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띠수업12 탐욕은 집중의 방해물입니다
명상이란 무엇입니까? 마음을 다루는 기술을 연습하는 과정입니다. 이 기술은 크게 두 가지로 포섭됩니다. 하나는 집중이고, 다른 하나는 관찰입니다. 사마타와 위빠사나라고 부르기도 하고, 지와 관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흔히 명상을 고요한 마음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표현에 매혹된 이들은 '명상=집중'이라는 착각에 빠집니다. 그럼 고요하지 않고 집중되지 않으면 명상이 아니라는 오해를 하게 됩니다. 물론 명상의 기반은 고요함입니다. 하지만 고요하지 않더라도 대상을 관찰하는 힘을 선택하여 활용한다면 이것도 관찰 '명상'입니다. 반쪽짜리에 매몰되지 마세요.
명상 수행을 할 때는 균형이 매우 중요합니다. 균형이란 긴장과 이완이 잘 조율된 상태를 의미합니다. '50 :50' 이런 비율은 아닙니다. 매 순간 긴장과 이완의 우열이 끝없이 변화하기에, 이 시소타기 속 균형을 잡는 것이 적절한 비율이 될 것입니다. 이 심리적 균형은 신체에도 그대로 반영되는데, 이것이 자율신경의 균형입니다. 긴장이 우세할 때는 교감신경, 이완이 우세할 때는 부교감신경이 활발해집니다. 이 자율신경이라는 지표를 바탕으로 마음을 조율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명상 수행을 하지 않은 이들도 집중을 활용합니다. 타고난 집중력이 강한 이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명상 수행 중 추구하는 집중과 일반적 집중은 그 결이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집중을 사용할 때는 긴장합니다. 긴장을 통해 주의를 모으는 습관이 있습니다. 하지만 말했듯이 명상에서 사용하는 집중은 긴장과 이완이 잘 조율된 집중입니다. 그래서 그냥 '이완된 집중'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명상 수행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은 이완된 상태에서 어떻게 집중을 하는지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거 아시나요? 이완된 집중의 훈련이 성과를 보이기 시작하면 그 다음으로 '대상 없는 집중'을 연습하기도 합니다. 이런 과제는 긴장된 집중을 쓰는 이들에게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기도 합니다.
탐욕과 분노 그리고 우치로 수행하지 말라는 말을 합니다. 이는 수행하는 마음가짐에 대한 조언입니다. 명상을 집중이라고 착각하는 이들은 명상을 할 때 '집중됨'을 희망합니다. 그런데 집중됨은 첫째, 명확하고 좁은 범위의 중심점을 설정해야 합니다. 둘째, 그 중심점에 사띠를 두고 밀도를 높여야 합니다. 셋째, 중심점 외의 모든 방해물로 흘러가는 사띠를 OFF해야 합니다. 이 마음의 일을 반복하며 점점 사띠의 밀도를 높게 하고, 그 범위를 좁혀야 합니다. 그럼 태양광의 밀도가 높아지는 동시에 그 초점이 좁아질 때처럼 집중이라는 불을 생성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마음의 일을 하는 반복하는 과정을 씨앗을 심는다고 표현합니다. 이에 따른 열매는 집중이겠죠?
탐욕으로 수행하지 말라는 조언을 자세히 분석해보겠습니다. 집중됨을 희망하는 것은 열매를 바라는 것입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럼 원하는 열매를 얻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요? 열매를 계속 더 강하게 바래야 할까요? 아니면 씨앗을 부지런히 심어야 할까요? 씨앗을 심지 않고 열매가 열리는 방법이 있을까요? 현실에서는 옆집 열매를 훔치기라도 할 수 있지만, 명상 도중에는 옆사람의 집중이라는 열매를 훔칠 방법도 없습니다. 즉, 씨앗을 심지 않고는 단 하나의 열매도 열리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씨앗을 심을 생각은 안하고, 집중됨이 나타나기만 바라고 있다면? 이는 매우 어리석은 태도입니다. 인과를 모르는 것입니다. 이런 '어리석음 + 욕구'를 탐욕이라고 합니다. 이 탐욕을 경계하는 이유는 원하는대로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화가 나기 때문입니다. 자신과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방향으로 발전하기 때문입니다.
집중을 원하면 안 된다는 것이 아닙니다. 원하는 마음은 행위의 동기이자 원동력입니다. 매우 중요한 마음의 보물입니다. 다만 이 욕구를 어리석음이 아닌 지혜와 결합시켜야 합니다. 집중됨에 대한 지혜는 무엇입니까? 마음의 일을 정확히 인지하고, 이것을 부지런히 실천하는 것입니다. 씨앗을 심는 것입니다. 이 인과의 지혜가 욕구와 더해지면 이를 서원이라고 부릅니다.
집중됨이라는 여행지를 관광하고 싶다면, 그 여행지의 팜플렛은 이제 버리세요. 여행비 마련을 위해 돈을 벌어야 합니다. 여행의 준비물을 마련해야 합니다. 여행의 계획을 조금 더 자세히 세워야 합니다. 씨앗을 심어야 여행을 가지, 팜플렛 붙잡고 씨름해봐야 뭐하겠습니까?
탐욕으로 수행하면 결과가 없습니다. 여기에 더해 부작용은 더해집니다. 일단 계속 긴장으로 수행하게 됩니다. 안 되는 것을 추구하려니 온 몸에 힘이 들어갑니다. 마음도 뻣뻣해집니다. 그 상태에서는 잘 되던 집중도 깨지기 마련입니다. 심지어 짜증과 화가 납니다. 원하는대로 되지 않는 자신에게 수치심도 생기고, 잘 되는 도반들에게는 질투심이 생깁니다. 이런 마음 속 괴물이 자라나면, 자신과 타인에게 해악을 끼치게 됩니다. 질투를 바탕으로 타인을 모함하기도 합니다. 수행하겠다고 나섰다가 삼독심이라는 괴물에 잡아 먹히게 되는 것입니다.
마음가짐을 올바로 해야 합니다. 법다운 마음가짐으로 수행을 시작하는 것이 베스트입니다. 만약 탐진치로 수행을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중간 중간 스스로의 마음의 '불안' 살펴봐야 합니다. 불안하다면 분명히 탐욕과 분노로 수행하고 있다는 반증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이완의 호흡으로 탐욕과 분노를 뱉어낸 뒤 다시 수행을 해야 합니다. 이렇게 중간 중간 마음을 살피는 힘으로 법다운 마음가짐을 만들어간다면 이것이 차선책이 될 것입니다.
법다운 마음가짐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것은 사실 이상한 표현입니다. 왜냐하면 수행의 목표가 법다운 마음가짐인 무탐무진무치이기 때문입니다. 법다운 마음가짐 그곳이 사실상 도달하고자 하는 목적지입니다. 마음가짐이 법다워졌다면 그 마음을 지속하는 것, 이것이 수행의 목표라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할 것입니다.
집중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더욱 더 마음가짐에 신경쓰시면 좋겠습니다. 팜플렛 붙잡고 씨름은 그만하고 씨앗을 심는 지혜를 발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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