인류가 다 밝혀내기 전에
인류가 멸망하게 되겠지만 말이야.
우주의 이야기를 아빠가 좋아하는 이유 중에 또 하나는
우주의 이야기를 읽거나 보다보면
나 자신의 존재가 아무 미미하게 되고,
그로 인해 왜 걱정을 하고, 왜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 생각이 들어.
그래서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면
아빠는 우주에 관한 영상을 보거나,
여건이 안되면 눈을 감고 광활한 우주를 생각하면 스트레스가 줄어든단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런 느낌이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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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우주의 크기를 들여다볼
때마다 우리는 인간이라는 존재의 지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초월적 거대함 앞에서 내 일상의 사소함은
너무도 하찮게 느껴진다. 현대의 이르러서도 인류가 ‘신’을 놓지 못하는 철학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인간의 가치 때문이다. 이 거대한 세계를 창조한 신이 인간의 기원일 것이라는 상상의 나의 존재론적 하찮음을 해소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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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의 탄생을 지나 지구의 탄생과 생명의 탄생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지구 상에 생명이 나타난 이후는 진화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그렇게 인류가 탄생하게 되고,
인류가 지구 곳곳에 퍼지게 되고,
또 시간이 나자 문명이 탄생하게 된단다.
그리고 우주 탄생 이후의 시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빠른 시간으로 인류는 진보(?)하게 된단다.
그리고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지식의 뿌리가 되고 있는 것들을
시간의 순서대로 이야기하고 해주었단다.
베다, 도가, 불교, 철학(서양의 철학), 그리고
기독교까지..
이것들이 다른 것 같지만,
모두 자아와 세계, 그리고 그것 간의 관계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지은이 채사장은 이야기해주고 있단다.
이 책에서 이야기한 베다, 도가, 불교, 철학, 기독교에 관한 세세한 이야기는
아빠가 정리해서 이야기하기에는 방대하구나.
아빠가 생각하기에,
채사장이 이야기하고자하는 것은
그것들이 서로 다른 것이 아닌 하나의 지식이었노라…
인 것 같았단다.
…
2. 돌아와라, 지대넓얕
그래도 부족했단다.
채사장의 간만의 신간에 반가웠고,
지난 책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에서
느꼈던 실망감을
어느 정도 채워주었지만,
아직도 덜 채워졌단다.
그것을 채우기 위해서는 팻캐스트 “지대넓얕” 시즌 2.
채사장, 이독실, 김도인, 깡샘…
그들의 복귀만이 부족함을 다 채울 수 있을 것 같구나.
PS:
책의 첫 문장 : 파잔(phajaan)은 코끼리의
영혼을 파괴하는 의식이다.
책의 끝 문장 : 당신이 언젠가 당신의 내면 안에서 찬란히 빛나는 세계의 실체와 마주하게 되기를
바란다.
책제목 :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제로 편
지은이 : 채사장
펴낸곳 : 웨일북
페이지 : 556 page
책무게 : 769 g
펴낸날 : 2019년 12월 24일
책정가 : 19,800원
읽은날 : 2020.01.02~2020.01.07
글쓴날 : 2020.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