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는 드라마 속 주인공이 난독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그려지면서 난독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여전히 난독증이 어떤 질환인지, 어떻게 치료 받아야 하는지 제대로 모르고 있다. 인터넷 포털에 난독증을 검색해 보면 수많은 정보와 치료센터, 클리닉 등이 나오지만 일반인으로서는 혼란스러울 뿐이다.
김혜욱 언어치료사는 “우리나라는 교육에 대한 열의가 높아 아이의 읽기문제를 늦게 발견할만한 환경은 아니다”라면서도 “‘좀 크면 나아지겠지’라고 생각해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부모들은 아이가 난독증 진단을 받아도 난독증이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심지어 현장에서 학습장애를 10년 이상 지도한 특수교사조차 난독증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결국 난독증은 부모들의 ‘혼자 하는 싸움’이 되기 쉽다. 잘못된 기관에서 사이비치료를 받고 오히려 아이상태가 악화되거나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서울아이정신과 정재석 원장은 “읽기장애인 난독증을 진단할 때 글을 한 번도 읽히지 않고 뇌파와 설문지만을 통해 엉터리진단을 내리는 경우도 있다”며 “난독증의 원인은 과학적으로 밝혀졌는데 영리목적으로 근거 없는 원인을 내세우는 병의원도 다수 존재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지능검사 등 기본적 치료가 가장 중요
난독증은 지능은 정상이면서도 나이와 학년에 비해 읽기수준이 2년 이상 부진할 때 의심해볼 수 있다. 이 경우 소아정신과나 임상심리센터·언어치료센터 등 전문기관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전문의들은 읽기능력검사, 지능검사, 음운인식훈련 등 난독증 진단을 위한 기본적인 항목을 점검하는 전문의료기관에서 치료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지능이 정상인 경우에만 난독증으로 진단하기 때문에 반드시 지능검사를 할 수 있는 의료기관에서 검사받아야 한다.
난독증 치료는 어떻게 이뤄질까. 난독증 치료는 글자가 갖는 소리를 인지하도록 돕는 음운인식훈련과 음운합성해독훈련, 유창성훈련 등의 치료가 기본적으로 행해진다. 하지만 이런 기본치료는 배제된 채 특수안경?렌즈를 끼게 하거나 모니터를 통한 시각훈련, 이어폰을 이용한 청각훈련 등 특수치료만 시행하는 기관들도 있다. 전문가들은 난독증 원인에 대한 기본적 치료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희정 교수는 “몇몇 병의원이나 치료센터에서 과학적인 증거가 없거나 부족한 치료법을 마치 효과가 있는 것처럼 현혹해 비싼 치료비를 받는 등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유럽이나 미국과 달리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난독증 원인과 치료법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아직 표준화된 진단도구와 치료법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난독증 등 학습장애에 대한 이해와 제도적 마련이 부족해 아이들이 방치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전문가들은 난독증 아동의 특성에 맞는 교육과 그들의 재능을 키워주기 위해 제도마련이 시급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