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개악안에 대한 국가인권위의 전향적 의견표명 이후 이목희 의원과 김대환 노동부 장관이 내놓은 원색적 반응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인권단체들이 김대환 노동부 장관과 이목희 의원에게 인권교육을 시켜주겠다고 나섰다.
지난 14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정부의 비정규개악안에 대해 △기간제 남용방지를 위해 사용사유를 제한할 것△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을 명기할 것 △파견근로 허용대상 업종을 제한하고 있는 현행 포지티브 방식을 유지할 것등과 함께 국회에 계류중인 비정규개악안이 “노동인권보호와 비정규직차별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충분하지 못하다“는 의견을 제출한 바 있다.
이목희, 김대환에게 인권교육이 필요한 까닭은?
노동계 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단체에서도 인권위의 의사표명이 전향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인 가운데 사용자 단체와 보수언론들은 인권위 때리기에 나섰고 ‘노동운동가 출신’경력을 항상 강조하던 이목희 열린우리당 제5정조위원장과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출신의 김대환 ‘노동부’장관은 한 층 더 격한 어조로 비난의 대열에 합류한 바 있다. 이목희 의원은 인권위 발표 직후 브리핑을 자청해 ‘황당무계’ ‘매우 부적절’등의 단어를 사용해 인권위를 공격했고 “이(비정규직) 문제는 정책의 문제이지 인권의 문제는 아니”라고 강변했다.
김대환 노동부장관은 외국인 투자기업 최고경영자 대상 강연에서 인권위 의사표명에 대해 “균형을 잃은 정치적 행위”라고 평가한데 이어 공공부문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 청년실업자, 경총관계자등이 참여한 가운데 벌어진 오마이뉴스 주최의 ‘네티즌과의 대화’에서 "잘 모르면 용감해진다", "단세포적 기준"등의 원색적 단어로 인권위를 맹비난 했다.
이 날 김대환 장관은 “인권위원회가 권고는 못하고 감히 의견 제시를 했다”며 “인권보호가 아닌, 우선 일자리를 갖는 것이 중요하며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이어 “인권위의 현실이해가 부족하다”는 한국경총관계자의 발언에 대해 “인권위 의견은 단세포적인 발상이고 부적절한 비전문적 의견”이라 맞장구 치며 “(인권위는 ) 경제선진화의 마지막 돌부리”라 발언을 마무리 지었다.
김대환 장관은 반노동자적 발언 전문가
특히 김대환 장관이 반노동자적 발언으로 설화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하반기 정부의 비정규개악안 입법예고에 대해 전사회적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서도 “일절 재검토 의지가 없다”라고 단언하고 공무원노조 파업 당시 “파업가담 공무원들은 한 번 공직에서 배제되면 절대 복귀시키지 않는다”는 등의 발언으로 자신이 회원으로 몸담고 있는 민교협에서 사상 초유의 제명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한편 민주노총과 한국노총등에서 김대환 장관 사퇴 촉구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21일 오전 다산인권센터, 안산노동인권센터, 인권운동사랑방,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평와인권연대등으로 구성된 인권단체 사회권전략팀이 “대환아 목희야, 인권교육 하자!”라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여의도 국회 건너편 국민은행 앞에서 진행된 이 날 행사는 인권운동사랑방 최은아 활동가의 사회로 진행됐다. 퍼포먼스에 앞서 모두 발언에 나선 인권단체 활동가들은 인권위에 대한 김대환 장관과 이목희 의원의 발언에 대해 기가 막혀 할 말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지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활동가는 “이 문제는 이목희의원이나 김대환 장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노무현 대통령의 책임으로 귀결되는 것”이라며 “인권변호사 경력 팔아 대통령이 되더니 비정규직이 싸우는 현실을 만들고 차별을 고착화 하고 있다”고 노무현 대통령을 맹성토했다.
국회가 비준한 'UN사회권 규약'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명기
이 날 행사에서 사회권전략팀은 국가인권위의 비정규개악안에 대한 의견표명을 환영하며 이 번 의견표명이 “국회는 물론 한국사회 전반에 비정규직 사안에 관한 논의를 촉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 평가했다.
또한 비정규직 사안은 인권의 문제가 아닌 시장의 문제이고, 인권을 고려하기 앞서 국가경제를 생각해야 한다는 여당, 노동부, 재계의 입장에 대해 “비정규직 사안은 시장의 유연성이 아닌 인권의 기준으로 보아야 한다”며 “한국사회에서 비정규직의 양적·질적 확산은 전체 노동자의 일상적 고용불안의 심화, 노동권의 약화와 노동조합의 무력화, 노동자의 빈곤화, 소득분배의 양극화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또한 여당과 재계에 대해 “국회에서 비준절차를 거쳐 한국정부가 가입한 유엔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사회권 규약)을 꼼꼼히 읽어볼 것”을 권유했다. 사회권규약 가운데 6, 7, 8조는 노동의 권리로서 ’자의적 해고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자유롭게 노동을 선택할 권리‘ ’동일노동에 대한 동일임금‘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19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노동법 개악안 폐기 비정규권리보장입법 쟁취 비정규직 철폐’ 농성단 옆에서 진행된 이 날 퍼포먼스는 이목희 의원과 김대환 장관의 사진을 둘러쓴 사람들에게 인권교육 수강증을 전달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TV드라마 보다 못한 현실
김대환 장관에게 전달된 인권교육 수강증은 “귀하는 인권감수성이 현저히 낮아 인권에 관한 무식한 소리를 계속하고, 국민의 인권을 무시하는 정책을 계속 추진함으로 인해 수 많은 국민들의 인권이 침해당하고 있는 바”로 시작됐다.
이어 “이에 귀하에게 365일 언제나 인권교육을 수강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고자 인권교육 수강증을 전달”한다며 “인권교육을 꼭 수강하시어 인간의 존엄성을 공부하시고 더 이상 무식한 소리는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라는 문구도 포함됐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신입사원’에서도 비정규직 문제가 다뤄지고 있다. 고졸 계약직으로 입사해 5년간 자신의 업무는 물론이고 커피 심부름, 사무실 청소까지 도맡아 오다 부당하게 계약해지 된 여주인공은 여주인공은 계약해지 철회와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회사 앞에서 일인시위를 벌였다.
신입사원을 방영하는 방송사 게시판은 자신도 비정규직이라며 주인공이 꼭 정규직이 되기를 바란다는 시청자들의 절절한 사연이 줄을 잇고 있다. 24일로 예정된 노사정 대표자회의 운영위원회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