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투데이=홍성율 기자] 서울시 공식 도장 글자체가 규정에 맞지 않는 현대형 문자체로 새겨져 오기(誤記)라는 지적이 나왔다. 시 공식 도장은 12월 기준 공인(公印·지방자치단체의 도장) 200여 개와 회계직인 1800여 개로 모두 2000여 개에 달한다.
21일 대종언어연구소에 따르면 서울시 공인과 회계직인의 글자체는 규정인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자체(字體)’가 아닌 ‘현대형 문자 판본체’로 새겨졌다.
현대형 문자 판본체는 1960년대 이후 서예가들이 한글 원전(原典)인 훈민정음 해례본이나 동국정운의 글꼴을 본떠 쓰되 아래아(ㆍ) 같은 고문자 자음 및 고문자 모음을 쓰지 않고 현대문자로 쓴 글자체다.
실제 서울특별시 공인조례와 회계관계공무원직인규칙 글자체 조항에는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자체’로 해야 한다고 각각 명시돼 있다.
또 시가 지난 10월4일 배포한 <서울시 회계직인, 훈민정음 창제 당시 글꼴 쓴다>라는 제하의 보도자료에도 ‘회계직인 서체로 훈민정음 해례본체를 사용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글자체 오기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훈민정음 해례본체는 세종대왕이 훈민정음 창제 당시에 사용한 자체로, 국보 70호인 훈민정음 해례본과 국보 71·142호인 동국정운에 사용된 최고 권위의 글자체다.
박대종 대종언어연구소장은 “조례에는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자체’라고 명시하고 공인은 아래아(ㆍ) 등이 존재하지 않는 왜곡된 현대형 문자 판본체로 새겼다”며 “훈민정음 창제 당시에는 받침에 꼭지 있는 동그라미(ㆁ)는 ng(ŋ)음, 꼭지 없는 동그라미(ㅇ)는 묵음으로 쓰이는 등 ‘ㆁ’와 ‘ㅇ’의 구별이 엄격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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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9일 ‘한글 전서체(篆書體)’에서 ‘현대형 문자 판본체’로 바뀐 서울시장 직인. |
박 소장은 “현재 서울시장 직인 글자체의 경우 ‘장’자의 받침이 꼭지 없는 동그라미이므로 훈민정음 창제 당시 기준으로 하면 ‘시장’이 아닌 ‘시자’가 돼버린다”며 “이는 꼭지 있는 동그라미를 쓴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의 글자체와 모순되는 행정으로, 공인 조례를 다시 바꾸거나 공인을 다시 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 관계자들은 훈민정음 창제 당시 글자체에 대해 잘 모른다면서도 상위 법령에 근거했으므로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공인을 담당하는 시 총무과 관계자는 “상위 법령인 ‘사무관리규정 시행규칙’에 따라 국민이 알아보기 쉬운 글자체로 정했다”며 “공인은 대내외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우선 알아보기 쉬워야 공증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회계직인 담당 시 재무과 관계자도 “훈민정음 창제 당시 자체가 뭔지 잘 모르겠다”며 “상위 규정인 공인 조례에 의해 공인 글자체로 당선된 해례본체를 따라 했다”고 말했다.
앞서 시는 한글날인 10월9일 공인과 회계직인의 글자체를 ‘한글 전서체’에서 ‘훈민정음 해례본체’로 변경했다.
<홍성율 기자 sungyul@as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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