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어린이날이 토요일이었다. 매년 어린이날이면 노래를 부르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는데 올해는 사전에, 목요일 미술 시간을 활용하여 아이들과 즉석 사진 찍기 활동을 했다. 소박한 아이들은 자신들의 모습이 바로 사진으로 나오는 과정을 신기해했다. 한 참을 흔들어야 색과 형태가 나타나는 것이 신기한 모양이었다. 아이들도 직접 사진을 찍기도 하고 다양한 영상 미술활동을 한 후 아이들 개별 사진을 모아 간단한 메모를 해서 어린이날 선물로 주었다. 과연 아이들이 좋아할까? 장난감도 아니고 심지어 먹을 것도 아닌데, 걱정을 하였지만 아이들은 참 좋아하였다. 평생 간직하겠다는 이야기에 소박한 교사는 이 보잘 것 없는 선물이 서로에게 큰 의미가 되는 순간을 선물 받았다. 신규교사 시절, 학교활동을 비디오로 찍어 아이들에게 나누어 준 적이 있었다. 선생님의 모습은 없고 목소리만 들어 있는 아이들 영상이었다. 지금은 틀어 볼 수도 없는 자료가 되었지만 소중하게 간직한고 추억거리로 삼고 있는 아이들을 만났다. 2009년 대학원 수업으로 청주에 있을 때 신규시절의 꼬마들이 20살 대학생이 되어 선생님을 찾아 왔었다. 20살이 된 작은 시골학교의 동창생들이 6년 동안 같이 공부한 초등학교 친구들을 만났다고 한다. 그 많은 선생님들 이야기와 추억이 오가다 초등학교 1학년 담임이었던 그 미숙한 소박한 교사를 떠올렸다고 한다. 그 들의 비디오 속의 목소리, `여기를 좀 봐 주세요.`하는 선생님의 목소리와 그 시절의 미화된 순수한 추억들이 선생님을 찾아오게 만든 것이다. 그 날 그 터미널을 잊지 못한다. 못 알아 볼 줄 알았던 아이들의 성숙한 얼굴 안에 그 시절의 어리디 어린 얼굴이 남아 있었다. 서로가 잘 알아보고 터미널에서 끌어안고 울었던 기억이 난다. 반가워서, 성장이 고마워서, 찾아줌이 감동이어서 소박한 교사는 울었는데 아이들의 감정은 어떤 것이었을까?
소박한 교사는 늘 아이들의 추억 속에 살짝만 산다. 그 들의 아름다운 어린 시절에 조연이길 지금도 희망한다. 이제 커피도 마실 수 있다고 자랑하는 그 녀석들이 서로서로 기억을 맞추어 이야기 하는 그 때의 교사의 모습은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아이들의 소중한 모습은 아직도 선하다. 소박한 교사도 다소 미화하여 아름답게 간직하고 있다. 나의 첫 제자, 나의 첫 교실, 나의 첫 수업. 매년 소박한 교사는 스승의 날 선물을 받는다. 소박한 마음의 선물, A4용지 반장짜리 종이에 쓱쓱 써서 선생님께 드리는 성장에 대한 다짐, 결심 같은 것이다. 선생님은 늘 너희들 걱정을 한단다. 선생님 걱정을 덜어 줄 자신의 성장에 대한 결심을 한 가지씩 선생님께 마음의 선물로 주면 어떨까? 가끔 받고 싶은 것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만득이(가명)에게는 숙제를 꼭 해오는 결심을 선물 받고, 만순이(가명)에게는 우유를 신선할 때 먹겠다는 결심을 선물 받았다. 정말 일 년 동안 꼭 지킬 수밖에 없는 선물이다.
매년 이렇게 스승의 날 마음의 선물을 받았다. 착한 아이들의 마음을 사서 스스로 자신의 성장을 돕는 결심의 계기를 주기 위함이었는데 교사도 마음이 뿌듯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일주일 정도 몰래 살짝 고민하여 잘 접어 올려놓은 만두(가명)의 마음의 선물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학기 초부터 자신도 어쩔 수 없는 습관으로 노력하고 있는 친구였는데 솔직하게 말 해 준 것에 대한 고마움으로 무한 신뢰를, 그리고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 아이가 그 습관을 고치겠다는 쪽지를 써왔다. 쪽지를 읽고 한 번 꼬옥 안아주었다. 소박한 교사는 많이 고마웠다. `네 선물이 가장 좋다.`하면서 안아 주었다. 이런 감동들이 소박한 교사의 원동력이 된다. 아이가 지금 당장 달라지지 않아도 함께 노력해 주는, 옆에 와서 서주는 과정들이 큰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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