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찌감치 일어나 채비를 갖춘답시고 했지만 어디서 시간이 세어 나갔는지 결국 약속시간에 쫒겨서 나가게 된다.
마전교에서 안선생님과 만났는데 오선수는 지독한 감기에 걸려 운동 나올 엄두도 내지 못한단다.
말리가 매번 마전교 아래서부터 대한방직으로 올라가는 램프(경사로)까지의 구간에서 눌러앉아 떼를 써왔기 때문에 이번에는 코스를 반대로 바꿔 하류방향으로 향한다.
녀석 방향이 바뀌어서인지 아무런 저항이 없이 따라나서더니 홍산교와의 중간쯤에 만들어진 낮은다리를 건넌 뒤에는 익숙한 길이라 앞장을 서서 빨리들 오라는 식이다.
녀석을 보면서 웃어가며 이편한세상 정자 합수점을 향해 달리고 있는데 뒤에서 나타난 어느 영감님이 우리보다 한단계 빠른 속도로 치고 나간다.
폼으로나 달리는 자세를 보면 영낙없이 엄회장과 닮았는데 일단 우리가 얼굴을 모르는 사람인걸로 봐서는 그리 내공이 높은 주자는 아닐거라 생각된다.
섶다리를 건너 하가 생태공원방향으로 내려가던 중 부영아파트 방향으로 올라가는 램프가 나오자 말리녀석 거기서 마전교 때와 똑같이 멈춰서고 만다.
지난번에도 여기 램프 갈림길에서 그랬던 적이 있어서 행여나 했는데 역시나.
도대체 녀석의 머릿속엔 무슨 생각이 있는 것인지...도무지...
아무리 부르고 쑈를 해봐도 녀석 꿈쩍도 않는다.
결국 갈대숲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해서 녀석을 유인하고 산책로를 타는데 일단 움직이기만 하면 언제 뭔일이 있었냐는듯 아무 문제없이 씽씽 달린다.
생태공원의 오솔길을 관통해 추천교까지 이르고 거기서 송천동 방향으로 내려가던 중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주자가 낯이 익은... 재진형님이 혼자서...
얼마전에 인도여행을 다녀왔노라며 감동 보따리를 자랑하셨는데 아직 기회가 없어서 구경을 하지 못했다.
세대와 연령층의 대명사가 되어 버린 58개띠들이 생업 현장에서 은퇴를 시작했는데 누구는 그 기회를 살려 평생의 추억을 만들고 또 누구는 끈 떨어진 연처럼 방황을 한단다. 남의 일이 아니라 나를 포함한 누구에게도 닥쳐올 상황이기에 개띠들의 움직임은 사회적으로 또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고.
금성장례식장을 앞둔 즈음에서 트랭글이 5Km를 달렸노라고 알려주길래 반환해 달려온 역순으로 되돌아간다.
아까 만났던 즈음에서 다시 재진형님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생태공원, 섶다리를 건너 삼천천으로 접어들었는데 아까 우리 일행을 지나쳐 달려갔던 그 영감님이 또다시 뒤에서부터 나타나 씽~
그런데 이번에는 말리가 가만 두지를 않는다.
도대체 누군데 두번씩이나 앞질러 가냐는 식으로 거기에 따라붙어 몇발짝씩 앞서 달리는데...녀석 확실히 승부근성 하나는 최고!
말리가 그렇다보니 가만 있을수가 없어서 말리의 속도에 맞춰 우리도 페이스가 확 올라가고 한동안 레이스가 진행된다.
서곡교를 지난 즈음에 주변이 조용해진 것으로 봐서 예상보다도 빨리 떨어져나간 것 같은데 우리 일행은 이미 오른 속도를 그대로 유지하고 낮은다리까지~
말리 덕에 후반 2Km 정도는 포인트를 주게 되었다.
토요일 아침달리기에서 땀도 날 정도가 된 적이 별로 없었는데 땀을 줄줄~
아침 먹으러 가기전에 오선수에게 전화 연락을 해봤는데 말 하는 것도 불편할 정도로 병세가 좋지 않아 결국 우리끼리만 밥 먹고 커피도 자판기로 떼우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