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현직 공무원들이 무더기로 개인채무자회생제도를 신청해 제도를 악용한 도덕적 해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개인채무자회생제도는 금융권에 빚이 많아 상환능력이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제도로 법원 승인을 받으면 대출금을 탕감받을 뿐만 아니라 최장 8년 까지 분할상환할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진다.
이에 대해 은행들은 빚을 갚을 능력이 있는 현직 공무원들이 채무자회생제를 통해 빚을 탕감받는 것은 부당하며 이 제도가 시작되면 공무원들에게 대출해준 돈을 회수할 수 없게 된다며 법원에 이의신청을 제기해 채무회생제도를 둘러싸 고 치열한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
23일 금융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에서 대출받은 현직 공무원 27명이 지방법원에 채무회생제도를 신청해 법원에서 개시결정이 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에 대한 대출액은 총 11억원으로 1인당 평균 대출규모는 4000만원 정도다.
채무회생제도가 개시되면 이들은 기본 생계비를 제외한 나머지 돈으로 대출금 을 최장 8년 간 분할상환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최근 "공무원 대출은 퇴직금을 담보로 대출해준 것이며 퇴 직금 중간정산 등을 통해 충분히 상환할 수 있는 데도 채무회생제도를 신청한 것은 부당하다"며 각 지방법원에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은행의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이들 공무원에 대해서는 채무회생제도를 진행 할 수 없게 돼 법원의 판결 결과가 주목된다.
특히 은행권의 공무원 대출 규모가 6조원에 달하는 대규모여서 법원의 판정결 과가 공무원 채무회생제도 실시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은행은 공무원들에게 대출해주면서 공무원연금관리공단과 퇴직금에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협약을 맺고 있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공무원 대출의 경우 일반 신용대출보다 3%포인트 정도 낮은 연 5%대 금리를 적용해 금리를 우대해 줄 뿐만 아니라 대출금액도 퇴직금의 50%까지는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현직 공무원들은 매월 일정 소득이 있고 또 퇴직금을 중간 정산해 빚을 갚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채무회생제도를 신청한 것은 도덕적 해이"라고 비난했다. 채무회생제도가 개시되면 공무원들이 많게는 채무액의 50 %까지 탕감받을 수 있고 8년 간 분할상환하면 모든 채무가 변제되기 때문에 은 행이 퇴직금에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은행측은 공무원들이 퇴직금 등 자기 재산을 그대로 두고 채무회생제도를 악용 해 빚을 탕감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이번 채무회생제도가 법원의 승인을 받게 되면 여타 공무원들도 이 제도를 악용해 무더기로 채무회생제도를 신청해 도덕적 해이가 확산되는 현상도 염려 된다.
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공무원 퇴직금을 담보로 대출해준 금액이 총 6조 원에 달하며 대출받은 공무원도 수십만 명에 달한다"며 "이번에 채무회생제 시 행이 가능한 것으로 판정되면 이 제도를 악용해 채무 상환을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영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